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20(금)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서울대가 이상해"
2009.11.20
조회 346
-'뇌물복직''세종시이전' 등 정체성 혼란
-정권 순응주의적 분위기 우려
-대학은 '기업'과 달라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울대 서양사학과 최갑수 교수
요즘 서울대가 술렁거립니다. 청계천 복원사업과정에서 뇌물수수혐의로 복역했던 양윤재 전 서울시부시장이 교수직 복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양 전 부시장의 전과도 전과지만 이 분이 대통령의 측근이기 때문에 논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는 서울대 공대학장이 세종시에 공대 제 2캠퍼스를 세우겠다고 공언을 했죠. 이 발언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하는데요. 내부 교수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의 최갑수 교수 만나보죠.
◇ 김현정 앵커> 양윤재 전 서울시부시장, 환경대학원 교수를 지내다가 2002년에 서울시부시장으로 발탁됐습니다. 그 후에 청계천 사업을 주도하다가 4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했네요. 현재 복직이 어디까지 추진되고 있는 건가요?
◆ 최갑수> 인사 문제라는 게 외부로 공개되는 게 아니니까 저도 여러 가지 뉴스를 통해서 듣는 거로는 농생대 기금교수로 인사가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환경대학원 교수를 지내신 분인데 어떻게 농업생명대학 쪽으로 추진 중이세요?
◆ 최갑수> 제가 알기로는 이 분이 환경대학원에 계셨고 그래서 환경대학원 측에 물밑 교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서 부정적이었던 것 같고요. 이 분이 학부를 공대를 나오신 분입니다. 공대 측에도 아마 물밑 교섭을 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거기서도 부정적이었던 걸로 전해 들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래서 상관없는 농업생명대학으로 복직을 추진 중이고, 직함도 기금교수네요?
◆ 최갑수> 농생대가 평창에 바이오단지 바이오캠퍼스를 만들고 있는데요. 아마 그 실무직을 맡기려고 그런 것 같습니다. 아마 이 분을 로비능력이 있다고 판단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기금교수라는 직함으로 복귀시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기금교수라는 게 원래 있는 직함입니까?
◆ 최갑수> 네. 기금교수라고 하는 자리는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의과대학이나 경영대 같은 곳, 자체로 돈을 마련해서 모시는 거고 교육부 발령은 아니죠. 그러나 이런 기금교수가 서울대학교에 300분 가까이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복직에 대한 서울대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떤가요?
◆ 최갑수> 미묘하죠. 일단 이 분이 복권이 됐으니까 들어올 수는 있는데 어쨌든 교수직이라는 게 연구와 교육을 해야 될 자리니까 이를 테면 도덕적인 문제도 개입되어 있는 것이고요.
◇ 김현정 앵커> 교수라는 것은 선생님이시잖아요.
◆ 최갑수> 그럼요. 이 분이 일종의 폴리페서이신데 그렇기 때문에 적절치 못한 것 아니냐, 하는 내부의 반응도 꽤 있는 거죠.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이 분이 오래 학자 생활을 했으니까 정말로 그 지식이 훌륭해서 모시는 걸로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건가요?
◆ 최갑수> 그렇다면 당연히 환경대학원 측에서 받아 들였어야 되는 거죠.
◇ 김현정 앵커> 그 쪽에서 거부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은 어떤 부분에 있어서 의심을 하시는 건가요?
◆ 최갑수> 그러니까 아까도 말씀 드렸습니다만 이 분이 복귀라는 말은 아니고요. 신규채용이니까 학교를 그만 두신 겁니다. 지난번에 이 양반이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심에서 확정판결이 나면서 학교에서 자동적으로 이 분을 해직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그 당시 서울시 부시장으로 가신 분이고요. 그러니까 그런 과정이 우리가 말하는 바람직한 교수상에는 적절치 않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이제 와서 돌아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이런 입장이신데 정년이 얼마나 남으셨어요?
◆ 최갑수> 아마 4. 5년 정도 남았을 겁니다.
◇ 김현정 앵커> 굳이 학교로 돌아오시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 최갑수> 그것은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죠. 개인의 행보에 관한 것이니까요. 다만 농생대 측에서는 이 분이 가지고 있는 로비능력 같은 것을 산 것 같고요. 이미 이 분은 제가 알기로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입니다. 위원이 장관급입니다. 현재는 그런 상태로 되어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다면 혹시 양 전 부시장이라는 정권의 실세에게 힘을 실어주고, 대신 서울대가 가진 오랜 숙원사업들을 해결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이런 의심도 할 수 있다는 거군요?
