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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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화)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노前대통령과 준비하던 책, 마저 완성하겠다”
2009.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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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 국정전반 관련 책 준비중이었다
- 퇴임 후 10.4선언 불이행 안타까워해
- 북한 핵실험은 비핵화 뜻 접은 걸로 봐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동북아시대위원장

세계 언론들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 남북관계 부분인데요. 그런데 요사이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 또 어제 터진 핵실험 보면 잘 돌아가고 있는 건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듭니다. 참여정부에서 장관급이죠, 동북아시대위원장 지내셨고요, 국제안보대사도 역임하셨습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문정인 교수 만나보겠습니다.

[IMG0]◇ 김현정 앵커> 문 교수께서도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각별하신데, 이제 돌아가신 지 나흘 지나고 실감이 나십니까?

◆ 문정인> 황망스럽죠. 하실 것 참 많았었는데. 꿈도 많았고. 참 안됐어요.

◇ 김현정 앵커> 어떤 일을 그렇게 평소에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 문정인> 당장 옛날에 노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자문위원장들과 같이 책도 하나 내기로 하셨고. 사실 지난 3월에 만나기로도 했었는데요, 검찰조사 때문에 모든 게 연기가 되었는데. 안타깝네요.

◇ 김현정 앵커> 무슨 책을 내시겠다고 하셨어요?

◆ 문정인>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평소 생각하셨던 국정 전반에 관한 외교정책에 관해서 과거의 정책을 한번 점검도 하고 반성도 하고. 그리고 어떤 정책들이 한국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종합적인 책을 내기로 했었는데. 아마 대통령 안 계셔도 저희들이 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노 전 대통령이 좀 써놓으신 것도 있나요?

◆ 문정인> 네, 상당히 많이 있으시죠.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교수님, 전국이 애도 분위기인 이 와중에 어제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까지 쐈다는 뉴스까지 나와서 참 난감한데요. 이것을 어떤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 문정인> 지난 4월부터 북한은 자기 입장을 명백히 했죠. 지난번 4월 5일에 북한이 자기들은 위성을 발사했다고 했는데, 유엔 안보리에서 2006년 유엔안보리 결의안 1718호를 위반한 것으로 규정을 하면서, 결국에 유엔이 북한의 입장을 이해해 주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자기 길로 가겠다고 해서 2차 핵실험도 하고 계속 미사일 실험을 하겠다는 걸 밝혔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북한 스타일이지요. 자기들이 정해놓은 스케줄, 자기들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계속 밀고 나가겠다...

어떻게 보면 북한이 보내는 메시지는 그걸 겁니다. 지금까지는 비핵화 의도도 좀 있었는데 결국 우리가 비핵화한다고 해도 다른 나라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하니까 비핵화 꿈을 접고. 세계에서 9번째 핵보유국이 공식적으로 되고, 자기들이 핵무장을 통한 군사력 증강시키겠다는 입장을 전 세계에 보내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앵커> 비핵화를 하려는 생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걸 접었다고 보는 거군요?

◆ 문정인> 저는 그렇게 봅니다. 비핵화라고 하는 게 김일성 전 주석의 유언 사항이어서 북이 그 약속을 꼭 지킬 것으로 저는 봤는데. 주변 상황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과 의도가 아직도 조금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된다고 판단을 해서, 결국 자기들 국가와 체제를 유지하려면 핵무장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이런 식의 군부 중심의 사고가 결국 이런 결정을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지난번에 미사일 발사, 위성 발사 실험이 있을 때, 그것 하고 나면 아마 미국이 손을 내밀고 북미대화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는데요. 지금 북미대화는 물 건너 간 건가요?

