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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월)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 “마라도나처럼 손은 안 쓴다”
2010.01.04
조회 251
-이번엔 아르헨에 쉽게 무너지지 않아
-이동국,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라
-안정적인 축구? “모르는 사람들 말”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월드컵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
2010년 올해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는 월드컵, 축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6월부터 열리는 남아공월드컵, 좋은 성적으로 본선진출까지는 했지만 우리는 속한 조가 녹록치만은 않아서요. 과연 원정 첫 16강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아마 이 분의 어깨가 가장 무겁지 않을까 싶은데요. 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 새해 첫 월요일 인터뷰에서 만나고 가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새해 첫 해가 떠오르는 것 보면서 무슨 생각하셨습니까?
◆ 허정무> 월드컵이죠. 월드컵 때도 밝게 치솟았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아무래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 내는 게 새해소망이시겠죠? 어디까지가 좋은 성적입니까?
◆ 허정무> 저희는 해외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한 번도 못해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16강을 현실적인 목표로 잡았어요.
◇ 김현정 앵커> 가능성을 몇 퍼센트로 보십니까?
◆ 허정무> 솔직히 세계 축구 전문가들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낮게 보죠.
◇ 김현정 앵커> 그리스는 그래도 해볼만 하지 않느냐, 우리보다 약하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들을 하던데요.
◆ 허정무> 우리보다 약하지 않고요. 유럽 팀들이 볼 때 그쪽에서 다소 떨어지지 않느냐 생각하지만 유로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있고요. 테이프를 보고 분석해봤지만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닙니다. 우리 B조에 속한 팀 중에서 우리보다 약한 팀은 하나도 없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래도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뛰면 될까요?
◆ 허정무> 공은 둥글고요. 승부라는 것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거든요.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이 위기에 강한 면도 있고요. 우리가 충분히 조직력이라든가 팀 전체의 능력을 상승시켜 준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아르헨티나 마라도나 감독과는 각별한 인연이 있으시더라고요. 축구팬들은 아마 기억하시겠습니다만 86년 월드컵 때 우리가 1대3으로 패했는데 당시 허정무 선수가 마라도나 선수를 온몸으로 막는 사진이 타임지에 실렸습니다. 최근에 마라도나 감독이 뭐라고 했느냐면 ‘허정무 감독 잘 안다. 80년대에 한국선수들은 우리를 상대로 축구라기보다는 태권도를 했다.’ 이렇게 기분 나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들으셨죠?
◆ 허정무> 마라도나 감독이 아주 돌출발언을 많이 하고요. 저희가 물론 실력이 열세였고 그러다보니까 아주 투지 있는 몸싸움을 벌이기는 했지만 결코 축구에서 벗어난 행동은 아니었고요. 마라도나 감독처럼 손을 써서 넣지는 않았죠.
◇ 김현정 앵커> 예. (웃음) 이번에 설욕전 제대로 하셔야 하겠어요.
◆ 허정무> 저희가 분명히 약세입니다. 아르헨티나라면 누가 봐도 세계 톱클래스의 팀이고, 예선전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만 본선에서는 잘 정비된 팀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어요. 저희로서는 면밀히 분석을 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그런 경기를 펼치고 싶습니다.
◇ 김현정 앵커> 오늘 저녁에 짐 싸서 전지훈련 떠나시죠? 이번 전지훈련 참가할 선수들 뽑기 위해서 파주에서 트레이닝 하셨는데 다들 열심히 뛰더라고요. 국내파, 특히 신인들이 아주 열심히 뛰었다고요?
◆ 허정무> 이번 경우를 보더라도 서로 경쟁이 얼마나 중요한 건가, 서로 경쟁을 통해서 발전할 수 있다, 이런 것이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혹시 우리에게는 이름이 좀 낯설지만 ‘이 선수 주목해봐라, 뭔가 해낼 거다’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습니까?
◆ 허정무> 네. 이번에 김신욱, 김보경, 이승렬 선수들이 들어왔잖아요. 이 선수들을 보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고 이청용이나 기성용 선수도 어린 선수 축에 속해 있잖아요. 그렇지만 우리 대표팀의 중추역할로 성장했거든요. 선수는 한 달, 두 달 혹은 1년, 2년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머지않은 시간에 이 선수들도 우리나라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들이 될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앵커> 신인선수들도 베스트11에 못 들어가라는 법이 없는 거죠? 신인이라서 불리하거나 해외파에서 유리한 것도 절대 없고요?
