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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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화) 경의선 통근열차 마지막 기관사 "자식 분가시키는 기분..기적소리 힘차게!"
2009.06.30
조회 335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코레일 용산기관차 문원모 기관사

오늘을 끝으로 추억 속으로 영원히 사라지는 열차가 있습니다. 바로 경의선 통근열차입니다. 기차는 기차인데요. 서울에서 경기도까지만 왕복하면서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서민들의 애환을 싣고 다니던 그런 열차였죠. 그런데 최신형 전철이 들어서면서 오늘 마지막 운행을 하게 된 거죠. 오늘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오늘이 누구보다 아쉬울 분이세요. 경의선 열차를 30년 동안 운행한 기관사 문원모 씨 연결해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문원모 기관사님, 안녕하세요?

◆ 문원모>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앵커> 오늘 몇 시 열차 운행하시는 거예요?

◆ 문원모> 오늘 서울역에서 밤 9시50분 차 몰고 임진강에 들어갑니다.

◇ 김현정 앵커> 그게 마지막 열차입니까?

◆ 문원모> 그렇죠.

◇ 김현정 앵커> 마지막 열차. 30년 동안 계속 경의선 운전하시다가 오늘 그 마지막 열차를 운전하는 기분은 어떠실까요?

◆ 문원모> 내일 전철 개통을 앞두고 그동안 돌아보니까 마음이 착잡하네요.

◇ 김현정 앵커> 매일 울리던 경적이고, 매일 달리던 기찻길이였을텐데 오늘은 느낌이 좀 다를 같으세요?

◆ 문원모> 오늘은 느낌이 더 그렇죠. 그래도 저 같은 경우는 마음이 착잡하지만, 경의선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아주 기쁘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앵커> 꼭 그렇지만은 않을 거예요. (웃음)

◆ 문원모> 축하드립니다. (웃음)

◇ 김현정 앵커> 덜컹거리는 기차, 열차의 맛이라는 게 있거든요. 사실은... 추억으로 사라지는 게 아쉬워하는 주민들도 많이 계실텐데... 어쨌든 경의선 통근열차가 달린 게 올해로 몇 년째나 되나요?

◆ 문원모> 이번에 폐역되는 씨디씨(CDC) 통근열차는 11년 만에 폐역되고 전에는 디젤 그것도 전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기종차라는 그런 열차가 있었어요. 거슬러 올라가면 전에는 증기기관차도 운행을 했고요.

◇ 김현정 앵커> 열차는 계속 조금씩 변했군요. 처음 개통된 거는 1906년인데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518㎞를 다니는 던 것이 한국전쟁나면서 51년부터는 서울, 문산 46㎞그렇게 짧아진 거죠. 시속이 얼마나 나옵니까?

◆ 문원모> 예전에는 60킬로 쯤으로 달렸는데 현재는 한 최고속도가 70킬로 정도로 달리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예전이면 60킬로 달릴 때 그때는 특급열차에 속했겠네요. (웃음) 그때만 해도... 주로 어떤 분들이 많이 타시나요?

◆ 문원모> 예전에는 문산 같은 새벽열차에 나오려면 농민들이 보따리에 채소, 그런 농산물 가득 이고 들고 타고 나와가지고 지금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신천역이 있어요. 신천역 광장에 반짝시장이 열리던 시절이 있었죠.

◇ 김현정 앵커> 집에서 씨래기도 뜯어오고, 쑥도 뜯어오고 해가지고 그것으로 보따리 장사하시던 그런 분들이 주로 이용하다가 그러다가...

◆ 문원모> 지금 완전 넥타이 부대들 아닙니까?

◇ 김현정 앵커> 넥타이 부대들... (웃음)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 하시던 분들. 그래서 통근열차라는 이름도 붙은 건데, 예전에 30년 전만 해도 이게 특급열차에 속했으니까 이용하시는 분들도 엄청 많았겠어요?

◆ 문원모> 주말에는 들어갈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꽉 찼으니까요. 정원이라는 자체가 없었으니까 주말 같은 경우에는 객차 8역에 들어가는 총 인원으로 치면은 3,000명도 들어갈 거예요.

