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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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12(월) [추석기획] 엄홍길의 걷기 제안 1. "울진 보부상길"
2011.09.12
조회 43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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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 소나무길 절경 펼쳐져
- 두 부류의 사람, '히말라야를 간 사람과 못 간 사람'


청취자 여러분, 오랜만에 고향에서 밟은 길 어떠셨습니까? 코스모스는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가요? 흙냄새는 좀 맡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나그네길이란 유행가 가사도 있습니다만, 길을 가다 보면 평지도 있고 가끔은 내리막도 있고 오르막도 있고요. 따지고 보면 우리네 인생이 꼭 그렇죠. 그래서 길을 쭉 걷다 보면 인생을 배울 수가 있습니다.

오늘부터 이틀 동안 이 시간에는 길 이야기를 좀 해 보려고 하는데요. 추석기획 한국의 길이야기.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합니다.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 주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엄 대장님.

◆ 엄홍길>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 김현정> 명절은 보통 어떻게 지내세요?

◆ 엄홍길> 어머니 집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간단하게 음식을 먹고요. 어머니 댁이 원도봉산 자락이거든요. 저희의 모산이나 다름없는 원도봉산을 쭉 올라가면서 어릴 때 살았던 생각, 여러 가지 추억들을 생각하면서 심신의 피로를 풀고요. 그 다음에 명절을 계기로 해서 또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짐도 하고 그렇습니다.

◇ 김현정> 명절날도 산에 가시네요?

◆ 엄홍길> 오후에는 갑니다.

◇ 김현정> 이렇게 산 사나이인데, 오늘 주제가 ‘한국의 길’이란 말입니다. 현재 들으시는 분 중에 ‘아니, 왜 길 이야기를 하자고 해 놓고서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부르셨을까.’ 이런 분도 계실 텐데, 길하고도 인연이 많으시죠?

◆ 엄홍길> 당연하죠. 사람은 길이고, 길 하면 사람 아닙니까? 새로운 길을 만들면서 가는 것이고 또 개척하면서 가는 것이고, 애당초 있던 길을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길이 없던 곳에 또 새로운 길을 내면서 가는 것이 또 저희 산악인 아니겠습니까? 제가 가는 곳이 또 새로운 길이 되는 것이고요.

◇ 김현정> 그래서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두 개의 길을 소개해 주실 겁니다. 오늘 첫 번째 시간에 우리가 함께 걸어볼 길은 어떤 건가요?

◆ 엄홍길> 경북 울진군에 속해 있는 보부상길이라고 그러는데요. 일명 금강소나무숲길이라고 해서 울진 지역에 풍부한 자연생태자원과 역사, 문화자원을 활용해서 만든 자연발생적인 길이죠.

◇ 김현정> 그쪽 사시는 분들은 들으면서 ‘아하, 그 길.’ 하실 거예요.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은 길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인가요?

◆ 엄홍길> 울진군에서 봉화까지 연결이 되거든요. 내륙까지 연결이 되는데 이 길은 옛날에 보부상들, 그러니까 장사하시는 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무역상들이라고 그러죠.

◇ 김현정>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봇짐 하나 짊어지고 물건 팔러 다니던?

◆ 엄홍길> 그렇지요. 특히 울진이 바닷가 아닙니까? 바닷가에서 해산물을 지고, 내륙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내륙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재를 넘어가는데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던 상업로입니다. 장사를 다니기 위에서 넘나들던 재죠. 경북 봉화 안동쪽으로 들어가면서 거기서 생선이라든가, 해산물을 팔면서 거기서 내륙에 있는 물품도 가지고 물물교역을 하던 물물교역로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보부상들이 길을 터고 그 곳을 다지면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길이네요?

◆ 엄홍길> 가서 그 길을 걷다 보면 옛 상인들, 보부상들의 숨결이 막 느껴집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밟고 다녔던 길, 다져진 길. 거의 다 흙길이에요. 여기는 그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의 발걸음으로 다니면서 자연적으로 다져지고 만들어진 길이라서, 선인들의 숨결도 느낄 수 있고 주변의 자연경관도 너무나 수려하고 화려하고요. 너무나도 예뻐요.

특히 중간 중간 가다 보면 팔로 안아서 두 아름, 세 아름씩 되는 그 어마어마한 금강소나무들이 국가에서 관리, 감독을 하고 있는 거죠. 국가보호수입니다. 그런 금강소나무들이 곳곳에 상당히 많거든요.

◇ 김현정> 그냥 쭉쭉 하늘로 뻗어 있는, 싱싱한 소나무들?

◆ 엄홍길> 대단합니다. 광화문이라든가 숭례문을 보수작업하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 울진군에 있는 금강소나무들을 다 가져가고 키워서 보수공사를 하고 있는 거라고요. 수십 년,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을 안으면 기운이 느껴질 정도고 계곡은 또 얼마나 예쁜지요.

그러니까 걷다 보면 자연적으로 마음이 너무 편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야, 너무 좋다, 너무 좋다.” 사람들의 발길이, 외부 사람들의 때가 안 묻어서 그런 자취를 그대로, 흔적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요. 재를 내려가다 보면 보부상들이 넘나들면서 어떤 주막집 있잖아요. 그 당시에 집은 없지만 그 당시 흔적들로 아직도 터가 있고 너무 아름답고 좋은 것 같아요.

◇ 김현정> 기본적으로 소나무가 많이 있으면 솔향이 또 대단하겠어요?

