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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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목) 이봉주 "은퇴한 오늘 아침..나도 모르게 운동복을 입고.."
2009.10.22
조회 193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

요즘 전국체전이 한창인데요. 어제 단연 화제가 된 경기가 마라톤이었습니다. 어제 경기는 이봉주 선수의 마지막 레이스였기 때문이죠. 1위로 골인을 하는데... 역시 이봉주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경기 뒤에 은퇴식까지 치러졌는데, 떠나는 선수만큼이나 보는 이들도 아쉬웠습니다. 별명이 국민 봉달이죠. 서른아홉의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겠습니다.

[IMG0]◇ 김현정 앵커> 은퇴식에서 결국은 우시더라고요? (웃음)

◆ 이봉주> 네. (웃음)

◇ 김현정 앵커> 기분이 어떻던가요?

◆ 이봉주> 기분이 좀 아쉬웠고요. 그동안 운동 해오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한테 정말 내가 사랑을 많이 받았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어제는 마지막 레이스였는데요.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달리는 레이스 아니었습니까?

◆ 이봉주> 그렇죠.

◇ 김현정 앵커> 그 기분이 어땠을까 싶어요. 마지막 경기를 하는 기분?

◆ 이봉주>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왠지 많이 서글픈 느낌도 들었고요. 이제는 내가 정말로 선수생활 그만 두는 구나, 하는 것을 몸으로 체감을 했고, 또 반면에 부담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정말 좋은 모습으로 은퇴를 해야 되겠다, 하는 그런 게 좀 많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담감이 많이 있었죠.

◇ 김현정 앵커> 20년 마라톤 인생을 쭉 돌아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어떤 걸까요?

◆ 이봉주> 저한테는 하나하나 다 소중한 그런 경기였었는데... 특히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3초차로 은메달 땄을 때, 그리고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했을 때, 그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그러면 가장 한이 많이 남는 경기도 그 애틀란타 올림픽이겠어요?

◆ 이봉주> 그렇죠. 3초라는 근소한 차이로 금메달을 놓쳤기 때문에 돌이켜 보면 정말 제일 아쉬웠다, 라는 생각도 들게 되죠.

◇ 김현정 앵커> 그러고 보면 이봉주 선수가 참 많은 경기에서 우승을 했는데,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못 땄어요?

◆ 이봉주> 올림픽의 금메달 때문에 항상 이렇게 도전을 해왔고, 오랜 시간 동안 원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만약에 그때 금메달을 땄더라면, 내가 과연 지금까지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라는 그런 생각도 들고요.

◇ 김현정 앵커> 마흔 되기 한참 전에 포기했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예요?

◆ 이봉주> 아마 그랬었을 수도 있었죠. 그 상황이.

◇ 김현정 앵커>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황영조 선수는 사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국민영웅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그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이봉주> 무척 부러웠었죠. 그때 저도 전지훈련하면서 금메달 따는 것을 지켜봤는데, 무척 부럽기도 했었고, 그게 또 어떻게 보면 자극제가 돼서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 라는 마음을 갖게 해줬던 그런...

◇ 김현정 앵커> 사실 이봉주 선수는요. 몸이 튼튼한 편도 아니고, 짝발에다가 평발이세요. 예전에는 군대도 안 간다는 평발 아닙니까? 그렇게 달릴 때 그런 조건들이 힘들진 않으셨어요?

◆ 이봉주> 글쎄요. 옛날에는 평발은 군대도 안 가고 그랬었는데, 저 같은 경우는 평상시에는 느끼지 못 했었어요. 우연히 발을 봤는데 다른 사람들보다도 아치가 없고 거의 평발에 가까운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굳이 거기에 대한 그런 큰 콤플렉스 같은 건 없었거든요. 사람들이 자꾸 얘기를 하다보니까 (웃음) 신경이 쓰여서 그렇지... 그것에 대해서 큰 지장은 없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천상 마라토너입니다. 좀 엉뚱한 질문하나 해볼까요? 이봉주 선수, 그렇게 어려운 조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달리셨습니까? 마라톤이 인간 이봉주에게는 어떤 건가요?

◆ 이봉주> 글쎄요, 뭐. 마라톤은 제 삶이죠.

◇ 김현정 앵커> 마라톤은 삶이다?

◆ 이봉주> 네, 어쨌든 마라톤이 제 모든 것을 바꿔놨을 정도로, 그 정도로 마라톤은 저한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라고 할 수 있죠.

◇ 김현정 앵커> 물론 지금 영영 떠나는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선수로서는 마라톤과 이별을 하게 되는데, 오늘 아침에는 기분이 좀 이상하셨을 것 같아요. 서운하기도 하고.

◆ 이봉주> 그렇죠, 어제하고 또 오늘하고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 기분이 달랐던 것 같아요. 시합에 대한 부담감이라든지 그런 걸 이제는 가질 필요가 없고 하니까 기분은 좀 편한데... 그런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그만둔다고 하니까 뭔가 허전한 것 같고.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복을 이렇게 갈아입는 게 평상시에 하던 대로 아직도 몸에 베가지고...

◇ 김현정 앵커> 오늘은 안 입으셔도 되는데, 오늘도 운동복 갈아입으셨어요? (웃음)

◆ 이봉주> 네, 아침에 일어나가지고 가볍게 훈련하고 왔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러셨군요. 이래서 천상 마라토너입니다. 오늘, 은퇴식한 다음날도 결국은 또 뛰고 오셨어요. 앞으로의 꿈은 뭘까요?

◆ 이봉주> 이제 선수생활은 무사히 잘 마쳤기 때문에, 그동안의 경험이 앞으로 우리 어린 선수들한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아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앵커> 지도자로서의 이봉주 선수, 그 멋진 모습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