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조어 등 자연 정화될 것
-노벨문학상은 '번역의 힘' 필수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 출간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소설가 조정래
오늘 한글날입니다. 한글날 우리글에 대한 얘기를 어떤 분과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첫 번째로 떠오른 분이 작가 조정래 씨입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가장 한국적인 글을 쓰는 작가고요. 또 모든 원고를 손으로 쓰는 것으로도 유명한 분이죠, 이번에 ‘황홀한 글감옥’이라는 작가생활 40년을 정리하는 자전에세이도 발간을 해서 이래저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작가 조정래 씨 연결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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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앵커> 속된 말로 말하면 글쟁이 아니십니까? (웃음) 글속에 파묻혀서 수십년을 사신 분인데, 이런 분이 생각하는 우리글의 매력이라면 뭘까요?
◆ 조정래> 가장 과학적이고 그리고 그 어떤 소리든지 표기하지 못할 게 없고 그리고 조형미가 가장 아름다워서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보기에도 아름답다. 조형미. 우리말이란 게 재밌는 게... 예를 들어 노란색 낙엽하나를 두고도 노랗다, 누렇다, 노리끼리하다, 노르스름하다. 수십 가지가 가능해요. 아마 작가들은 수백 가지 표현들도 가능할 것 같은데 아주 귀한 특징이죠?
◆ 조정래> 네, 세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이런 특징이 있기 때문에 작가들이 글 쓸 때 이게 더 풍성해지는 거죠? 작품이요.
◆ 조정래> 그렇습니다. 그리고 감정표현과 의성어, 의태어를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어제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지 않았습니까?
◆ 조정래> 네.
◇ 김현정 앵커> 이런 우리말의 말맛이라는 게 영어, 불어로는 표현이 안 되니까 세계에서는 안 통하는 게 너무나 안타까워요.
◆ 조정래> 그러나 그렇게 안타까워할 거 없습니다. 우리문화가 빛나면 되는 것이고, 상이라는 것은 타도 좋고, 안 타도 좋고. 그런 거죠.
◇ 김현정 앵커>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안 알아주니까 서운은 하잖아요.
◆ 조정래> 앞으로 국력이 세지면 한국말도 바로 세계화가 돼서 자연스럽게 탈 수 있게 되겠죠.
◇ 김현정 앵커> 솔직하게 말입니다. 문인들도 모이시면 관심이 있긴 있으시죠?
◆ 조정래> 물론이죠. 상금이 25억입니다. (웃음)
◇ 김현정 앵커> (웃음) 맞습니다. 네. 그러니까요. 은근히 기대는 되고... 사실 일본만 해도 일본도 일본어를 쓰는 곳이 일본밖에 없는데도 2번이나 탔거든요.
◆ 조정래> 그건 국력이죠. 그만큼 번역을 철저하게 해서 많은 외국 사람들이 일본말을 번역해서 먹고 살 수 있게 돼 있는 구조, 경제의 힘입니다.
◇ 김현정 앵커> 결국 번역가가 부족한 거, 이걸 제대로 번역해낼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게 제일 큰 문제이군요?
◆ 조정래>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런 지원을 팍팍해서 우리도 자랑스러운 작품을 많은 세계인들이 읽을 수 있도록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조정래> 지금부터 시작이죠.
◇ 김현정 앵커> 얘기를 좀 돌려보죠. 요사이에 신조어가 많습니다.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는데 ‘꿀벅지’, ‘설까말’... (웃음)
◆ 조정래> ‘헐’, ‘당근이다’ (웃음)
◇ 김현정 앵커> ‘방가방가’ 이런 것은 기본이고요. 아세요? 이런 말들 다?
◆ 조정래> 저는 인터넷을 안 하기 때문에 듣는 것으로 그냥 끝나는데요. 이것은 시대적인 조류에 의해서 그럴 수밖에 없고, 우리 전후에 ‘깡패’ 이런 말이 새로 생기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앵커> ‘깡패’도 이게 전후에 생긴 신조어입니까?
◆ 조정래> 그렇습니다. 언어는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것이기 때문에, 약간 거부감이 있더라도 세월이 가면서 정화될 테니까, 인터넷시대에서 오는 현상이기 때문에 별 문제는 아닐 겁니다.
◇ 김현정 앵커> 우리가 언어순화운동을 해야 한다, 절대 쓰지 말아라, 이런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 조정래> 그렇습니다. 세월이 가면 또 필요 없으면 없어지는 거니까요.
