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간 지근거리 보좌 최경환 비서관
- 장례 종료, “DJ 서재 등 생전 그대로”
- 미공개 일기 ‘촛불은 새로운 군중’ 평가
- ‘사후 출판하라’ DJ 자서전 내년 출판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경환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 객원교수(故 김대중 전 대통령 공보비서관)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이죠. 어제 세워진 묘비 뒷면에 새겨진 말입니다. 어제가 김 전 대통령의 서거 5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가족과 측근인사들이 모여서 묘비와 추모비 제막식을 가졌는데요.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분 오늘 모십니다. 김 전 대통령을 10년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최경환 공보비서관입니다. 직접 만나보죠.
[IMG0]◇ 김현정 앵커> 제대로 말하면 이제 비서관은 더 이상 아닌 거죠?
◆ 최경환> 네, 그렇게 됐습니다.
◇ 김현정 앵커>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 최경환>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의 객원교수로 있고요. 김대중평화센터 일을 하면서 이희호 여사 일을 돕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어제 추모비 제막식이 있었습니다. 오랜 만에 지인들 많이 모여서 회포 푸는 자리도 있었을 텐데, 어떠셨습니까?
◆ 최경환> 옛날 대통령님 오랫동안 모셨던 분들 만나서 서로 위로도 하고 다짐도 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옛날 어려운 시절에 대통령 가까이 모셨던 측근인사님들 많이 오셨고요. 가족들, 정치인들도 많이 오시고, 청와대와 정부에서도 오시고 그렇게 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이희호 여사는 어떻게 지내십니까?
◆ 최경환> 아직도 좀 어렵고 그러신 것 같아요. 조금 야위셨고요.
◇ 김현정 앵커> 건강이 안 좋으신 편인가요?
◆ 최경환> 건강은 괜찮으신 편인데요. 몸이 좀 야위셨습니다. 특히 서재 응접실은 대통령께서 평소 쓰시던 그대로 두고 있거든요. 그런 걸 보시면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생각나시는 모양이에요. 당분간 쉽게 잊혀질 일은 아닌 것 같네요.
◇ 김현정 앵커> 보통 고인이 되고 나면 그분 쓰던 물건은 일부러 생각 안 나게 하려고 치우곤 하는데. 그냥 그대로 두셨어요?
◆ 최경환> 네, 아직 치우 않고 그대로 두고 계십니다.
◇ 김현정 앵커> 쓰던 책이며 연필이며 이런 것들 그대로요?
◆ 최경환> 네.
◇ 김현정 앵커> 최경환 비서관님께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사료를 정리 중이라고 들었는데요. 양이 상당히 방대하죠?
◆ 최경환> 정리할 자료들이 아주 많고요. 공개되면 의미 있는 자료들도 많이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워낙 크신 분이어서 수첩 하나가 역사고, 메모 한 장에도 많은 것이 담겨있어서요. 잘 정리해서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에 넘겨서 앞으로 그 시대를 연구하는 분들이 참고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 김현정 앵커> 특히 서거하시기 직전까지 일기를 쭉 쓰셨던 걸로 아는데요. 공개되지 않은 지난 해 일기도 있다면서요?
◆ 최경환> 올해 일기는 일부 장례 때 공개했고요. 작년 2008년 일기도 고스란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다 기록을 해두셨어요. 예를 들면 작년 촛불집회 있었지 않습니까? 촛불집회 진행과정과 거기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소회들, 특히 가장 큰 대통령의 관심사가 북한 핵문제였거든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국제정세 분석과 전망, 이런 것들이 자세히 들어있고요. 또 만나신 인물들에 대한 인물평도 아주 재미있고.
◇ 김현정 앵커> 기억나는 거 있으세요?
◆ 최경환> (웃음) 여기에서 말씀드리기는 그렇고요. 또 이희호 여사님과의 사저에서의 생활, 사저 정원의 꽃과 나무들, 철따라 변하는 모습 이런 것도 아주 자세히 적어 두셨습니다.
◇ 김현정 앵커>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일기에 뭐라고 묘사하고 계세요?
◆ 최경환>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새로운 군중이 출현했다, 이런 평가를. 플래시몹, 번개군중이라고 하죠. 이런 플래시몹이 출현해서 직접 민주주의 가능성이 있다, 이런 평가를 하시는데. 재임 중에 힘썼던 IT 정보화, 인터넷, 이런 게 기반이 되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계셨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런 것이 기반이 되어서 이렇게 참여하는 군중, 새로운 군중이 나타났다고. 그럼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신 거네요?
◆ 최경환>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런 것들이 지금 공개되지 않은 일기 속에 들어있군요. 생전에 추진하던 자서전도 지금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라고요?
◆ 최경환> 네, 막바지 작업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언제쯤 공개됩니까?
◆ 최경환> 내년 상반기 중에는 출판까지 완료할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실 생전에 거의 마무리하셨는데 한 5년 동안 준비하셔서. 조금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하셔서 다시 정리를 하고 있는데요. 생전에 몇 차례 “사후에 출판하라, 내가 죽으면 출판하라” 이런 말씀을 하셔서 저희들이 아주 당황한 적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사후에 출판하라는 것은 무슨 의미셨을까요?
◆ 최경환> 글쎄요, 아마 그 말씀은 아직 관계되고 진행되는 일들이 많은데 생전에 출판할 경우에 그런 부분에 대한 것들을 딱 매듭지어서 말할 수 없는, 그런 것 때문에 그러지 않으셨나 생각하는데요. 몇 차례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 김현정 앵커> 자서전 쓰는데도 몇 가지 원칙이 있으셨다고요?
