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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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9(수) 정세현 前통일부장관 “北조문 가능성 커... 김기남-김양건 유력”
2009.08.19
조회 386
-조문단 활용 따라 남북 경색 풀릴 수도
-DJ, 부시 설득했던 6시간 가장 기억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세브란스병원 임시 빈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제 서거한 뒤에 빈소가 마련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밤새 조문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 햇볕 정책을 최일선에서 실행했던 분하면 정세현 전통일부장관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분 역시 빈소에서 밤을 지샜다고 합니다. 정세현 전 장관 만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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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앵커> 밤새 빈소를 지키셨다고요.

◆ 정세현> 네, 그럴 수 밖에 없죠

◇ 김현정 앵커> 밤사이 빈소표정은 어땠습니까?

◆ 정세현> 밤 사이에도 계속 조문행렬이 이어졌습니다. 물론 새벽 3시가 넘으니까 조금 뜸했지만 어제 5시 반에 빈소를 차린 이후에 여기가 평소에는 넓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보니까 굉장히 좁은 데가 또 되어버렸어요. 새벽 5시까지 한 5천300여분이 지금 다녀가신걸로 집계가 됐다고 그러네요.

◇ 김현정 앵커> 이희호 여사와 가족분들은 지금 어떠세요? 사실 이희호여사도 연세가 많으신데 지금 무리하시는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 정세현> 글세요. 사실 대통령님 보다는 사실 연세가 조금 많으시죠. 어제 김영삼 대통령이 5시 반에 빈소 차리자마자 다녀 가시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유엔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잠시 들려서 가셨는데 그때 이미 제가 볼때는 거의 탈진하신 상태예요. 그런데 좌우간 그럴 수밖에 없죠. 저도 지금 기운이 좀 떨어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러시죠. 국민의 정부에서 김 전 대통령을 가까이 모셨던 분이시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누구보다 크질 것 같습니다. 지금 심정은 어떠세요. 어제 그 소식 듣고...

◆ 정세현> 저는 그동안에도 병원에 계실 때 거의 매일 병원에 가고 또 그랬었지만, 남북관계가 꽝꽝 얼어붙어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풀어놓으셨던 분이 갑자기 세상을 뜨시니까. 참 이게 앞으로 좀 더 역할을 해 주실 분이 이렇게 갑자기 서거하셨기 때문에 안타깝습니다. 특히 미북 관계는 풀릴 기미가 보이는 것 같아요. 반면에 남북관계는 현정은 회장의 방북에서도 불구하고 별로 그렇게 접점이 빨리 찾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 좀 안타까운 마음이 조금 더합니다.

◇ 김현정 앵커> 현정은 회장 다녀오고 나서는 물꼬가 트이는 게 아닌가. 그런 관측이 많았는데 그렇게만 보시지는 않은 것 같아요.

◆ 정세현> 저는 정보 밖에 있다 보니깐 언론을 통해서 흐름을 감지할 수밖에 없는데 자꾸 미국하고 제재문제를 논의 한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이번에 제재조정관이 서울에 들어오는데 현정은 회장의 합의 사항을 그 사람하고 논의 하겠다. 이런 식으로 자꾸 얘기가 나온다는 게 언론의 그냥 단순한 추측보도면 좋겠는데 정부의 입장이 조금이라도 실린 거라면...

◇ 김현정 앵커> 그렇게 남북관계도 밝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조언도 해주셔야 하고 안좋은 경우에는 가실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이렇게 해 주셔야 되는데 가셨기 때문에 더 어느 때보다 안타깝다는 말씀이세요. 고인과 겪은 여러 가지 일중에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겁니까?

