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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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목) 한완상 前 통일부총리“MB, 국민장 이후 정책반성 시간 꼭 가져야"
200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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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도저식 실용주의 부작용 반성해야
- 추모물결 의미 아는 것이 ‘통합’의 기초
- 진보진영의 과격한 저항도 삼가야
- 검찰총장 사표 정도로는 근본 대책 못 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완상 前 통일부총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민은 국민통합이 됐습니다. 저희 뉴스쇼에서는 어제부터 통합을 위한 조건이 어디에 있을지,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인사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어제는 보수 인사시죠, 서울대 박효종 교수의 의견 들어봤고요. 오늘은 진보를 대표하는 인사입니다, 한완상 전 부총리를 연결해 볼 텐데요. 두 분께 드리는 질문은 비슷합니다. 어제와 오늘 두 분이 어떤 답변을 주시는지 비교해가면서 들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지낸 한완상 전 부총리 연결해 보겠습니다.

[IMG0]◇ 김현정 앵커> 어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상주 역할도 하셨다고요?

◆ 한완상> 그렇습니다. 가서 1시간 반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 김현정 앵커> 많은 분들이 오시던가요?

◆ 한완상> 많은 분들이 오는데. 특별히 젊은이들, 그 가운데서 여성들이 눈에 많이 띄었고요.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엄마들이 눈에 띄었는데. 저들의 가슴에 불같이 타오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 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그것 때문에 우는 것을 보고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하, 우리에게도 미래가 있구나, 어떻게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많지, 또 말 없는 이 땅의 풀뿌리들, 그 풀뿌리들의 저력이 대단하구나” 하는 것을 느낀 겁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러셨군요. 이번에 일어난 비극의 가장 큰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 한완상> 물론 그의 죽음은 비극적으로 보이지만, 애도의 물결 속에 흐르는 민심의 움직임은 그 비극을 초극 하려는 힘이었어요. 비극은 아닌데, 그러나 하여튼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한 것은 사실이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은 심층적으로 보면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타살적인 거죠. 이것이 아마 젊고 늙고 간에 많은 사람들을 조문객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어떤 사회적인 정황이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보시는 거군요?

◆ 한완상> 그렇죠. 그것은 유언에서도 우리가 확인합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아주 억울하게 고통을 당하는 것에 대해서 참을 수 없는 심정으로 고민을 하신 것 같고요. 그러면 그 많은 사람들에게 부당하리만큼 가혹하게 고통을 준 세대는 누군가? 그게 예를 들면 이번 비극의 심층 원인이 되겠는데요. 이런 거죠. 명문고, 명문대학을 나와 학벌을 조성해서 기득권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이 땅의 문화지배세력, 저도 그 속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만, 저도 많이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지역을 기반으로 권력을 재생산해온 지역 권력층이 있고요. 또 분단 상황에서 냉전 이데올로기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특권을 유지강화 해온 이 땅의 냉전수구세력도 있고요. 또 하나는 그간 반민주적 공안권력, 다시 말하면 민생치안을 위한 공안권력 강화 아니겠습니까? 도둑놈 많이 잡고, 깡패 많이 잡는 이런 게 아니고. 촛불 견제하고, 이번에도 보니까 서울시 광장을 열지 못하게 하는 이런 것을 보면. 정치적, 반민주적 공안권력의 강화...

이런 것에 제가 또 하나 보태고 싶은 것은요. 경쟁에 경쟁을 통해 이기는 사람에게만 아주 우대하는 승리우월주의자, 이게 신자유주의적인 문학으로 통합니다만, 이런 데서 약자들이 받는 아픔이 있죠. 그 아픔을 대통령까지 된 분이 느꼈다면 일반 사람들은 얼마나 더 가슴 아프게 느꼈겠습니까?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지금 원인을 파악해 주셨어요. 우리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가 문제점들을 짚어주신 건데요. 사실 오늘 얘기 하려는 것은 통합입니다. 노 전 대통령도 통합의 정치를 꿈꿨습니다만, 사실은 잘 안됐죠. 지금 보면 진보 보수, 가진 자 없는 자, 지역 할 것 없이 분열이 정말 심합니다. 일단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한완상> 나는 그 통합을 위한 가장 큰 조건보다도 그 기반, 기초는요. 이번에 조문행렬에 나타나는 민심의 향방과 성격을, 그들의 분노한 눈물의 의미를 깨달아야 됩니다. 이것 깨닫지 못하면 기술적인 차원에서 통합의 조건 몇 가지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 김현정 앵커> 일단은 지금 권력을 가진 쪽에서 확실하게 알아야 된다는 거군요?

◆ 한완상> 그게 권력을 가진 자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알아야 된다는 말이죠.

◇ 김현정 앵커> 그런 건가요?

