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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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금) 용산참사 유가족 정연신 "이런 크리스마스 상상도 못했다"
2009.12.25
조회 265
- 두 번의 명절, 참사는 지금도 진행 중
- 총리 용산 방문 후 ‘책임 회피’ 속상해
- 크리스마스 소원 “장례 치렀으면”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용산참사 유가족 정연신 씨

이분들에게도 크리스마스가 있을까요? 용산참사 유가족분들은 오늘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을까요? 고인이 된 시아버지는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남편은 구속돼 있는 상황입니다. 용산참사 유가족 정연신 씨 만나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사건이 발생한 게 1월 20일인데, 결국은 12월 25일까지 왔네요. 크리스마스를 맞는 기분은 어떠세요?

◆ 정연신> 마음이 되게 아프고요.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크리스마스를 맞게 되니까 더더욱 마음이 무거워요.

◇ 김현정 앵커> 올 크리스마스가 이런 크리스마스가 되리라고는 상상을 한 번이라도 해보셨습니까?

◆ 정연신> 전혀 상상을 못 했고요. 저희는 전부다 기독교 신자거든요. 그래서 올해도 다 같이 손잡고 성탄예배 보러 가리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다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 마음 아픈 크리스마스를 맞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 김현정 앵커> 남편은 구속 중인데 어떻게 면회는 자주 가세요?

◆ 정연신> 면회는 매일매일 가고 있어요.

◇ 김현정 앵커> 면회 가서 무슨 얘기 좀 나누셨어요?

◆ 정연신> 무엇보다도 피해자이면서 제일 마음 아픈 게 저희 남편이기 때문에 아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으니까 힘내고... 아직 몸이 좀 많이 불편하세요, 그래서 몸 잘 챙기고 있으라고 이런 저런 얘기 해주고 있어요.

◇ 김현정 앵커> 그날, 1월 20일에 당한 부상 때문에 아직도 불편하신 건가요?

◆ 정연신> 네.

◇ 김현정 앵커> 그러시군요. 두 분 결혼한 지 8개월 만에 이런 참사가 벌어진 걸로 제가 들었습니다. 제대로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추억이나 있으신지 모르겠어요?

◆ 정연신> 제가 작년 5월에 결혼을 하고, 또 결혼을 하자마자 이런 재개발이라는 것을 맞닥뜨려서 하루하루 계속 살얼음판 걷듯이 걸어서 딱히 즐거운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다 같이 손잡고 교회 가서 성탄예배보고, 맛있는 거 먹고, 이랬던 기억은 있어요. 그래서 더 더욱더 마음이 아프네요.

◇ 김현정 앵커> 왜 안 그렇겠습니까... 지금 용산상황이 과연 어디까지 진행된 건지 참 궁금합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들은 용산 뉴스는 10월 28일에 있었던 1심 재판 뉴스, ‘농성자 7명은 5년에서 6년형을 받았고, 2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런 뉴스였는데요. 그 후에 즉각 항소를 하신 거죠?

◆ 정연신> 네, 항소심은 했고요. 그런데 지금 검찰도 항소를 한 상태이고, 지금 재판부 결정은 됐는데 아직 날짜는, 언제 재판이 다시 개최된다, 이런 거는 통보받는 적 없고 전부 그대로 진행되고 있어요.

◇ 김현정 앵커> 그때 돌아가신 분들은 여전히 장례도 못 치르고 계시는 건가요?

◆ 정연신> 네, 아직도 순천향병원 영안실에 5분 모두 계시고 저희들은 현장에서 하루하루 생활하고 그러고 있죠.

◇ 김현정 앵커> 유가족들 전에는 병원에서 함께 모여서 생활하신다고 들었는데, 병원에서는 나오셨습니까?

◆ 정연신> 네, 병원에서 장례비용이 하루하루 있다 보니까 너무 엄청난 액수고 저희가 감당할 수도 없는 그런 금액이기 때문에 이제는 나와서 현장에서,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 김현정 앵커> 천막에서 다 함께 지내세요?

◆ 정연신> 네, 5가족이 다같이.

◇ 김현정 앵커> 5가족이면 몇 분이나 되십니까?

◆ 정연신> 아이들까지 하면 한 15명 정도 있어요.

◇ 김현정 앵커> 생계는 어떻게 하세요, 그러면?

◆ 정연신> 그나마 천주교나 기독교나 많은 분들이 많이 도와주세요. 쌀도 갖다 주시고, 겨울이면 양말도 갖다 주시고, 학생들 장학금도 대주시고, 그래서 그런 도움 받으면서 하루하루 보내고 있어요.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정운찬 총리가 총리 되자마자 용산으로 갔습니다. 참, 떠들썩하게 뉴스도 되고 했는데. 그 이후로 어떻게 정부 관계자하고 대화는 없는 건가요?

◆ 정연신> 네, 저희는 그게 제일 속상해요. 총리가 와서 마치 용산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얘기를 해놓고, 와놓고는 ‘정부에 대한 책임 없다, 정부는 이 책임이 없다, 해줄 게 없다’라고 말한 것 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언론에서는 마치 정운찬 총리가 와서 용산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도가 된다는 거죠. 저희는 그 사람이 차라리 총리가 안 왔다면 더 오히려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 매일 하고 있어요.

◇ 김현정 앵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정연신> 저희는 요구하는 게 없거든요. 그냥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살다가 5명이 이렇게 처참하게 돌아가셨는데, 정부가 어느 정도 책임이 있어야 되는데 그 책임을 회피하려고 여지까지 왔고, 그것을 마치 정운찬 총리가 해결해 줄 것처럼 와서는 정작 한다는 말은 ‘정부가 책임 없습니다’ 였거든요.

