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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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목)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인권위와 정부, 불편해야 정상인데...”
200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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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핵심은 경찰인권침해 면죄부
-국제사회 우려 귀 기울여야
-인권위축소 ‘아주 잘못된 결정’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안경환 前 국가인권위원장

오늘은 세계 인권의 날입니다. 그런데 노암 촘스키 교수, 하워드 진 보스턴 대 교수 등 14개 나라 173명의 지식인들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탄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다고 합니다. 인권의 날에 이게 무슨 부끄러운 일일까요. 지난 7월 국가인권위원장 직을 자진사퇴 한 안경환 서울대 교수 연결해보죠.

[IMG0]◇ 김현정 앵커> 오늘 인권의 날, 경사스러운 날인데 세계 지식인들이 우리나라 인권상황을 비판한다고 합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 안경환> 좀 당혹스럽죠. 과거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참 오랜만입니다. 국제사회의 도마에 올라서 많은 인권전문가, 단체들이 입을 모아 비난성명을 낸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죠.

◇ 김현정 앵커> 어떤 점을 그렇게 심각하게 보고 있는 걸까요?

◆ 안경환> 한국의 경우는 다른 나라와 달리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런 식의 비난은 아주 나쁜 나라들, 예를 들면 북한이나 미얀마 이런 나라들에 대해서만 하는 걸로 생각을 했는데 세계가 우리나라에 대해 굉장히 많이 기대를 했던 만큼 실망이 큰 거죠. 그래서 집중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국제사회가 이렇게 우리나라 인권 문제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과거 독재정부시절 이후에 처음 있는 일 아닌가요?

◆ 안경환> 이렇게 하는 것은 처음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깊이 생각해 될 부분이 있을 겁니다.

◇ 김현정 앵커> 왜 이렇게 우리가 비판을 받게 됐는지 원인을 따져보는 게 중요할 텐데 최대사건이 뭐라고 보십니까?

◆ 안경환> 최대사건은 이 정부 들어오고 난 뒤에 여러 가지 집회에 관련된 제한과 최근에 들어서는 용산사건, 기타 언론에 대한 여러 가지 탄압, 이런 부분이 합쳐져서 그렇게 된 거죠.

◇ 김현정 앵커> 사실 용산참사 같은 경우 서울시와 정부 여당에선 ‘범대위 측에서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던데요.

◆ 안경환> 그것은 핵심이 아니고 첫 번째로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일어났던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지 않았습니까? 그런가 하면 시위 관련 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중형을 내렸고요. 그리고 검찰의 수사기록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고요. 전체적으로 볼 때 공권력의 대한 과도한 남용, 그 부분에 대한 징계나 응징이나 사과가 없었고 정당화시켰다는 것에 대한 비난이죠.

◇ 김현정 앵커> 인권위원회의 규모가 축소되고 활동도 위축된 점도 빠뜨릴 수 없는데요.

◆ 안경환> 그것이 작년부터 국제사회에서 계속 말이 나온 겁니다. 지금 여러 성명서에서도 나왔고 국내 항의서도 많이 왔었는데 그건 작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죠. 국제사회에서는 이 부분이 얼마만큼 새 정부가 인권을 탄압하느냐하는 징표로서 계속해서 이야기되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앵커> 안경환 전 위원장께서 7월 초에 그만두셨습니다. 그 이후의 인권위 활동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안경환>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하고 계시겠죠. 제가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인권위는 기본적으로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서 있어야 되는 겁니다.

◇ 김현정 앵커> 불편한 관계에 서서 감시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 안경환> 네. 그래야 하는데 지금은 불편한 관계를 못 참는 분들, 이해가 모자란 분들 때문에 전반적으로 위축이 되어있는 상태이고요. 인권위 규모 축소에 대해서 제가 헌법재판소에 소송까지 했는데 헌재는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죠. 이 부분도 국제사회에서 많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이해가 모자란 분들이다, 이렇게 표현을 하셨는데 현재 인권위원장이나 인권위에 계시는 분들이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 안경환> 그런 건 아니죠. 인권위는 인권이나 정부에 대해서 비판해야 하는데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관계자 분들이 그 부분을 못 참는다는 말입니다. 못 참고 ‘입을 막자. 시끄럽다. 저런 게 왜 필요하냐’ 이런 정서가 있고 일부 언론도 동조하고 있고요. 그래서 본질에 대한 이해가 모자란 상태이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위축을 받게 되어있죠.

◇ 김현정 앵커> 혹시 인권위에서 개인적으로 아시는 분들하고 전화 통화나 연락 해보셨어요?

◆ 안경환> 떠나고 난 뒤에 그게 적절치 않은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그 부분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떠나있는 사람이 과거문제로 집착하는 것은 옳지 않고 국제사회에서도 저한테 여러 가지 접촉해오는데 제가 지금까지 일체 침묵을 지키고 외국에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침묵을 지키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나서서 할 말은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안경환> 새로운 수장이 기관을 맡으셔서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지는 지켜주는 게 예의죠. 인권주간부터는 제가 당장 이번 주부터는 외국에도 나가고 합니다.

◇ 김현정 앵커> 활발하게 활동하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인권위가 혹시 지금보다 더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십니까?

◆ 안경환>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기본적으로 어떤 분들은 처음에 이 정부 들어올 때 인권위의 독립성을 없애버리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다른 기관과 합쳐서 순치시키자는 생각도 갖고 있었겠죠. 그러나 지금은 법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는 안 될 겁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되고요. 이미 국제사회에서 비난받는 가장 큰 이유가 사건은 용산사건이고요. 인권위를 축소한 것이 국제사회에게 비난할 명분을 준 겁니다. 아주 잘못된 결정이에요.

◇ 김현정 앵커> 현병철 현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특별 보고를 했다고 하던데 만약 그 자리에 안 전위원장께서 계셨더라면 ‘이 말씀만은 꼭 드리고 싶었다’ 하는 것이 있을까요?

◆ 안경환> 이 대통령께서는 저를 한번도 만나주지 않으셨거든요.

◇ 김현정 앵커> 만나주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왜 그럴까요?

◆ 안경환> 모르겠습니다. 그때 만나주셨다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었죠. 첫 번째로 인권위 축소는 잘못된 결정이다, 끝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겠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세계 국가인권협의회 의장국을 거의 따놓은 거나 다름이 없었거든요. 그 문제는 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받는 것이 좋다, 거기에 맞는 사람을 임명해 주고 거기에 대한 지지도 해주고 지원도 해줘야 할 것이다, 아마 대통령께서는 선진화를 내세우실 때 인권위를 가지고 세계 의장국을 하는 것이 얼마나 선진화 이미지에 도움이 되는지 설득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만나주지 않으셨습니다.

◇ 김현정 앵커> 못 만나셨네요. 그런 이야기하실까봐 안 만나주셨나요.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