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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월) 조희문 영진위원장 "대종상 개선, 내년부터 변화 기대”
2009.11.16
조회 217
지난 한 주 동안 영화계에서는 교차상영논란이 큰 문제가 됐습니다. 멀티플렉스(multiplex)라고 해서 많은 상영관을 가지고 동시에 여러 영화를 상영하게 되는데, 그런데 어떤 영화는 상영관 하나를 다 차지하지 못하고 다른 영화와 교차로 상영된다거나 심한 경우에는 아예 조조나 심야시간에만 상영이 되는 겁니다. 당연히 관객의 선택을 받기가 어려워지는 거겠죠. 지난주에 영화 ‘집행자’의 배우 조재현 씨가 이 문제 때문에 눈물의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고, 또 ‘하늘과 바다’라는 영화도 교차상영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필름을 자진 회수했습니다. 과연 어떤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영화진흥위원회 조희문 위원장 연결돼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집행자’라는 영화는 영진위에서 3억 원 지원을 받은 작품이에요. 그런데 이런 문제가 불거져서 좀 당황스러웠을 것 같아요?
◆ 조희문> 네. 옆에서 보기에도 참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지원한 영화가 좀 잘되고, 또 관객들이 많이 사랑을 해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는데, 영화사 측에서는 아마 나름대로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잘하면 지원금을 다 회수해서 갚을 수도 있을 거라고 기대도 했었는데, 실제로 상영되는 과정에서는 지금 말씀하신 대로 정상적인 상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좀 중간중간에 이렇게 교체가 되는, 업계 용어로는 ‘퐁당퐁당’이라고 하는 용어로 통하고 있는데요. 그런 경우를 당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 대표와 주연배우,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영화계에서 보면 이 일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요.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생기면서 이것이 사실 업계에는 오래된 일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이런 일들이 크게 노출되지 않았던 것은, 영화가 규모가 작고 또 제작자나 감독, 주연배우로 출연한 인물들의 면면이라 할까, 이런 것들이 어떤 사회여론을 끌만큼 큰 경우가 드물었다고 할 수 있는데...
◇ 김현정 앵커> 대부분 군소영화였죠? 주연도 잘 안 알려진 분들의 영화?
◆ 조희문> 네. 그렇다보니까 관객들에게 잘 노출되지도 않고, 또 극장 측에 대해서 뚜렷한 주장을 하기에도 힘이 부쳤던 이런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 같은 ‘집행자’ 같은 경우에는 주연했던 조재현 씨가 일반관객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고, 이런 측면이 때문에 이번엔 특히 여론에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위원장님, 이게 어떤 영화에 시간을 얼마나 배정하는가는 철저히 극장주 마음인가요?
◆ 조희문> 사실 계약관계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극장주의 마음이다’라고 단정하긴 좀 어렵습니다. 극장도 나름대로 영업기관이기 때문에 어떤 영화를 상영해야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지 자기네 수익이 많이 발생하는지를 판단하게 되거든요. 모든 영화를 다 골고루 상영하기는 사실상 힘들게 되지요. 그러다보니까 상업성, 흥행성이 좋다고 생각되는 영화는 여러 개 극장들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해운대’ 같은 경우는 보통 한 900개 이상의 극장에 걸린 경우도 있는데요. 반대로 ‘흥행성이 약하거나 좀 여러 가지로 수준이 미달한다’라고 생각되는 영화는 극장 측에서도 기피하겠죠.
그런데 영화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되기 때문에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그렇게 하더라도 우리는 감수하겠다’라고 해서 계약을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계약관계이기 때문에 어떤 영화에 대해서 단순히 이것이 좋다, 나쁘다, 이렇게 단정하긴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누군가 개입을 해서 ‘이것은 잘못됐다’라고 지적을 할 수 있는 문제하고는 성격이 다르다고 하겠고요.
◇ 김현정 앵커> 그 말씀은 영화진흥위원회가 개입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조희문> 공식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말씀이죠. 그러나 여론을 환기한다든지 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서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을 개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극장운영에서도 안정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고, ‘이것이 제작사나 극장 측 모두에게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을 이해시키는 작업들, 또 그런 것들에 대한 관심을 유도해내는 것,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화진흥위원회가 해야 될 일은, 극장업계 관계자들과 어떤 긴밀한 협조나 협의를 통해서 장기적으로 이런 부분들에 대한 어떤 개선을 요구할 수는 있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런데요. 그저 대화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이건 공정거래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예를 들어서 투자, 제작, 유통까지 한꺼번에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요즘 점차 많아지는데. 이런 경우에는 자기가 투자한 영화, 제작한 영화에 대폭 상영관을 배정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군소영화들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이고. 공정거래상 좀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요?
◆ 조희문> 그런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러나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영화를 똑같은 가치로 평가하거나 유통하기는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고 있는 방식 중의 하나가 ‘예술영화전용관 제도’라는 것이 있는데요. 이것은 말하자면 비상업적인 영화 중에 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영화 중에서 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극장 측을 지원해주는 방식입니다. 극장 측이 손해를 보더라도 그런 것들을 보존해줄 수 있는 이런 방법이 되겠는데요.
전국적으로 이런 극장이 대략 20개쯤이 됩니다만, 영화사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거죠. 기왕 영화를 상영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예술영화전용관 같은, 이렇게 말하자면 눈에 덜 띄는 극장이 아니라 큰 극장들, ‘우리가 일반적으로 관객들이 볼 수 있는 유명극장의 스크린에서 영화를 상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것이 기대이거든요. 그래야 상대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알려질 수 있다’라고 하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극장 측에서는 ‘작은 영화들, 큰 극장에서 상영하게 된다’라고 하는 것은 ‘자기네 영업상 부담이 너무 크다’라고 하는 부분이 충돌하게 됩니다.
◇ 김현정 앵커> 계속해서 설득작업을 나서시겠다, 이런 말씀을 하고 계시는 거네요.
◆ 조희문> 네.
◇ 김현정 앵커> 시간이 별로 없지만 제가 한 가지 질문을 더 드리고 싶습니다. 대종상 말입니다. 지금 공정성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아예 지원을 끊을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지금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 조희문> 뭐, 더 잘하라고 하는 질책 겸 격려의 말씀이 아닌가 생각을 하는데요. 대종상영화제는 한국영화상 중에서는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습니다. 대략 46년 정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러나 역사나 규모에 비해서 대중적인 신뢰도 부분에서는 해마다 좀 기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어떤 결과를 두고 관객들 사이에서 또는 일반 사회 쪽에서 ‘저것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느냐’ 이런 비판과 또 질책들이 자주 나오고 있는데요. 결국 그것이 한국영화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우려들을 개선하고 영화인들 모두와 관객들이 동의할 수 있는 영화축제가 될 수 있다면 이것은 결국 한국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더하고, 관객들에게도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이런 중요한 자리가 된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 김현정 앵커> 시상대신 축제의 장으로 운영개선책도 생각을 하고 계신 모양이군요?
◆ 조희문> 다각도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게 정말로 한국영화를 위한 축제가 될 수 있다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관객들에게 큰 관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그런 행사가 될 수 있겠는데, 그런 부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쯤에는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 김현정 앵커> 위원장님,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