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프로농구 전주 KCC 하승진 선수
지난 금요일 끝을 맺은 2008-2009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역대플레이오프 가운데 최다 관중기록을 세우면서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습니다. 결국 전주 KCC 이지스가 우승컵을 안았죠. 우승팀 KCC에서도 가장 주목받았던 선수는 바로 220센티미터의 우리나라 최장신 센터 하승진 선수였습니다. 미국 NBA에서 돌아온 뒤에 국내 프로무대는 첫 데뷔였기에 관심이 대단했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하승진 선수 직접 만나보죠.
◇ 김현정 / 진행
축하드립니다.
◆ 하승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우승을 확정짓는 종료 휘슬이 울리니까 관중석에 있는 아버님께 가장 먼저 달려가서 꽉 안더라고요. 왜 그러셨어요?
◆ 하승진
별 다른 생각이나 의미는 없었고요. 그냥 아버지가 눈에 띄더라고요. 그래서 달려가서 안아 드렸어요.
◇ 김현정 / 진행
아버지께서는 뭐라고 하셨어요?
◆ 하승진
축하한다고 그러셨어요.
◇ 김현정 / 진행
역대 프로농구 가운데 이렇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가 있었을까 싶어요. 정말 여러 번 경기를 치르고 끝내 우승을 하셨는데 그 소감, 얼마나 짜릿합니까?
◆ 하승진
고등학교 때 이후로 제가 처음 우승해 본 거거든요. 정말 그 때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원이 다르게 지금 뭐라고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기뻤던 거 같아요, 그 때..
◇ 김현정 / 진행
하승진 선수 같은 대선수가 고등학교 이후로 처음이에요? 우승이요?
◆ 하승진
미국에 있을 때도 상당히 안 좋은 팀에만 있어 가지고요. 그래서 거의 매번 꼴지만 하다시피 했거든요.
◇ 김현정 / 진행
그래서 우승트로피를 안고 그렇게 열렬하게 키스를 했군요. (웃음)
◆ 하승진
예.
◇ 김현정 / 진행
그 사진이 아주 인상적이던대요. 이번 프로농구는 아마 역사에 남을 거 같습니다. 안 보신 분들을 위해서 제가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KCC에 있던 서장훈 선수가 시즌 중간에 다른 팀으로 나가고, 이것도 참 드문 경우인데. 하승진 선수는 부상을 당하면서 12월에 KCC가 8연패를 했어요. 9위까지 추락을 했는데, 그런데 가까스로 플레이오프 결정전까지 챔피언 결정전까지 왔고 거기서도 17경기이던가요? 상당히 많은 경기를 치뤘죠?
◆ 하승진
예. 17경이죠.
◇ 김현정 / 진행
그야말로 지옥행군이었습니다. 뒤돌아보면 어떤 생각드세요?
◆ 하승진
글쎄요. 정말 뒤돌아보면 어떻게 17경기를 더 했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길게 느껴졌던 거 같아요. 그리고 또 시합이 격일제로 계속 있어서 정말 쉴 틈 없이 한달 동안 경기를 해 왔던 것 같아요.
◇ 김현정 / 진행
12월에 팀이 9위까지 추락할 때 그 때 심정은 어떻든가요?
◆ 하승진
이런 말하면 어떻게 보면 좀 이상한데 오히려 더 편했어요. 그냥 부담없이 ‘에이, 될 대로 되라’ 이런 식으로, 자포자기 심정으로 경기 했었거든요.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쭉쭉 다시 올라갔어요.
◆ 하승진
우현이 형, 전성규 선배님 이렇게 오시면서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달라지면서 여러 가지 상승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 진행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뭐 였다고 생각하십니까?
◆ 하승진
승균이 형이죠.
◇ 김현정 / 진행
추승균 선수?
◆ 하승진
예. 주위에서 ‘소리 없이 강한 남자’ 그렇게 많이들 얘기하시는데 정말 저희를 잘 이끌어주셨어요. 정말 팀에서 에이스이자 리더! 저와 같은 플레이어 승균이 형은 소리 없이 강한 남자가 아니고 소리 있이 강한 그런 남자였어요. 그래서 이번에 우승할 수 있었던 이런 원동력은 승균 형에서 다 비롯된 것 같아요.
◇ 김현정 / 진행
추승균 선수, 하승진 선수 이런 선수들도 대단했고요. 허재 감독의 용병술도 대단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 하승진
예. 감독님이 좀 많이 흥분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는데 플레이오프 한 경기, 한 경기 치르시면서 흥분을 많이 자제하시고 감정 컨트롤도 점점 되시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이 흥분하시면 선수들이 더 경직돼서 플레이가 안 되는데 감독님이 계속 ‘괜찮다, 괜찮다’ 이렇게 말씀해 주셔 가지고 더 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 김현정 / 진행
허재 감독님 흥분하면 솔직히 좀 무섭죠?
