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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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월) 산악인 허영호 “경쟁적 도전에 무리한 등반...안타깝다”
2009.07.13
조회 274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산악인 허영호

주말 사이에 참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산악인 고미영 대장이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정상에서 하산을 하다가 실족을 했습니다. 확인을 했는데 결국은 사망인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주재 대사관에서도 확인을 했습니다. 사실 지난해부터 세계 여성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히말라야 8000m 급의 14개봉을 누가 먼저 정복하느냐?’ 이런 경쟁이었습니다. 고미영 대장은 올해만 4개봉을 오를 정도로 열심을 다하던 중에 이런 사고가 일어난 건데요. 우리나라의 대표산악인, 원조 산악인이시죠. 허영호 씨와 함께 이번 사태 짚어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허영호 대장님, 안녕하세요?

◆ 허영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앵커>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를 나누기도 오늘 뭐합니다. 산악인으로서 얼마나 안타까우십니까?

◆ 허영호> 많이 안타깝죠. 이런 소식이 없어야 되는데...

◇ 김현정 앵커> 서로 좀 안면이 있는 사이셨어요?

◆ 허영호> 네. 1년에 한두 번 씩 만나고, 지난번 마칼루 등반가기 전에 메시지가 왔어요. ‘잘 다녀오겠다고...’

◇ 김현정 앵커> 대견하기도 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선배로서 더 컸을 텐데, 여성 산악인이 별로 없잖아요. 사실 남성 산악인에 비해서... 더 애절하게 바라보셨을 텐데 얼마나 안타까우실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히말라야가 도전하기 어려운 곳 일거란 짐작은 됩니다만 이번에 사고가 난 ‘낭가파르밧’ 이라는 곳은 어떤 곳인가요?

◆ 허영호> ‘낭가파르밧’ 이라는 곳은 파키스탄 북쪽에 위치에 있는데요. 그 산이 9번째로 높은 봉우리입니다. 그 8000m 14개 봉우리 중에서 우리가 따지자면 험악한 산, 오르기 힘든 산으로 되어있죠.

◇ 김현정 앵커> 이번 사고는 갑자기 기상 상황이 나빠져서 폭설이 덮친다든지 이런 게 아니라 실족이라 말이죠. 이렇게 숙련된 전문가들도 발을 헛디디는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지나요?

◆ 허영호> 대개 실족, 체력이 떨어져서... 제가 봤을 때는 마칼루 등반, 이번에 낭가파르밧 등반 다음에 또 다른 등정, 세 개 봉우리를 연속적으로 등반한다는 그런 계획을 갖고 두 번째 봉우리, 낭가파르밧 정상에 갔다 내려온 겁니다. 내려오다가 제 개인 의견, 경험으로 봤을 때는 등반에 탈진이라는 게 있어요. 8000m에서 자기가 술 취한 것처럼 제대로 못 걷습니다. 그리고 중심을 잡지 못해요. 그러다보면 자연의 힘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실족을 하는 경우가 등반에서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아니, 정말 안타까운 것은 이미 정상을 밟았어요. 정상을 밟고 하산을 하는 길이였고, 베이스캠프까지도 100m 밖에 안 남겨둔 상황이었다고 하는데요?

◆ 허영호> 100m는 아니고 능선이 길어요. 칼날 같은 능선인데... 그러니까 우리가 등산, 등반의 목적은 집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게 목적이거든요. 베이스캠프까지 내려왔다고 하더라도 등반이 끝난 게 아닙니다. 안전이 제일인데 어쨌거나 하산하다가 1500m 빙벽 밑에서 시신을 발견했다는 뉴스가 보도됐으니까 그 다음은 시신은 회수해서 장래절차를 밟게 될 듯합니다.

◇ 김현정 앵커> 이 부분도 여쭙고 가야겠네요. 세계 여성 산악인들 중에서 ‘누가 가장 먼저 히말라야 14개봉을 등정하는 최초가 될 건가?’ 이것을 두고서 굉장히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었다고요? 어느 정도였습니까?

◆ 허영호> 아무래도 남성분들은 워낙 8000m 한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경쟁이 안 됐는데, 특히 우리나라에서 원래 오은선 씨가 등반을 일찍 시작했어요. 고미영 씨는 나중에 뛰어들었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사람들이 좋아하다보니까 하나, 둘 5개 올라가고, ‘아, 8000m를 다 해야 되겠다.’ 이런 목적을 가지고 둘이서 비슷하게 등반하는데... 우리가 히말라야 굉장히 많이 등반하고 에베레스트 세 번을 정상을 갔다 왔지만 우리 나이 세대에서 봤을 때는 ‘아... 너무 무리한다.’ 산은 천천히 둘러싸고 등반을 음미하면서 해야 되는데 이것을 스포츠처럼 경쟁적으로 등반을 하다보면 거기에 따른 무리라는 게 있거든요. 거기에 자연의 힘에 걸려들면 사람이 꼼짝을 못하게 되거든요.

◇ 김현정 앵커> 산악인들 사이에서도 분위기가 우려스럽다...이런 얘기들을 하셨었군요?

◆ 허영호> 했죠. 지난주에서 그런 얘기를 저희들이 해가지고 “그 친구들, 너무 빨리 간다.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니냐...” 우리끼리 그런 염려가 있었는데 결국 사고가 터졌으니까 엄청 안타깝죠.

◇ 김현정 앵커> 끝까지 말리셨어야 되는 게 아닌가, 뒤늦게 안타까운 생각도 들고요. 그러네요. 이런 얘기도 하더라고요. 최초 그러니까 일등만 기억하는 게 이 등산계의 구조라고 해야 될까? 시스템이다. 그래서 산악의 경우에 스폰서를 받아야지만 이 산도 등정하고 저 산도 등정하는데 일등으로만 기억돼야, 일등이 되어야만 이 스폰서를 받을 수 있다, 이런 구조적인 부분도 있지 않습니까?

◆ 허영호> 그건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있어야지 스포츠 광고 때문에 스폰서를 하는 거죠. 그런데 등반하는 자신이 산을 음미하면서 시간을 가지고 산이 어디 도망가는 거 아니거든요. 산을 보고 음미하고 체력도 좀 보강한 다음에 이렇게 여유 있게 등반하면 좋은데... 글쎄, 8000m 3개, 4개 목표를 1년 사이에 두고 하니까 이런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나...

◇ 김현정 앵커> 안타깝습니다. 고미영 대장. 별명이 야생화였다 그래요. 산에서 활짝 웃으면서 찍은 사진이 참 아름다웠는데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이 아침에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허영호 대장님, 어려운 상황인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허영호> 등산은 언제나 안전이 제일입니다.

◇ 김현정 앵커> 네. 다시 한 번 그것을 강조해야겠고요. 오늘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인사 나눠야겠네요. 고맙습니다.
산악인 허영호 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