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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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식당일 하며 시 쓰는 노동자 최연숙 씨
건물을 청소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돼지갈비집의 불판을 닦아내면서 하루를 마감하는 그런 아주머니가 계십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식당 아주머니시죠.
그런데 이 고단한 삶 가운데 틈틈이 시와 수필을 써서 지난 4년 동안 20편이 넘게 공모전에 당선이 됐답니다. 이번에는 또 경기도시공사가 주최한 공모전에 당선이 돼서 이분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왜 이제야 이분이 화제가 됐을 정도로, 저도 놀랐습니다.
직접 만나보죠. 시인 최연숙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 최연숙>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이 8시 46분. 지금은 어디 계십니까?
◆ 최연숙> 여기 경기도 수원시 파장동사무소입니다.
◇ 김현정> 동사무소?
◆ 최연숙> 네.
◇ 김현정> 동사무소에서 뭐하세요?
◆ 최연숙> 청소하죠.
◇ 김현정> 청소? 하루 스케줄이 어떻게 되시는 거예요?
◆ 최연숙> 3시에 끝나면 갈비집에 가서 설거지하러 갑니다.
◇ 김현정> 동사무소 청소 3시까지 하고 그 다음에는 갈비집으로 옮겨서 서빙하고 설거지하고 불판 닦고 그러세요?
◆ 최연숙> 네.
◇ 김현정> 그럼 이게 다 육체적인 노동이라서 집에 들어가면 쓰러져서 잠자기도 바쁠 텐데, 언제 시 쓰고 언제 수필 쓰고 그러시는 거예요?
◆ 최연숙> 시는 틈틈이 메모를 해서 두고요. 수필은 머릿속에 가닥을 잡아서 일이 없을 때, 공치는 날 씁니다.
◇ 김현정> 일 없는 날, 일 안 잡힌 날, 아픈 날.
그러면 시는 갑자기 불판을 닦다가 어, 시상이 떠올랐다 그러면 옆에다가 메모하시는 거예요?
◆ 최연숙> 빌지 같은 데.
◇ 김현정> 식당의 계산서, 빌지.
◆ 최연숙> 빌지 뒤에다 이렇게 쓰기도 하고 대리운전 메모지에다 쓰기도 하고.
◇ 김현정> 대리운전도 하세요?
◆ 최연숙> 아니요, 대리운전 메모지가 식당에 오잖아요.
◇ 김현정> 광고지. 지금까지 몇 편이나 쓰셨어요?
◆ 최연숙> 한 140편.
◇ 김현정> 140편. 그 중에서 당선이 된 건 20편가량이 된다고요?
◆ 최연숙> 수필이 한 7, 80편 되는데요. 시는 대여섯 편 됐고요.
그리고 수필이 좀 많이 됐어요. 수필이 20편 넘게 됐고요. 또 수기 같은 게 있고요.
◇ 김현정> 대단하시네요. 어디 학교에서 문예를 정식으로 배우신 거예요?
◆ 최연숙> 여기 수원 소재 대학교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에서 대여섯 학기 다녔는데 그것도 바쁘니까 다니다 말다 그랬죠.
◇ 김현정> 그러면 평생교육원 다니기 전에는 학교를 어디까지 마치셨어요?
◆ 최연숙> 초등학교요.
◇ 김현정> 초등학교요?
◆ 최연숙> 네.
◇ 김현정> 그러면 어떻게 글을 쓰시게 된 거예요. 어떻게 문예창작을 평생교육원 가야겠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쓰시게 된 거예요?
◆ 최연숙> 어렸을 때부터 꿈이 있었고요. 그런데 상황이 안 좋아서 접었는데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동안에. 신문,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래서 어느 날 광고지가 들어왔는데 동남보건대학에서 문예창작부 구한다고 그래서 정신이 확 깼죠. 그래서 얼른 찾아갔죠. 그래서 등록하고.
◇ 김현정> 또 그 학비를 벌기 위해서 밤에는 돼지불판 닦으시고.
◆ 최연숙> 그렇죠. 그런데 두 학기 정도에서는 돈이 모자라서 반지 잡히고 전당포에 반지 잡히고 이어가야지 내가 나중에 늙어서 몸을 못 쓰게 되면 글이라도 쓰겠더라고요, 그래서.