◆ 하승진
많이 무섭죠.
◇ 김현정 / 진행
많이 무섭습니까? (웃음)
◆ 하승진
예.
◇ 김현정 / 진행
어떤 감독이에요? 선수들에게 허재 감독은요?
◆ 하승진
코트 위에서는 굉장히 엄하시고 자존심도 강하시고 승부욕도 강하시고 이러신데 코트 밖에서는 그렇게 좋은 분이실 수가 없는 거 같아요. 너무 자상하시고 유머 감각 넘치시고 너무 재미있으시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감독님의 그런 본 모습을 모르는 게 아쉬워요.
◇ 김현정 / 진행
코트 밖으로 나가면 또 평범한 동네 오빠 같은, 형 같은 그런 느낌이군요?
◆ 하승진
그렇죠. 그냥 선입견일뿐이죠.
◇ 김현정 / 진행
예. 이런 팀웍이 뭉쳐서 오늘의 KCC우승을 만들어 낸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은 시즌이 시작될 때부터 워낙 지켜보는 시선이 많았어요. ‘실력이 얼마나 되나 보자, NBA 출신이라는데 보자.’ 이런 부담감이 있었죠?
◆ 하승진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 김현정 / 진행
언제가 가장 마음고생이 컸습니까?
◆ 하승진
마음고생이 가장 컸을 때는 시즌 중간에 제가 어른을 상대로 돌출발언이라고 하죠. 안 좋은 얘기를 확 한 적이 있거든요. 나에게 출장 할 시간이 적다..그게 굉장히 큰 문제가 됐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불만을 표출하면서 그 때 많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선배님들한테 혼나고 감독님, 코치스텝께 혼나고 그러면서 그 때 많이 힘들었어요. 그 때 많이 배우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었죠.
◇ 김현정 / 진행
그 때는 왜 그랬어요?
◆ 하승진
글쎄요. 너무 어린 마음에 욕심이 앞서서 그렇게 얘기를 했던 거 같아요. 정말 제가 악의가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요.
◇ 김현정 / 진행
선수로서의 욕심 같은 거 말이죠?
◆ 하승진
예.
◇ 김현정 / 진행
하승진 선수하면 항상 따라붙는 꼬리표가 NBA출신이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 하승진
예.
◇ 김현정 / 진행
미련은 좀 남지 않나요?
◆ 하승진
많이 남죠. 왜냐하면 거기서 제가 성공하고 돌아온 것이 아니고 어떻게 보면 실패하고 좌절을 많이 맛 보고서 돌아왔기 때문에 많이 미련이 남죠.
◇ 김현정 / 진행
혹시 ‘언젠가 다시 한 번 그 무대에 가서 원 없이 실력발휘 하고 오고 싶다’ 이런 꿈도 꾸시죠?
◆ 하승진
예. 그런 꿈은 항상 가지고 있는데 우선은 제가 가고 싶다고 가는 게 아니고 NBA 쪽에서 ‘오라’ 해야 가는 거고요. 또 그냥 ‘오라’해서 가는 게 아니고 팀에 성적 면으로나 아니면 리그에서 제가 실력으로나 기술적인 면에서나 모든 부분에서 다 사람들한테 인정을 받아야, 그래야지 제가 갈 수 있는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뭐 대충하는데 바로 NBA에서 오라고 그런다고 가면 조금 제 자신이 또 부끄러워질 것 같아요.
◇ 김현정 / 진행
그런 생각도 하시고요. 아직 우리나라 농구 선수 중에 20-20클럽에 든 선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한 경기 20득점, 리바운드 20개 이룬 선수가 없는데 이거를 하승진 선수한테 기대해도 될까요?
◆ 하승진
글쎄요. 뭐 다음 시즌에 운이 좋아서, 선수들이 슛을 열심히 못 넣어주고 저한테 공이 많이 떨어진다면 기회가 오겠죠.
◇ 김현정 / 진행
다음 시즌! 꼭 기대해 보겠습니다.
◆ 하승진
알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하승진 선수는 참 말씀도 잘 하시네요. 혹시 나중에 해설가 같은 꿈 없으세요?
◆ 하승진
글쎄요. 일단 얼굴이 크기 때문에, 카메라에 안 잡혀서.. (웃음)
◇ 김현정 / 진행
농담도 잘 하시고 재미있습니다. (웃음) 하여튼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열심히 뛰어주십시오.
◆ 하승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고맙습니다. 전주KCC이지스에 센터입니다. 이번에 신인왕까지 선정이 됐죠. 하승진 선수 만나봤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6(수) 전주 KCC 하승진 선수 "20-20클럽, 운좋으면 다음 시즌에"
200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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