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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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금) 산업연구원 이항구 박사 "'짝퉁 라세티' 시판 막기 어려울 듯"
2009.09.11
조회 389
- 스카우트, 매수, 해킹 등으로 기술 빼내
- 전문인력 구조조정에 기술유출 가속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

지엠대우의 차 라세티가 러시아에서 C100이란 이름으로, 짝퉁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단순히 겉모양, 디자인만 따라 한 게 아니고 핵심기술을 통째로 빼가서 그대로 만든 건데요. 유출혐의가 드러났고 수사과정에서 관련자가 자살을 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습니다. 전문가 연결해 보죠. 산업연구원 이항구 기계산업팀장 입니다.

[IMG0]◇ 김현정 앵커> 지엠대우를 다니던 연구원들이 사표를 내고 러시아 회사로 이직을 하면서 기술을 통째로 빼갔다, 그렇게 되는 거죠?

◆ 이항구>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처음 있는 일이 아니죠?

◆ 이항구> 유사한 사례를 들자면 대우의 마티즈 모델을 중국의 체리자동차가 모방해서 생산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차를 비롯한 여타 자동차업체에서 연구원들이 기술을 유출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과 같이 특정모델과 관련한 기술을 통째로 넘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앵커> 마티즈 케이스가 기억이 나는데요. 그때는 모양만 베낀 차를 중국에서 만들어냈던가요?

◆ 이항구> 외형은 똑같았고요. 성능은 약간 떨어졌지만 그래도 중국 내에서 판매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모방 생산에 대해서 체리자동차는 당시에 완강히 부인을 했습니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대우자동차의 소위 구조조정 됐던 인력들이 결국 체리자동차로 전직해가면서 동일한 자동차를 모방, 생산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결국 중국법원에서 이 판결을 체리자동차에게 아무런 물증도 없고 결국에 체리자동차가 이기는 그러한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최근 중국 업체들이 무차별적으로 공공연하게 이러한 세계 각국 자동차업체 모델들을 모방, 생산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연구원들한테 월급을 2억 원 제시한답니다. 그러면 연봉 24억인데. 라세티 같은 경우는 전체 기술을 통째로 가져갔다, 이 정도 되면 신차개발 하는 데 드는 시간, 노력, 비용 얼마나 절감하는 건가요?

◆ 이항구> 아무리 신차를 빨리 개발하더라도 18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또 소형차라고 해도 2~3천억 이상이 투자가 됩니다.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소형차 개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요. 러시아 자동차업체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단기간 내에 소형차 모델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김현정 앵커> 마티즈 같은 경우도 3천억 정도 들었다고 하는데. 지금 라세티 같은 경우 피해액을 대충 계산해보면 어느 정도 될까요?

◆ 이항구> 라세티 모델은 지엠대우의 대표모델로서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개도국에 수출이 많이 되어왔습니다. 올해 1월에서 7월까지만 해도 국내 생산이 약 3만4천대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또 수출이 됐습니다. 최근에 가득이나 지엠대우가 어려운 상황에서 러시아 업체가 모방 생산할 경우에는 피해가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어마어마한 액수일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이번에 유출된 게 2002년형 라세티인데, 이건 이미 단종된 것 아닙니까? 그래서 이것 말고 더 신기술도 가지고 가지는 않았을까, 설마 예전 것만 가지고 갔을까 그런 얘기도 있던데요?

◆ 이항구> 이미 라세티 프리미엄 신차가 출시돼서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구형 라세티 모델이 국내에서 생산이 되고 있고. 또 신흥개도국에서는 꾸준하게 수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라세티 기술을 여타 차종에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피해는 간과할 수 없다고 봅니다.

◇ 김현정 앵커> 러시아 말고 중국 같은 나라로 더 유출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 이항구> 아직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만. 라세티 프리미엄, 신 모델이죠. 이 경우에는 지엠이 자사를 대표할 수 있는 소형차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향후에는 모방생산이 아니라 세계각국 신흥개도국에서 프리미엄 모델을 생산하기로 할 정도로 상당히 성능이나 디자인이 우수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제3국으로 갔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세요?

◆ 이항구> 네.

◇ 김현정 앵커> 참 걱정인데요. 이런 사태가 자꾸 벌어지는 원인, 뭐라고 보십니까?