◆ 허정무>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오늘 전지훈련 가는 선수 중에 이동국 선수가 눈에 띕니다. 올해 K리그에서 참 잘했어요. MVP까지 차지했는데, 이동국 선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허정무> 이동국 선수 좋죠. 좋은 선수이고 지난해에 MVP도 타고요.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이지만 지나 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지금부터 또 잘해줘야 하고요. 앞으로 주위에 젊은 선수들이라든가 다른 선수들과 경쟁도 해야 되고요. 저희가 바라는 것은 그동안 많은 경기를 치렀고 경기 경험이라든가 볼 감각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십분 살려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2002년에 이동국 선수가 당연히 포함될 줄 알았는데 베스트11에 못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이 많이 남는다는 인터뷰를 얼마 전에 했는데요. 그때의 이동국 선수와 지금의 이동국 선수,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세요?
◆ 허정무> 아무래도 더 성숙했고, 여러 가지 면에서 좋아졌다고 보지만 본인도 말보다 운동장에서 행동으로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말보다 이제 행동으로 보여줄 때가 됐다는 말씀이세요. 박지성 선수는 맨체스터에서 약간 주춤하네요?
◆ 허정무> 박지성 선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 것이 점점 살아나고 있고요. 또 워낙 좋은 팀에서 뛰기 때문에 교체돼서 들어오고 나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선수의 경험이라든가 능력, 모든 걸 볼 때 본선에서 좋은 모습 보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사실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가기 전에 아인트호벤의 미드필더 아니었습니까? 허정무 감독님도 아인트호벤에서 미드필더로 뛰셨죠?
◆ 허정무> 제가 좀 선배죠. (웃음)
◇ 김현정 앵커> 해외파 직속 선배이기 때문에 박지성 선수 볼 때마다 각별한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어떠세요?
◆ 허정무> 워낙 성실한 선수이기 때문에 아주 대견하고 보람 있고 여러 가지 감회가 남다르죠. 하지만 지금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좀 더 뛸 수 있을 때까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 김현정 앵커> 선수 허정무와 선수 박지성, 선수로서 누가 더 훌륭합니까?
◆ 허정무> 지금 보면 아무래도 박지성 선수가 훨씬 낫다고 봐야죠.
◇ 김현정 앵커> 겸손하십니다 감독님. (웃음) 허 감독님은 굉장히 안정적인 축구를 하시는 편이세요?
◆ 허정무> 그렇지는 않아요.
◇ 김현정 앵커> 아닌가요? 안정적인 축구다, 그래서 공격성이 더 필요한 것 아니냐, 이런 지적들이 있던데요?
◆ 허정무>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것은 모르는 분들의 이야기고요. 직접 저를 겪어본 분들은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를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아주 우리 팀이 약한 상황, 강한 팀하고 상대할 때 어떻게 해야 되나 이거죠. 팀이 안정되어있지 않으면 백전백패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안정된 경기를 하면서도 상대를 공략할 수 있는 방법, 참 어려운 거죠. 좋은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면 어렵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안정적인 축구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나를 아직 제대로 모르는 거다, 이런 말씀이세요?
◆ 허정무> 그렇죠. 요즈음 현재 축구에 있어서는 수비다, 공격이다 이런 개념이 없어지고 있거든요.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2002년에 히딩크 감독이 ‘우리 국가대표팀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체력이다.’ 이렇게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대표팀 모습을 보면 당시와 비교해서 어떤가요?
◆ 허정무> 히딩크 감독 때처럼 많은 시간 훈련을 함께 할 수가 없죠. 전혀 다른 상황이고요. 지금 상태에서 본다면 앞으로 계속해서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체력적인 문제는 본인 스스로가 만들어야 된다고 봐요. 그리고 체력이라는 것은 축구선수들에게 필수적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갖춰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다면 체력이 이미 되어있는 선수들을 뽑으시겠군요?
◆ 허정무> 그렇죠. 그런 선수가 아무래도 같은 능력을 가졌다면 우선권에 들겠죠.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허 감독님 전지훈련 잘 다녀오시고요. 청취자들에게 새해 인사 겸 새해 각오 남겨주시죠.
◆ 허정무> 지난 해 저희들 응원 많이 해 주시고 대표 선수들이 힘나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 전해드리고요. 올해 본선에서 더욱 더 신나고 흥이 나서 잘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사랑 보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가정에도 건강과 행복이 넘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든든합니다. 오늘 말씀 나누고 보니까 큰일을 내실 것 같아요. 기대하고 응원 많이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