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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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금) 소설가 공지영 "사형이 피해자 살린다면 찬성하겠지만..."
2010.02.26
조회 286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소설가 공지영

‘사형제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가 1996년 판결과 똑같은 결정을 이번에도 내렸습니다. 다만 14년 전에는 재판관 중 합헌7, 위헌2였고 이번에는 합헌5, 위헌4인데요. 사형제가 폐지되어야 된다고 늘 주장해오던 분들은 이번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사형수를 주제로 한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작가시죠, 공지영 씨 연결해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이번 판결, 어떻게 보셨어요?

◆ 공지영> 실망스럽게 봤죠.

◇ 김현정 앵커> 왜일까요?

◆ 공지영> 그 내용을 보면, 사실은 내용적으로는 위헌적 소지가 상당히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도 결정하지 않은, 씁쓸함 같은 것들이 느껴졌습니다.

◇ 김현정 앵커> 내용적으로는 이미 인정한 거라는 말씀이세요?

◆ 공지영> 거의 보도도 그렇게 나오고 있고요. 5대 4라고 하지만 합헌이라고 하신 두 분 정도가 현행 법률을 좀 고치고, 그리고 이 논의를 국회로 넘기자는 의견을 말씀하신 걸로 제가 알고 있었거든요.

◇ 김현정 앵커> 극악 범죄에 대해서 사형을 한다는 조건으로 합헌이다, 이렇게 말씀하신 것 말이죠?

◆ 공지영> 네.

◇ 김현정 앵커> 그런 부분에서, 이번에 아예 폐지가 됐었어야 된다고 보시는 거예요?

◆ 공지영> 네.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사형제를 찬성하는 분들은 그래도 무기징역보다는 이 사형제가 범죄억제효과가 있지 않겠느냐, 최근 흉악범죄 늘면서 우리 불안이 커지는데, 이거 없애버리면 더 흉악범죄 늘어나는 것 아니겠느냐, 이런 주장들 하시거든요?

◆ 공지영> 그게 오래된 논란입니다만, 결론을 조사한 것을 말씀드리면, 사형제가 범죄를 억제한다는 증거가 없고, 또 거꾸로 말하면 사형제 폐지가 또 범죄를 억제한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회의 모든 문제들이 간단하게 사형제 하나만 가지고 억제되고 억제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요, 그것과는 다른 어떤 차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사형을 시키면 무서워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은 사실은 별로 신빙성이 없는 말인 게...

실제로 그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만나보면 자기가 오히려 마지막에 잡히기 전에 죽으려고 했다, 바로 자기 손으로 죽으려고 했다는 사람도 꽤 많고요.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죽을까봐 무서워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들은 사실은 원래 범죄를 안 저지르는 사람들뿐’이라는 유명한 말도 있죠.

◇ 김현정 앵커> 예방효과는 없다는 말씀이세요?

◆ 공지영> 네, 증명된 것이 거의 없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럼 인권이라는 측면은 어떻습니까? 사형제의 찬성론자들의 가장 핵심적인 주장은 남의 인권을 망쳐놓은 흉악범들한테 무슨 인권을 들이대느냐, 이 부분을 주장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 공지영> 그건 저도 심정적으로는 그렇죠. 그렇지만 언제나 범죄자라해도, 어떤 범죄자라해도 인권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평등하게 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볼 수가 있죠. 예를 들면 함무라비 법전 같은 것에서는 도둑질한 자도 사형에 처하고, 술 취한 성직자도 사형에 처하는 것이 3000년 전의 법률이었거든요. 그때도 그것은 상당히 흉악한 범죄에 속했었던 거지만, 현대에 특히나 인권들이 계속 신장하면서 사람의 생명에 대해서 점점, 말하자면 귀중한 쪽으로 온 인류가 가고 있는 것도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하는 거죠.

