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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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화) 18년만에 추방당한 이주노동자 미누 "밥상에 김치없으니 허전.."
2009.10.27
조회 201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네팔 출신 문화 활동가 미누 (네팔 현지)

18년간의 한국생활이 15일 만에 끝났습니다. 18년 전에 한국에 와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외국인 노동자 밴드를 만들었고요. 방송도 하면서 가장 유명한 이주노동자 가운데 한명이 된 미누 씨 얘기입니다. 18년이 되던 어느 날 불법체류자로 잡혀갔고, 15일 만에 강제출국이 됐습니다. 불법체류자니까 추방이 마땅한 것이다, 아니다, 10년 이상 살고, 그 나라에 기여한 바가 인정되면 미국처럼 시민권을 주는 게 맞다, 이 두 가지 찬반논란이 지금 일고 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당사자를 직접 만나보죠. 네팔에 머물고 있는 미누 씨 연결돼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안녕이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인사를 하면서도... 지금 심정은 어떻습니까?

◆ 미누> 글쎄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제가 아직 한국에 있는 것 같고요. 주변이 다 풍경이라든지 이런 거가 내가 네팔에 왔구나, 하는 것을 눈으로 보이면서도 불구하고 실감이 아직도 나지 않습니다.

◇ 김현정 앵커> 너무나 하루아침에 아무 준비 없이 오게 된 거기 때문에 아직은 꿈같기도 하고 그러시겠군요?

◆ 미누> 네,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미누 씨, 그나저나 맨 처음에 어떻게 붙잡혀가게 된 건가요?

◆ 미누> 저는 그 전에도 얘기를 들었었는데, 저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가있다, 이런 얘기들을... 그간 활동했던 것들 이런 것을 반정부행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넣어놓은 것 같더라고요. 10월 8일 날 출근길에 검은 차 승용차가 대기해 있다가 잠복해 있다가 세 사람이 갑자기 차 문을 열고 저를 체포를 했죠.

◇ 김현정 앵커> 그렇게 잡혀간 뒤에 외국인 보호소에 있으면서 이의신청이라든지 어떤 구제노력 같은 건 안 해보셨어요?

◆ 미누> 했습니다. 제가 이의신청을 했는데요. 이의신청이 기각됐다고 하는 것을 제가 바로 추방을 하는 날에 제가 알았어요.

◇ 김현정 앵커> 기각당했다는 사실을... 왜 이의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나요?

◆ 미누> 그때 결과를 보니까, 그동안 제가 했던 것들은 다 반정부적인 행동을 했다고 되어있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예를 들자면, 한미 FTA 반대 집회라든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이런 데에서 공연했다, 이런 거 말이군요?

◆ 미누> 네, 네. 뭐, 사실은 보니까, 잡혀오니까, 다문화 활동이라든지 이런 것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은 아니다.” 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나는 너무 놀래가지고, 너무 일방적인 평가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 김현정 앵커> 다문화 가정들을 위한 활동들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이 밴드가 말입니다. 방송도 하고요... 그런 부분보다는 반정부적인 집회를 했다, 이 부분이 더 부각이 됐다는 말씀인데, 그런 것 때문에 좀 미운털 박히신 거 아니에요?

◆ 미누> 그렇죠. 제가 정부에서 하는 네팔어로 되는 제도어 같은 거 있잖아요? 번역도 다 제가 해드린 거거든요. 필요한 것들은 나도 굉장히 많이 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병과가 안 되고, 어떤 말로 해야 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미누 씨, 하지만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불법체류가 어쨌든 불법은 불법 아니냐, 불법인 걸 알면서도 지금까지 눈감아주다가 이제야 법을 제대로 집행한 거 뿐이다, 이런 반론에 대해서는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 미누> 그러니까 그때는 왜 그런 말을 안 했는지... 필요를 위해서는 이렇게 사람들 일하는 것도 눈감아주고, 지금은 필요 없는 것처럼 문제를 삼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책임이 있다고 저는 보거든요.

◇ 김현정 앵커> 그 당시에 필요했다는 말은 무슨 얘기일까요?

◆ 미누> 사실은 90년 초반에는 한국 사회에서 인력이 굉장히 필요할 때였었거든요.

◇ 김현정 앵커> 궂은일을 할 노동자들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 말씀시군요?

◆ 미누> 네, 네.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었고, 그때 당시는 정말로 한국말도 모르고, 문화도 모르고, 정말 그때 시기가 굉장히 더 힘든 시기였거든요.

◇ 김현정 앵커> 아주 초창기죠,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오기 시작한?

◆ 미누> 그래서 나도 이 일원으로서 굉장히 같이 뭔가를 하고 싶었고, 어떻게 이주민과 한국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이런 활동을 해왔던 건데...

◇ 김현정 앵커> 보통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불법체류라도 장기체류하면 영주권, 시민권 이런 것을 주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요?

◆ 미누> 영국 같은 경우에도 14년이 되면, 그 사람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가 있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14년 정도 살면 그 다음에는 자격을 주는 군요?

◆ 미누> 네,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주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일단 지금 네팔로 돌아갔습니다. 한국에서 18년 살았으면 정말 네팔에서 뭘 해야 되나 막막할 듯해요. 어떠신가요?

◆ 미누> 그렇죠. 제가 여기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고요. 답답하고...

◇ 김현정 앵커> 한국이 원망스럽진 않습니까?

◆ 미누> 원망보다도 약간 좀 많이 아쉽고, 정말 좀 사랑받지 못하는 나라 될까 봐 너무 걱정되는 거고...

◇ 김현정 앵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 미누> 그러니까 한국이 정말 토박인 한국인들만 살아가는 나라가 아니라, 정말 여러 인종들이 여러 사람들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어야 된다, 이런 건데요. 너무 배타적이고, 앞으로 다문화 사회를 맞이해야만 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에 대해서 굉장히 걱정이 되는 거죠.

◇ 김현정 앵커> 다문화, 다문화... 요즘 참 많이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다문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인 부분은 정비가 안 돼 있다, 준비도 안 돼 있고, 이런 말씀이세요?

◆ 미누> 네.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한국에 친구 많으시죠?

◆ 미누> (웃음) 그럼요. 다 거기 있죠. 여기엔 친구가 없습니다.

◇ 김현정 앵커> 네팔에는 친구가 없을 정도로... (웃음) 그 친구들한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추방을 당했는데, 방송을 통해서 한마디 하시죠.

◆ 미누> 네, 어쨌든 저는 18년 동안 가족 없이 혼자 살아왔었지만, 주변에 당신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나는 힘차게 좋은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앵커> 그래요. 제가 한국에 있다가 잠깐 외국 나가게 되면, 떡볶이도 먹고 싶고요. 불고기도 생각나고 그렇거든요. (웃음) 미누 씨는 지금 제일 뭐가 생각나세요?

◆ 미누> 글쎄요. 저는 밥상이 나올 때 김치가 있지 않습니까? (웃음) 뭐가 빠진 것 같은 느낌, 먹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되나...

◇ 김현정 앵커> 18년 살았고, 지금 한국말 하는 걸 여러분 들으시면 반쯤, 반 이상 한국인이 된 분이라는 것을 느끼실 텐데... 과연 이런 경우에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정말 이번 일을 계기로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미누 씨 어려운 상황인데 이렇게 인터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