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29(화) 이만섭 前 국회의장 “빈대잡기 위해 나라 불지를 수 없다”
2009.12.29
조회 249
- 예산안 해 넘기면 사회적 큰 혼란
- 국회의장, 은퇴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 與 야당 참여 위한 ‘성의’ 보여야
- 野 ‘4대강’ 매달려 직무유기 안돼
- MB '준예산' 공개발언, 야당협박으로 보일 수도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만섭 前 국회의장

국회상황, 대체 어떻게 진행 중인지 좀 헷갈리시죠? 문제가 되는 4대강 예산과 그 밖의 예산을 따로 떼서 협상을 하자, 이른바 ‘투트랙 예산점검을 하자’ 여기까지는 뜻이 통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모레까지 두 가지 다 마무리 짓고 예산안 통과시켜야 된다’ 이런 입장이고, 민주당은 ‘모레라는 시한을 정하고 협상하지는 말자, 4대강을 얼렁뚱땅 직권상정하려는 수순 아니냐, 그런 생각은 마라’ 이런 얘기입니다. 따라서 대치상황은 크게 나아진 게 없는 그런 모양새죠. 작년 이맘때도 이분을 모셨던 것 혹시 기억하십니까? 원로정치인 이만섭 전 국회의장, 1년 만에 다시 초대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지난 이맘 때도 모셨던 것 기억하시나요?

◆ 이만섭> 기억하고말고요.

◇ 김현정 앵커> 그때는 미디어법, 한미 FTA, 이런 쟁점법안들 놓고 지금보다 더 극한 대치상황이었죠?

◆ 이만섭> 그러니까 어려울 때 날 찾아줘서 고마운데, 국회 여야 의원들이 내 이야기를 좀 들었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앵커> 그 당시에 “참담한 심정이다” 이러셨어요.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이 대치중입니다.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 이만섭> 지금은 가슴이 답답해서 질식할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왜 그 정도까지실까요?

◆ 이만섭> 여당은 정치력도 부족하고 사명감도 부족한 것 같고. 또 야당은 4대강 투쟁에 매달려서 다른 예산은 제대로 손도 못 대고 그대로 넘기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요. 다른 예산도 아주 심도 있게 심사를 해가지고 국민의 세액부담을 경감해줘야 할 텐데 이건 완전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오늘이 29일인데, 오늘은 빼고 나면 이틀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여야가 한걸음씩 후퇴를 해서 여당안과 야당안을 놓고 표결처리하는 길밖에 없어요. 그렇게 해서 그 결과는 국민들의 심판에 맡기는 거예요.

예산안은 어느 국회에서든지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일은 거의 없어요. 예산은 여당안, 야당안 놓고 표결하는 거예요. 야당이 수정안 내놓고 투쟁하다가 표결하는 거예요. 마지막 심판은 국민들이 하는 거예요. 이것을 되지도 않는 무슨 타협한다고 시간만 자꾸 끌고 어떻게 할 작정이에요? 이틀 동안에 해결해야 돼요.

◇ 김현정 앵커> 예산안이 연내에 통과 안 되는 상황이 지금으로선 벌어질 수도 있는데요. 그렇게 될 경우 여야 모두에게 부담인가요?

◆ 이만섭> 아니, 대한민국 생기고 이때까지 12월 31일 넘긴 일이 없다고요.

◇ 김현정 앵커> 한 번도 없죠?

◆ 이만섭> 한 번도 없지, 준예산 한 일이 없다고요. 그렇게 되면 큰일 나지요. 잘못하면 나라가 큰일 난다고요. 그러니까 그것은 여당이 옳다, 야당이 옳다, 떠나서 12월 31일 전에는 예산 통과시켜야 돼요.

◇ 김현정 앵커> 준예산으로 굴러갈 수도 있는 것 아니에요? 준예산을 해서 내년에 얼마정도는 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 이만섭> 그게 말이 되나요, 준예산이라는 게? 그렇게 되면 경제성장도 어렵고, 사업의 질서도 곤란해지고 모든 게 어렵게 되죠. 나라를 생각해야죠. 그러니까 대한민국 생기고 처음이라니까요. 만약에 연내에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절대로 그건 피해야 돼요.

