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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목) 이태원살인사건 홍기선 감독 "살인범 눈앞에 뻔히 두고 풀어준 과정 주목"
2009.09.17
조회 257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홍기선 감독

지금부터는 좀 복잡한 얘기입니다. 귀를 잘 기울여서 들어보시죠. 1997년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젊은 청년이 가슴과 목 9군데를 칼에 찔려서 참혹하게 살해를 당했는데, 현장에 있던 용의자는 단 두 명, 혼혈인 미군과 돈 많은 재미교포였습니다. 결국 누가 범인인지 못 밝히고 여태까지 미제로 남은 사건인데요. 기억하시죠? ‘이태원 햄버거 집 살인사건’입니다. 당시 세상은 발칵 뒤집어졌고, 논란이 대단했습니다만, 2009년 이 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때 그 사건 속으로 다시 한 번 들어가 볼까요? 홍기선 감독 연결돼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어떻게 보면 잊혀진 사건인데, 어떻게 이 시점에서 이 사건을 영화화해야 겠다, 이런 결심을 하셨습니까?

◆ 홍기선> 잊혀진 사건이지만 미제로 끝났잖아요. 해결이 안 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현재, 지금이라도 이 사건이 해결되어야 되고, 현재 진행형이고, 또 이사건에 보여지는 내용에 보면, 우리 사회의 정체성의 혼돈 같은 거 있잖아요. 그걸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고, 다시 한 번 환기해보고 그런 의미에서 만들었습니다.

◇ 김현정 앵커> 당시 화장실에 용의자가 딱 두 명 뿐이었습니다. 그러면 두 명 중에 한 명은 반드시 범인인 상황이었는데 왜 끝까지 범인을 못 잡고 미제로 남게 된 겁니까?

◆ 홍기선> 글쎄, 그때 당시 검찰은 당시 두 명 중에서 한 명을 살인죄로 기소했잖아요. 용의자 중에서. 한 명은 단순흉기소지로 기소를 했고.

◇ 김현정 앵커> 재미교포가 범인이고 미군은 무죄다, 맨 처음 이렇게 결론이 났었죠?

◆ 홍기선> 아니오, 둘 다 미국적이고, 한 명은 혼혈인이잖아요. 또 한 명은 미국인 2세고, 미국인 2세 쪽을 살인죄로 기소하고, 혼열인 쪽은 흉기소지죄로 기소했는데, 재미교포 2세를 계속 재판으로 가다가 1심에서는 무기징역하고 그런데 대법원에서 뒤집어지면서 무죄로 되면서 결국 이렇게 미제로 된 거죠.

◇ 김현정 앵커> 저는 그 부분이 궁금한 건데요. 살인죄는 재미교포다, 이렇게 결론이 내려졌다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났다 말입니다. 그러면 재미교포가 무죄라면 당연히 다른 한사람, 그 미군 쪽이 유죄라는 얘기인데, 왜 못 잡고 거기서 마무리가 되어버린 건가요?

◆ 홍기선> 그 당시 사건, 미국 혼혈인, 그러니까 미군이 아니라 미군무원아들이었거든요. 18살짜리. 미국인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고 당시는요. 그쪽은 대개 1년 6개월인가 형을 받았는데, 특사로 한 2개월 감형 받아서 특사를 받은 다음에 바로 미국으로 출국해버렸죠. 그리고 미국인 혼혈 같은 경우는 소파대상이었죠. 미국적의 미군무원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소파대상이었기 때문에, 아마 수사상으로 좀 그런 어려움이 많았고, 미국으로 이미 가버리니까 다시 이쪽에서 기소를 해버려도 미국에서 협조를 안 해주면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입장에서는 검찰이나 이런 쪽에서는요.

◇ 김현정 앵커> 지금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데에도 미국에서 데려올 수 없는 거군요?

◆ 홍기선> 그렇죠. 이쪽에서 한다고 해도 미국 쪽에서 적극적으로 그것을 협조해 주지 않는 한은 우리 쪽에서는 어쩔 수 없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겠죠.

◇ 김현정 앵커> 감독님 보시기에는 4년간 수많은 관련자 만나고, 고증작업도 거치셨는데... 감독님 보기에는 미군 아들이 범인이었다고는 심증은 좀 생기세요?

