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오은선 산악인
6월 첫 날 화제의 인터뷰, 희망을 주는 인물 한 번 만나보려고 합니다. ‘철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여성 산악인 오은선 대장입니다. 지난 21일에 히말라야 8,000m급, 14좌, 14개의 봉우리 가운데 하나죠. 다울라기리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것도 무산소로 등정을 했습니다. 14개좌 가운데 11개를 등반 성공한 상태인데요. 아시아 여성 최초라고 그래요. 14좌를 모두 정복한 여성 산악인은 지금 세계에 한 명도 없습니다. 그래서 오은선 대장의 앞으로 꿈, 행보가 더 주목이 되는 거죠. 여성 산악인 오은선 대장 직접 만나보시죠. 안녕하십니까?
◆ 오은선> 예.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앵커> 축하드립니다. 다울라기리 정상에 올라서 태극기를 딱 꽂던 순간 무슨 생각이 드시던가요?
◆ 오은선> 해냈다!
◇ 김현정 앵커> 해냈다. 드디어 해냈구나.
◆ 오은선> 그리고 사실 힘들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 전에 칸첸중가 라는 아주 힘든 산을 하고 또 연속으로 했고요. 상상을 초월하게 힘이 들었고 막판에는 마지막 몇 미터 남겨놓고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드디어 해냈구나. 그동안 고생한 거 다 머리 속에 스쳐지나가고...
◆ 오은선> 그런 거 없어요. 아무 생각도 없어요. 그냥 이제는 더 오르지 않아도 되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
◇ 김현정 앵커> 아니 ,그런데 산소통 없이 무산소로 가셨어요?
◆ 오은선> 예. 무산소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작년도부터요.
◇ 김현정 앵커> 제가 산을 잘 모르지만 무산소로 8,000미터 고산지대를 오른다는 거는 남성 산악인들한테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들었는데요.
◆ 오은선> 현지 셀파들 한테도 어렵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아니, 그런데 왜 그렇게 하실 생각을 하셨어요?
◆ 오은선> 그게 리얼 8,000미터니까요. 진짜 8,000미터니깐 산소를 쓰게 되면은 그 8,000미터의 의미가 사실은 낮아지게 되요. 한 1,000미터 1,500미터 정도의 낮은 고도에서 움직이는 거하고 같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그 보조기구를 쓰지 않고 정말로 제 맨몸으로 그 자연에 도전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고요. 그리고 그런 극한 상황을 제 스스로 극복하면서 자연에 융화되는 그런 걸 제가 하고 싶어서 지금하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앵커> 등정은 며칠이 걸린 건가요?
◆ 오은선> 굉장히 짧았습니다. 아마 놀라실 텐데요. 남들도 다 이렇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할까봐 제가 참 두렵습니다만...
◇ 김현정 앵커> 얼마나 걸리셨어요?
◆ 오은선> 베이스에 도착해서부터 딱 3박 4일 만에 끝냈습니다.
◇ 김현정 앵커> 3박 4일 만에 홀로요?
◆ 오은선> 아닙니다. 이번에는 셀파와 같이 갔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그게 가능한가요? 3박 4일 만에 그 높은 8,000미터 봉우리를?
◆ 오은선> 제가 한 거 보니까 가능한 일이고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요. 그 전에 이미 고도가 적응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칸첸중가, 힘겨운 산을 끝내놓은 상태기 때문에 그다음에 아직 저한테 여분의 에너지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그렇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 김현정 앵커> 어렵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세요?
◆ 오은선> 정상으로 가기 1~2시간 전부터 굉장히 힘들어지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숨이 차고 그런 증상인가요? 힘들다는 게?
◆ 오은선> 그러니까 너무나 멀리 느껴지고요. 그러니까 힘겨우니까는 계속 위로만 쳐다보게 되고 원래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으면 가야 될 곳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쳐다보진 않는데 고개를 드는 횟수가 너무너무 많아지는 거예요. 그리고 저기까지 언제 가나...하는, 갈 수 있나, 그리고 너무 힘이 드니까 여기서 그만둘까,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이 듭니다. 그때까지 힘이 들었었어요.
◇ 김현정 앵커> 그 마지막 고비를 넘기는 게 중요한 거군요.
◆ 오은선> 예. 그 고비를 잘 넘기고 나면은 그다음에 또 무아지경으로 움직이는 거죠.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지금 히말라야 14좌를 전부 등정한 여성 산악인은 전 세계에 한 명도 없다고요?
◆ 오은선> 아직까지 없습니다.
◇ 김현정 앵커> 오스트리아 산악인 한 명하고 스페인 사람이 12개 봉우리를 올랐고...