◇ 김현정 앵커> 지금 한나라당은 ‘4대강 예산삭감은 더 이상 어렵다’ 이런 입장이고, 민주당은 ‘대운하 사업으로 의심되는 예산은 삭감하자’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이상은 물러나지 않고 있는 건데, 어떻게 이걸 조정할 수 있을까요?

◆ 이만섭> 그러니까 내 말은 여당안, 야당안 내놓고 표결하도록 해야 되고, 표결하는 분위기를 국회의장이나 여당이 만들어줘야 되죠. 야당에 명분을 조금 더 줘서 표결에 참여하도록 해서 표결에서 결정하는 길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빈대 잡기 위해서 나라를 불지를 수 없잖아요. 정당보다 나라가 더 중요한 거 아니에요?

◇ 김현정 앵커> 지금 이 상태에서 투표를 하게 되면 이미 여당이 워낙 다수이기 때문에 결과는 정해진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야당은 못 들어간다, 이런 입장인 것 같은데요?

◆ 이만섭> 그것은 도리 없지. 열심히 잘해서 다음에 다수당이 되도록 노력해야죠.

◇ 김현정 앵커> 그렇게 보시는군요.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런 대안도 하나 내놓았습니다. ‘당 대 당으로 이렇게 협상이 안 되면 차라리 의원들 자유투표를 하게 하자, 당론으로 정해서 그것으로 일괄투표하는 거 말고 자유롭게 개개인이 투표하는 방식은 어떻겠느냐’ 이 제안은 어떻게 보십니까?

◆ 이만섭> 자유투표제는 내가 국회의장 때 만든 거예요. 국회법 114조를 보면 ‘국회의원은 당론에 귀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자유투표를 할 수 있다’라고 내가 국회법 114조에 못을 박았어요. 그걸 이때까지 안 지켜서 그런데... 자유투표를 해도 좋고 뭘 해도 좋고 연내는 해결하도록 해야 돼요. 지금 그러나 이 분위기 안에서 자유투표가 되겠어요?

◇ 김현정 앵커> 현실성은 좀 없다, 이런 말씀이세요?

◆ 이만섭> 그러니까 가능하면 자유투표 하면 좋지. 그러나 이 분위기에서 되겠어요?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이렇게 대치가 팽팽할 때는 결국 국회의장에게 눈길이 모아지는데요. 직권상정해서라도 연내처리해야 된다, 이런 의견도 있고요. 직권상정은 더 이상 안 된다, 올해에도 두 번이나 하지 않았느냐,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만약 이만섭 전 국회의장께서 지금 국회의장이시라면 어떤 선택하시겠습니까?

◆ 이만섭> 나는 14대, 16회 국회의장을 두 번 했지만, 직권상정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국회 원만하게 운영을 했다고요. 왜 그러느냐? 야당에게 ‘아, 이만섭 의장은 절대 날치기 하는 국회의장이 아니다’하는 믿음을 줬기 때문이에요. 평소에 믿음을 줘야 해요. 그래야 의장 말이 먹히죠. 그리고 또 국회의장은 ‘내가 의장 그만 두고 난 뒤에 다음에 뭘 하겠다’하는 욕심이 있어서는 안 돼요. 내가 국회의장 할 때는 ‘이것으로서 난 정치를 그만 둔다’하는 생각을 하고 했으니까 그렇지, 다음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요.

◇ 김현정 앵커> 소신 있게 해야 된다, 이런 말씀이세요?

◆ 이만섭> 그렇지, 공정하게 국회를 운영하고 나는 정치를 그만둔다는 생각을 갖고 해야 된다니까요.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지금은 다른 눈치를 보고 계신 것 같습니까, 현 의장께서는?

