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3(월) 이정아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족 "쌍용차 희망텐트의 설날"
2012.01.23
조회 61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쌍용자동차 희망텐트 이정아 씨

2009년 5월 쌍용차에서 해고됐던 노동자들을 기억하십니까? 당시 쌍용차는 2646명의 노동자를 해고하면서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차례로 복귀시키겠다’ 이렇게 합의를 한 바 있는데요. 그 후 2년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12월 7일부터 이 해고 노동자들이 희망텐트를 치고 농성중인데요. 이분들, 오늘 설은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부인입니다. 이정아 씨 연결해 보죠.

◇ 김현정> 지금은 어디 계십니까?

◆ 이정아> 지금 평택에 있는 저희 집에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남편께선 텐트에서 돌아오셔서 오늘은 설을 함께하시는 거예요?

◆ 이정아> 네. 텐트에서 어제 돌아와서 제가 음식 하는 동안 애들을 조금 봐 주셨어요.

◇ 김현정> 다섯 식구가 오랜만에 오붓하게 모이셨네요. 오늘 설은 어떻게 보낼 계획이세요?

◆ 이정아> 저희 집에서 음식을 하고 차례를 지내거든요. 그래서 그거 끝나고 저희가 공장 앞으로 가서 해고노동자들을 만나요. 설날이니까 인사를 드린 다음에 부산이 저희 고향이라서 어른들 뵙고 인사를 드리고 조금 쉬었다가 내일이나 모레쯤 올라올 생각입니다.

◇ 김현정> 이정아 씨 몇 년 전에 저랑 인터뷰 하신 적이 있어요. 2009년 기억하시죠?

◆ 이정아> 네.

◇ 김현정> 당시에 “셋째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다. 많이 힘들다” 눈물의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때 그 셋째는 잘 크고 있습니까?

◆ 이정아> 올해 셋째가 벌써 4살이 되었거든요.

◇ 김현정> 벌써 4살이 됐어요?

◆ 이정아> 그럼요. 다들 셋째 보면 파업 때 기억이 난다고 파업둥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고 이러거든요. 지금 4살이 됐다고 하면 사람들이 다들 깜짝 놀라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나” 다들 말씀하시더라고요. 굉장히 건강하게 잘 크고 있습니다.

◇ 김현정> 셋째가 이름이 뭐였죠?

◆ 이정아> 셋째 이름이 가온이요.

◇ 김현정> 맞아요, 가온이. 가온이가 4살 될 때까지 상황이 그 후로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건가요?

◆ 이정아> 네, 그대로입니다. 달라진 건 없고요. 계속 안 좋은 소리들만 들리고, 상황이 계속 안 좋아지는 것 같아서 많이 속상하죠.

◇ 김현정> 그래서 결국은 남아 있는 해고노동자들이 희망텐트까지 치고 그 앞에서 생활을 하게 된 건데, 희망텐트가 만들어진 게 지금 며칠 째죠?

◆ 이정아> 지금 희망 텐트가 12월 7일부터 농성이 들어갔거든요.

◇ 김현정> 그럼 한 46일, 47일 그 정도 됐군요?

◆ 이정아> 네. 그런데 그때가 겨울 초입이라서 굉장히 추운데 다들 텐트에서 웅크리고 침낭 속에 자는 모습들을 보니까 막 속상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가끔은 ‘어서 빨리 좀 좋은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들이 더 커지더라고요.

◇ 김현정> 지금 몇 분이나 텐트에서 생활하세요?

◆ 이정아> 지금 희망텐트촌에서 계속 거주를 하면서 그곳을 지키는 분들은 한 30여 분이 되시고요. 그리고 생계 때문에 낮에 일을 해야 되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같이 왔다 갔다하면서 합류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계속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분들, 그리고 남편도 그렇고요. 가장 힘든 점은 뭐라고 이야기하세요?

◆ 이정아>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거기서는 빨래하는 것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 씻는 문제, 빨래하는 것, 그리고 또 대규모 사람들 30여 명이 아침, 점심, 저녁을 거기서 만들어 먹거든요. 그러니까 먹는 문제. 이제 반찬 같은 것은 기대하지도 못하고요. 찌개 하나, 국 하나 이렇게 크게 끓여서 그걸로 계속 하루 세끼를 해결해야 되는 문제도 있고요.

그리고 추위는 말할 것도 없죠. 다들 얼굴이며 손들이 까맣게 탔더라고요. 타고 굉장히 터버렸고요. 그거 보면 정말 안쓰러워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 더 힘든 건 그런 문제보다는 바로 공장 앞에서 희망텐트촌을 하고 있다 보니까 아침, 저녁으로 쌍용자동차에 출근하시는 분들을 뵙게 되거든요.

◇ 김현정> 옛날 동료들이요?

◆ 이정아> 그러니까 그분들을 같이 아침, 저녁으로 같이 뵙게 되고 마주서게 되고, 그런 게 심적으로 다들 더 힘든 것 같더라고요.

◇ 김현정> 그렇겠네요. 2646명의 해고자들, 그 당시 복직을 약속했던 해고자들인데 더러는 복직을 포기했고, 더러는 재취업을 했고, 더러는 세상을 떠나기도 했고요. 이제 복직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다리는 분들은 몇 분이나 남은 건가요?

◆ 이정아>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복직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아직 많으신 것 같아요. 그때 2646명이 몰렸는데 그분들 대부분이 아직도 다 복직을 기다리고, 계속 이렇게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데 올해 좀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까? 회사 측에서는 “여전히 힘들다. 아직 나아지지 않았다” 이 답변만 돌아오는 건가요?

◆ 이정아> 일단 희망은 크게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싸워봐야 되는 문제고요. 그리고 저희가 굉장히 부당한 해고를 당했기 때문에 다들 그 믿음 하나로 지금 계속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계속 끊임없이 사람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고요.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고 희망텐트촌에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거든요.

◇ 김현정> 외부에서 도와주시는 분들, 응원 오는 분들...

◆ 이정아> 그런 분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회사 측에서도 조금 긴장하고 있는 것 같고요. ‘좀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요즘 다들 조금씩 희망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 김현정> 이정아 씨, 새해 소망은 질문을 하나마나 얼른 복직되는 거겠죠? 희망텐트촌이 빨리 사라지는 것. 치워버려도 되는 그 날, 올해 그 소망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이정아>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김현정> 오붓하게 식구들과 보내시고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