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2(화)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 "삼성무죄로 재벌 세습 가속화"
2009.06.02
조회 270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한성대 교수

13년 전 이건희 회장은 아들 이재용 씨에게 61억 원 재산을 물려줍니다. 세금은 16억 원을 냈습니다. 그 재산으로 이재용 씨는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샀는데, 당시 비상장이었기 때문에 1주당 7,700원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주주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삼성 사람이었습니다. 후에 에버랜드 주식이 상장되면서 1주 7,700원짜리는 10만원이 됐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다른 주주들은 이 주식의 소유권을 포기했죠. 자동적으로 이재용 씨는 61억 원으로 200조 자산 기업의 최대 주주가 됩니다. 세금은 16억 원을 냈고요. 이게 바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인데요.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서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모두의 눈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으로 쏠렸던 지난 29일의 일이죠. 삼성이 결국 경영권 불법승계 논란에서 벗어난 건데요. 크게 이슈화는 안 됐지만 이번 판결은 다른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에도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어떤 파장이 있고 문제점은 어떻게 보완해 나가야 할지 생각해보죠. 경제개혁연대 소장이시죠, 한성대 김상조 교수 연결해 보죠.

◇ 김현정 앵커> 이번 판결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거죠?

◆ 김상조> 대법원이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해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가 헐값에 발행됐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헐값에 발행이 되었고 그것을 인수한 이재용 씨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이익을 얻게 됐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주주배정이었기 때문에 즉, 주주가 그것을 자발적으로 포기했기 때문에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인데요.

그런데 주주배정이라는 이유 때문에 무죄를 선고한 것은 우리나라 재벌 체제의 현실에 대해서 대법원이 완전히 눈을 감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에버랜드의 주주들은 내부 임직원들이나 아니면 계열사였습니다. 그것을 총수나 구조본이 지시한 어떤 사항을 그것을 어긋나게 자기의 어떤 독립적 지위에서 자발적으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그런 임직원이나 계열사들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외형적으로는 분명히 주주배정이지만 사실상 제3자 배정, 즉 구조본의 기획에 의해서 진행된 사실상의 제3자 배정인데. 대법원이 그와 같은 현실에 눈을 감고 지극히 형식적인 논리에만 매몰되어 가지고 삼성그룹에게 무죄를 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근거를 끝까지 못 찾은 걸까요?

◆ 김상조> 그렇진 않습니다. 사실 삼성특검의 수사과정이나 또는 1, 2심의 재판과정에서도 이것이 이건희 회장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을 했고요. 결국은 구조본이 여러 가지 기획 집행한 사실을 확인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이 있었다라고 하더라도 에버랜드 이사회의 결정이나 그를 통한 주주배정의 어떤 외형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우리가 통상적으로 갖고 있는 법감정으로는 사실상 납득하기 어려운 그런 법논리를 계속 강변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이번 판결에서 좀 눈여겨 볼 것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은 무죄지만,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의 헐값 발행은 유죄 취지로 고등법원으로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파기 환송 시켰습니다. 이건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 김상조> 에버랜드는 외형적으로 주주배정이기 때문에 즉 주주에게 배정을 했는데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에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고요. SDS의 경우는 처음부터 제3자 배정이었습니다. 따라서 주주들이 선택을 할 기회조차도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그 경우에는 헐값 발행은 배임혐의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는데요. 에버랜드 사건이나 SDS사건이 결국은 실제적으로는 똑같습니다. 구조본의 기획에 의해서 헐값에 발행됐고, 이재용 씨에게 배정이 됐다는 사실 자체는 똑같은데, 결국 대법원에서는 이게 외형적으로 하나는 주주배정이고 하나는 제3자 배정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결과를 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만약에 삼성SDS 건이 유죄로 나온다면, 그건 어떤 파장이 있을까요?

◆ 김상조> 일단 이건희 회장의 경우에는 손액이 50억 원이 넘는 특경가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배임이 되기 때문에요. 공소시효가 10년이 되는 것이고. 아직도 공소시효가 남아 있기 때문에 아마 실형을 받게 될 것입니다. 더더군다나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얼마 전에 특경가법상 배임의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도록 되어 있고요. 더더군다나 집행유예를 내릴 수가 없도록 강화되었기 때문에, 아마 이건희 회장은 최초로 실형을 받는 그런 경우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런데 다시 고등법원으로 가더라도 회계법인들이 삼성에 불리한 증거를 내놓을까요? 그래서 유죄까지 가는 그런 일이 생길까요?

