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국립중앙박물관 최광식 관장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면 아주 특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13년 만에, 그리고 경주 천마총에서 발견됐던 ‘천마도’가 12년 만에 일반에게 공개가 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보기가 힘들었느냐하니 몽유도원도는 일본이 가지고 있었고요. 심지어는 일본의 국보입니다. 그리고 천마도는 훼손우려 때문에 공개를 그동안 안 해왔던 건데요. 그래서 더 귀한 전시회입니다. 귀로 구경을 먼저 한번 가보실까요? 국립중앙박물관의 최광식 박물관장 연결돼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이번 전시회의 정식명칭이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여민해락(與民偕樂)’ 이네요. 한국박물관의 첫 시작을 어디로 잡은 건가요?
◆ 최광식> 1909년 11월 1일 순종황제가 ‘백성과 함께 즐기자’ 해가지고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를 했습니다. 그때를 기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공개를 했다는 게 국가의 보물이나 이런 작품들?
◆ 최광식> 네. 그렇죠.
◇ 김현정 앵커> 이번에 전시회에서 진귀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작품들이 공개가 되나요?
◆ 최광식> 아까 말씀하신대로 일본 천리대도서관에 있는 몽유도원도하고요. 그 다음에 미국의 박물관에 있는 고려불화, 그 다음에 저희들이 갖고 있었지만 공개를 못했던 천마도, 그 다음에 최근에 발견된 미륵사지 사리장엄구...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총 작품수가 얼마나 됩니까?
◆ 최광식> 150점.
◇ 김현정 앵커> 그 중에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앞서도 언급한 13년 만에 고국을 찾은 몽유도원도 아니겠습니까? 이게 안평대군이 꿈에 본 도원을 화가 안견이 비단에다가 그린 작품인데, 미술사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가진다고요?
◆ 최광식> 첫 번째는 조선 전기에 누가 언제 그렸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그림이 이게 오래된 거고요.
◇ 김현정 앵커> 아, 작가와 연도가 확실히 나와있는 그림?
◆ 최광식> 네. 그 다음에 그림의 격이, 그림의 질이 아주 뛰어나죠. 그러니까 네 가지로 구성이 되어있는데요. 처음에는 현실세계, 그 다음에 무릉도원의 바깥입구, 그 다음에 무릉도원의 안쪽입구, 그 다음에 무릉도원이 그려져 있는데요. 색깔이나 터치, 이런 것들이 아주 뛰어난 작품입니다. 세계미술사상으로도 이게 15세기인데 말이죠. 그리고 그러한 네 개의 구성이 딱딱 구분짓지 않고 하나에 조화롭게 되어있고요. 또 여기 안평대군의 글씨, 또 신숙주, 성상문, 박팽년 이런 분들이 그 시를 보고 그린 감상을 써놨어요. 시서화가 잘 어우러져가지고 15세기 우리 조선 전기에 인문학 학문에 결정체다, 이렇게 보실 수가 있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어떡하다가 그 귀한 것이 일본에 건너가서 국보까지 됐습니까?
◆ 최광식> 아마 임진왜란 때 나간 것 같고요. 그랬다가 일제강점기 때 다시 한 번 들어왔습니다. 이게. 그런데 그때 다시 일본으로 나갔어요. 우리가 돈이 없어가지고...
◇ 김현정 앵커> 일제강점기 때 들어왔다는 건 어떻게 들어왔다는 거죠?
◆ 최광식> 그때 팔려고 내놓은 거죠.
◇ 김현정 앵커> 일본사람이 지니고 있던 민간인이...
◆ 최광식> 왜냐하면 한국 사람들이 사겠지, 하고 다시 일본 사람이 사갖고 갔어요.
◇ 김현정 앵커> 아, 그런 기가 막힌 사연이...
◆ 최광식> 그러다가 해방 후에도 또 한 번 들어왔습니다. 들어왔는데 그때도 우리가 돈이 없어가지고... (웃음) 이게 다시 일본 사람이 사갖고 나갔죠.
◇ 김현정 앵커> 도대체 얼마 정도에 팔렸어요? 그때 경매시장에서.
◆ 최광식> 그때 수천달러.
◇ 김현정 앵커> 수천달러면 그러면 몇 백만 원... 지금 돈으로 따지면.