◆ 한완상> 그러니까 정치인들은 높은 사람일수록 역지사지해야 합니다.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역지감지, 약자의 입장에서 느껴야 해요. 이번에 이 민심의 눈물을, 분노의 의미를 알아야 됩니다. 그러고 나서 기술적으로 이를테면 검찰에게 사표를 낸다든지 이런 것, 검찰 총장이 사표내고 검사가 사표 낸다고 해서 이런 비극이 되풀이 안 된다고 말할 수 없어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다른 더 좋은 자리 갈 수도 있는 것이고 좀 쉴 수도 있는 것이고. 문제는 근본적인 반성을 하고 눈물 흘리는 백성의 가슴속에 들어가서 역지사지해야 되요.

◇ 김현정 앵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죄가 있으니까 조사하다가 이렇게 된 건데...

◆ 한완상> 어떤 대학 명예교수로 있는 사람이 그걸 자살이라고 말했는데, 진실로 지식인이라면 어떤 비극적 사건의 현상 뒤에 있는 본질을 볼 줄 알아야 되요. 학생이 대학입시 앞에서 자기 집 12층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하면, 그게 도덕적인 성품이 부족해서 그래요? 이 교육 현실에 대한 하나의 대항, 저항 아니겠어요?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는 분도 있습니다. 소통하자, 통합하자라고 얘기 하면서 이제 와서 책임을 묻는 것은 또 다른 분열만 가져오는 것 아니냐...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한완상> 지금 이 시점에 아마 이달 말에 모든 게 다 끝나고 나면, 6월 초에 가서 나는 이렇게 권고하고 싶어요. 대통령께서 각료들 데리고 청와대 사람들이고 정당의 책임자들이고 다 데리고 어느 한적한 곳에 가서 한 1주일도 좋고 열흘이라도 좋고, 근본적으로 이때까지 자기들이 추진해온 정책적 목표와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적 수단들을 다 책상에 얹어놓고 기본적인 반성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과연 우리가 선진화를 추진했는데, 선진화를 했는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토목공사적인 산업화로 후퇴한 것 아니냐? 국민들이 그렇게 보는 것 아니냐?

소위 저는 줄씨알이라고 합니다, 라인 안에서 라인 밖에서 자유롭게 접속 소통해서 오프라인, 줄 밖에서 행동할 수 있는 21세기적인 민중이죠. 이건 절대 탄압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20세기 민중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데, 이승만 대통령 말씀대로. 21세기 줄씨알들은 흩어져야 더 힘을 내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미네르바 하나 잡아넣었다고 해서 미네르바 없어집니까? 수만 명의 미네르바가 있죠.

그런데 이 사람들의 평화적인 촛불시위까지를 두려워하는 이것이 과연 선진화인가, 이런 큰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이를 테면 실용주의라고 하는데 실용주의 같으면 수단 선택이 합리적이고 융통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은 친구고 이 사람은 적이고 이렇게 나눠가지고. 친구면 쓰고 적이라고 인식되면 끝까지 그를 그 자리에서 쫓아내는 것, 이게 과연 실용주의인가? 불도저식으로 밀고 나가는 게 실용주의냐? 이런 모든 문제를 집권하고 1년 4개월 만의 이런 애도의 물결을 보고,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 김현정 앵커> 어떻게 하면 국민하고 소통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란 말씀이세요?

◆ 한완상> 그럼요. 기술적으로 검찰 뭐 중간에 내보내고 뭐 법무부 장관... 이건 말입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닙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다면 진보진영에서도 정부에 대해서 반대적인 뜻을 가졌던 진영에서도 손을 함께 내밀어야 될 텐데요. 진보진영이 반성해야 될 부분, 행동해야 될 부분은 뭘까요?

◆ 한완상> 진보진영이 반성해야 할 부분은 이런 게 있습니다. 21세기의 주인은, 민중은 줄씨알 이에요, 예의 계급적 성격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들이 예를 들어서, 민생들에게 아주 피해를 주는 불편을 주는 과격한 저항을 조금 삼가야 되요.

◇ 김현정 앵커> 폭력적인 저항 같은 것?

◆ 한완상> 네. 이를 테면 그들이 파업을 함으로써 수십만, 수백만 시민들이 고통을 겪게 되고 여러 가지 민생 고통을 겪게 되는 것, 그거 자제 좀 해야 해요. 물론 파업도 할 것은 해야죠. 부당한 주장은 해야 되지만, 권력층에게는 불편을 안 주고, 가능하면 못사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건 좀 자제하라 말이에요.

◇ 김현정 앵커> 먼저 정부가 손을 내밀고, 권력이 손을 내밀고, 그것을 잡는 형식으로 다시 한 번 접속을 시도해야 할 시기라는 말씀이신 것 같네요.

◆ 한완상> 네,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짧은 시간 안에 통합이라는 큰 주제를 다를 수는 없겠습니다만, 오늘 생각할 수 있는 실마리 주신 것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