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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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토) 여행가 김남희 "결국 여행에서 만난 건 사람이었네"
2009.08.01
조회 225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구성수 앵커
■ 대담 : 여행가 김남희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도보여행가로 유명한 분이죠. 김남희 씨를 만나보려 합니다. 지난 6년간 세상 곳곳, 그야말로 이분의 발길이 안 닿은 곳이 없는데요. 환경과 풍경에 반해 떠났지만 결국 여행을 통해 만난 건 '사람' 이었다. 이렇게 최근에 낸 에세이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여행가 김남희 씨가 연결 돼 있습니다.

◇ 구성수 앵커> 도보 여행가, 전문 여행가는 이런 주말에 그것도 본격적인 휴가 시즌 아닙니까? 이때 어디서 뭘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 김남희> 집에 콕 박혀 있어요. (웃음) 본격적인 휴가철에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잘 안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 구성수 앵커> 그렇군요. 이번에 에세이를 내셨죠. ‘외로움이 외로움에게’라는 에세이인데 그동안 수많은 여행을 다니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 몇 나라나 다녔는지 기억이 납니까?

◆ 김남희> 제가 세 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아마 50개국은 좀 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워낙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나라를 다닌 건 아닌 것 같고요.

◇ 구성수 앵커> 굉장히 많네요. 대강 한 몇 년에 걸쳐서 50개국을 다니신 거예요?

◆ 김남희> 2003년 1월에 세계일주를 시작했으니까 근데 그 세계일주가 아직 안 끝나고 계속 진행형이거든요.

◇ 구성수 앵커> 그렇군요. 이번 에세이에서는 여행을 한 나라나 도시보다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췄어요. 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신 건가요?

◆ 김남희> 제가 여행을 계속 다니다 보니까 언제나 여행이 주는 큰 선물은 어떤 화려한 이국적인 풍경이나 우리가 몰랐던 풍물이나 이런 것보다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 만나서 그 사람과 마음을 열고 서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사실은 저한테 더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었고, 가장 소중한 경험들을 하게 해주었기 때문에 여행을 통해서 제가 얻은 가장 큰 가르침과 배움들은 사람들을 통해서 왔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람들 이야기만 써보고 싶었어요.

◇ 구성수 앵커> 아프리카나 아시아, 유럽 등 안 가본 곳이 없으신데 여행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면 몇 분 소개해 주시죠.

◆ 김남희> 작년에 모로코를 여행할 때 만났던 벨기에 아줌마 렌이라고 있었는데 그 아줌마는 남편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다가 갑자기 실종이 됐어요. 끝내 돌아오지 않았는데 그 남편의 실종 사고 수색이 완료되기 한 6년 동안 정말 살아도 산 심정이 아닌 그런 마음으로 세월을 보냈다고 그런 이야기를 들려줘서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만약 여행 중에 갑자기 사라지면 우리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슬프기도 했었고요.

또 인도에서는 어렸을 때 북유럽으로 입양됐던 한국인 친구를 만나서 같이 한 2주일 정도 여행을 같이 다녔었는데 아버지가 그 친구를 만나고 싶어하는 편지를 보내왔는데도, 내 삶을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렇게 몰고 갔는데 내가 왜 이제 와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만나야 하는 거냐고 눈물을 흘리면서 항변을 하던 모습을 볼 때 그때도 많이 마음이 아팠고요.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죠.

◇ 구성수 앵커> 정말 희망이 됐다. 이런 분들도 계셨을 텐데요. 어떤 분들이 있으신가요?

◆ 김남희> 저는 여행을 하면서 낯설고 모든 것이 우리가 알아온 환경에 비해서 굉장히 열악한 나라들에서 아무런 대가없이 묵묵히 자원봉사 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에티오피아나 탄자니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한국국제협력단 소속의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물론이고요. 또 인도나 파키스탄 같은 곳에서 몇 년째, 십년이 넘는 세월을 자원 봉사하는 분들도 만났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한결같이 “왜 이런 삶을 사느냐?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느냐?” 물으면 한결같이 했던 대답이 다 “내가 기쁘기 때문에, 내가 행복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 라고, 자기가 행복한 일을 찾아서 열심히 묵묵히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사람들의 삶이야말로 우리들의 희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 구성수 앵커> 지금 얘기 들으면서 제가 지구 곳곳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온 느낌이 듭니다. 에세이 제목이 ‘외로움이 외로움에게’인데요. 여행을 다니면서 언제 가장 외로움을 느끼시나요?

◆ 김남희> 사실 저는 해가 질 무렵 있죠. 해가 지고 거리에 불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자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집으로 총총히 돌아가는 시간이 되면 저는 아무도 저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고, 혼자서 쓸쓸히 싸구려 여관방으로 돌아가야 되고 하기 때문에 해질 무렵이 가장 쓸쓸해지는 시간이 되더라고요.

◇ 구성수 앵커> 그런 외로움도 사람을 만나면서 희망으로 변해가는 거겠죠. 결국 인종이 틀리고 도시와 환경은 틀려도 결국 사람 사는 모습, 사람의 정은 다 똑같지 않나요?

◆ 김남희> 제가 여행을 하면서 깨닫는 게 뭐냐면 어디에나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이고,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을 향해서 손을 내밀어줄 어떤 마음의 준비가 사실은 되어 있다는 것, 그런 것을 여행을 통해서 항상 깨닫고는 합니다.

◇ 구성수 앵커> 김남희 씨는 7년 전에 방을 빼고 적금을 깨서 여행을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태어나서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이렇게 말하고 계시죠. 그만큼 여행의 매력이라는 게 대단한 거겠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여행의 매력은 어떤 것입니까?

◆ 김남희>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아하는 여행의 정의는 ‘여행이란 단순한 장소 이동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생각의 성을 벗어나는 것이다’ 란 말이거든요. 정말 우리가 살면서 쌓아온 수많은 틀과 편견과 어떤 성벽을 벗어나서 그곳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만남들에 자기를 활짝 열어젖히는 게 결국 여행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성장시키고 그 어떤 학교나 그 어떤 선생님도 주지 못했던 가장 훌륭한 가르침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 있어서 어떤 실패를 겪거나 선택의 기로에 서거나 관계에 치어서 힘들어할 때, 혼자 배낭을 메고 오래 걸어볼 수 있다면 낯선 곳에서 떠나서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선물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치유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게 아마 여행이 주는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 구성수 앵커> 여행은 지금까지 쌓아온 생각의 성을 벗어나는 것이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