◇ 김현정 앵커> 들어가면 가는 대로 다 받으셨군요. (웃음)

◆ 문원모> 그렇죠. 네. (웃음)

◇ 김현정 앵커> 재밌는 일도 많았을 것 같아요. 기차풍경이라는 게...

◆ 문원모> 지금이야 승강문이 다 설치되어있기 때문에 매달리는 사람들도 없었지만은 예전에는 매달리는 사람이 많아 가지고 신경도 많이 썼었고, 화장실에서 풀길에 오물이 떨어지잖아요. 그냥 주위에 옆에 가던 사람들 벼락 맞을 수도 있었고... (웃음)

◇ 김현정 앵커> (웃음) 그런 일도 있었고... 기억나는 손님도 있으세요?

◆ 문원모>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10여 년 전인가... 초등학생이 가출을 했어요. 제가 유심히 살펴봤는데 가출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운전실로 불러가지고 말을 시켜도 처음에는 경계만 하고 말을 않더라고요. 그래서 기차에 대해서 설명도 해주고, 기적도 불어보라고 하니까 기적도 불어보고 하더니 아주 신기해하고 그러면서 경계를 풀고 말문을 열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아저씨, 저 이런이런 이유로 사실은 가출했어요.” 이렇게...

◆ 문원모> 그래서 집 전화번호를 알아가지고 제가 부모를 연결해서.. 한번 그런 적이 있었어요.

◇ 김현정 앵커> 좋은 일 하셨네요. 뭐 좀 놓고 내렸다는 손님들 열차에 꽤 많지 않나요?

◆ 문원모> 그렇죠. 경의선 정도로 가다가 관광버스처럼 세워도 주고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 김현정 앵커> 열차가 서기도 합니까? 중간에 택시처럼... 그래서 놓고 간 사람들 내려주기도 하고... 참 재밌는 일이 50여년 달리는 동안 왜 없었겠습니까? 경의선 운전하시는 기관사분들은 몇 분이나 계세요?

◆ 문원모> 30명이 담당하고.

◇ 김현정 앵커> 이분들은 내일부터 어떻게 됩니까?

◆ 문원모> 기존 경부선이나 호남선 이쪽에 새마을호, 무궁화호 담당하고 서울에서 신천까지 운행되는 ‘누리로(TEC)’ 라는 고속전철이 생겼어요. 그것도 담당을 하고.

◇ 김현정 앵커> 저는 사실 경의선 열차는 못 타 봤고요. 종종 이용하던 게 신촌에서 경기도 장흥으로 가는 비둘기호 두량짜리 열차가 있었는데, 이 기차도 2004년에 없어졌는데요. 두량짜리 덜컹거리던 기차 하나 없어졌는데도 그렇게 아쉽더라고요. 하물며 30년을 매일 운행하시던 기관사님은 ‘얼마나 아쉬우실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오늘 열차한테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 뭐라고 하고 싶으세요?

◆ 문원모> 하여간 엊그제 파주에 산다는 어떤 ‘철도사랑동호회’ 라는 아가씨가 눈물을 흘리면서 사진을 찍어대더라고요. 마음이 착잡한데 자식 분가시키는 그런 기분입니다.

◇ 김현정 앵커> 자식 분가시키는, 시집보내는 기분이고... (웃음) 고생 많았다고 한마디 해 주세요.

◆ 문원모> 제가 분명히 말을 하겠습니다. (웃음)

◇ 김현정 앵커> 그러시죠. 오늘까지는 이 노선이 계속 밤까지 운행되는 거니까요. 혹시라도 덜컹거리는 경의선 열차의 추억을 한 번 더 만들고 싶으신 분들, 애틋하신 분들은 오늘 한번 놓치시지 말고 타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렇죠?

◆ 문원모> 네, 네.

◇ 김현정 앵커> 기관사님,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오늘 경적소리 한번 크게 울려주세요.

◆ 문원모> 오늘 경적소리는 주민들 시끄럽다고 그러지 않을 겁니다. (웃음)

◇ 김현정 앵커> 고맙습니다.

경기도 통근열차 오늘 마지막 운행을 하는 기관사세요. 문원보 기관사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