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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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수) 산악인 허영호 "오은선 칸첸중가 등반시간.. 슈퍼우먼만 가능"
2009.11.25
조회 248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산악인 허영호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오은선 대장. 이제 14번째 봉우리만 등정하면 세계 최초라는 타이트를 거머쥐게 되는데 지금 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바로 지난 5월에 완등했다고 알려진 13번째 봉우리. 그 정상에서 찍었다고 제시한 사진이 가짜일 가능성, 그러니까 정상이 아닐 가능성이 제기가 된 건데요. 오은선 씨의 해명은 심한 눈보라와 눈 반사 때문에 주위가 온통 하얗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정상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었고 같이 갔던 현지 셰르파가 정상이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는 겁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산악인 허영호 씨를 연결해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지금 문제가 된 게 정상에서 찍은 사진인데 정상에서 찍는 사진이란 것이 어떤 의미인가요?

◆ 허영호> 가장 중요하죠. 정점에 갔느냐 안 갔느냐. 그곳이 목적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거죠.

◇ 김현정 앵커> 말하자면 정상을 밟았다는 증명사진이군요?

◆ 허영호> 그렇죠. 그게 없으면 잘못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안 갔을 수도 있고요.

◇ 김현정 앵커> 정상 밟은 사람들은 반드시 찍습니까?

◆ 허영호> 꼭 반드시는 아니에요. 카메라가 작동이 되면 눈보라가 몰아쳐도 찍죠. 카메라가 고장이 나서 못 찍을 경우도 있잖아요. 그러면 같이 올라갔던 동료나 셰르파가 입증해주는 방법도 있고요. 어떨 때는 정상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하산하다가 카메라를 잃어버렸다, 이런 산악인들도 있어요.

◇ 김현정 앵커> 그런 경우는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까? 객관적인 증명이 안 되는데요.

◆ 허영호> 그게 이제 결국 논란에 휘말리게 되죠.

◇ 김현정 앵커> 전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나요?

◆ 허영호> 최근에도 있었고 여러 건들이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래서 이런 논란이 없게 하려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정상에서 찍은 증거사진, 증명사진이군요?

◆ 허영호> 네. 정상이라는 게 평균적으로 많은 등산가들이 갔다 왔기 때문에 주위의 상황, 놓여있는 바위라든가 그 모습을 거의 다 알고 있습니다. 정상이 어떻게 생겼다, 또 마지막 캠프에서 정상까지는 평균 얼마가 걸린다, 이런 기준이 있으니까요. 그것을 가지고 이 친구가 참 빨리 갔구나, 늦게 갔구나, 이런 것을 알 수가 있죠.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오은선 대장의 사진을 보면 칸첸중가 정상인지 아닌지 여부를 알기가 어렵게 찍은 건가요?

◆ 허영호> 저도 자세히 모르겠어요. 그 사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도 칸첸중가에 다녀 온 산악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다 대충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고 있겠죠.

◇ 김현정 앵커> 그런 분들의 말씀이 지금 정상이라고 생각할만한 근거가 되는 것들을 찍지 않았다, 그런 부분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허영호> 찍든 안 찍든 간에 마지막 캠프에서 정상까지의 산 높이의 평균치가 있어요. 대충 몇 시간 걸린다는 평균 기준치가 있습니다. 그것보다 빨리 간다는 것은 엄청난, 우리가 이야기하는 슈퍼클라이머라고 하는데 그런 것은 지구상에서 한두 명 나올까 말까죠.

◇ 김현정 앵커> 지금 사진도 문제지만 시간이 더 문제라는 말씀이세요?

◆ 허영호> 그런 걸 예측하면 등산 전문가들은 정상을 갔는지 안 갔는지를 다 판단할 수 있죠.