◇ 김현정 앵커> 사실 막연히 사형수를 떠올리는 것하고 직접 그들을 만나보고 이런 것 느끼는 거하고는 상당히 다를 거예요. 공지영 씨는 아마 사형수들을 만나면서, 취재하면서 뭔가 느낀 게 있으셔서 이렇게 폐지론자가 되신 게 아닌가 싶은데... 어떤 신념을 갖게 되신 건가요?

◆ 공지영> 폐지론자가 됐던 것은 사형수를 만나기 전에 이미 자료들을 조사하면서 폐지론자가 되어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고요. 실제로 만나보고 나서 그 결심을 굳혔죠. 실제로 59명의 사형수들을 제가 모두 만난 건 아닙니다만, 그 안에서 얘기를 들었을 때 변하지 않고 있는 사람도 두 세 사람은 되죠. 하지만 나머지 분들은 완전히 변한 사람이 되었고요. 또 실제로 예전에 70년대에 서른 몇 명을 죽였던 김대두 같은 분도 3년이 지난 후에 변하기 시작해서 죽기 전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서 죽었습니다.

그런데 예를 들면 이 사형제폐지운동에 있어서 이런 분들이 착해졌기 때문에 죽이면 안 된다, 이런 차원은 사실은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논의가 잘못하면 굉장히 감정적이고 동정적인 것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는 사실 이런 이야기는 자제하는 편입니다.

◇ 김현정 앵커> 다른 사람으로 개과천선했기 때문에 살려주자, 이런 의미는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 공지영> 네, 물론 나중에 가서는 논의가 돼야 되겠지만, 전체적인 기본 원칙에 있어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러니까 인권 차원, 또 한 가지는 재판이라는 게 완전할 수 없다는 측면, 그런 측면에서 더 고려를 해야 된다?

◆ 공지영> 그리고 인간의 생명은 어떤 국가권력이나 이런 것에 의해서 좌지우지될 수 없다는 기본적인 철학 같은 것들도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지금 청취자 질문이 많이 들어오는데요. ‘공 작가님, 만약 자신의 직계가족이 피해를 당했을 때를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울분이 터지겠습니까?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복수를 하고 싶을 텐데?’ 이런 질문에는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 공지영> 저 같은 경우도 이런 잔인한 질문이 와요. 저 같은 경우도 ‘당신 아이들이 죽었으면 어떡할 거냐?’ 이런 끔찍한 질문들을 하시는 경우도...

◇ 김현정 앵커> 이런 댓글이 굉장히 많이 달립니다.

◆ 공지영> 네, 저의 어떤 힘든 면이기도 한데요. 솔직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이미 일어나버렸다면 제가 범인을 잡아서 정말 그분들의 생명을 끊어서 저의 아이가 살아올 수 있다면, 저의 가족이 살아올 수 있다면 한번 다시 생각해봐야 되겠죠. 하지만 또 하나의 생명을 또 죽이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깊은 고민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올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 공지영> 그러면 한 번 생각해보겠지만... 또 하나의 생명, 그 사람도 또 누군가의 아들이고 아버지이고 이럴 텐데요... 그런 것들이 과연 보복이라는 차원이 인류를 평화로 인도할 수 있는가, 우리를 모두 안전한 상태로 인도할 수 있는가, 하는 사실 역사가 이미 아니라는 것을 많이 증명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될 거다, 이런 말씀이세요. 그 고리는 끊어야 한다는 말씀?

◆ 공지영> 네. 다만 국가가 보복해준다는 차원이 될 수도 있는데요. 그것이 결코 사람들을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향의 상태로 전혀 인도하지 않는다는 건 우리가 이미 많이 보아왔던 거죠.

◇ 김현정 앵커> ‘혹시 사형수를 주제로 한 소설을 또 구상하고 있는 건 없느냐?’ 이런 질문도 오네요?

◆ 공지영> 그렇진 않습니다. 충분히 제가 다 했고요. (웃음)

◇ 김현정 앵커>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