◆ 이항구> 이번 유출 사태는 어떻게 보면 좀 고전적인 모델입니다. 전문 인력을 스카우트해가지고 이들로 하여금 기술을 유출하게 하는 방식인데요. 또 금전으로 내부인력을 매수해서 설계도를 빼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보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해킹 등을 통해서 기술을 빼내가는 방법 등 굉장히 기술유출의 루트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세계 자동차산업의 최근과 같은 구조조정기에는 연구개발 인력들을 우선 정리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것과 관련해서 기술유출문제가 상당히 발생을 하고 있다고도 보겠습니다. 고용이 불안한 상태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경우에 이들 연구인력들이 전직하면서 이전 회사의 기술을 유출하거나 아니면 학습을 통해서 습득한 기술을 전직하면서 그대로 가져가서 개발에 활용을 하는 그런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이번처럼 파일을 복사해서 가져가는 경우는 명백하게 증거가 있지만, 그 연구원이 학습을 통해서 머릿속에 담겨 있는 것을 풀어놓을 경우는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요?

◆ 이항구> 그렇습니다. 그게 중국 체리자동차, 그러니까 대우 마티즈 모델 모방생산도 그랬고요. 이번에도 일부 자료를 파일로 가져갔지만, 머릿속에 있는 그러한 지식과 경험에 대해서는 참 조사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 김현정 앵커> 좋은 조건 따라서 갈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 텐데요?

◆ 이항구> 그렇습니다. 구조조정이 추진 되면 상당히 감원이 일어나는데요. 고용에 불안을 느낀 인력들, 특히 전문인력들은 외부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들어옵니다. 최근에 특히 신흥개도국 자동차업계들이 자기네들 조기성장을 위해서 외국 전문인력들을 많이 스카우트 해가고 있거든요. 이런 인력들이 빠져나갈 경우에는 경기가 회복될 경우에 결국 신제품이나 신종개발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력조정, 특히 전문인력의 감원은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추진해야 하고 자제해야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앵커> 특히 신흥개도국들이 우리나라 엔지니어들, 우리나라 기술을 유독 노린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뭔가요?

◆ 이항구> 최근에 국내 자동차산업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고요. 새로운 모델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고급차 모델 같은 경우에는 신흥개도국에서 모방하거나 아니면 기술을 빼가서 생산해 내기는 어렵지만.

◇ 김현정 앵커> 기술 격차가 너무 많이 나서?

◆ 이항구>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중소형 차에 특화가 되어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러한 기술을 유출하거나 모방해가지고 생산하기가 용이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래서 우리가 타깃이 되는 거군요. 대안을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봐야 될 텐데요. 참 어렵습니다. 이번 라세티 같은 경우도 이직을 할 경우에는 몇 개월 동안 동종업계에 취직을 못하게 한다든지, 보안서약서를 쓴다든지 이런 나름대로의 규정은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게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그럽니다. 어떤 대안들이 있을까요?

◆ 이항구> 그렇습니다. 3년 동안 그러한 제한을 두는 규정들도 있는데, 잘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우선 기술보안시스템을 계속해서 강화해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시스템만 구축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관리운영도 철저히 하게 해야 합니다.

◇ 김현정 앵커> 보안시스템은 어떤 건가요?

◆ 이항구> 최근에는 대형완성차업체나 대형부품업체에서는 하다못해 USB로 파일을 다운로드 받거나 아니면 외부로 유출하는 것도 상당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정보기술이 발달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유출루트는 상당히 방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결국 사람이 전직해가는 경우는 상당히 막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런 경우에는... 구조조정을 안 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웃음) 대책이 좀 그 부분에서는 답답해지네요?

◆ 이항구> 그러니까 결국에는 전문인력, 즉 사람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만 이러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보겠습니다. 또한 우리가 해외인력유출에 대해서도 철저한 감시체제도 마련돼야 된다고 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이번처럼 증거가 확실히 나왔을 경우에는, 파일 6천 몇 백 개를 복사해갈 정도로 증거가 확실히 나왔을 경우에는 처벌도 철저히 있어야 될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 이항구> 일단 조사가 들어가 봐야 되지만, 러시아 자동차업체 쪽에서 상당히 반발을 하고 있고. 과거 중국의 사례에서도 입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물론 지금 물증은 확실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러시아 업체가 참고로 했다, 벤치마킹을 했다,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은 개인적으로는 처벌을 당연히 받아야 된다고 보지만, 러시아 업체가 이 모델을 생산하는 것을 저희들이 통제하기는 참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이 짝퉁 모델이 시판이 계속되는 건가요?

◆ 이항구> 어떻게 보면 하나의 시작 차로서 러시아에서 제작됐는데, 앞으로 과연 양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진행될 경우에는 지엠대우에는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막을 수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개인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지만.

◆ 이항구> 네.

◇ 김현정 앵커> 그런 부분도 참 난감한 상황이네요.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