◆ 최경환> 대통령께서 원칙과 지침을 자주 주셨어요. 당대에 많이 팔릴 책을 바라는 게 아니다, 후대들이 교훈으로 삼을 일을 적어라, 그리고 내가 한 일도 업적도 경험한 일도 빠뜨리지 않겠지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처럼 재미있게 써야 한다, 그래서 집필하는 분들이 곤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소설처럼 국민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자서전 준비 중이시군요. 최근에는 김 전 대통령하고 이희호 여사가 주고받은 옥중서신도 새로 간행되지 않았습니까?
◆ 최경환> 1, 2권 두 권으로 지난주에 나왔는데요. 1권은 대통령께서 여사님께 보낸 편지고요. 2권은 여사님께서 감옥에 계시거나 망명생활 중인 김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 김현정 앵커> 기존에 출판된 것도 있었는데요?
◆ 최경환> 80년 사형수로 계실 때 보낸 편지를 출판했던 건데요. 거기에다가 1976년에 진주교도소 서울대병원에 수감 중일 때 보낸 편지 이런 것들을 추가로 하고. 여사님 편지도 많이 추가로 수록됐습니다. 어제 추모 제막식 때 여사님께서 재단에 놓아드렸습니다.
◇ 김현정 앵커> 사실 정치인 김대중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인간 김대중은 어떤 분이였을까 궁금합니다. 지근거리에서 그림자 수행을 했던 분이 기억하는 모습, 어떤 걸까요?
◆ 최경환> 제 개인적인 것을 말씀드리면 묘한 흡인력 같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흡인력 같은 것을 가진 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그것은 정치적인 카리스마나 정치적인 위상에서 나온 것이기 라기보다는 대통령만이 가진 특별한 감성적 성품, 이런 게 있어요. 아주 감성이 풍부하고 섬세한 분이다... 여러분들이 많이 말씀하시는데요. 어떻게 저런 분이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서 정치를 할 수 있었느냐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감성이 풍부한 분이라고 그래요.
어떤 외국의 평론가가 이런 이야기를 하던데요. “휴머니스트 같은 감성과 정치인의 용기를 함께 가진 아주 독특한 분이다” 제가 봐도 그게 딱 맞는 말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여러 추억들 많으시겠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최경환> 이걸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을지, 개인적인 경험인데요. 올해 들어서 토요일 오전이나 오후에 토요강의를 했어요. 특별히 듣는 사람이 있어서 라기 보다 대통령님 모시고 비서관들이 응접실에 앉아서 토요일은 공식일정이 별로 없거든요. 응접실에서 수박이나 아이스크림을 앞에 놓고 대통령님 말씀을 듣는 거죠. 그걸 토요강의라고 했습니다. 역사 강의, 인생 강의, 정치 강의, 주제는 그때그때 달랐는데요. 저희들이 한차례 강의를 들으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말할 정도로 강의도 재미있고 배운 게 많았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네요. 지금 좋은 점들만 말씀해 주셨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약점이라든가 가까이서 보니까 이런 허물도 있더라, 하는 것도 말씀해주시죠.
◆ 최경환> 허물도 많으시겠죠. 많이 있으시고 그러시겠지만 저는 별로 대통령님의 허물이나 약점을 찾지 못했는데, 찾아보겠습니다. (웃음) 다만 대통령님이 저희들에게 비서관들에게 꾸중할 일, 질책할 일들이 많을 텐데. 그런 꾸중이나 질책을 해야 우리가 쉽게 고칠 수 있을 텐데. 절대 그런 말씀을 안 하세요. 잘됐다, 수고했다, 참고할게요, 이렇게 좋은 말만 해줘서 정말 잘해서 좋은 말 듣는 건지, 아니면 그냥 말을 하시는 건지, 그래서 저희들이 모시는 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저에겐 그런 게 흠이라면 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좀 엄격하고 무서운 분 일줄 알았는데요?
◆ 최경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 김현정 앵커> 오히려 그게 약점이시군요. 너무 숨기는 게. (웃음) 이희호 여사가 영결식 당일에 서울시청 앞 군중들 앞에서 인사했던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는 분들이 많으세요. 이 여사님은 가까이에서 보면 어떤 분이신가요?
◆ 최경환> 영결식 때 저도 그렇고 다들 놀랐죠. 고개만 숙이고 눈물만 보이신 여사님께서 어떻게 저렇게 의연한 모습을 보이시나 놀랐는데요. 그런데 여사님 아시는 분들한테 말씀을 들으면 그게 여사님이 본모습이라고 그래요. 학생 시절에는 학생회 활동, 사회에 나와서는 여성 운동의 탁월한 리더였는데, 대통령님 감옥에 있을 때는 많은 동교동 가족과 비서들 이끌고 대신 싸우신 분이고. 그래서 이번 모습은 그동안 감쳐온 여사님의 본모습을 보여주신 것 아니냐 이렇게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최경환 비서관께서도 유지를 받드는 일을 계속 계획을 하고 계시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도서관에서도 계속 일을 하시는 거죠?
◆ 최경환> 네, 계속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정치인들, 젊은 정치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지고 계실 것 같고요?
◆ 최경환> 그렇습니다. 제가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젊은 후배들하고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대화를 많이 하고 싶어요. 김 전 대통령이 어떤 철학을 가졌고 어떤 태도로 인생을 살았고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해보고 싶고요.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 우리들도 앞으로 미래세대나 세계인들에게 과연 누구를 대한민국의 상징적 인물로 내세울지 고민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님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나 남북화해협력 노력, 타협과 관용의 정신, 이런 김대중 배우기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앵커> 네, 여기까지 말씀 듣습니다.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7(수) DJ 마지막 비서관 최경환 “아직도 그가 그 자리에 있다”
200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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