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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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목) 두 번 자살 시도한 이우재 부장판사 "터놓고 얘기해야 극복"
2009.09.10
조회 1084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두 번 자살 시도 경험 서울동부지방법원 이우재 부장판사

9월 10일 오늘은 세계자살예방의 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만 2858명. 대단하네요. 시도했던 사람은 해마다 30만 명이 넘는다고 그럽니다. 만약 시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머릿속에 자살을 떠올려 본 사람을 조사한다면 얼마나 될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경험자, 그러니까 자살의 유혹을 몇 차례 딛고 일어선 분의 경험담, 조언을 좀 들어보려고 합니다. 판사세요. 서울동부지방법원의 이우재 부장판사 만나보죠.

◇ 김현정 앵커> 진짜 부장판사 맞으세요? (웃음)

◆ 이우재> 네, 그럼 맞죠. (웃음)

◇ 김현정 앵커> 조금 의외였습니다. 사실은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은 삶의 만족도도 높지 않을까, 이런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 이우재> 글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저희들도 살면서 하는 고민이나 이런 것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거든요.

◇ 김현정 앵커> 맞습니다. 사실은 삶의 어려움에 있어서는 재산이 많고 적고, 사회적 지위가 높고 낮고, 남녀노소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판사가, 현직판사가 언론에서 이런 경험을 말하겠다라고 결심하는 게 쉽지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 이우재> 네, 뭐, 약간의 고민도 많았죠.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어떻게 결심하게 되셨어요?

◆ 이우재> 처음엔 다른 글을 쓰기로 했었는데, 글을 써달라고 해서 다른 글을 쓰기로 했었는데, 뭘 쓸까, 생각하다가 제가 처음에 글을 쓴 날도 바로 오늘이었어요. 자살의 날.

◇ 김현정 앵커> 그러니까 신문에다 기고하신 거였어요?

◆ 이우재> 아니오. 잡지에서 기고해달라고 그러니까 글을 쓰기로 했는데, 다른 글을 쓰려고 하다가 그날이 신문에서 우연히 보니까 자살예방의 날이더라고요. 2년 전 바로 오늘이었죠. 그래서 생각하다보니까 내가 바로 그런 경험을 했었고, 그 다음에 그 원인이 뭔지도 알았는데, 내가 우울증이라든가 이런 것에 대해서 너무 내 스스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사회적인 우울증에 대한 오해든가 이런 것이 자살을 부추기는 거 아닌가, 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해가지고 나부터 반성의, 행동을 옮겨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해가지고 글을 썼죠.

◇ 김현정 앵커> 세상에 좀 알리면서 드러내면서 이 어려움에 빠진 분들을 돕자, 이런 생각을 하신 거군요?

◆ 이우재> 선진국에서는 그런 게 문제가 안 되고 다 우울증 치료하고, 터놓고 얘기하고 그러는데 우리는 우울증이라고 하면 너무 큰 정신병 걸린 것처럼 오해하고 감추고 그러다보니까 치료의 기회를 놓쳐서 결국 자살에 이르고... 이런 경우가 많으니까 이거 좀 막아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어떤 이유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셨어요? 판사님.

◆ 이우재>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친 거기 때문에 하나의 원인이 되었던 거는 아니고, 원래 판사라는 게 밤늦게까지 일하기도 하고, 업무스트레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고부간의 갈등으로 인한 집사람하고 어머니사이에 큰 갈등, 그 사이에서 제가 문제를 제대로 해결을 못했거든요. 그런 것이 있었고, 그 다음에 경제적으로 늘 쪼들리다보니까 주식투자 했다가 그것도 잘 안되고, 그 다음에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나중에 제가 병원에 가보니까 “야, 너도 위 검사를 해보니까 암의 기질이 좀 있다” 이런 소리 들으니까 갑자기 기분이 좀 나쁘잖아요.

◇ 김현정 앵커> 한꺼번에 다 몰려왔군요. 그게.

◆ 이우재> 그게 한꺼번에 여러 개 겹치다보니까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하나를 억지로 마음을 다스려서 억제시켜놓으면 그 다음 게 터지고. 이러다보니까 단 하루도 편히 쉴 수가 없었죠.

◇ 김현정 앵커> 그게 언제쯤 얘기입니까?