◇ 김현정 앵커> 그날 사과하고 그랬던 것 아닌가요?

◆ 정연신> 아니에요. ‘그냥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정부는 책임이 없습니다’ 이거였거든요.

◇ 김현정 앵커> 그 이후로도 아무런 진전은 없다, 이런 말씀이세요?

◆ 정연신> 네.

◇ 김현정 앵커> 이런 답답한 상황, 모든 게 현재진행형인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그 와중에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긴 있더라고요. 고등학생 유가족 중 한 친구가 대학에 입학했다면서요, 이번에?

◆ 정연신> 네, 네.

◇ 김현정 앵커> 다 같이 너무나 오랜만에 기쁜 소식이었을 것 같아요?

◆ 정연신> 정말 기쁜 소식인데, 또 한편으로는 그 친구가 엄마는 이렇게 현장에 나와 있고, 아빠는 없고, 또 형이 얼마 전에 군대에 갔어요.

◇ 김현정 앵커> 아버지는 돌아가신 건가요, 이번에?

◆ 정연신> 네, 그러니까 형도 군대 가고 엄마는 매일 이렇게 농성장에서 이러고 있는데 자기가 대학을 가면 엄마가 더 힘들지 않을까 해서 대학을 포기하려고 했었어요.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이제 다행히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해서 대학을 가게 돼서 이제는 다른 가족이 아니고 우리 가족이거든요. 15명이 다 한 가족이 돼서 우리 일처럼 기쁜 일이었죠. 그래서 다 같이 축하한다고 말도 하고 그랬어요.

◇ 김현정 앵커>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됩니까? 10대 아이들... 혹 더 어린 아이들도 있고 그런가요?

◆ 정연신> 네, 저희 조카가 이번에 고등학교 갔고요. 그리고 고3 되는 친구들이 2명 있고요.

◇ 김현정 앵커> 저는 사실 아이들 걱정이 제일 먼저 됩니다. 너무 오랫동안 천막생활을 해서 말이죠?

◆ 정연신> 솔직히 지금 한창 자라는 애들이고, 한창 공부를 할 나이인데... 천막에서 비좁은 데서 같이 잠자고, 또 일어나서 학교가야 되고... 그런 게 제일 마음에 아프고. 걔들이 또 보는 게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참, 우리를 억압하는 사람들 밖에 없고. 경찰들이 어머니들 어떻게 할까, 마음조리면서 학교에 가고... 이런 모습 보면서 제일 속상해요.

◇ 김현정 앵커> 상처는 안 받았나 모르겠어요. 참 민감한 시기, 사춘기 아이들인데?

◆ 정연신> 이제 내색을 안 해요, 애들이. 어머니들이 더 힘든 것을 알기 때문에 많이 내색은 안 하고, 오히려 애들이 이제 서로 서로 형, 동생 하면서 자기들끼리 고민 있으면 얘기해주고 서로 많이 의지하는 것 같아서 그런 모습은 참 보기 좋아요.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가끔은 포기하고 싶진 않으세요?

◆ 정연신> 솔직히 많이 힘들고 날이 추워지고, 또 해결의 기미는 안 보이고, 이래서 많이 지치고... ‘진짜, 여기서 그냥 주저앉아버릴까’라는 생각 정말 많이 했어요.

◇ 김현정 앵커> 그런 생각 하시는군요?

◆ 정연신> 그런데 그러다가도 옆에서 보면 저희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지금도 같이 천막에서 고생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런 분들 보면서 우리가 이렇게 약해지면 안 되겠다, 또 만약에 내가 여기서 무너진다면 내 2세가, 아니면 또 다른 사람들이 우리 같은 일을 또 겪을 수 있겠구나, 이런 일은 우리 말고 또 다른 사람들이 겪어서는 안 될 일인데 이런 얘기... 마음 또 다지면서 또 다시 신랑한테 가서... 신랑 또 얼굴 보면 또 그런 게 마음이 없어져요. 그러면서 제 마음을 다지고 있죠.

◇ 김현정 앵커> 새해 소망이라고 그럴까요, 크리스마스에 어떤 기도 하셨어요?

◆ 정연신> 진짜 저희 소망은 다른 거 바라는 것 없고, 진짜 명절을 두 번이나 여기서 보냈어요.

◇ 김현정 앵커> 그렇게 되나요, 추석 보내셨을 것이고, 설도 보내셨겠군요?

◆ 정연신> 네, 또 명절이 오는데 그때만큼은 장례도 치르고 해서 따뜻한 밥 한 끼 올리고 싶은데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또 진짜 철거민들이 죄가 있다면 시시비비를 다 가려야 되는데 어찌됐건 수사기록도 다 숨겨놓은 채 재판을 해서 이 사람들한테 징역을 준 거거든요.

◇ 김현정 앵커> 검찰이 수사기록 3천 페이지, 끝까지 안 공개했습니까?

◆ 정연신> 네, 공개를 안 했어요. 그래서 이제 새해 들어서 항소심 재판이 열릴 텐데 그때만큼이라도 숨겨놓은 수사기록을 내놔서 이 사람들이 제대로 된 재판을 받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네, 예수님이 들으셨을 겁니다. 너무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낮은 곳을 못 보지만 예수님은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셨다니까요... 아마 낮은 곳까지 굽어 살피실 것 같습니다. 용기 내시고요. 희망 잃지 마십시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