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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월) 진중권 “황석영 퍼포먼스는 예술성 없는 완전실패작”
2009.05.18
조회 400
- 황석영, 신념 아닌 돌출행동 일뿐
- 정권 홍보 수단으로 이용당해 문제
- ‘몽골+2코리아’구상? 시대착오적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지난 주 소설가 황석영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순방에 동행해서 MB정부를 중도실용으로 평가를 하고, 몽골과 남과 북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유라시아 특임대사로 내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것을 두고 변절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특히 진중권씨는 “황석영씨가 대선 전에 이명박 후보는 절대 안 된다면서 반부패 연대까지 만들었던 분이 지금 코미디를 하고 있다, 개그계에 데뷔를 하셨냐?” 공개적으로 비판을 했습니다. 그러자 황석영씨가 사랑하는 후배 진중권이 그런 비판을 하던데, 작가가 이런 꿈을 꾸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답답하다고 또 대응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진보논객이죠, 중앙대학교 진중권 겸임교수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IMG0]◇ 김현정 앵커> 황석영씨 발언을 두고 개그계에 데뷔하셨냐고 글을 쓰셨어요. 그랬더니 황석영씨가 사랑하는 후배 진중권씨가 이해를 못해주는 게 섭섭하다고 서운해 하시더라고요?
◆ 진중권> 사실 제가 그분을 비판한 게 아니라 가볍게 비꼰 거거든요. 제가 볼 때는 지금 논의가 너무 무겁습니다. 변절이니 뭐니 하는 이런 표현이 사실 제 마음에 안 들거든요? 왜냐하면 진보적 지식인도 보수적 정권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고, 또 거꾸로 보수적 지식인이 진보적 정권에도 참여할 수 있어야 되거든요. 또 그런 게 허용이 안 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고요. 또 누가 어디에 참여하든 말든 그것은 주위에서 뭐라고 할 일이 아니라 개인이 선택할 일입니다.
다만 그 선택에 대해서 간단한 논평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은 가능하겠죠. 제가 볼 때 황석영씨가 무슨 정치가는 아니지 않습니까? 만약 어떤 정치가가 정치 참여 조건으로 아무 해명 없이 자기의 정치적 신념을 바꾸었다면 그런 경우에는 우리가 변절이라는 말을 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런 말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황석영씨 자신은 자기가 무슨 신념을 저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주관적으로는 진보의 입장에서 보수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황석영씨가 정치인이 아니라 소설가라는 점을 먼저 생각해야 됩니다. 그분이 매우 자유분방한 분이고요. 따라서 그분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야 된다고 보는데. 가령 방북의 문제도 임수경 씨도 방북하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앵커> 그랬죠.
◆ 진중권> 그런데 임수경씨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정치적 신념과 이념에 따른 행위지만, 황석영씨의 방북은 자유분방한 돌출행위에 가깝습니다. 그것은 뭐랑 비슷하냐면 주사파가 북한 미사일 실험을 찬양하는 것과 얼마 전에 가수 신해철씨가 그것을 축하하지 않았습니까? 둘이 서로 차원이 다른 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고요.
◇ 김현정 앵커> 신념과 이념에 의한 행동이냐, 그냥 자유분방함에서 나온 즉흥적인 판단이냐, 이 차이란 말씀이군요?
◆ 진중권> 그렇죠. 그리고 문제가 이렇게 된 것은 황석영씨가 그동안 진보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위상을 동시에 갖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한쪽에서는 그 행보를 보고 변절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귀순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것 같은데. 그럴 만도 한 현상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 사안의 경우에는 제가 볼 때는, 자꾸 이 사안 자체를 정치적 프레임 안에 집어넣어서 이해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개인적으로 친하신가요?
◆ 진중권> 아니요. 전혀 본적 없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러니까 변절이다, 뭐다, 이렇게 얘기 할 것은 아니고. 그냥 한 개인에 대한 어떤 비꼬는 것으로 글을 쓰셨다는 말씀이세요?
◆ 진중권> 그렇죠. 일종의 그분이 한 퍼포먼스인데 거기에 대한 문학적 비평이라고 해야 될까요?
◇ 김현정 앵커> 그렇다면 뭘 그렇게 비꼴 게 있었던 걸까요. 정치인도 아니고 커다란 신념으로 한 것도 아니라면, 어떤 부분을 비꽈야 한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 진중권> 예를 들어서 그분이 그 일을 하면서 해명이라고 내놓은 것 있지 않습니까? 그것 자체가 우습지 않습니까?
◇ 김현정 앵커> 해명이라고 내놓은 것들?
◆ 진중권> "이명박 정권이 중도 실용주의 정권이다" 저는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말은 청와대에서도 한나라당에서도 심지어 정부 여당의 지지자들도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이명박 정권은 보수우익 정권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지 않습니까? 또 사실 대단히 극성스러운 우익정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분이 쓸데없이 그런 말을 하시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자기 변신이 세상에 너무 극적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아무래도 진보에서 보수로 확 달려갔다고 하는 것보다는 진보에서 중도로 옮겼다고 하는 게 훨씬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습니까?
◇ 김현정 앵커> 그러면 황석영씨를 보수로 갔다라고 보시는 거예요?