◇ 김현정 앵커> 그럼 이번 오은선 대장의 경우 시간을 한번 보겠습니다. 칸첸중가에 올랐던 다른 산악인들의 경우, 남자인 박영석 대장은 5시간, 외국 여성 산악인은 10시간 정도 걸렸던 구간인데 오은선 대장은 3시간 40분 정도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이것도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 허영호> 3시간 30분, 40분 걸렸다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슈퍼우먼이라고 보면 되죠.

◇ 김현정 앵커> 박영석 대장보다 오은선 대장의 실력이 더 출중했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 허영호> 날씨에 따라 가변적인 상황들이 있죠. 날씨가 좋을 때도 있고 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고 가는 길에 눈이 많이 왔다, 눈이 없다, 이런 상황에 따라서 시간 편차가 많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오은선 대장이 간 그 날은 눈보라가 심했다고 하거든요.

◆ 허영호> 그럼 사람들이 의심할 부분들이 더 생기겠죠. 하여튼 그 정도로 빨리 간다고 하면 제 판단에는 슈퍼우먼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슈퍼우먼, 원더걸이군요. 그래서 지금 사진도 문제고 시간도 문제인데. 오 대장은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날씨가 궂어서 어디가 어디인지 잘 판단이 안 되는 상황에서 현지인 셰르파가 ‘여기가 정상 맞다. 여기서 사진 찍어라’ 이렇게 말했다는 겁니다.

◆ 허영호> 저도 그런 유혹이 있었어요.

◇ 김현정 앵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허영호> 저는 1982년에 마카루,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마카루라는 곳을 갔는데요. 정상 봉우리가 두 개가 비슷해요. 어느 것이 정상인지 구분이 안가요. 결국 건너편 끝까지 갔죠. 건너편 봉우리까지 올라갔는데 그 때 사진을 찍으면서 바위 밑에서 장난감을 발견했어요. 그 장난감을 갖고 왔는데 그 장난감이 폴란드에 있는 산악인이 갖다 놓은 거다, 이래서 입증이 된 경우도 있고요.

◇ 김현정 앵커> 누군가 놓고 온 깃발이라든지 물건이라든지 이런 것이요.

◆ 허영호> 네. 87년에는 동계 에베레스트 올라갔을 때, 원래 삼각대가 있었는데 제가 정상에 올라갔을 때 삼각대가 없었어요. 한국의 많은 클라이머들이 사진이 가짜다, 정상 아니다, 이렇게 말했는데 저는 분명히 정상에 올라갔거든요. 주위의 사진을 보면 정상이 아니다, 360도 사진도 다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크게 문제가 없어지죠.

◇ 김현정 앵커> 오은선 대장도 날씨가 그렇게 헷갈리는 날씨 상황이었다면 뭔가 깃발이라도 하나 가지고 오든지, 깃발 옆에서 찍든지 했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 허영호> 그렇죠. 보통 큰 산의 정점에는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이 산의 마지막 정점이라는 이야기죠.

◇ 김현정 앵커>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를 하는 게 옳다고 보세요? 다시 갔다 와야 됩니까?

◆ 허영호> 본인의 양심적인 문제죠. 정상에 갔으면 다시 도전할 필요가 없겠지만 본인 양심에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됐을 때는 다시 재도전 하는 것이 맞는 거죠.

◇ 김현정 앵커> 예전에 엄홍길 대장 같은 경우는 이런 논란이 일자 아예 한 번 더 갔다 오셨다고, 그런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알겠습니다. 산악계 내부의 이야기를 이렇게 산악인이 하는 게 쉽지 않은데 시원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논란이 불거져서 산악인으로써 착잡한 생각도 드시죠?

◆ 허영호> 글쎄 이런 일이 없으면 좋은데요. 2년 전에도 셰르파를 매수해서 정상에 안 갔는데 갔다, 이렇게 발표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이런 일이 가끔가다 있으니까 한쪽으로는 속상하죠.

◇ 김현정 앵커>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허영호> 네.

◇ 김현정 앵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