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2(목) 정희준 동아대 교수 "예체능 입시 비리,재수없게 걸렸다"
2012.02.02
조회 138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대회 급조, 상장 조작 등 비리 백태
- 72명 29억원 적발, 그 몇 배는 될 것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동아대학교 스포츠과학부 정희준 교수

제약회사에 단 12일 근무하고 약학대 특별전형에 합격. 외국에 살았던 경력을 위조해서 외국인 특별전형에 합격. 설마 아직도 싶은 일이 우리 대학입시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어제 감사원이 내놓은 대학입시비리 백태 내용인데요. 특히 입시비리가 만연한 곳은 예상대로 예체능계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스포츠 인기스타를 모셔오기 위해서 대학이 억대의 비용을 학생에게 주는 이런 일도 벌어지고 있다는데, 실태를 들어보죠. 동아대학교 스포츠과학부 정희준 교수입니다.

◇ 김현정> 대학입시라는 것은 전 세계가 다 아는 김연아 선수가 됐든, 저기 이름 모를 두메산골의 학생이 됐든 기회는 다 똑같이 주어져야 되는데, '대학이 스타선수를 선발하기 위해서 돈거래를 했다.' 이게 무슨 얘기입니까?

◆ 정희준> 우리나라의 대학입시가 사실은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한데 결국에는 예체능 쪽에서는 이게 이제 학생과 교수, 감독간의 돈거래, 그것도 굉장히 복잡한 돈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데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 김현정> 이번 감사원 조사결과를 보면, ‘대학 9곳이 5개 종목 선수 72명을 사전 스카우트, 즉 사전에 뽑기 위해서 29억 원을 건넸다.’ 이게 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 정희준> 이른바 스타플레이어급 선수들을 데려가기 위해서 학교가 이제 그 학생들에게 돈을 주고서는 데리고 간다는 얘기죠. 그런데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식이 동원이 됩니다. 장부조작이라든가 가짜 영수증 만들고 하기는 하는데, 이런 것들은 사실 뭐랄까요, 푼돈이고요. 뭉칫돈은 결국 학부모에게서 나오는 거거든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정희준> 어떤 특정한 선수를 데리고 와야 되는데 이쪽에서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요. 다른 데 뺏기지 않기 위해서 돈을 줘야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한 경우에 몇 천 만원, 몇 억 원에 달하는 돈을 그 감독이나 학교 측에서 마련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것을 그 학생들 때문에 그 학교에 딸려오게 되는 선수들이 있어요. 고등학교 감독이 ‘그래 그러면 이 선수를 줄게, 대신 얘랑, 얘도 데리고 가라.’ 라고..

사실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은 운동을 시작할 때 박지성이나 김연아를 꿈꾸면서 운동을 시작한다기보다는 열이면 아홉은 대학 가려고 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갈 바로 그 순간에 와 있는데 만약에 고등학교 2학년, 3학년 때 성적이 시원치 않았거나, 기량이 조금 미달하는 선수들의 경우에는 대학 보내야 되지 않겠습니까? 부모 입장에서. 그런 경우에 돈으로 이걸 해결하는 건데요. 유명 스타플레이어 선수를 데리고 갈 때 좀 떨어지는 선수들 한두 명을 같이 데리고 가라고 하면서 바로 그 선수들에게서 돈을 받는 거죠.

◇ 김현정> 지금 9개 대학교, 선수 72명, 29억 원의 스카우트비가 드러났는데, 이거 다 파보게 되면 29억 원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겠네요?

◆ 정희준> 그렇죠. 이게 밝혀지는 숫자가 72명이니까 이거 뭐 전국적으로 정말로 한번 작심을 하고 조사를 한다면 이 숫자의 몇 배는 쉽게 나올 겁니다.

◇ 김현정> 감사원에서 밝혀내지 못했지만, 혹시 이것 외에도 체육계에서 알려진 다른 입시비리 의혹들 있습니까?

◆ 정희준> 일단 상장을 조작하는 방법이 좀 흔하죠. 대학교에 들어가려면 이제 고등학교 2학년, 3학년 때 입상한 성적이 있어야 되거든요.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디 육상대회 나가서 뭐 금메달 땄다. 이런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 정희준> 예. 금메달 땄다, 은메달 땄다. 전국대회면 인정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장을 조작하기도 하고요. 경우에 따라서는 대회를 그냥 만들어버립니다. 만들어서 아이들 이렇게 급하게 와서 시합 한번 치르고 그 다음에 상장을 막 주는 거죠.

그리고 또 이런 것도 있습니다. 종목별로 좀 다른데요. 개인 종목인 경우에는 선수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개인 종목 경우에 고3에 올라가는 학생들 숫자는 전국적으로 수 십 명인 경우가 좀 있어요. 그런 경우에 예를 들어서 가까운 쪽 가령 서울에 있는 부모들 경우에는 서로를 알거든요. 그러니까 자기들끼리 모여서 1년 있을 대회의 등수를 미리 정해 버립니다. 학부모들끼리. 그래서 그냥 돌아가면서 입상해서 그 대학에 가는 것인데 뭐, 이건 쉽게 말하면 승부조작이죠.

◇ 김현정> 예를 들면 체조 같은 개인종목 이런 걸 생각할 수 있는 건가요?

◆ 정희준> 특정종목을 제가 말씀드리기는 그렇습니다만, 개인종목인 경우에는 그렇게 해서 아이들 대학 보내자 하고 부모들이 모여서 결정해 버리는 경우가 많고요. 경우에 따라서는 협회 사람들이 일종의 거간꾼 노릇을 하는 거죠.

◇ 김현정> 어떻게요?

◆ 정희준> 학교와 학부모들을 연결해 주는 그런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 김현정> 브로커네요. 입시브로커?

◆ 정희준> 그렇죠. 영어로 하면 브로커죠.

◇ 김현정> 이렇게 해서 어떤 선수가 엉뚱하게 들어와 버리면 그것 때문에 피해보는 학생들이 있지 않습니까?

◆ 정희준> 사실 그게 가장 문제죠.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 김현정> 이렇게 드러나고 나면 그 학생들을 구제할 수 있는가, 그리고 들어온 선수들은 처벌하는가, 교수들 처벌하는가, 이것도 궁금하더라고요..

◆ 정희준> 이 경우에는 교수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교수는 이제 눈감아주는 경우가 많고요. 직접적으로 해야 하는 사람들은 일선 지도자들, 감독들이 좀 많죠. 그런데 이제까지 보면 이른바 명문대 운동부 경우에 이런 문제가 굉장히 많았었거든요. 밝혀진 것도 많고 구속된 적도 있습니다. 문제는 뭐냐 하면 바로 그 구속됐던 법적인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이 다른 학교의 감독으로 가고, 심지어는 바로 그 학교에 그대로 가서 또 복귀해서 눌러앉는 경우도 있다는 거죠.

◇ 김현정> 그런 경우도 있습니까?

◆ 정희준> 네, 그렇기 때문에 이 처벌이 일단 확실해야 되는 것도 맞지만 그 후속조치들, 그런 사람들이 특히 무슨 실업팀이나 성인들, 프로팀도 아니고 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비리를 저질렀을 때에 그 사람들이 운동, 스포츠계에서 퇴출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그러한 엄격한 조치들이 좀 필요한 거죠.

◇ 김현정> 그런 것들이 안 되다 보니까 계속해서 이 관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피해학생은 구제도 못 받고.. 이런 말씀이시군요?

◆ 정희준> 그러니까 걸리면 이 사람들이 잘못했다는 생각보다는 재수 없게 걸렸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들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