◆ 홍기선> 글쎄요. 주변에서는 이 사건이 방송도 타고 그러면서 재미교포 2세가 무죄로 되면서 미군속 아들이 범인일 가능성이 많다, 이런 의견들은 있는데... 저도 여러 가지 심증은 있겠지만, 제가 결론이 안 난 것을 알 수가 없잖아요. 그 사람 두 속을 들어가보지 않은 이상은... 누구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제가 결과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뻔하게 범인이 있는데도 범인이 두 사람 다 우리가 죽였다, 그렇지만 내가 안 죽이고, 옆에 있는 애가 죽였다, 이런 식으로 서로 주장을 하고, 뻔하게 있는데도 범인을 눈앞에 두고도 왜 이렇게 풀어주게 된 과정들, 그것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하는 거죠.

◇ 김현정 앵커> 둘 중의 하나는 분명 범인인데 둘 다 무죄가 된 이 상황. “그러면 내 아들은 도대체 누가 죽였다 말이냐” 이게 피해자 어머니가 울부짖으면서 하는 하는 말씀인데, 유가족들도 만나보셨잖아요. 그때 일 생각하면 뭐라고 말씀하세요. 지금.

◆ 홍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유가족 입장에서는 아드님이 두 번 죽었다고 얘기를 하시거든요. 한번은 화장실에서 죽은 거고, 두 번은 둘 다 다 어떻게 보면 잡지도 못하고 풀려나면서 결과적으로 국가가 또 한 번 죽였다, 그러니까 “너무 억울하다” 사실은 이것에 대한 누구도 책임을 안 지니까 결과적으로 범인이 뻔하게 있는데 찾지는 못했으면 모르는데, 눈앞에 그냥 바로 두고도 해결을 못해버리니까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또 두 번 죽였다,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현장에서 두 명의 용의자를 잡았는데도 못 밝혀내는... 참, 가슴 아픕니다. 만약 그 사건이 1997년이 아니라, 지금 2009년에 발생했다면 어떠세요? 범인을 우리가 밝혀 낼 수 있었을까요?

◆ 홍기선> 그때는 12년 전이니까 지금보다는 수사기술이 지금은 더 과학화되고 많이 발전돼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결론이, 좋은 결론이 낫었을 수는 있었겠죠. 좀 명확한 결론이. 그렇지만 제가 볼 때는 이 사건의 아주 중요한 점은 아니더라도 거기 용의자들이 다 미국적이고, 또 증인들이나 혼혈인, 용의자 중의 한명은 소파대상, 그러니까 한미행정협정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 제가 알기로는 수사나 재판상에서 대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 소파, 한미행정협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사실 뭐,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나 이 사건 보다 더 정치적으로 극명한 게 ‘윤금이 사건’이나 이런 것들은 거의 불리하게 거의 우리 쪽 수사나 재판을 진행을 거의 못했잖아요.

◇ 김현정 앵커> 사실 미군과 연결된 사건이다, 하면 속 시원한 재판수사가 하나도 없었던것 같아요. 기억나는 게.

◆ 홍기선> 이것은 아주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데, 미묘하게 그런 것들이 깔려있었던 사건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개 사건이 미묘한 사건인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제작비가 5억 원 밖에 들지 않았다고 제가 들었어요. 그야말로 소자본으로 만든 우리 영화인데, 그런데 출연진은 굉장히 화려합니다. 정진영 씨, 장근석 씨, 이런 분들 개런티는 어떻게 하신 거예요?

◆ 홍기선> 이 영화 자체가 사실은 시나리오 단계 때부터 대개 오락적이거나 상업적인 게 아니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우리사회에서 일어난 좀 안타까운 사건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사실은 상업적인 코드로 봤을 때는 사실 투자가 전혀 안 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예산자체는 한계를 두고 시작할 수밖에 없는데, 제 입장에서 보면은 아무래도 배우들이 좀 이름있는 배우들이 있으면, 많은 사람한테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계기가 되니까 정진영 씨 같은 경우는 제가 3년 전에 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세 번째 시선’때 같이 했었거든요.

◇ 김현정 앵커> 노개런티로 참여하셨다고요? (웃음)

◆ 홍기선> (웃음) 거의 차비만 받고 그랬고, 장근석 씨나 신승환 씨 같은 경우는 시나리오를 보고 아마 본인들이 왔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제대로 된 수사가 이번 영화를 계기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