◆ 오은선> 예. 올봄에 그 친구들이 하나씩 해가지고 12개가 됐고요.
◇ 김현정 앵커> 오은선 대장하고 이탈리아 산악인이 11좌를 올랐죠?
◆ 오은선> 예.
◇ 김현정 앵커> 가장 먼저 14좌를 받고 싶은 꿈이 당연히 있으시죠?
◆ 오은선> 그 꿈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앵커> 언제까지 목표로 삼고 계세요?
◆ 오은선> 제 바람은 올 10월 안에 끝나는 게 바람인데 올 안에 끝날 수 있을지는 하늘만이 정해주시는 거라 제가 감히 장담은 못하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10월이면 얼마 안 남았어요. 6, 7, 8, 9, 10 다섯 달 밖에 안 남았는데 이렇게 경쟁자들이 있다는 게 좀 어떻게 큰 자극이 되고 힘이 되고 그러나요?
◆ 오은선> 아마 그 친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 역시도 끊임없이 제 자신을 이렇게 안주하지 않고 계속 걸어갈 수 있게 만든 어떤 자극제가 되고 좋은 자극제입니다
◇ 김현정 앵커> 정상 한, 두시간 남겨두고 힘들 때 그거 생각하는 거죠. 이거 오스트리아 산악인한테 뺏기면 안 돼. 스페인 사람 저기 걸어오고 있네... 이런 생각하면서 말이죠.
◆ 오은선> 정상에 가는 날은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경쟁자도 제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고 제 마음속에 들어오지 않고요. 오로지 산과 저만이 있을 뿐입니다
◇ 김현정 앵커> 산과 나와의 싸움, 1:1 싸움이군요. 그런데 산을 왜 오르시는 거예요? 도대체 매력이 뭡니까?
◆ 오은선> (웃음)
◇ 김현정 앵커> 사실 저는 좀 등산에 약해서요. 그 매력을 모르겠더라고요. (웃음)
◆ 오은선> 글쎄 저도 명확하게 딱 이거다 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고요. 너무나 좋아해서 좋아서 시작을 했던 등반이었고 지금도 좋아하고 앞으로도 좋아 할 것 같고요. 왜 오르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냥 산이 있어서 오른다, 어떤 분은 그런 말씀도 하시던데요.
◆ 오은선>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죠. 없었으면 오를 수가 없으니까.
◇ 김현정 앵커> 그 희열이라는 게 도대체, 아까 무아지경이라는 얘기 잠깐 하셨어요. 어느 순간을 넘으면 무아지경이 된다. 그게 어떤 상태인가요?
◆ 오은선> 무아지경 말 그대로 아무 생각도 없고 아무런 느낌도 없고 아무런 게 없는 거예요. 내가 뭘 하고 있는 조차도 모르는 거예요.
◇ 김현정 앵커> 그런데 기분이 좋아요?
◆ 오은선> 기분이 좋다라기보다는 어느 순간 딱 깼을 때 내가 어떻게 올라왔는지를 잘, 그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고 어디를 지나왔다는 것 자체가 머리 속엔 없는 거니까요. 아주 공백상태에요. 그냥...
◇ 김현정 앵커> 참 희한한 상태네요.
◆ 오은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거나 제가 다시 의식이 돌아오거든요. 그러면 어? 하고 이렇게 어, 하면서 한 번 지난, 어? 어떻게 이렇게 지나갔지 하는 그런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어요.
◇ 김현정 앵커> 필름이 끊기는 거예요 .말하자면. 그런 무아지경의 상태까지. 6441님이 오은선 대장님 장합니다. 우리도 다시 한 번 행진하죠. 이러면서 문자를 보내주고 계시는데 지금 잠깐은 한국에 와계시지만 다시 월요일이면, 다음 주 월요일에 등반을 위해서 떠나신다고 들었어요.
◆ 오은선> 예. 파키스탄 쪽은 등반시즌이 여름시즌에 등반들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파키스탄에 제가 두 개 봉우리가 아직 남았어요.
◇ 김현정 앵커> 마지막으로 짧게 각오 한 말씀해주시죠.
◆ 오은선>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을 행복하고요.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라는 어떤 믿음과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신념을 갖고 있으면 그것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라는 그런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제 꿈을 향해서 열심히 도전하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꼭 등반 성공하셔서요. 세계 최초로 14좌 성공한 여성인, 산악인입니다. 하면서 제가 소개할 수 있게 그렇게 해주셔야 됩니다.
◆ 오은선> 고맙습니다.
◇ 김현정 앵커> 여성산악인 오은선 대장이었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1(월) 오은선 여성산악인 "세계 여성 최초로 14좌등반 성공하고파"
200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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