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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토) 소설가 서해성 "남산 옛 중앙정보부 철거? 경술국치 현장 보존해야"
2009.08.29
조회 643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구성수 앵커
■ 대담 : <역사를 여는 사람들> 발기인, 소설가 서해성

서울시가 남산에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옛 중앙정보부 건물을 철거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역사학자와 문화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공익법인 <역사를 여는 사람들 ‘기억’>이 그 중심에 서 있는데요. 역사를 여는 사람들 ‘기억’의 발기인인 소설가 서해성 씨를 모시고 얘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 구성수 앵커> 서울시에서는 남산 르네상스의 한 사업으로 옛 중앙정보부 건물을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하려는 건데요. 반대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 서해성> 남산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더 훌륭하게 해주려고 그러는 거죠. 지자체는 무슨 일을 하다보면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 혹은 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잘 알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때로 어떤 정책이 시민을 위해서 한 건데,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남산 르네상스 정책이 더 훌륭하고 멋있게 되려면 100년 뒤에도 200년 뒤에도 기억에 더 남을 수 있으면 좋지 않습니까.

그런데 남산 르네상스 정책에 들어있는 것 중 하나가 역사 보존입니다. 가장 그 중에 서울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남산 성곽을 복원한다든지 그런 것들이 그 안에 들어있거든요. 중세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실 남산 성곽을 복원한다고 하면 중세 역사일 뿐만 아니라 사실은 가짜라고 말할 수 있죠. 옛날 돌을 그대로 쓰지는 않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것만이 역사는 아니거든요.

근대와 현대사에 있었던 것들도 아주 중요한 역사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역사는 우리의 오늘을 규정하고 있고, 지금도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남산 북쪽에는 1910년 8월 22일, 경술국치라고 말하는 이른바 합방 조치가 취해진 장소가 있거든요. 그리고 그 장소와 똑같은 장소에서 1961년 6월 10일 중앙정보부가 출범했거든요. 그러니까 한국의 20세기 가장 중요한 역사를 두 개 꼽으라고 한다면 일제강점시대와 분단체제 아니겠습니까? 분단체제이기에 가능했던 인권탄압, 인권에 대한 괴롭힘, 군사독재, 이런 두 가지 기억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엄청난 두 가지 흔적이 한군데 모여 있단 말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같이 보존하는 것이 남산 르네상스를 더욱 더 빛나게 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 구성수 앵커> 이곳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 서해성> 우선 내년이 경술국치 100년입니다. 우리가 공식적으로 나라를 완전히 다른 사람에게 넘긴 최초의 일이지 않습니까? 그것을 기념하는 특별한 일이 현재 준비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정확하게 99년이 되는 날입니다. 내년이면 100년인데. 그런 것을 기억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자리가 바로 통감 관저가 있던 자립니다. 데라우치와 우리나라 이완용 총리대신이 우리나라를 일본에 넘겨준다는 서명을 했던 자리인 곳이죠. 역사 기억의 장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그건 현재 공간이 아무 것도 없는데, 마침 터는 그대로 있습니다. 그런데 르네상스 정책 그대로 간다면 그 터가 사라질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그 부분을 복원했으면 좋겠다...

다른 하나는 중앙정보부 건물이 여러 곳 있는데 그 중에서 핵심적인 곳, 그러니까 본부, 그리고 간첩을 많이 생산했던 곳이 있습니다. 5별관이라고 하는 곳인데 그곳, 그리고 얼마 전에 돌아가신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여러 사람을 고문했던 지하 고문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치를 떨게 했던 6국, 학원 사찰하던 곳이죠. 그런 곳들은 인권유린의 장소이고 그러니까 그런 곳들을 보존해 나가자는 것이죠. 그 이유는 누굴 괴롭히고 고발하고 그러자는 뜻이 아니라, 아프고 부끄러운 곳도 우리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곳을 남겨서 박물관이라든지 갤러리라든지 회의장이라든지 혹은 인권센터교육장이라든지 다양한 것들을 같이 해내서 미래에는 중요한 거울로 삼을 수 있습니다. 다시는 그런 국가폭력이 없어야 되겠구나, 사실 국가폭력이 없는 사회가 가정폭력도 없는 사회거든요. 좀 더 훌륭한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일들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구성수 앵커> 서울시 입장은 어떻습니까?