◆ 최광식> 그래가지고 그때 관장이 시립박물관에서 사려고 했는데 예산이 없어서 못 샀죠.
◇ 김현정 앵커> 그래서 일본에 건너가서 천리대학교에서 사서 가지고 있고, 일본 국보로 지정을 하고... 이게 한번 빌려만 오는데도 보통 고생하신 게 아니라면서요? 관장님.
◆ 최광식> 이게 이번이 세 번째 인데요. 한국에 온 게. 그런데 그동안 많이 훼손이 됐습니다. 그래서 훼손됐기 때문에 빌려줄 수 없다, 저희가 100주년이다, 설득을 해서 어렵게... 그래서 이번에 9일간 밖에 전시를 못합니다.
◇ 김현정 앵커> 전시회는 11월 8일까지 열리는데 몽유도원도는 딱 9일만?
◆ 최광식> 네. 그러니까 10월 7일 밖에 못합니다. 아마 그 사람들이 뭐라고 했냐면 “이게 마지막이다” 그래서 아마 이번에 보시지 못하면 평생 못 보실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이렇게 억울할 때가 있습니까? (웃음) 우리 작품인데... 이렇게 우리나라의 대단한 작품이 다른 나라에 건너가 있는 게 얼마나 될까요?
◆ 최광식> 뭐, 많죠. 몇 만 점 되는데요.
◇ 김현정 앵커> 그중에서도 이 정도 대단한 작품들, 들으면 알만한 작품들이 뭐가 있을까요?
◆ 최광식> 특히 고려불화, 일본에 40여 점이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불교의 그림들, 이런 것들이 많이 가 있는 군요. 알겠습니다. 몽유도원도 얘기 해봤고요. 또 한 가지가 천마도인데요. 1973년에 경주 천마총에서 발굴이 됐는데, 왜 공개를 그동안 안 해오다가 이번에 두 번째 공개, 그것도 12년 만에 공개?
◆ 최광식> 천마도가 어디에 그려져 있냐하면 말달래라는 게 있습니다. 말에서 밑에서 흙이 튀지 않도록... 그런데 거기가 숲이, 나무껍질에다가 그린 거예요. 그래서 오래됐기 때문에 거의 바스러져있습니다. 그래서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데요. 그런데 그동안 보존과학이 발달해가지고 어느 정도 보존처리가 돼서 이제 이것도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저희들이 공개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 김현정 앵커> 천마도는 며칠 동안 공개를 하세요?
◆ 최광식> 13일간.
◇ 김현정 앵커> 13일간. 어제 하루는 갔으니까 이제 12일 남았네요. (웃음) 이 천마도도 이번에 못 보면 또 언제 볼 지 모르는 거네요?
◆ 최광식> 그렇죠.
◇ 김현정 앵커> 천마도, 여러분들 많이 보셨을 거예요. 교과서에서도 보시고... 그게 순백의 천마 한마리가 하늘로 쫙 비상하는 모양인데, 이걸 놓고선 ‘이게 말이냐, 기린이냐?’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도 좀 있다고요?
◆ 최광식> 네. 기린하면 우리는 동물에서 아프리카 기린 생각하는데요.
◇ 김현정 앵커> 목이 긴 기린.
◆ 최광식> 그게 아니고요. 이 기린은 상상의 동물입니다. 그런데 기린하고 말이 대개 비슷합니다. 다만 뭐가 다르냐면 뿔이 있느냐, 없느냐로 기준을 하는데요. 처음에 우리가 발견했을 때는 뿔이 안 보였어요. 이번에 화소가 1200만 화소짜리 찍으니까 머리 부분에 뿔 같은 것이 보이게 됐습니다. 만약에 뿔이 확실하다면 말이 아니고 기린이 되고, 그렇게 되면 천마총이 아니고 기린총이 되어야 됩니다. 이런 것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관람료는 없다고요?
◆ 최광식> 네. 여민해락(與民偕樂), ‘백성들과 함께 즐기자’ 해서 저희들이 이번에는 국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무료로 하기로 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좋습니다. 흔치않은 기회, 저도 꼭 가보겠습니다.
◆ 최광식> 네, 그렇게 하세요.
◇ 김현정 앵커> 관장님,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30(수)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우리나라에서 몽유도원도 볼 마지막 기회"
200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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