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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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금)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밝은 세상 원하면 스스로 밝아져야”
2010.01.01
조회 259

-‘장삿속 국가브랜드’ 오히려 국격 낮춰
-2010 특별한 해...시대정신 계승해야
-6월 지방선거 ‘좋은 정치’ 지지하자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울대 백낙청 명예교수

2010년에는 정말 좋은 뉴스를 많이 전하고 싶다고 앞서 말씀을 드렸죠. 그런데 마음뿐이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정치, 사회적으로 볼 때 그렇게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긴 합니다만 적어도 오늘, 새해 첫날만큼은 좀 희망찬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시민사회계 원로시죠.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오늘 초대해봤습니다. 새해 희망의 메시지, 신년인사, 함께 나눠볼까요?

◇ 김현정 앵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를 맞는 기분, 오늘 아침 기분 어떠십니까?

◆ 백낙청> 저는 개인적으로 아주 감사한 마음으로 맞이했습니다. 지난 해 우리나라 전체가 참 어려운 일이 많았고, 고생하신 분들이 많은데, 저나 저희 가족은 무사히 잘 지냈고요. 다들 건강하게 새해를 맞게 되니까 감사한 마음입니다.

◇ 김현정 앵커> 저희가 청취자들께 전하는 신년 메시지를 준비 해주십사 미리 부탁을 드렸는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백낙청> 특별히 신년 메시지라기보다 이렇게 청취자 여러분께 새해 인사를 드리게 돼서 참 고맙고 반갑고요. 올해는 우리 세상이 좀 더 밝아졌으면 하는 바람이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좀 더 밝아지고 올바르게 사는 일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요즈음 ‘국격’이니 ‘국가브랜드’니 이런 단어들 많이 이야기하는데요. 백 교수님 보시기엔 새해에 어떤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국가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 백낙청> 사실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이 그동안 우리가 여러 가지로 노력한 결과 많이 올라가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부족한 바가 많으니까 나라의 품격을 좀 더 높이자, 하는 것은 저도 공감하는 일인데 그것을 장삿속으로 끌고 가는 발상자체가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데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고요.

◇ 김현정 앵커> 경제적인 것으로, 장삿속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세요?

◆ 백낙청> 첫째는 경제물량위주로 보는 게 그렇고, 또 하나는 경제도 멀리 보는 경제라기보다는 장사꾼 중에서도 당장의 잇속만 챙기려고 거짓말도 거침없이 하고요. 어쨌든 길게 보면 자기한테도 손해인 짓들 많이 하는, 그런 게 있지 않습니까? 그런 쪽으로 우리 국가 운영이 가면 나라의 품격이 오히려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와 닿는 말씀이네요. 국가브랜드, 국격을 높이는 것은 좋지만 조금 멀리 내다보고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자, 이런 말씀이십니다. 교수님께서 최근 쓰신 칼럼을 보니까 ‘올해, 2010년이 역사적으로 상당히 특별한 해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왜 일까요?

◆ 백낙청> 저 뿐 아니라 2010년을 맞으면서 누구나 떠올리게 되는 것이 첫째는 100년 전 일본한테 우리나라의 주권을 뺏기지 않았습니까? 경술국치가 1910년이었고, 그 다음에 민족의 큰 참화였다고 할 수 있는 한국전쟁이 터진 것이 1950년, 그때가 경인년입니다. 그런가 하면 4.19혁명이 일어난 것이 1960년이니까 50주년 됐고, 또 5.18광주민주항쟁이 1980년이었습니다. 그래서 30년 됐고, 6.15공동선언발표가 2000년이었으니까 10년. 이것을 흔히 꺾어지는 해라고 그러는데, 그런 여러 가지 기념이 많이 드는 해니까 거기에 걸맞는 성찰을 해야겠죠.

가령 경술국치라든가 동족상잔의 전쟁 같은 것은 영원히 되풀이 되서는 안 될 일들이고, 그런가 하면 4.19나 5.18, 6.15공동선언, 이런 것은 우리가 다 계승해야 되는데, 계승이라는 게 그 정신을 계승해서 우리시대에 맞게 창조적으로 이어가야죠. 그러니까 우리가 금년 해 4.19같은 혁명이 일어나서 정권이 바뀐다든가 이런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고요. 그리고 가능하지도 않고요. 5.18은 어떻게 보면 위대한 광주시민들의 노력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승리였지만 그것도 끔찍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 정신을 계승하는 게 중요하죠.

◇ 김현정 앵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가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지금 나열을 해주시니까 올해가 정말로 더 특별한 해처럼 느껴지네요. 상당히 많은 것들이 겹치는 그런 해입니다. 사회적으로 볼 때는 작년 한해 참 쓴소리 많이 하셨어요?

◆ 백낙청> 쓴소리요? (웃음)

◇ 김현정 앵커> 그래도 작년이 다 가기 전에 용산 문제 하나가 매듭이 돼서 얼마나 다행인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어떠세요?

◆ 백낙청> 용산 문제가 그나마 해를 안 넘기고 타결이 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죠. 그렇긴 한데 우선 거기에도 해결 안 된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고요. 재개발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되고, 또 용산 문제 자체만 보더라도 공권력 남용이었거든요. 그런 것에 대한 진상규명이 없다는 문제도 있고, 그리고 그런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고서 해를 안 넘긴 것은 다행이지만 1년 가까이 끌었다는 것도 참 우리사회가 지도층이 없는 사람, 억울한 사람들의 눈물에 대해서 냉담하구나,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고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주류언론이나 정부당국에서는 어떻게든 묻어버리려고 했는데 성공하지 못했거든요. 그만큼 유족들이 굳건히 버텨줬을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성원을 해서 그래도 이 정도 해결된 것은 저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작년 2009년에 사회, 정치 모든 것을 집약한 상징적인 아이콘이 용산 참사다, 이런 저런 모습을 다 축소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어요. 어쨌든 장례를 1월 9일 날 치르게 됐습니다. 그래도 1년 넘기지 않고 해결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올해는 정치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해입니다. 6월에 지방선거가 있는데요. 백 교수님도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함께 ‘희망과 대안’이라는 정치모임이라기 보다는 시민모임을 함께 하고 계십니다. ‘아주 다른 새로운 시민운동을 펼치겠다’ 이런 말씀을 박원순 이사께서 하시던데요. 어떤 꿈을 꾸고 계시는 건가요?

◆ 백낙청> 희망과 대안은 저보다는 조금 연령이 낮은 분들, 가령 박원순 변호사라든가 이런 또래 분들이 공동운영위원장단을 구성해서 꾸려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것을 대변하는 입장은 아니고요. 이게 시민모임치고는 조금 독특한 모임이죠. 그러니까 아주 직접 나서서 정치를 하겠다는 건 아닌데 그러나 그동안에 시민운동이 현실정치라 그러면 무조건 꺼리는 게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좋은 정치를 만드는데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보자, 가령 정치권에서 더 잘 하도록 채찍질도 해주고, 정치연합 하도록 우리가 도와주고, 필요하면 중재도 해주는 여러 가지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데 새로운 실험이다 보니까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좀 기다려봐야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시민들이 팔짱만 끼고 비판만 하지 말고 정말 끼어들어서 뭔가 좋은 것을 만들어보자, 대안을 만들어보자, 이런 움직임이 올 지방선거에서부터 희망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새해 첫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