◆ 최갑수> 그렇게까지 명확할지는 모르겠는데요. 다만 서울대학교의 분위기에 미루어보면 이게 좀 문제가 있다, 라는 생각은 하게 되죠.
◇ 김현정 앵커> 혹시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교수들이 많이 계십니까?
◆ 최갑수> 꽤 있을 겁니다. 그런 것이 공식적으로 논의되거나 표출이 되진 않죠.
◇ 김현정 앵커> 행동에 나서는 것은 없다, 교수님들 속으로만 생각하고 계시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최갑수> 그렇습니다. 아주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예를 들면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거나 이렇게 되면 시국선언 같은 것을 통해서 교수들의 의견을 표출합니다만 모든 사안에 대해서 의견을 표출하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다면 이렇게 추진되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가요?
◆ 최갑수>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어떤 통로로든 우려가 전달이 될 거고요. 이 문제만이 아니고 서울대가 여러 가지 문제가 내부에 걸려있습니다. 아까도 말씀하신 공대학장이 제 2공대 캠퍼스 발언 같은 것도 하고요. 전체적으로 보면 서울대 법인화 같은 것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제 근본적으로 서울대가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 아닌가,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앵커> 그게 무슨 말씀이실까요?
◆ 최갑수> 서울대는 지난 1946년에 개교 된 이래로 국립대학으로서의 위상을 가져왔고 그간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민주화와 산업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고, 또 그것이 서울대학교의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요즘에 와서 느끼는 것은 국립대학으로서의 정체성,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흔들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국립대학이라고 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벤치마킹을 할 때 미국의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하고 또 국내에서는 주로 수도권에 사립대학과 견주어가게 되고요. 국립대학으로서 마땅히 해야 될 역할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교육의 공공성을 세우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지방대학과 수도권대학의 균형발전이라든가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균형발전, 기초학문 응용학문의 균형발전 이런 부분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고 게다가 정권과 관련해서 어떤 순응주의 같은 색채들이 강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순응주의요? 정권에 순응한다, 서울대가 왜 그러는 걸까요?
◆ 최갑수> 대학 발전을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재정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이해가 갑니다만 그러나 대학은 기본적으로 국가나 기업과는 다른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는 것이거든요.
◇ 김현정 앵커> 그렇다면 서울공대 제 2캠퍼스를 세종시로 옮기는 이 문제도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이런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 최갑수> 저는 그렇게 느껴집니다. 물론 본부에서는 학장의 발언에 대해서 구두경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이제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이죠.
◇ 김현정 앵커> 사실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서울대가 움직인다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텐데 그런 것을 알면서도 서울대가 지금 비즈니스마인드로 접근하고 있다, 이런 말씀이세요?
◆ 최갑수> 그런 것도 있고, 어떻게 보면 국민과 더불어 대학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하는 고민이 상대적으로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김현정 앵커> 이런 문제들이 말입니다. 서울공대가 움직이는 문제라든지 문제 있는 교수의 복직이라든지 이런 것이 한두 사람에 의해서 결정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대학내부에서부터 공론화가 되어야 할 텐데 서울대의 분위기가 그러기 어려운가요?
◆ 최갑수> 네, 어렵게 되어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왜 그렇습니까?
◆ 최갑수>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이라는 것이 전보다 약화된 것 같고요. 그런 역할을 해야 될 기구 같은 게 있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고요. 교수들의 의견을 모아내는 교수협의회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교수협의회는 일정한 역할을 합니다만 현재 임의기구로 되어있어서 강제력이 없는 것이죠.
◇ 김현정 앵커> 이 문제도 역시 교수님들이 속으로는 반론을 가지고 끙끙거리고 계시지만 하나로 모아져서 힘을 받긴 어렵다, 힘을 내서 공론화하긴 어렵다, 이런 말씀이세요?
◆ 최갑수> 위기상황이라고 교수들이 느끼기 전까지는 그런 논의가 모아져서 표출되긴 어렵다, 하는 것입니다.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서울대 내부 분위기는 어떤지 들여다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