◆ 정세현> 여러 가지 일이 있죠.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2년 2월 달에 있었던 일입니다. 1월29일 날 미국에서 당시에 부시 대통령이 해외연설을 통해서 북한과 이란을 ‘악의 축’으로 지정하지 않았습니까? 그날 사실 저는 통일부장관에 임명되었어요. 그런데 그 뒤에 2월 중순에 한미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서울에 왔었습니다. 부시 대통령하고 김대중 대통령하고 장시간에 걸친 그야말로 정상회담, 단독정상회담. 식사까지 포함해서 한 6시간 이상을 두 분이 만나셨어요. 그리고 도라산 역에서 그러니까 부시대통령이 도라산 역에 가게 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그쪽으로 가시고. 두 분이 연설하시는데 도라산역 연설에서 부시대통령이 놀라운 발언을 하더라고요.

제가 옆에서 들으니까. 첫째, 북한을 군사적으로 치지 않겠다. 악의 축으로 발언은 했지만 두 번째는 그들과도 대화를 하겠다. 세 번째는 인도적 지원은 계속 하겠다. 이것 참, 1월 29일 날 해외연설에선 악의 축으로 발언을 했는데 입장이 자저렇게 태도가 바뀌었는가, 궁금했었는데 그 날 돌아오는 차편에. 그 때 우리는 기차로 움직였습니다. 서울역에서 경의선을 타고 도라선으로 갔다가 다시 그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데 중간에 대통령께서 부르신다고 해서 갔어요. 제가. 대통령 계시는 전용 칸이 따로 있죠. 저희들 수행원들은 다른 칸에 있었는데 “앉으시요. 정 장관. 내가 지금 6시간 넘게 부시대통령 설득해서 젖 먹던 힘까지 동원을 해서 아까 부시 대통령이 얘기 했던 세 가지 약속을 끌어냈으니까, 이제는 정장관이 남북관계를 잘 풀어나가시오”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아.. 일이 있으면 이렇게 집중적으로 직접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서 부시 대통령의 생각까지 바꿔놓은 것을 보면서 나라를 경영하려면 이런 정도의 정열이랄까 집중력이 있어야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앵커> 6섯 시간을 설득해서 ‘악의 축’이라고 단정 하고 있는 그 사람의 생각을 바꿔 놓은 겁니다. 대화의 상대로 인정 하게끔.

◆ 정세현> 그리고 군사적으로 공격하지 않겠다,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겠다.

◇ 김현정 앵커> 그 일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 군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떤 분입니까? 한마디로 표현하면요.

◆ 정세현> 굉장히 큰 판세를 읽으면서도 아주 세밀한 것까지 놓치지 않은 그야말로 마이크로와 매크로가 겸비된 분이라고 봅니다. 망원경으로 보되 현미경으로 보는 것도 놓치지 말라고 말씀을 하셨죠. 저는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북한과의 관계 그 당시에 가장 좋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북한이 조문단을 이번에 보내지 않을까요?

◆ 정세현> 저는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물론 오늘 새벽에 중앙통신도 김정일 위원장의 조문내용이 발표가 됐어요. 조금 있다가 통일부에서 조문내용이 담긴 그 조전을 방송을 했는데, 대체로 남북간에 편지가 오고 가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공개적으로 발표를 하면 그것을 조전으로 간주를 합니다. 통일부에서도 조금 있다가 가지고 오기로 했어요. 저한테... 그렇게 했지만 일단 이쪽에 장례 절차 같은 것이 정해지고 발표가 되면 아마 거기에 맞춰서 조문단을 보낼 가능성이 조금 있지 않나 생각입니다.

◇ 김현정 앵커> 조전과는 또 따로 조문단이 올 수 있다.

◆ 정세현> 그렇죠. 지난번에 노무현 대통령 때는 이틀 후에 나왔는데 바로 하루 만에, 하루도 아니죠. 만 24시간, 12시간 정도 돼 가지고 이렇게 나왔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좀 각별하게 성의를 보이지 않나. 그런 연장선상에서 조문단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거죠

◇ 김현정 앵커> 조문단 파견 한다면 어떤 사람이 내려올 가능성이 큽니까?