◆ 이우재> 그게 시작되기는 2001년도 서울 와가지고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시작했다가, 결정적으로 폭발했던 거는 2005, 2006년 그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 김현정 앵커> 자살을 몇 번이나 시도하신 거예요?

◆ 이우재> 처음에는 2006년 4월 초파일날, 저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우울증에 걸려가지고 세상에는 거의 안 나가고 살았죠. 딱 법정에만 왔다갔다하고, 집안에 틀어박혀있는데, 집사람이 5월 초파일이고 날씨가 좋으니까 애들 하고 어디 야외로 나가자, 나는 싫다, 이런 싸움이 벌어졌죠. 그러다보니까 혼자 화장실 가서 샤워 하는 척 하다가 충동적으로 자살하려고 샤워꼭지에다가 목을 감고 뛰어내렸죠. 첫 번째였고.

◇ 김현정 앵커> 행동에 옮기신 거예요?

◆ 이우재> 그건 내가 계획적으로 옮긴 게 아니고 충동적으로 옮긴 거예요. 그 안에 숨어 있다가... 그때 실패한 다음에는 그 뒤부터는 자살계획을 세우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자살을 자살이 아닌 것처럼 위장을 해서 죽을 수 있을까?’ 계속 자살 궁리만 해요. 자살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는 게 어떻게 죽으면 편안하게 잘 죽을까? 이 생각만 하고 사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마지막에 선택한 게 수면제를 모으자, 이거였죠.

◇ 김현정 앵커> 수면제를 모으자, 하나, 두알 씩.

◆ 이우재> 그래가지고 60일치를 모았었죠. 수면제를.

◇ 김현정 앵커> 병원에 안가셨어요? 그 정도로 우울증이 심한데.

◆ 이우재> 병원에 갔어도 솔직하게 얘기를 안 한 거죠. 사실은. 병원에 갔었는데, 불면증만 얘기를 하고 아무런 문제없는데 잠만 안 온다, 업무 때문에 잠만 안 온다, 이런 것만 얘기하고 병을 숨긴 거죠.

◇ 김현정 앵커> 왜 숨기셨어요? 왜?

◆ 이우재> 모르겠어요. (웃음)

◇ 김현정 앵커> 지금 생각하면 좀 후회가 되시겠어요?

◆ 이우재> 내가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겠지.

◇ 김현정 앵커> 이제부터 얘기가 중요한데,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 이우재> 어떻게 보면 숨기려고 하다가 자살을 하려고 준비를 해가지고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하려고 자살을 옮기기로 한 작정한 날이 있었어요. 그날 재판하는 날이었는데 내가 재판을 하고 밤에 야근을 하다가 수면제를 먹고 죽고 이러면 자살이라고 위장도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러면서 내가 보험 들어놓은 것도 있으니까 자식들은 보험금도 타고 그런 생각도 한 거죠. 그러다가 잠깐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잠깐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꿈속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나타나셔가지고, 제 장례식에 나타나가지고 제 수의를 벗기시더라고요. 그동안 잠을 자려고 애를 써도 잠 한번 편히 못 잤는데, 갑자기 자려고 생각도 안한 시간에 잠이 오면서 그런 꿈 꾼 거예요. 재판을 시작하면서, 오전, 오후 내내 재판을 하면서도 도대체 이 꿈이 뭘까라는 생각을 계속 하다가 갑자기 깨달은 게 있었죠. 내가 모든 것을 죽겠다고 포기를 하니까 잠도 오고. 그래서 중간에 재판을 그만 두고 사람들한테 솔직히 얘기를 했죠. 제가 병이 나가지고 더 이상 재판을 못하게 됐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바로 원장님 방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되겠다, 이제까지 이런 생각을 갖고 살았다. 그리고 바로 병원에 입원을 했죠. 그런데 입원했는데 또 옆방에서 사람이 죽고 그러잖아요. 사람이 죽고 자식들이 오열하는 모습 보고 그러니까 ‘아, 이거 내가 병원에 있어가지고 치료가 되겠나? ’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병원을 뛰쳐나가서 산속에 가서 한 5개월 살았죠. (웃음)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결국은 주변에 알리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이런 과정이 중요하다는 거, 여러분들 오늘 기억 꼭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 이우재> 저도 제가 했던 글의 말미도 ‘우리, 이거 좀 터놓고 얘기합시다’ 그 얘기입니다.

◇ 김현정 앵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