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은퇴 선언한 프로농구 현주엽 선수 (창원 LG)
한국농구 최고의 포워드로 통하던 선수, 특히 90년대 대학농구를 주름잡았던 현주엽 선수, 어제 은퇴를 했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 목발을 짚고 떠나는 모습이 왠지 오랜 친구를 하나 떠나보내는 것처럼 많이 아쉬웠는데요. 사실 동료들은 한참 뛰는 나이에 본인만 떠나려니 ‘본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오늘 아침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현주엽 선수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안녕하세요? 현주엽 선수.
◆ 현주엽>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앵커> 아직은 실감이 잘 안 나시죠?
◆ 현주엽> 네, 아직까지는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 김현정 앵커> 가족들 특히 아내 분은 뭐라고 하세요?
◆ 현주엽> 어머니도 그렇고 조금 아쉽기는 한데 그래도 잘 선택한 것 같다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 김현정 앵커> 특히 서장훈 선수가 많이 아쉬워 하더라고요.
◆ 현주엽> (웃음) 네.
◇ 김현정 앵커> 마지막에는 같은 팀에서 약속을 해놓고 ‘이것은 아니지 않느냐? ’ 이러던데 뭐라고 답하셨어요? (웃음)
◆ 현주엽> 시작을 같이 했기 때문에 마무리도 같이 하자고 이런 약속을 했었는데 못 지키게 되어서 장훈이 형한테도 미안하고... 저도 아쉬움이 남는데요. 옛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없을 것 같은 몸 상태이기 때문에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이유는 부상 때문인 거죠? 무릎 수술을 한 4번 하셨던가요?
◆ 현주엽> 네, 무릎 수술을 여러 번 했고, 몸은 아직 더 뛸 수 있긴 하지만 예전의 기량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나름대로 최고의 기량이라고 생각할 때 은퇴하는 게 좀 더 좋을 것 같아서요.
◇ 김현정 앵커> 어떻게 보면 가장 박수 받을 때 떠나는 이런 걸까요?
◆ 현주엽> (웃음) 떠나는 게 아무래도 좀 더 박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떠나 게 된 거죠.
◇ 김현정 앵커> 아직도 이루어야 할 게 많은데 ‘나는 왜 이렇게 부상에 시달려야 되나’ 가끔 이런 원망 같은 것은 안 해보셨어요?
◆ 현주엽> 부상이 당하고 싶어서 당하는 선수가 없고, 관리를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지금 농구에 입문한 지 정확히 몇 년 되셨죠?
◆ 현주엽> 21, 2년 뭐 이 정도 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21년 되돌아보면 뭐가 가장 미련이 남으세요?
◆ 현주엽> 제가 아마추어 때는 우승도 여러 번 하고, 좋은 기억들이 많은데, 프로에 와서는 부상...또 우승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 김현정 앵커> 저도 팬으로서 미련이 남습니다. 사실 현주엽 선수하면은 195m 키에 100kg이 넘는 체구, 참 뛰어난 개인기로 휘문고, 고려대 거치면서 돌풍을 일으켰던 스타 선수였습니다. 연세대에 서장훈이 있다면 고대에는 현주엽. 포지션이 다른데도 체구라든지 스타일에서 라이벌처럼 비교가 됐어요. 대단했죠. 농구대잔치 고연전, 연고전 기억나세요?
◆ 현주엽> 그럼요. 기억 생생하게 나죠. (웃음) 지금 축구만큼 인기가 있었다고 생각이 되네요.
◇ 김현정 앵커> 그때 생각하면 기억나는 장면이 있으세요?
◆ 현주엽> 굉장히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제가 지금 서른 중반이 되어서도 아직까지 농구코트에 있을 수 있고, 팬들이 많이 사랑해 주시는 것 같아서 운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학 때 인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그때 현주엽, 서장훈, 우지원, 이상민, 전희철, 문경은 이 선수들 연예인급 스타였어요. 여고생 팬도 엄청났지요?
◆ 현주엽> 근데 저는 남자 학생들이 좋아했던 것 같고요. (웃음) 아무래도 체형이나 얼굴이 여자들이 좋아하기 보다는 남자 분들이 좋아할 스타일이였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남동생 팬들이 많았던 거군요. (웃음)
◆ 현주엽>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랑해 주셨던 팬들이 다 기억에 남죠.
◇ 김현정 앵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생각할 때.
◆ 현주엽> 아마추어 때는 대학에 입학해서 첫 시합에 나갔을 때 우승했던 경기가 기억나고요.
◇ 김현정 앵커> 첫 시합에서 우승 했죠.
◆ 현주엽> 대학을 졸업하고서는 2002년도 아시안게임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때 후반 종료 직전이였죠.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시키고 결국은 중국 꺾고 금메달 딴 그 경기 말씀하시는 거죠?
◆ 현주엽> 네. 그때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때 정말 재밌었어요. 손에 땀을 쥐고 손 같이 부여잡고 응원했던 경기인데 ... 선수생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아무래도 부상에 시달릴 무렵일까요?
◆ 현주엽> 부상당하고 수술하고 재활하는 과정이 운동하는 것보다 힘들었거든요. 그전까지만 해도 제가 원하는 대로 몸이 다 움직여줬는데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하는 기간 동안은 제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요. ‘이게 과연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늦어졌을 때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낸다는 것이 힘들었죠.
◇ 김현정 앵커> 그래도 현주엽 선수 이제 겨우 서른넷입니다. 계획, 꿈은 뭘까요?
◆ 현주엽> 미리 은퇴를 준비한 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하게 되어서 확실히 정하진 않았지만 우선은 쉬고 싶고요. 6개월 정도 후에 자세하게 생각해볼까...
◇ 김현정 앵커> 쉬면서 제일 해보고 싶은 거는요?
◆ 현주엽> 친구들 하고 여행 가보고 싶습니다.
◇ 김현정 앵커>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 현주엽> 어디든...
◇ 김현정 앵커> (웃음) 그래요. 워낙 오랫동안 선수 생활했기 때문에 사실 단체생활이잖아요. 그랬기 때문에 여행도 자유롭게 가고 싶고, 가족들과도 정겨운 시간 갖고 싶고 이런 생각 드실 것 같아요. 그 후에는 아무래도 지도자 생활을 하시게 되지 않을까요?
◆ 현주엽> 운동생활을 계속 하면서도 후회 없이 운동을 하고 농구계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요. 아직까지는 후회가 남아서 지도자 생각도 전혀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하고 싶고, 다른 분야에서도 공부해보고 싶고...
◇ 김현정 앵커> 다른 분야는 뭘까요?
◆ 현주엽> 사업 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요.
◇ 김현정 앵커> 아, 그쪽으로도 생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 현주엽>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정하질 못해서 생각을 해볼 예정입니다.
◇ 김현정 앵커> 하지만 팬의 한 사람으로서는 농구계를 완전히 떠나시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좀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서 제2의 현주엽, 제3의 현주엽 키워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쨌든 충분히 휴식 가지면서 잘 좀 생각해보세요.
◆ 현주엽> 네, 알겠습니다. (웃음)
◇ 김현정 앵커>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어제 은퇴 선언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한국농구에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이죠. 현주엽 선수 만나봤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26(금) 은퇴선언 현주엽 "장훈이 형, 약속 못 지켜 미안해"
200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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