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상돈 중앙대 법과대학 교수
신영철 대법관에게 윤리위가 면죄부를 준 뒤 일선판사들의 반발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내일은 서울지법 단독판사회의까지 열리는데요. “신영철 대법관이 그렇게 잘못했나, 진보들만의 비딱한 비판 아니냐?” 이런 분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대표적인 보수논객이자 법학자죠. 중앙대학교 이상돈 교수를 모셔봤습니다.
◇ 김현정 앵커> 내일 중앙지법에 일부 단독판사들이 회의를 소집한다, 이런 얘기도 들리는데.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 이상돈> 제가 보기에는 이용훈 대법원장께서 처음부터 사태를 좀 잘못 파악하셔 가지고서 일을 크게 만든 것 같습니다. 이 상황을 좀 더 심각하게 받아 들였어야만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입니다.
◇ 김현정 앵커> 신영철 대법관이 그럼 자진사퇴까지 해야 될 문제라고 보시는 건가요?
◆ 이상돈> 네. 저는 오히려 명예롭게 사퇴할 시점이 좀 지나버린 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최고법원에 속한 법관들의 명예는 자기 스스로 지키는 것입니다. 윤리위원회, 징계위원회 같은 것은 평판사 윤리를 감독하라는 것이지, 최고 법원의 대법관을 윤리위원회, 징계위원회 거기에 세우는 것은 좀 우스운 일입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런데 반론도 있습니다. “현직대법관이 자진사퇴를 하는 게 역사적으로 오명을 남기는 것 아니겠느냐? 또 일선 판사들이 특정법관에 대해서 사퇴를 해라, 거취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이런 것도 또 다른 독립권 침해 아니냐?” 이런 반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이상돈> 현재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일선판사들은 뒤늦게 얘기 나온 것이고요. 일부 언론, 그 다음에 주로 야당에서 그런 말을 했죠. 40년 전에, 1969년에 미국에서 거의 똑같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 대법원은 대법관이 9명밖에 없고 임기도 종신입니다, 대단한 것이죠.
거기에 비교적 젊고 촉망받던 에이브 포타스 대법관이 사사롭게 법률자문을 했다, 이런 언론보도가 나와서 공화당 의원들이 나서서 사임을 요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게 무슨 법률이나 심지어 그 당시 시점에서 윤리강령에도 위반된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상황이 자꾸만 커지니까, 언론에서 나오고 하니까 당시 얼 워렌 대법원장이 자기가 가장 아끼는 후배 대법관한테 “대법원의 권위 위상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당신이 사임하는 게 좋겠다” 설득을 해서 사임을 하고 그렇게 해서 대법원의 권위를 세웠죠.
굉장히 미국 대법원 역사에 가장 슬펐던 사건이지만 당시 얼 웨렌 대법원장의 그러한 조치가 대법원의 권위를 갖다가 확립한 면이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렇군요. 조금의 실수도 인정하지 않는 이런 철두철미한 정신... 이게 만약 그냥 이대로 흐지부지 갈 경우에는 5차 사법파동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십니까?
◆ 이상돈> 사실상 그럴 수도 있죠. 제가 볼 때는 불행한 일입니다만. 그렇게 되면 사법부 전체의 권위가 훼손되는 것이죠. 벌써 대법원에도 부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미국과는 달리, 미국은 9명 하나밖에 없지만. 신 대법관이 속한 부에 대해서 상고인들이 기피 신청을 하고 이렇게 되면 어떤 시국과 관련된 사건은 말할 것도 없고.
대법원에 관한 사건은 많은 것이 정치철학, 경제, 사회적인 철학과 관계가 있습니다. 그런 사건들은 전부 신 대법관이 속한 부에 기피신청을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법원은 말할 것도 없고, 사법부 전체에 관한 신뢰가 추락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지금 일부에서는 신영철 대법관 사퇴를 요구하는 쪽은 진보진영 아니냐, 뭐든지 비판적으로 보는 쪽이고. 신중론을 펴는 쪽은 보수적이라는 얘기도 하는데. 이상돈 교수께서는 대표적인 보수논객이신데 좀 의외라고 봐야 되는 건가요?
◆ 이상돈> 아니 뭐 그건 제가 볼 때는, 왜 이렇게 세상만사를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사법부 독립과 윤리, 이런 것은 정치이념 문제와 관계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할 것 같으면 오히려 보수라는 정치철학이 법과 도덕과 윤리를 더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1969년에 미국대법원 에이브 포타스 사건 때도 그 당시에는 공화당 의원들이 비판을 했습니다만, 거기에 대해서 민주당 의원들은 아예 침묵했습니다. 변론할 수가 없는 것이고 변론해 봤자 ‘민주당 자체가 비윤리적이다’ 하는 비난만 받게 되는 것이죠.
즉 뭐냐 하면 윤리라는 보편타당한 원칙에 대해서 그 바람을 순응해야 되는 것이지 그걸 정치이념으로 윤색하면 안 됩니다.
◇ 김현정 앵커> 조금 다른 얘기인데요. 최근 한나라당 상황에 대해서 홈페이지에다가 직접 글을 남기셨더라고요. 보니까 “자꾸 이명박 박근혜 단합을 촉구하지 말라. 박근혜 전 대표가 MB호에 동승하면 공멸한다” 이렇게 쓰셨던데 이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이상돈> 일부에서는 현재 박근혜 전 대표가 현 이명박 정권을 돕지 않으면 2012년에 한나라당과 보수가 다 함께 망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있어서 그게 부당하다고 제가 반론을 쓴 거죠. 왜냐하면 현재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계층들도 사실은 보수층에 주류를 이루겠습니다만, 그분 자체들도 상당한 반 MB정서를 갖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박 대표를 현재 지지하는 층은 중도층도 상당히 많다고 봐야죠.
그런 박 전 대표를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을 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1974년에 미국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 때문에 결국은 탄핵에 오르고 결국 사임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실상 닉슨대통령과 같은 보조를 맞췄던 공화당 정치인들이 다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대통령이 된 레이건은 캘리포니아 주지사로서 중앙정치와는 완전히 무관했습니다. 그래서 80년 대선 때 승리해서 공화당의 집권을 가져왔죠. 그런 역사의 교훈은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런데 그렇게 화합을 거부하고 거리를 둔다면 그러면 같은 당에 있을 필요도 없는 것 아니냐, 분당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요?
◆ 이상돈> 정당이라고 해서, 같은 정당에 있다고 해서, 그 정당이 항상 그 정권을 똑같이 밀고 가는 것은 아닙니다. 정당에서도 상당한 비주류가 있을 수도 있고, 일종의 정책이랄까 이런 것을 두고서 목소리를 달리 내는 것도 있는 겁니다. 그 정당의 어떤 주류세력이 정권을 끌고 가는 것이죠. 정권이라고 해서 무슨 군대처럼 똑같이 보조를 맞추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 김현정 앵커> 일부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너무 뒤에서 숨어있는 것 아니냐, 그림자 정치, 이미지 정치, 나 홀로 정치하는 것 아니냐?” 좀 앞에 나서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 이상돈> 제 생각은 현 정부의 여러 가지 문제, 신뢰 추락은 그 자체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기 때문에. 괜히 책임을 전가하고 또 일종의 흠집을 내기 위해서 그러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앵커> 이상돈 교수께서 보시기에는 화합을 강조할 시기가 오히려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 이상돈>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13(수)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박근혜 전대표 지지 보수, 반MB많다"
200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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