◆ 이만섭> 이제는 좀 달라진 것 같은데 평소에 그렇게 했어야 되는데, 지금 야당이 자꾸 불신하잖아요. 의장을 안 믿고 있잖아요.

◇ 김현정 앵커> 직권상정 안 하겠다는 말도 못 믿고 있죠?

◆ 이만섭> 아... 그런데 지금은 야당도 이걸 표결해서 예산을 넘겨줘야 돼요. 자유당 독재 때, 그때 야당이 민주당이야. 민주당이 처절한 투쟁을 했다고요. 정말... 내가 그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생활을 했지만 피눈물 흘리면서 야당을 하면서 투쟁하고 했지만 예산은 꼭 연내통과 시켜줬다고요.

◇ 김현정 앵커> 연내통과를 위해서는 사실은 야당이 이야기하는 여러 가지 불합리한 예산들에 대해서는 여당도 마음을 내놓고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이만섭> 그러니까 내말이 여당은 야당이 투표에 참가해서 표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라는 이야기는, 여당이 좀 더 성의표시를 해서 4대강 뿐만 아니라 딴 데도 깎을 데는 깎아주고, 이렇게 해서 만장일치가 안 되더라도 여당이 좀 더 성의표시를 하는 게 좋겠다, 정치력을 보이는 게 좋겠다, 그런 이야기예요.

◇ 김현정 앵커> 정치력을 보여서 명분을 줘야 한다, 이 이상은 안 된다, 이런 자세는 좀 버리고 협상하라, 이런 말씀이세요?

◆ 이만섭> 조금 더 성의를 보여주라고요. ‘우리는 이렇게까지 했다... ’ 또 국민의 세액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 4대강 말고 다른 데도 깎을 데 많을 거 아니에요? 무슨 국회가 각 상임위원회에서 증액한 걸 보니까 10조가 넘더라고요. 그런 것을 전부다 손질해야 돼요. 여야가 어떻게 국회는 이 모양 만들어놓고 자기 선거구만 챙깁니까? 그게 10조나 올라가 있잖아요? 그런 것도 전부 야당이 손질을 해야 되는데 4대강에 매달려서 딴 것은 전혀 못하고 있다고요.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만약 올해 안에 통과가 안 될 경우에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자신을 포함해서 여야 지도부 동반사퇴하자’ 이렇게도 의사를 밝혔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이만섭> 남하고 동반사퇴 이야기할 것도 없이 이번에 예산이 연내통과가 안되면 국민에게 책임을 지고 전부다 그만둬야죠.

◇ 김현정 앵커> 전부다?

◆ 이만섭> 전부다 그만둬야지, 당연히 그만둬야죠.

◇ 김현정 앵커> 국회의원 전부다 가방 싸라, 이런 말씀이세요?

◆ 이만섭> 아니지, 당 간부들이 전부 그만둬야 된다, 이 말이에요.

◇ 김현정 앵커> 적어도 당 간부까지는 그만둬야 된다, 이런 말씀?

◆ 이만섭>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될 것 아니에요? 지금 정치인들이나 국회의원들이나 언론인들은 좀 국민감정을 알까, 지금 국민들은 국회 문 닫으라는 거 아니에요? 이런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돼요.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 질문들도 굉장히 많이 들어오는데요. 청취자님이 ‘올해 안에 예산안이 반드시 통과되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고 이만섭 전 국회의장께서 말씀을 하셨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준예산편성 준비하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질문 주셨네요.