◆ 정세현> 글쎄요. 그건 북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만 업무상으로는 통전부장, 김양건이 될 수 있지만 또 그보다 높은 급에서 사실 대남 관계를 총괄하는 당 비서가 또 있죠. 북한의 체제 특성상. 김기남 비서라고 2005년 8.15 축전 때 와서 내려왔을 때 마침 그때 대통령께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폐렴 증세때문에 입원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도 문병을 직접 다녀간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내려오실지 김양건 통전부장이 업무와 관련해서 내려올지 그것은 알 수 없죠.

◇ 김현정 앵커> 만약 조문단이 파견된다는 향후 남북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까요?

◆ 정세현> 그건 우리 정부가 기회를 어떻게 활용을 하느냐에 달려있죠.

◇ 김현정 앵커> 그렇죠. 어떻게 활용을 해야 되겠습니까?

◆ 정세현> 여러 가지 거기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의사표시도 정부 차원에서 해야 되지만 우리 쪽에서도 하지만은, 국민의 정부 시절에 모시고 일했던 사람들도 감사표시하고 했지만 정부차원에서 그렇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위한 실행의지를 밝히면 그날로 남북관계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려나간다고 봅니다.

◇ 김현정 앵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지금 국민장, 국장으로 하느냐를 두고 정부와 유족측이 협의 중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될 거라고 보세요? 혹은 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 정세현> 글쎄요. 그건 정부에서 결정할 일인데... 유족 측의 입장은 이미 전달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유족 측에서는 국장을 좀 희망하시는 쪽이 신거죠.

◆ 정세현> 그것은 오늘 9시에 국무회의를 열어서 결정한다고 그러니까 예단할 수가 없는데. 전적으로 그야말로 이명박 대통령의 결심여하에 따라서 국장으로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전례를 구실로 삼아서 그냥 국민장으로 끝낼 수도 있고 그런데 그것은 제가 여기서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죠.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혼합장이라는 얘기도 지금 나옵니다. 뭐냐면 6일로 좀 기간은 축소하되 국장을 치르는 이런 새로운 방법도 검토 해 볼만도 할까요?

◆ 정세현> 글쎄요. 그것도 절충안으로 그런 얘기가 나오나요? 저는 지금 여기 있다보니깐 밖의 세상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잘...

◇ 김현정 앵커> 예. 그런 부분도 중요하게 논의가 되고 있고요. 또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 공식석상에서 남긴 발언이 있습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관계가 모두 위기입니다. 이제 나는 늙었고 힘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게 거의 마지막 공식 발언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 무렵에 그러니깐 노 전 대통령 돌아가시고, 김대중 전 대통령입원하기까지 두어 달 동안, 김 전 대통령 어떤 생각, 어떤 느낌을 가지신 걸까요?

◆ 정세현>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셨을 때 몸의 반쪽이 무너져버리는 것 같다고 말씀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실제로 제가 옆에서, 저는 일주일에 최소한도 한 번씩은 정세 평가회의를 위해서 일주일에 한번 씩은 꼭 뵙는데 그런데 점점 더 쇠약해지신다는 그런 느낌은 받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굉장히 타격이 됐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리고 마지막에 6월, 6.15행사 그때 원고 없이 그냥 메모만 가지고 앵커가 말씀하신 그런 취지의 말씀을 하시면서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된다, 이럴 때는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악의 편이 된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 그 말씀은 진짜 절규에 가까운 그런 정도였었어요.

◇ 김현정 앵커> 그럼 당시 원고가 따로 없이 그런 말씀을, 즉석에서, 그야말로 우러나오는 말씀이였군요.

◆ 정세현> 원고 없이. 참담한 심정으로 말씀 드립니다. 피맺힌 심정으로 말씀드립니다. 했는데 참담하고 피맺힌 그런 목소리라고 그럴까. 그때 그 목소리에 이미 뭐라 그럴까... 진정성 내지는 심금을 울리는 대목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유언이 됐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습니다. 오늘도 빈소를 지키셔야 될텐데요. 고생을 해 주셔야 할 것 같네요.

◆ 정세현> 당연히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