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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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소통은 여전히 막혀있다"
2009.09.01
조회 265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장, 군수, 도지사, 이런 지자체장들이 물의를 일으켜 뉴스가 되는 경우 종종 있는데요. 이런 자리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가봐야 될 학교가 생겼다고 합니다. 희망제작소에서 운영하는 좋은 시장학교인데요.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는 걸까요. 지방선거가 9개월 정도 남긴 했습니다만, 미리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학교를 만든 분이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연결해보겠습니다.

[IMG0]◇ 김현정 앵커> 좋은 시장학교라는 게, 이렇게 해야 좋은 시장이 된다,이런 방법을 가르쳐는 건가요?

◆ 박원순> 그렇습니다. (웃음)

◇ 김현정 앵커> 그러면 학생은 누굽니까?

◆ 박원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지방의회의원을 꿈꾸는 분들이죠, 대부분.

◇ 김현정 앵커> 이런 분들이 오셔야 될 텐데, 많이 오고 계십니까?

◆ 박원순> 모집하는 뉴스라 그럴까 이 소식이 충분히 전해지지 않아서 구름같이 모여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저희들 생각하는 만큼은 오고 계시고요. 또 많은 분들은 이렇게들 말씀하십니다. “당선을 시켜주면 공부를 열심히 할 텐데” 이렇게 얘기하시는데, 아니 공부를 열심히 해야 공천도 받고 당선도 되고 좋은 시장도 되는 거거든요.

◇ 김현정 앵커> 그럼요. (웃음) 강사는 그럼 어떤 분들이 맡으세요?

◆ 박원순> 좋은 시장학교 학교장은 김광웅 선생님이시고요. 서울대 행정대학원장도 하신 분이죠. 그 외에도 전직 시장군수님들이나 또 지방자치를 전공하는 학자들, 또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을 저희들이 강사로 모시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좋은 시장이 되려면, 좋은 군수가 되려면, 좋은 지사가 되려면, 우선 나쁜 시장, 나쁜 군수는 어떤 건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될 텐데요. 나쁜 시장, 군수의 전형적인 유형이라는 게 있을까요?

◆ 박원순> 그럼요. 벌써 민선 3기를 지나왔거든요. 그동안 보면 우선 딴 것보다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 중에 거의 4분의 1이 형사사건 피의자로 입건됐거든요.

◇ 김현정 앵커> 4분의 1이나 됩니까?

◆ 박원순> 네. 때문에 부패라든지 불법에 연루되어서 문제되는 분들이 참 많으세요. 청렴하고 깨끗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는 준비 없이 되는 분들이 상당히 많으세요. 왜냐하면 공천만 받으면 저절로 당선되는 지역주의가 우리 정치를 지금 이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까 그런 분들이 상당히 많으신데, 그러다보니까 결국 피해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 주민들에게 가는 것이거든요.

◇ 김현정 앵커> 속된 말로 하면 정치꾼들은 많은데, 정말 행정을 알고 지방을 아는 분들은 당선되지 않는 풍토 말이죠?

◆ 박원순> 그렇습니다. 독일이나 미국, 이런 나라들은 좋은 시장이 될 수 있는 기본적인 최소한의 조건들은 미리 배우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 경우에는 이런 과정이 전혀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 시장학교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앵커> 내년이면 지방자치제 시작된 지 한 15년이 되더라고요. 그동안 돌이켜 보면, 어떤 케이스가 가장 실망스러우셨어요?

◆ 박원순> 아무래도 정확한 자기 비전과 자신이 운영하는 도시에 대한 정확한 계획 같은 게 마스터 플랜 같은 게 없다 보니까, 예산을 엉뚱하게 쓰는 경우가 너무나 많죠.

◇ 김현정 앵커> 예를 들면?

◆ 박원순> 엉뚱한 행사를 유치해서 사실은 아무런 이득도 못 보는 경우라든지. 또는 큰 하드웨어 건물을 지었는데 그게 아무 쓸모가 없게 되었다든지, 그런 것들이 사실은 너무 비일비재 하죠.

◇ 김현정 앵커> 그런데도 지자체장 선거할 때 중요한 덕목으로 지금까지 꼽혀왔던 게 행사유치를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 예산확보를 얼마나 하느냐 이런 부분이었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 박원순> 그런 것들이 일종의 선심성이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화려한 것인데. 사실은 지역주민들 의식의 문제이기도 해요. 우리가 옛날부터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 선거 되면 다리 하나 놓고 길 하나 뚫고 그러면 되는 시대였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웬만한 하드웨어가 다 된 상태에서 그런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소프트웨어, 어떻게 하면 삶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는가 그런 게 훨씬 더 중요한 시대가 됐죠.

◇ 김현정 앵커> 좋은 시장의 십계명이라는 것도 만드셨더라고요? 어떤 겁니까?

