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소설 <고산자> 펴낸 박범신
‘대동여지도’하면 김정호선생이 자연히 떠오르시지요. 천민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지도를 그리기 위해 백두산을 10번 올랐다 이런 설도 있고요. 지도를 너무 상세하게 그려서 첩자로 오인 받아 감옥에서 돌아가셨다 이런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역사 속에 철저히 가려져있던 김정호 선생을 소설로 살려낸 분이 있습니다. 소설 ‘고산자’를 펴낸 소설가 박범신 씬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박범신 교수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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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앵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소설 제목이 '고산자 (古山子)' 김정호 선생의 호에서 따오신 거죠?
◆ 박범신>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런데 궁금합니다. 왜 지금 이 시대, 이 시점에 김정호라는 인물에 주목하셨을까요?
◆ 박범신> 저는 김정호에 대해서 세 개의 고산자라는 이름으로 김정호를 보고 있는데, 하나는 그분은 그 당대로 지도라고 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소유였거든요. 백성에게 나눠주지 않았어요. 국가권력이 쥐고 있어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김정호 선생이 그린 대동여지도는 목판본으로 되어있습니다. 대량생산이 가능하죠. 고산자 선생은 평생 지도를 권력의 품으로부터 백성에게 나누어 주고 싶었던 꿈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그 꿈이 높고 장하니까 ‘높을 고(高)’ 자 ‘고산자’라고 불러도 좋다 그런 생각을 했고요. 바로 그런 꿈 때문에 사대부로부터는 굉장히 핍박을 받고 그의 개인사는 굉장히 고단했습니다. 사실은 외로운 분이였죠. 그래서 ‘외로울 고(孤)’자 ‘고산자’로 고산자를 보고 있고요. 그렇게 외롭고 고단하게 살면서도 평생 고요하고 어떤 자애로운 옛 산에 기대어 살고 싶은 개인적인 꿈이 고산자의 마음속에 있었다고 보고, 그런 의미에서 원래 고산자 선생의 호인 ‘예 고(古)’ 자 고산자 이 세 가지 관점으로 고산자 선생을 소설화하였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지도하면은 ‘대동여지도’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요. 중학생이든 초등학생이든 어른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 정도로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는데 정작 김정호 선생의 생애에 대해서는 출생연도도 정확히 모르고, 고향,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하나도 정설이 없더라고요.
◆ 박범신> 네, 전혀 없습니다. 불과 백 사오십년 전 분인데 양반계급이 못되고 그러니까 신분의 한계 때문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고향부터 생물연대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그가 어떤 김 씨였는지 조차도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역사에서 유기한 거죠. 버린 거지요. 너무 안타까운 일이고 그래서 제가 소설적 상상력으로 그분을 복원했다. 그런 말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박범신 선생의 상상으로 그려진 부분도 꽤 많다는 말씀인데요.
◆ 박범신> 물론 그 당시의 시대적 문화사적 배경이나 사회 정치사적 배경은 현장감을 최대한으로 살렸습니다. 그러나 김정호 개인사, 개인사 부분은 전혀 근거가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근거를 찾았지만 그 작은 싹들을 키워서 상상력으로 메웠다고 할 수 있지요.
◇ 김현정 앵커> 그 작은 싹들 발견하신 것 중에요. 좀 더 새로운 어떤 것들 와!이랬나.. 싶은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 박범신> 예를 들면 독도 같은 문제에서 많은 일본 네티즌이나 일반인들은 ‘봐라, 너희들이 가장 자랑하는 ’대동여지도‘에도 독도가 그려져 있지 않지 않냐?’ ‘대동여지도’에는 독도가 없어요.
◇ 김현정 앵커> 제가 그 질문 드리려고 했어요.
◆ 박범신> 그런 말거리를 만들고 있지요. 지도학자로서 그 당시에 어떤 국경에 대한 자기 생각이 없었을 수는 없겠지요. 이런 문제들까지도 소설 속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어떤 입장이라고 생각이 드셨어요?
◆ 박범신> 보통 옛 지도라고 하는 것은 축척에 대해서 정확한 고증이 없어가지고 대충 울릉도 바로 옆에다가 독도를 그리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대동여지도는 정확한 축척지도거든요. 그래서 거의 지금은 오차가 없을 정도로 정밀합니다. 목판본을 만들려면 독도까지 판이 두개가 더 필요해요. 바다 부분 아무것도 섬도 없고 바다만 있는 판 두개를 더 맞춰야 되는데 대동여지도의 목판본은 워낙 판본자체가 가난해서 살 수 없었는지 앞뒤로 새겨서 쓰고 있어요.
그것도 아껴야 될 것 같고요. 특히 목판지도에서 두 장을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끼워 넣어서 맞춰서 찍어내는 것도 쉽지 않고, 또 당시로서는 지금 우리들처럼 예민한 국경문제가 대두되어 있던 것은 덜 했으니까 독도는 무인도거든요. 목판본지도라고 하는 특수성 때문에 독도를 빠뜨렸지요. 독도만 빠뜨린 거 아니고요. 많은 무인도들이 빠져있습니다. 그런 점들을 소설 속에서도 떠돌아다니던 김삿갓 선생이 취해서 묻죠. “왜 네 지도에 독도가 없냐?” 김정호가 소설 속에 자세히 설명을 과학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그렇게 답을 주셨어요. 소설을 통해서... 고산자라는 새 소설을 발표한 소설가 박범신 씨와 말씀을 나누고 있습니다. 사실 박범신 씨 하면 청년작가로 통하시잖아요?
◆ 박범신> 청년작가 그만 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앵커> 왜 그만 하고 싶으세요?
◆ 박범신> 감수성을 예민하게 유지한다는 뜻도 있을 텐데 예민하면 예민할수록 개인의 삶은 고단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금 더 깊어지는 그런 작가의 길로 가고 싶습니다.
◇ 김현정 앵커> 사실 제가 얼마 전에 한 일간지의 기고하신 글을 읽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쯤인데 우리가 왜 이렇게 잔인해졌을까? ‘하루 종일 책조차 읽을 수가 없었다’ 이 부분 읽으면서 잔인성에 대해서 말씀하신 부분이 있더라고요. 요즘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 박범신> 결국 우리조국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산하이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죠. 자연 속에 기대어 살고 있는 우리들... 그러니까 인간주의적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좌나 우의 이데올로기는 너무 편협한 것 같아요. 정치나 정파주의 어떤 전선에서는 뭐 나라가 두 동강이 날 것처럼 싸우는 것 같지만 결국 이 나라를 영원히 지켜가야 할 일반국민이나 우리들의 강토의 관점으로 볼 때는 오히려 이런 싸움들이 우리들의 갈망, 갈구를 깊게 하고 있지 않나, 뭐 이럴 테면 김수환 추기경 돌아가셨을 때 끝없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본다든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추모물결 같은 것은 단지 그 개인에 대한 추모라기 보단 우리 사회의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절박한 갈구와 갈망들의 표현이라고 저는 보거든요. 이런 갈구와 갈망이 깊어지는 것은 결국 우리들의 놀라운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아직도 하나하나가 살아있음에 희망을 보신다면 말씀이에요.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소설 ‘고산자’를 발표한 소설가 박범신 씨였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15(월) 소설가 박범신 "김정호 대동여지도에 독도가 없는 까닭은.."
20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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