◆ 문정인> 미국이 실기를 했죠. 그때 제가 알기로는 북한이 로켓 발사이고, 로켓 위에 있는 건 광명성 2호라는 걸 죽 주장했을 때, 미 정보당국에서 그것을 주의 깊게 살펴봤고. 그래서 당시 로버트 게이트 국방장관이나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부장은 이게 ‘위성이다’ 이렇게까지 판단을 내렸는데. 한국하고 일본 측에서 아주 압력이 강했죠, 미국 정부에 대해서. 그러면서 그것이 로켓이든 위성이든 하여간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든 그 기술이라고 하는 게 군수민수 양용기술이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고 하면서 북한에 대한 응징 쪽으로 전환하기 시작했거든요. 그게 제가 볼 때는 미국이 북에 대한 어떤 실기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이제는 손을 내밀어도 쉽지 않을 겁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제가 볼 때는, 파키스탄이나 이스라엘같이 핵보유국으로 자기 자신을 굳혀나갈 텐데, 핵무기를 가지려고 준비할 때 막는 것은 그래도 가능하지만, 리비아나 이런 경우처럼. 핵무장을 한 것을 해체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손을 내밀어도 쉽지 않을 거라고 보고 현 상황이 어렵다고 봅니다. 예방적으로 나갔어야 되는데.

◇ 김현정 앵커> 이제는 미국이 손을 내밀어도 북한이 안 잡을 거다?

◆ 문정인> 그렇지 않겠어요? 지금까지는 북이 가지고 있는 핵시설프로그램을 불능화 시키고 그러면서 핵시설 프로그램에 대해서 해체하는 쪽을 많이 강조했었는데. 만약 자기들이 핵무기를 가졌다고 한다면, 북한은 과거에도 그런 주장을 했습니다만, 핵 군축협상이라고 하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겠죠. 그래서 북이 얘기한대로 한국과 일본에 있는 핵우산을 제거하라 이런 식으로 나가게 되면서, 6자회담 내의 협상이든, 북미양자협상이든 협상 자체는 상당히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가겠죠.

◇ 김현정 앵커> 그런데 북한이 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시국을 고려한건가요, 안 한건가요? 아침에는 조의를 표해놓고, 몇 시간 지나서 핵실험을 하고.

◆ 문정인> 핵 문제는요. 북한은 핵 문제를 남북관계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북미관계의 문제로 보기 때문에. 남쪽의 정치 일정이라든가 남쪽의 전반적인 것, 이것하고는 사실상 거의 무관하게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대신에 남북관계가 좋았을 때는 우리가 북에 대해서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 북을 설득할 수도 있어서 그런 것을 방지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지만.

◇ 김현정 앵커> 물밑으로 협상을 해서 말이죠?

◆ 문정인> 네,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 하에서는. 그리고 북한 사람들은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군사적 위협을 느낀다고 생각하니까, 그것 때문에 핵 개발했다고 하는 거니까, 그러니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별도로 보니까요.

물론 상당히 적절치 못한 행동이죠. 우리가 국민장하면서 전 국가가 애도 분위기에 빠져 있는데, 핵 실험 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건데. 그런데 북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핵문제는 북미관계니까 남쪽에서 일어나는 것하고 관계가 없다는 생각을 하기 쉽겠죠.

◇ 김현정 앵커> 사실은 상당히 배신감을 느낀다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함께 악수도 하고 대북 관계를 푸는데 노력을 했던 대통령인데, 이 마당에 핵실험 너무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런데 북한은 아마 미국을 향해서 메시지를 보낸 거다, 그 일정표대로 움직였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러면 개성공단하고도 크게 상관은 없는 문제겠네요?

◆ 문정인> 개성공단은 우리의 문제지 북측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볼 때는. 북측은 우리에게 카드를 전달했고, 우리 측도 개성은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핵 실험 이후에 북측에 사람들 방문하는 것도 개성지역은 예외로 뒀고. 어떻게 보면 개성이 남북관계를 계속 연결 짓는 어떤 마지막 연계고리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북이나 남이나 쉽게 포기, 폐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봅니다.