◆ 엄홍길> 그렇죠. 걸어가다 보면 그 햇살이 내려질 때, 그 소나무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가 있지 않습니까? 향기가 너무 너무 좋아요.

◇ 김현정> 지금 여러분들이 엄홍길 대장 얼굴을 좀 보셔야 돼요. 바로 옆이 소나무숲인 것처럼 바뀌셨어요.

◆ 엄홍길> 돌아다니다 보면 그 향기에 움파움파 하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것이, 몸이 시원해지고 너무 너무 좋습니다.

◇ 김현정> 가면 좀 담아가고 싶으시겠어요?

◆ 엄홍길> 그럼요. 금강소나무를 올려다보면 기상이 진짜 대단합니다.

◇ 김현정> 금강소나무길. 일명 보부상길을 여러분은 지금 함께 걷고 계십니다. 제가 찾아보니까 13.5km 정도가 되네요. 꽤 긴 길이에요?

◆ 엄홍길> 그런데 전혀 길다, 힘들다 하는 걸 느끼지 못해요. 길이 워낙 완만하고 흙길이고 또 바로 계곡을 끼고서 옆으로 걸어가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너무 좋습니다.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그리고 여기 가면 울진군에서 금강소나무숲에다가 쉽게 말하면 휴양림을 지어놨어요. 거기 휴양림에서 주무시면 좋죠.

◇ 김현정> 너무 좋습니까? 오늘 감탄사를 몇 번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 엄홍길> 소나무숲 속에 휴양림을 잘 지어놨어요. 목재로 통나무집을 지어놨어요. 거기서 시간적 여유가 되시면 당일보다도 1박 2일로 가서 하루 주무시고, 그 다음에 금강소나무숲길을 걸으시면 더 좋으실 것 같아요.

◇ 김현정> 숙박을 원하시는 분은 미리 예약을 좀 하고 가야되는 거죠?

◆ 엄홍길> 휴양림을 이용하시려면 사전에 미리 울진군에 사전에 예약을 해야 되겠죠.

◇ 김현정> 그리고 해설가가 이 길을 좀 안내해 준다면서요?

◆ 엄홍길> 맞습니다. 보부상길 시작되는 초입에 마을이 있거든요. 거기에 연세 드신 마을 주민들이 좀 계세요. 그분들이 부업 비슷하게 안내를 하십니다.

◇ 김현정> 마을의 어르신들이요. 아이고, 얼마나 구수하고 재미있게 잘 하시겠어요?

◆ 엄홍길> 예. 정말 재미있게 잘하세요. 가끔씩 가다가 청단 하나씩 뽑으시고요.

◇ 김현정> 오늘 첫 시간으로 경북 울진의 보부상길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엄홍길 대장이 어렵게 나오신 김에 산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보너스로 산 이야기도 잠깐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산은 우리가 좀 압니다만, 외국의 산 가운데 여기만은 꼭 좀 가봐라 하는, 일반인들도 도전할 수 있는 산 중에 기가 막히더라, 혹시 좀 떠오르는 곳 있으세요?

◆ 엄홍길> 그거야 당연히 제가 20여 년간 다녔던,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히말라야죠. 일반인들도 가실 수 있어요. 일반인들이 생각하실 때 굉장히 위험하고 어렵지 않느냐 하는데, 그곳은 실질적으로 저희가 등반을 하기 위해서 오르는 고도가 있거든요. 4000m, 5000m 그 이상에는 저희 같은 전문적인 기술을 배워야 되고, 체력을 갖춰야 되고 능력을 갖춰야 되겠죠. 그러나 그 이하로는 기본적으로 국내 산행 정도를 하고, 산을 좋아하면서 꾸준히 다니시는 분들은 누구든지 충분히 가실 수가 있어요. 평균 2000m대, 3000m대 고도는 일반인들도 쉽게는 아니지만 가실 수 있거든요.

◇ 김현정> 왜 꼭 히말라야입니까? 여기 한번 가봐라 하면 히말라야. 왜 그런 건가요?

◆ 엄홍길>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제가 아무리 얘기한들 직접 가서 보시는 순간, 인생의 엄청난 큰 감동과 자기 삶의 변화를 많이 깨닫고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거대한 진짜 히말라야의 설산들, 병풍처럼 쫙 펼쳐진 설산들을 눈 앞에서 딱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 김현정> 벅찬가요?

◆ 엄홍길> 그럼요. 더군다나 일출 같은 거, 태양이 떠오를 때 햇살이 비치는 설산이 검붉은색으로 해서 황금빛으로 쫙 변하는 것을 보면요. 그 감동은 자연의 신비로움에 절로 감탄사가 나오면서 인간이라는 존재, 나란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많은 것을 진짜 느끼죠.

◇ 김현정> 그야말로 삶을 배우고 오는 곳, 인생의 철학을 배우고 오는 곳이군요?

◆ 엄홍길> 그래서 저는 인생에, 우리 삶에 두 부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히말라야를 다녀온 사람, 히말라야를 안 다녀온 사람, 저는 그렇게 나눕니다.

◇ 김현정> 저는 아직 후자네요. 저도 한번 꼭 가봐야겠습니다.

◆ 엄홍길> 꼭 올라가야만 보이는 게 아니거든요. 밑에서도 설산을 충분히, 멀리서도 충분히 감상하고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어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오늘 보부상길하고 덤으로 히말라야도 하나 더 소개를 해 주셨어요. ‘추석기획, 한국의 길이야기’ 내일 뵐게요. 엄홍길 대장과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