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황산 테러 피해자 김정아 (가명)
인터넷하시는 분들은 며칠 전부터 ‘황산테러’라는 검색어가 자주 눈에 띄는 거를 보셨을 겁니다. 지난 6월이었죠. 26살의 여성이 출근을 하는데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얼굴에 황산을 뿌렸습니다. 그 황산을 막으려고 든 손이며, 어깨, 등까지 온통 녹아내리는 큰 화상을 입고 말았죠. 벌써 6차례 수술은 했습니다만 이미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진 상태입니다. 한 시민단체가 이 여성의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많은 이들이 분노하면서 며칠 동안 최대이슈가 됐던 거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이 며칠 사이에 4천5백만 원을 넘어서서 또 한번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힘을 좀 더 드리기 위해서 이분을 직접 초대해봤습니다. 26살의 회사원, 김정아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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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앵커> 이른 아침인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6월 초에 사건 당하고 나서 지금도 계속 병원에 계신 거죠? 제가 동영상 본 사진은 붕대로 온몸을 감고 있는 사진이었는데 지금 상태는 어떠세요?
◆ 김정아> 지금은 붕대는 아니고 압박붕대라고 해서 상처를 눌러주는 붕대를 끼고 있는데요. 피부이식 수술이 지금 어느 정도 끝난 상태라서 예전처럼 고통스러운 아픔은 아닌데, 피부 당김이나 가려움, 따가움 이런 거 때문에 조금 고생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정아 씨 사연이 공개되고 나서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분노하고 응원하고 그랬습니다. 알고 계시죠?
◆ 김정아> 저도 여기저기 친구들한테 전화도 받고 해서 그 사실을 알고 있고요. 저는 낮에 활동을 못하니까.
◇ 김현정 앵커> 왜 낮에 활동을 못하세요?
◆ 김정아> 햇빛을 받으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밤에 1층 로비에 있는 인터넷으로 가끔 그 메시지들을 봤습니다.
◇ 김현정 앵커>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힘내라고 메시지 보내주고 이런 것들이요. 감사 인사부터하고 시작할까요? 그분들께.
◆ 김정아> 일단 매번 그런 것 볼 때 마다 참 감사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어떤 단어로 표현을 해도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치 자기 일처럼 그렇게 마음 써주시고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시니까 정말 많이 힘이 되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 김현정 앵커> 지금 여기까지 얘기를 듣고 도대체 이게 무슨 사건이냐, 이런 분들도 계실 텐데요. 잠깐 제가 소개를 하자면, 김정아 씨는 벤처회사에 다녔는데 거기서 몇 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해서 임금체불소송을 걸었고 승소를 하신 거죠. 그런데 거기에 앙심을 품은 사장이 회사의 출근길에 황산테러를 저지른 겁니다. 몇 명과 함께 말이죠. 그런데 정아 씨, 참 이해가 안가는 게 이 사장이 불구속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요?
◆ 김정아> 네. 저도 그게 정말 화가 나는데요.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기 전에 수사를 할 때는 형사를 응대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농담까지 하면서 얘기를 했다던데 전모가 밝혀지고 검거하려는 순간에 갑자기 자기 심장질환이 도졌다는 핑계로 병원에 입원하고서 지금까지 두 달이 넘는 동안 계속 병원에만 있거든요.
◇ 김현정 앵커> 지병이 있다, 이러면서 병원으로 누워버린 겁니까?
◆ 김정아> 네.
◇ 김현정 앵커> 그러면 지금도 두려움이 있으실 것 같아요.
◆ 김정아> 제가 알기로는 원래 있던 병원에서 퇴원을 해서 옮겨온 데가 서울 소재에 있는 병원으로만 전해 들었어요. 어느 병원인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저도 서울에 있다 보니까 되게 밤에 겁이 나는 거예요. 저도 엄마랑 둘이 있는데 불구속상태고, 뭐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누가 지키고는 있는 건지도 전혀 아는 사항이 없으니까 좀 두려운 거죠.
◇ 김현정 앵커> 참 이해가 안 되는 상황입니다. 사실은 준살인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테러를 저지른 사람인데 사과라도 받으셨어요?
◆ 김정아> 아니오, 전혀 연락을 받거나 누가 찾아온 적은 없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그날 테러를 당하고 119로 실려 가던 그 상황을 제가 묘사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굉장히 악몽처럼 그 순간이 떠오르신다면서요? 지금도...
◆ 김정아> 아무래도 화상이라는 게 나중에 알았지만, 그냥 겉에서 닦아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고, 이미 피부에 침투한 성향이 계속 밑으로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닦아낼 수가 없는 거군요.
◆ 김정아> 네. 계속 물로 오랫동안 중화를 여러 차례 해야지만 조금 완화할 수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119에 신고하고서도 조금 오래 기다리기도 했지만, 타고 가던 도중에도 출근길과 맞물리다보니까 차가 너무 막혀가지고 비켜달라고 얘기를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구급차가 가는데 안 비켜줘요. 그 안에서 마음이 얼마나 타셨어요?
◆ 김정아> 그게 참 그렇더라고요. 전 진짜 그 순간, 그 사고를 당하는 그 순간에도 어떡하나, 이런 생각에 절망감에 좀 빠졌었는데, 차 안에서 좀 더 진짜 이건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 김현정 앵커> 내 마음은 타는데 출근길 차들은 하나도 비켜줄 생각은 안 하고, 살은 타들어가고...
◆ 김정아> 조금 야속했었어요.
◇ 김현정 앵커> 치료는 얼마나 더 받아야 됩니까?
◆ 김정아> 아직 언제쯤 퇴원할 수 있다, 하는 것은 말씀 없고요. 일단 이식한 부분이 별 탈 없이 있다고 하면, 지금 피부재활이나 이식한 피부가 굳거든요. 이런 피부재활이라든가 또 피부가 어느 정도 안착이 되면 눈하고 입 이렇게 당겨졌던 부분들, 목이나 이런 부분도 교정수술도 여러 차례 해야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기약이 아직은 없는 상태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머님 봐서라도 빨리 일어나셔야 되요.
◆ 김정아> 어머니뿐만이 아니라 저를 아는 여러 분들, 또 모르시는 분들까지 이렇게 해 주시니까 힘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힘내셔야 합니다. 얼른 빨리 털고 일어나서 어떤 일 해보고 싶으세요? 소망이 뭘까요?
◆ 김정아> 지금은 예전처럼 다시 제가 다니고 있던 회사에 가서 동료들이랑 같이 예전처럼 일하고 싶은 게 지금은 가장 커요.
◇ 김현정 앵커> 그냥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면... 소박한 소망. 정아 씨 그래도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목소리가 밝으세요. 저는 더 많이 처져 계시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 김정아> 그러면 안 되죠. (웃음)
◇ 김현정 앵커> 혼자가 아닙니다. 응원하시는 많은 사람이 있으니까 용기 잃지 마시고요.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서 한번 얼굴 보면서 얘기했으면 좋겠네요.
◆ 김정아>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앵커> 오늘 병상에서 어렵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황산테러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김정아 씨 만나봤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12(수) 황산테러 정아씨 "다시 평범한 회사원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200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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