◆ 이만섭> 이명박 대통령이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서 미리 대비를 장관에게 지시하는 건 좋은데 그건 비공개로 해야죠. 그것을 공개적으로 ‘준예산 준비하라’하고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해놓으면 야당이 볼 때는 공갈치는 것으로 생각할 것 아니에요? 그건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에 아랍에미리트 가서 원자로건설 수주하고 하는 것은 아주 훌륭한 일을 잘 했는데, 정치 문제는 조금 아직 미숙한 것 같아요. 그 왜 준예산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미리 합니까? 그것은 대내적으로 조용히 준비하면 되지 미리 하니까 일부에서는 야당을 협박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지금도 청취자 말처럼 ‘대통령은 준예산하라고 그랬는데 준예산 하면 어때?’ 이런 식이야. 그렇게 되면 이 나라 서민경제 복지정책 예산이 전부다 구멍이 난다고요. 그걸 알아야 돼요. 그런데 대통령이 그걸 공개적으로 하는 건 잘못이라고 난 생각을 해요.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연말 대치상황에 대해서 말씀을 들었는데요. 올 한해 정치를 돌이켜 보면, 미디어법 충돌이 있었고, 그래서 대리투표논란까지도 이어졌던 그 사건, 또 세종시 논란, 4대강 대치 등등해서 치열한 쟁점들이 많았습니다. 올 한해 정치를 혹시 사자성어를 표현해본다면 어떤 것 떠오르십니까?

◆ 이만섭> 내가 지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도재중’하라, 큰길은 중하는 데 있다고요. 그러니까 서로 타협하면서, 서로 조절하면서, 가운데 길을 찾아야 해요. 꼭 자기주장만 내세워 가지고 감정싸움을 하는 것보다는 중하도록 노력을 해야 돼요. 그러니까 감정보다 이성을 찾아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가 정치인들에게 한마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 국회는 이게 국민의 국회이지 여당의 국회도 아니고 야당의 국회도 아니란 말이에요. 국민의 국회 아닙니까? 그러면 자기가 속해있는 계파나 당을 생각하기 전에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해줘야 해요. 그리고 헌법 46조도 보면 ‘국회의원은 국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 이렇게 돼있다고요. 헌법 46조에 분명히 국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의정활동을 하라고 명문화되어 있다고요. 국회의원이 전부 오늘 헌법 46조를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모두 감정을 죽이고 이제는 이성을 찾아야 돼요. 내가 아까 얘기했지만 여당이 밉다고 이 나라 불 지를 수 없잖아요. 예산은 넘겨놓고 봐야지. 그리고 나중에 국민들이 ‘아, 여당이 너무하다, 여당이 너무 고집불통이다, 정치력이 없다’ 하는 것을 국민들이 알도록 하면 될 것 아니에요. 다음 지방선거도 있고 국회의원 선거도 있고 그런데 다음을 바라봐야지. 야당이 ‘아, 저 야당에게 정권 맡겨도 되겠다’라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줘야 된다니까요.

◇ 김현정 앵커> 여당도 이대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내년 지방선거도 어렵다고 보십니까?

◆ 이만섭> 여당도 내가 볼 때는 참 답답한 게 많아요. 하도 답답한 게 많아서 내가 한 가지 예만 들죠. 한참 예산 때문에 여야가 대치하고 있을 때, 당 대표하는 사람이 ‘대통령하고 여야대표 3자회동을 하자’하고 제의를 했다고요. 그리고 야당은 좋다고 받았거든. 그런데 청와대에서 안하겠다는 거야. 그런 것은 사전에 당 대표가 대통령하고 둘이 앉아가지고 사전에 의논을 해서 그것을 미리 이야기하든지 해야지, 대통령 모르고 앉아있는데 ‘대통령하고 우리 3자 만나자’ 야당은 좋다, 그러니까 또 청와대는 안 한다고 그래. 그게 오히려 이 예산 지연되는 데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

◇ 김현정 앵커> 논란만 부추겼다는 이런 말씀이세요, 이런 미숙함들을 또 지적해주셨습니다.

◆ 이만섭> 미숙하지, 그런 거 정말 미숙하다고요. 당 대표는 대통령하고 수시로 만나야 돼요. 그걸 무슨 밤낮 TV에 나오고 신문에 나올 게 아니라 수시로 의논해야 돼요. 그게 안 되어있다고요, 여당은.

◇ 김현정 앵커> 시간이 부족한 게 안타깝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일단 말씀 들어야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