◆ 김상조> 사실 1심에서 1심 재판부는 재3자 배정의 경우에는 배임죄로 다스려야 된다는 결론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SDS의 주가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손해액이 50억 원이 못 미치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지났다, 이런 식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아마 이번의 경우에도 그 비슷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은데요. 그런데 그 1심의 판결을 보면 사실상 납득하기 어려운, 즉 SDS의 적정 주가를 계산하는데 사실상 납득하기 어려운 방법을 적용한 부분이 많습니다.

◇ 김현정 앵커> 예를 들자면?

◆ 김상조> 통상적으로 우리가 주식 가치를 정할 때는요. 기존 회사 가치를 기존의 주식 수로 나누어서 나온 가치대로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에서는 증자를 하는 거니까, 주식 수가 늘어나지 않습니까? 그 늘어난 주식 수로 나눠서 주식 가치를 계산했어요. 그러니까 적정 주식 가치가 굉장히 많이 떨어지는 걸로 나왔기 때문에 손해액이 50억 원이 안 된다고 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아마 파기환송 고등법원 심리 관점에서 가장 논점이 될 거고요. 저희 경제개혁연대에서는 바로 이 부분에 관해서 새로운 어떤 여러 가지 의견서를 준비해서 법원에 제출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이번 판결이 다른 재벌 기업들의 경영권 승계에도 많은 영향을 줄까요?

◆ 김상조> 물론 입니다. 사실 이번 판결의 논리를 끝까지 밀고 간다면, 주주배정의 형식만 취하게 된다면 얼마든지 가격은 낮게 매겨서, 총수의 2세에게 넘겨줄 수 있겠다고 확인했기 때문에 결국 이 과정을 통해서 재벌들은 완전히 세금을 내지 않는, 부와 경영권의 세습을 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찾아준 것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이것이 한국의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에서 아마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고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아예 그렇게 경영권 승계를 할 수 있는, 일종의 편법인데요. 그걸 막는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 김상조> 사실은 법원의 논리가 이것은 주주배정이기 때문에 주주가 포기할 수 있는 것이라서 민사적인 문제이지 형사적인 문제는 아니다, 그런 취지거든요.

◇ 김현정 앵커> 그런데 그 주주가 다 회사 사람들이고?

◆ 김상조> 그래서 이것을 민사적으로 다룰 수 있는 상법적인 수단들을 우리가 발전을 시켜야 될 것인데요. 에버랜드라는 비상장 회사의 경우에는 주주가 사실은 다 계열사입니다. 따라서 주주가 민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죠. 하지만 그 주주 계열사 중에 상장된 회사가 있을 것이고, 그 상장회사에서는 외부 주주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 상장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에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이중 대표 소송제도 같은 다른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런 방법들을 지금 우리나라 상법에도 도입하자고 저희들이 입법운동을 하고 있는데요. 이와 같이 결국 민사적이라는 문제라면, 민사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릴 수 있는 상법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앵커> 지금은 그 부분이 법으로 보장되지 않는 거군요?

◆ 김상조> 법에 없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실질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을 대법원이,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즉, 대법원이 그런 민사적인 수단을 막아놓고 민사적으로 해결하라고 판단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볼 수 있죠.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에버랜드의 경영권을 가짐으로 해서 삼성그룹 전체를 차지하는 이런 순환출자구조, 이것도 참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이 되어 왔는데요. 이건희 회장이 퇴진하면서 개선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얼마나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 김상조> 작년 4월 22일 약속했던 것 중에서 실질적으로 개선된 것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 순환출자의 해소 부분도 법을 통해 가지고 하도록 돼 있는 것인데. 그것도 아직 유예기간이 한 3년 정도 남았기 때문에 아마 천천히 진행할 거라고 생각하고요. 무엇보다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은 그런 외형적인 면이 아니라 총수 일가가 밀실에서 나와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데서부터, 진정성을 보이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좀 추상적인 부분은 아닐까요. 소통을 한다는 게 어떤 식으로 가능할까요?

◆ 김상조> 삼성그룹의 가장 문제점은 뭐냐 하면 그 계열사의 놀라운 경영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총수 일가들이 완전히, 우리 사회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어떤 밀실에서, 결국 전략기획실과 같은 그런 참모들에 의해서 완전히 불투명한 경영을 했다는 겁니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이 스웨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어떤 외형적인 것보다도 정말 국민들과 같이 살아가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부터 비롯된 것이거든요. 삼성그룹이 바로 그런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