◆ 진중권> 보수로 갔다고도 볼 수도 없지요. 그냥 그분은 그냥 혼자서 거기 간 겁니다. 신념을 바꿨다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또 2007년에 이명박 정권 집권 저지 운동할 때는 근거로 내세운 게 '보수성' 이런 게 아니었거든요. 이명박 정권은 부패세력이다, 이런 거였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실용 중도였다, 따라서 내가 도와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말하는 게 우습다는 생각이 들고요.
◇ 김현정 앵커> 황석영씨가 출연을 안 하셨기 때문에 제가 대신 반론을 한다면, 두 가지 동기가 있었다는 겁니다. 하나는 지금 재야와 정부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었기 때문에 나이든 재야인사로서 푸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마침 남북관계를 푸는 방안으로 몽골+투코리아 구상이라는 걸 하고 있던 참에 이 대통령도 그 부분에 동감을 하더라, 이념을 떠나서 정책적으로 맞으면 부분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서, 이렇게 해명을 하시던데요?
◆ 진중권> 그것은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지금 사정이 그러느냐는 거죠. 저는 오히려 몽골+투코리아 이런 것 자체가 시대착오라고 보거든요? 문학 앞에다 민족이니 뭐니 이런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시대착오인데. 그래도 민족문학이라는 것은 남북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분단 이전까지 오랫동안 역사를 공유해 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몽골은 왜 끼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언어를 공유합니까? 문화를 공유합니까? 아니면 몽골과 과거 고려의 관계가 평화적이기나 했습니까? 제 귀에는 그런 발상 자체가 해괴한 몽골 인종주의처럼 들렸고요. 또 과거의 몽골족의 세계지배를 얘기하던 조갑제씨라는 분이 있습니다. 극우 논객의 말, 그 발상하고 크게 다르지 않게 들리더라고요... 또 이 분이 평화열차라는 것 있죠, 왜?
◇ 김현정 앵커> 평화열차를 타고 유럽 아시아 작가들과 같이 시베리아부터 파리, 평양, 서울까지 돌아보는 구상을 하신다고 해요?
◆ 진중권> 네, 그거 좋은 일인데. 그걸 하기 위해서 몽골+투코리아라는 문화 개념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나라 돈으로 기차여행도 하면서 아시아평화도 얘기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 김현정 앵커> 너무 비하하시는 건 아닌가요?
◆ 진중권> 사실 그거죠. 남북관계 돌파구를 만들겠다고 말을 하는데. 사실 이명박 정권 들어 와서 남북관계는 경색될 대로 경색되지 않았습니까? 문화적 문제는 아니라는 거죠. 남북관계가 풀려야 열차도 타는 거지, 열차 탄다고 남북관계가 풀리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요. 그것은 마치 70년대 미국과 중국이 핑퐁외교를 했다는 말을 듣고 역시 탁구를 친 것이 중미관계 회복에 돌파구가 됐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황석영씨 말 듣고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겠습니까, 설마? 그래서 그렇게 믿는 것은 솔직히 문학적 상상력이라고 보기에는 임상의학적 현상이라는 거죠.
아니면 변명이고요. 그냥 가면 갔지, 뭐 그렇게 구구절절한 변명이 필요했느냐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간단하게 진보주의 작가라도 보수정권에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얘기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거라고 봐요.
◇ 김현정 앵커> 너무 낭만적이다, 그 부분 말씀하시는 건데. 그런데 황석영씨는 이런 낭만, 이런 꿈을 꾸는 것이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것부터 통일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고 해명을 하시더라고요?
◆ 진중권> 문제는 그런 작가적 상상력이 권력에 의해서 정치에 의해서 이용되는 것 아닙니까?
◇ 김현정 앵커> 어떻게?
◆ 진중권> 실질적으로 그분이 갖고 있는 문학적 상상력이 현 정권의 외교정책, 대북정책에 의해서 뒷받침된다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전혀 반대 얘기거든요.
◇ 김현정 앵커> 결국 정권 홍보의 수단으로 이용을 당한다, 이런 말씀이세요?
◆ 진중권> 그렇죠. 누가 봐도 그런 건데. 그것을 부정하시면 좀 곤란하지요.
◇ 김현정 앵커> 그러면 황석영씨가 어떤 선택을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오해가 있다면 더 나서서 해명을 하셔야 하는 건지. 아니면 특임대사를 포기해야 진정성을 인정받는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 진중권> 대통령이 진보의 목소리를 말씀하시는데. 이번 대통령이 정상적인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이 대통령 같은 경우는 남의 목소리를 전혀 듣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100만 촛불의 소리도 간단하게 진압하는 분인데. 이런 분이 일개 작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까?
물론 황석영씨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그것은 사실 본인이 결정할 문제지 남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미학적 평가를 내리는 거죠, 그분의 행동에 대해서. 제가 볼 때 황석영씨의 돌출행동은 문학성이나 예술성이 전혀 없어 보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완전히 실패한, 몰취향한 퍼포먼스였다고 보는 거죠.
◇ 김현정 앵커> 기회가 주어지면 황석영씨하고 직접 토론해 보시겠어요, 저희 방송에서?
◆ 진중권> 글쎄요, 그럴 필요까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