◇ 김현정 앵커> 사실 오늘은 참여정부의 외교적인 공과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저희가 모셨는데, 이렇게 핵실험이 터져서 그 이야기를 먼저 여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전 세계가 보도하면서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 외교정책, 남북정책이었는데요. 그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 문정인> 노무현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서 큰 그림이 있었어요. 대 전략이 있었죠. 대 전략이라고 하는 것의 목표는 한반도 동북아의 평화번영을 이룩한다는 것이고. 그렇기 위해서는 결국 동북아에 하나의 공동체가 구축돼야 하고. 양자 관계만 가지고는 결국에 평화번영을 이루기가 힘들고 그러기 때문에 결국 다자안보협력을 통해서 또는 다자경제협력을 통해서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가져오고 싶어 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큰 그림이 있었고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제2차 북핵 위기가 노무현 참여정부 5년 동안 아주 악몽처럼 괴롭혔던 것인데.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상당히 줏대 있는 정책을 폈죠. 미국하고 상당히 많이 갈라섰죠. 한미동맹에 소위 손상이 있더라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군사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죽 지켰고. 이런 일관성 있는 태도가 미국의 정책을 바꾸게 만들었고, 남북관계도 개선하게 만들었고.

그러면서 결국에 2007년 10월에 남북 2차 정상회담했고, 그 다음에 10.4 정상선언을 채택할 수 있었거든요. 특히 10.4 정상선언은 의의가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가 6.15 공동선언이 하나의 상당히 포괄적인 기본적 틀을 닦았다고 하면, 10.4 정상선언은 거의 45개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인 남북 간 합의를 한 것이기 때문에.

◇ 김현정 앵커> 그런데 그 10.4 선언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어 놨는데, 그 뒤에 사실은 이행이 안 되지 않습니까? 이걸 보면서 퇴임 후에 뭐라고 얘기를 하시던가요, 주변 분들에게?

◆ 문정인> 안타까워하지요. 사실상 그렇지 않습니까, 남과 북의 합의라고 하는 것은 특히 많은 부분이 남이 북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들어가 있는데, 그것은 약속한 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은 남쪽의 전반적인 재정상황이라든지 경제상황, 국민정서 다 보면서 그 안에서 남과 북 사이에 협상을 통해서 다시 또 하나씩 조율해 나가고 하는 건데. 그냥 그 자체를 사실상 남측 정부에서 10.4 정상선언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노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안타까워했죠.

◇ 김현정 앵커> 저는 그 얘기도 궁금하더라고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그때 문 교수께서도 노 전 대통령 수행해서 북에 다녀오셨죠. 그런데 그때 사실 퇴임 직전에 왜 그러느냐, 대선에 영향주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 다음 대통령에게 바통 넘기는 게 낫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그때 왜 꼭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신 거죠?

◆ 문정인> 아니 어느 대통령이 안 가고 싶어 하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 입장에서는 결국 남북관계 개선이라고 하는 게 그분의 가장 중요한 정치 정책적 목표였는데. 그게 내일 바로 퇴임한다고 해도 오늘 그런 기회가 온다고 해도 가겠죠. 다음 정부 때문에 그것을 안 한다고 하면 대통령의 임무 스스로를 유기하는 건데.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저는 이해가 안 돼요.

◇ 김현정 앵커> 그렇게 해놓고 가야지 다음에 튼튼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계산도 하셨던 걸까요?

◆ 문정인> 아 뭐 그런 것도 있었고요. 구체적인 합의를 했고 하나의 소위 선언이라고 하는 문건으로 가졌을 때 구속력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을 떠나서 헌법에 주어진 대통령의 의무가 뭡니까? 평화통일 의무인 건데. 가장 중요한 게 어떻게 보면 제2차 정상회담이었고 10.4 정상선언이었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소위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의 의무를 포기하고 방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이 짧은 시간에 그동안의 외교적 성과를 다 논할 수는 없고요.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