◆ 서해성> 저희가 9월 초에 서울시에 정식으로 공문도 보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저희가 직접 서울시에 막 요청하지 않아도 사실 서울시에서 너무 많은 답을 듣고 있습니다. 그 답은 딱 한가집니다. 언론을 통해서 기자들을 통해서 듣는 답은 한가지인데, “남산 르네상스 정책은 바꿀 수 없다”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서울시는 중앙정보부 있던 자리에서 1910년 경술국치가 이뤄졌다는 것을 아마 어제 처음 알았을 것입니다. 그만큼 시민들하고 같이 하는 것, 전문가들과 같이 하는 것이 남산 르네상스 정책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라고 서울시가 꼭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 구성수 앵커> 서울시가 바꿀 수 없다고 한다면, 앞으로 계속 서울시와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운동을 전개하실 생각이신가요?

◆ 서해성> 굉장히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요. 당장 6국을 해체하려는 것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서를 보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사실 서울시에게도 깨우쳐주는 일이지 않습니까? 사실 서울시가 모든 전문성을 다 갖추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죠. 그러니까 깨우쳐 주는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고 있는데, 아까 말씀드렸던 학원 사찰했던 6국 건물을 해체하려고 하는데, 그 해체하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현재 시장이나 간부들이 역사에 남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러지 않아야 한다는 그런 것을 일깨워주는 그런 것을 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은 국민들과 함께 이 일을 알리고 국민 신탁운동을 전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신탁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닙니다. 일반적인 모금과 다릅니다. 형태는 모금인데, 그 모금을 통해서 중요한 역사들을 복원하거나 보존하는데 시민들이 직접 돈을 내서 그 부분을 사들이는 것입니다. 사서 후대에 가치를 전승하도록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구성수 앵커> 이번 운동의 중심에 공익법인 <역사를 여는 사람들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어제 발기인 대회를 열었죠. 단체 이름이 독특해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건가요?

◆ 서해성> 아주 쉬운데요. 사람들은 영어로 가령 WTO라고 하면 별 문제없이 수용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단체에 이니셜을 사실 쓴 거죠. 말 그대로 기억이란 뜻이 있고요. 메모리란 뜻이죠. 드러나는 맨 처음, 으뜸이란 뜻을 같이 포함하는 것이죠. 기억이라고 했을 때, 그런 다양한 중의적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영어 이니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었습니다.

◇ 구성수 앵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 건가요?

◆ 서해성> 가장 중요한 활동은 서울시에 의견을 전달하고, 서울시 상대로 만나서 이런 것들을 보류하고 공청회를 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다른 하나는 시민 모금, 혹은 국민 모금을 통해서 국민 스스로 역사를 지킨다는 활동을 광범위하게 전개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국제 심포지엄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통해서 외국에 있는, 자기들이 스스로 기억을 지켜냈던 다양한 사람들을 불러들여서 그런 것들을 논의하고 그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구성수 앵커> 어떤 분들이 함께 참여하고 계신가요?

◆ 서해성> 다양한 분들이 계신데요. 역사학자, 지식인들도 있으시고요. 사실 꼭 소개해 드리고 싶은 분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십니다. 그분은 안기부에서 2년 동안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께서 어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2년 동안 근무했는데 굉장히 부끄럽다, 안기부에서 근무해서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통감부 자리가 있었고 경술국치가 이뤄졌다는 자리라는 걸 사실 며칠 전에 알았다, 그런데 이걸 지켜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겠는가” 이런 말씀을 하셨거든요. 그러니까 바로 그분이 말씀하신 것이 서울시가 생각해야 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 구성수 앵커>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두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