◆ 박원순>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 또 보다 더 바람직한 것들 생각해보면서 만들어본 것인데요. 첫째는 청렴하면 탈이 없다, 돈 알기를 돌같이 해라.

◇ 김현정 앵커> 돈 알기를 돌 같이 해라? 이것 참 좋습니다.

◆ 박원순> 나름대로 잘하시는 분들도 감옥가신 분들이 많고. 또 지금 많은 지자체는 역대 시장군수가 몽땅 다 감옥 간 지자체도 많아요. 이게 너무나 상투적인 얘기지만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고요. 두 번째는 사람이 일을 한다, 천하에 인재를 모아라... 사실 일을 하려면 팀웍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세 번째는 시장이 공부하는 만큼 지역은 발전한다... 공부 대신에 맨날 상갓집 돌아다니는 분들 많잖아요.

◇ 김현정 앵커> 인맥 쌓으러 다니는 분들? (웃음)

◆ 박원순> 공부하는 만큼 지역주민들의 행복이 오게 되거든요. 네 번째는 잘 설계된 시정 밑그림이 10년을 좌우한다... 설계도면 없이 어떻게 좋은 건축을 합니까? 다섯 번째는 선택과 집중이 리더십이 핵심이다... 어떻게 보면 4년이라는 세월이 굉장히 짧거든요.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지 말고 아주 핵심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만 집중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본인에게도 좋고 지방주민들에게 좋다, 이런 얘기고요.

◇ 김현정 앵커> 사실은 벌려놓고 자기 대에 끝내지 못 하고 가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래서 예산만 낭비하는?

◆ 박원순> 그건 사실 모든 정치, 심지어 국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 김현정 앵커> 다 들으려면 한 시간쯤 필요할 것 같아요. (웃음) 이번이 3기더라고요. 이미 준비하고 있는 분들 중에 그분들이 직접 안 오시더라도 찾아가서 권유를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미 후보군들은 나와 있지 않습니까?

◆ 박원순> 그래도 기본적으로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해서는 교육의 효과가 적죠. 본인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대신에 정당 원내대표나 이런 분들한테도 말씀 드린 게 공천을 할 때 좀 이런 교육을 제대로 받은 분들을 공천해라, 이런 말씀도 드리고 있어요.

◇ 김현정 앵커> 차라리 박원순 이사님이 직접 나서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 박원순> 제가 좀 더 큰일을 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좀 더 큰 비전을 가지고 좋은 콘텐츠를 가지도록 일을 하고 있으니까 더 큰일 하고 있는 것 아니에요?

◇ 김현정 앵커> 아직은 생각 없으시군요?

◆ 박원순> 아유, 네. (웃음)

◇ 김현정 앵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잠깐 여쭙고 가겠습니다. 여러 강연에서 시민들의 풀뿌리모임이 중요하다, 시민의 행동이 중요하다, 이런 점들을 계속 강조를 하고 계신데요. 최근 검찰이 촛불집회 수사백서라는 것을 발간해서 논란입니다. 이 부분 어떻게 보시나요?

◆ 박원순> 기본적으로 우리 헌법 제1조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가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투표를 통해서 기본적으로 우리의 대표자를 뽑아서 그분들에게 위탁은 하지만 또 어떤 지역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광장, 그런 채널은 늘 필요하기 마련이거든요.

◇ 김현정 앵커> 광장은 늘 필요하다?

◆ 박원순> 네. 예를 들어서 미국 마틴 루터 킹 목사 같은 분이 민권운동 하면서 워싱턴 의사당 앞에 백만 명이 모여서 "I have a dream"(나는 이런 꿈이 있습니다), 이런 연설도 하고 그랬지 않습니까?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크게 보면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이고요. 또 반드시 그러한 물리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뿐 아니라 요즘 온라인이 얼마나 잘 발전되어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우리가 아직도 부족한 E-democracy, 전자 민주주의 같은 게 훨씬 더 강화되어야 된다고 보고요. 이런 것들을 정부에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럴 필요가 있는데, 너무 저는 이런 것을 형사적으로 엄단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소통의 채널을 너무 닫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앵커> 이 정부가 소통에 적극적으로 노력한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요. 박원순 이사께서 보시기에 여전히 소통은 막혀있습니까?

◆ 박원순> 네, 저는 그렇게 봅니다. 소통에 기회라는 게 여러 참여 민주주의의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거든요. 사실 국회라는 곳은 일단 선출이 되면 사실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이 많지는 않잖아요. 청문회를 한다든지 해서 전문가들이나 이해 관계자들이 많이 가서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되고. 동시에 이런 길거리 정치라는 게 저는 물론 이런 대의 민주주의 하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필요한 것이거든요. 이런 것들을 예컨대, 국민의 어떤 주권 이라고 하는 입장에서 보면 저는 표현의 자유라는 게 중요한 것인데, 또 약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지 않습니까? 뭡니까... 포털 같은 데에서의 제한이라든지.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