◇ 김현정> 대단하십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오늘 아침, 이 겨울 아침하고 어울리는 시 한편 좀 짧게 낭송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최연숙> 겨울시는 지금 현재 어울리는 시인지는 모르지만 한 두 단락만 읽어볼게요.
◇ 김현정> 제목이?
◆ 최연숙> 겨우살이.
◇ 김현정> 겨우살이.
◆ 최연숙> 겨우살이.
까치발 서도 안 보이는 세상.
산새에게 붉은 심장 내어주고 새똥으로 떨어져 오동나무 앉았다.
겨우살이, 겨우 살이.
◇ 김현정> 겨우살이, 겨우 살이.
◆ 최연숙> 그렇게 그걸 강조하기 위해서 겨울을 사는 거, 또 겨우 살아가는 거.
◇ 김현정> 이게 남의 얘기가 아니네요.
◆ 최연숙> 네.
◇ 김현정> 그게 비결입니까?
◆ 최연숙> 그렇죠. 솔직하게 쓴다는 것 그리고 아픔을 쓴다는 것. 아픔을 시로 써서 비워내면 상처가 아물고 그렇죠.
◇ 김현정> 하루 중에 동사무소에서 화장실 청소하고 책상 밑에 청소하고 와서 불판 닦고 설거지하고 이 하루 중에 가장 시상이 가장 잘 떠오를 때는 언제인가요?
◆ 최연숙> 새벽에요.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서요.
◇ 김현정> 몇 시에 일어나세요?
◆ 최연숙> 5시나 5시 30분 되면 일어나요. 늦게 자든, 일찍 자든.
주로 늦게 자는데 1시 넘어서 자는데 그렇게 일찍 일어나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습관이 돼서 일찍 일어나지는데 그때 그동안에 메모해 둔 걸 정리를 하죠.
◇ 김현정> 저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거든요. (웃음)
그런데 겨우 일어나요, 피곤해서. 시상이고 뭐고 이런 거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화장실 가서 세수하고 이러는데. 그때가 제일 말똥말똥하세요?
◆ 최연숙> 네.
◇ 김현정> 타고난 시인이시네요. 그러면 하루에 한 4시간 주무세요?
◆ 최연숙> 그렇죠. 서너 시간씩.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는 교회에 성경공부 다니느라고 5시 30분에 갔었어요. 그리고 아침 밥 챙겨주려면 5시 못 돼서 일어나서 챙겨주고 그런 식으로 계속 살아왔기 때문에 늦게까지 잘 수가 없어요.
◇ 김현정> 하루종일 그렇게 노동을 하는데도 새벽에 또 일어나서 시를 쓴다. 제가 의문 하나 드릴게요. 그렇게 피곤하고 힘들고 고단한데도 펜을 놓을 수 없는 이유. 대체 시가 최연숙 씨 삶의 뭡니까?
◆ 최연숙> 그러니까요. 한풀이? 아니면 에너지?
그렇게 해서 비워내고 내 마음에 몸이 피곤하면 마음도 피곤해지거든요. 마음도 막막해지거든요. 그런 걸 시로 딱 풀어놓으면 또 에너지가 그 자리에 고이고 살아가는 힘이 생기고 그렇죠.
◇ 김현정> 그렇군요. 실은 우리 최연숙 씨 같은 분이 돼지불판 안 닦고 문학에 전념하실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 최연숙> 그런데 그런 삶이 없으면 문학이 되겠습니까? 뭐 명산대찰 찾아다니면서 예쁜 거 쓰고 이러면 그게 어떤 생명력이 없잖아요, 글에.
◇ 김현정> 나중에 시집 하나 내셔야죠?
◆ 최연숙> 내면 좋죠! 그런데 여건이 안 되니까 못 내고 있죠.
◇ 김현정> 지금 누군가 듣고 계실 겁니다. 시집 곧 내실 수 있을 것 같고요.
삶이 고되더라도 포기하지 마시고 계속 좋은 글 써주십시오.
◆ 최연숙>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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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9(월) 최연숙 씨 "돼지갈비 불판 위에 쓴 시"
2012.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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