◇ 김현정 앵커> 인터넷 용어는 그렇고요. 그 외에 비속어들, 새로 생기는 비속어들 이런 거는 안 되는 거죠?
◆ 조정래> 그것조차도 많은 사람이 써서 감정소통이 되면... 지금 ‘깡패’라는 말도 사전에 올라가있습니다. 그러니까 4,50년 써서 공동체가 다 인정할 때는 사전에 올라가야죠.
◇ 김현정 앵커> 언어라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시는 군요. 물 흐르듯이...
◆ 조정래>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얼마 전에 에세이를 내셨는데요. 제목이 ‘황홀한 글감옥’ 이상해요. 감옥인데 어떻게 황홀합니까? (웃음)
◆ 조정래> 글감옥이라는 말은 제가 글을 20년에 걸쳐 쓰면서 감옥생활 하듯이 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고요. 글 쓰는 것은 피를 말리거나 몸을 비벼 틀어야 되는 고통이지만은 쓰고 나면 온 생을 다 얻은 것 같은 성취감이 있다, 그래서 황홀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 김현정 앵커> 감옥에 갇혀서 쓰는데도 다 쓰고 나면 황홀하다, 이런 말씀. 40년 동안 글 쓰면서 가장 황홀했던 순간은 언제세요?
◆ 조정래> 길든 짧든 간에 소설을 맞췄을 때 가장 행복하고 황홀하죠.
◇ 김현정 앵커> 소설을 다 마치는 순간. 보통 한 편 쓰는데 얼마나 걸리세요?
◆ 조정래> 지금 저의 경우는 한 권짜리 장편은 두 달, 대하소설 10권짜리는 4,5년...
◇ 김현정 앵커> 작가들은 정말 궁금합니다. 밥만 먹고 글만 계속 쓰시는 거예요? 그 4,5년 동안은요?
◆ 조정래> 저의 경우는 먹고 자고 쓰고의 되풀이를 20년을 했습니다. 술도 한 잔도 안 마셨습니다.
◇ 김현정 앵커> 작품 쓰는 동안은 사람들도 잘 안 만나십니까?
◆ 조정래> 전혀 안 만납니다.
◇ 김현정 앵커> 전혀 안 만나십니까?
◆ 조정래> 네. 이 세상과 완전히 인연을 끊습니다.
◇ 김현정 앵커> 왜 그러시는 건가요?
◆ 조정래> 텔레비전 뉴스만 봐도 그것이 감정을 다쳐서 글 쓰는 데 방해가 됩니다. 몰두하기 위해서, 그리고 제가 세 대하소설에 등장시킨 인물이 1200명이기 때문에 그들을 먹여 살려야 되지 않습니까? (웃음) 그러다보니까 현실적인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 그만큼 피해를 입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앵커> 그래요. 그러니까 감옥이라는 얘기가 나올만하네요.
◆ 조정래>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4,5년 동안 세상과 단절하고 글만 쓰는... 그래서 ‘정말 지독한 이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어’ 라고 느꼈던 순간도 있으시죠?
◆ 조정래> 매순간 글이 안 될 때에는 그걸 느끼지요.
◇ 김현정 앵커> 특히 어떤 작품?
◆ 조정래> ‘태백산맥’ 같은 경우는 국가보안법이 항상 머리에서 가시울타리처럼 저를 억제했기 때문에 계속 힘들었었죠.
◇ 김현정 앵커> 쓰면서도 계속 문제가 되겠구나, 느끼면서 글을 쓰십니까?
◆ 조정래> 그렇습니다. 저는 ‘태색산맥’ 에서 국가보안법이 제안하고 있는 부분들을 넘어가려고 그것을 깨부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그것들이 다 신경에 거슬려서 저한테 유해가 가해지는 어떤 두려움 같은 것을 느꼈죠.
◇ 김현정 앵커> 그런 상태, 어떻게 극복하세요. 그럴 때는... 사실 좀 세상적인 눈으로 보면 ‘내가 타협해보지’ 이런 생각이 드실 법도 한데.
◆ 조정래> 이것을 하지 않으면 생전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차라리 죽고 말지, 이건 못 견디겠다, 하는 욕구가 실존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타인들이 볼 때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지만, 그것을 해놓고 놨을 때 성취감과... 그리고 ‘태백산맥’이 나온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도 책이 팔리거든요. 그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작가가 그런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이게 바로 작가입니다. 오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렇게 목소리 들어서 반가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9(금) 조정래 "헐,당근이요? 깡패도 옛날엔 신조어였어요"
200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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