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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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금) 소설가 신경숙 "엄마 아빠도 나같은 시절이 있었다 생각하면.."
2009.05.08
조회 317
<엄마를 부탁해> 30년 전 상경길에 생각
엄마의 일생을 파먹고 산 딸로서 엄마에게 바치는 헌사
부모, 우리와 똑같이 꿈과 청춘을 간직했던 분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소설가 신경숙

오늘 ‘어버이날’입니다. 오늘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이분과 함께 부모님, 특히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지난 해 낸 책 ‘엄마를 부탁해’ 라는 소설이 지금까지 베스트셀러로 읽히면서 올 1분기에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책을 쓴 분은 부모님께 어떤 딸일지 궁금해 지는데요. 소설가 신경숙 씨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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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 진행

오늘 어버이 날인데 부모님은 고향에 계시나요?

◆ 신경숙

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전북 정읍에 계시겠네요?

◆ 신경숙

네.

◇ 김현정 / 진행

선물이라도 좀 사서 보내셨어요?

◆ 신경숙

그냥 장봐서 보내드렸고요. 주말에 내려가 보려고요.

◇ 김현정 / 진행

‘신경숙 작가는 부모님께 어떤 딸일까?’ 사실은 책 읽으면서 그런 궁금증이 생겼어요.

◆ 신경숙

저, 그냥 좋은 딸 아니에요.(웃음) 보통 모든 딸들이 저지르는 많은 일들을 저도 함께 저지르고 있는 그런 평범한 딸이고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 달라지긴 하더라고요.

◇ 김현정 / 진행

어떤 면이 달라지던가요?

◆ 신경숙

문득문득 안 계실 때를 생각하게 되요.

◇ 김현정 / 진행

안 계시는 그 상황이요?

◆ 신경숙

늘 시골에 항상 계시는 분이지 안 계신다.. 이런 생각은 안 하고 살았거든요. 그러니까 좀 아득한 기분이 들고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 진행

조금 더 애틋한 감정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생기는 거죠.

◆ 신경숙

네.

◇ 김현정 / 진행

이 ‘엄마를 부탁해’ 라는 책은 이미 지난해부터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에 많이들 내용을 알고 계십니다만 자녀를 보러 서울에 왔다가 지하철역에서 실종된 엄마 얘기죠.

◆ 신경숙

네.

◇ 김현정 / 진행

그 때서야 가족들이 ‘엄마라는 게 도대체 나에게 무엇이었는가? 아내라는 게 무엇이었는가?’ 이 존재를 되돌아보기 시작하는 그런 내용이 담겨져 있는 건데요. 신경숙 씨는 왜 이 시대에 엄마라는 주제를 떠 올리게 되셨어요?

◆ 신경숙

사실 저는 시대를 겨냥하고 쓴 것은 아니고요. 아주 오래 전부터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그런 글을 써 보고 싶었어요. 어머니가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하고 어떤 문학의 근원하고도 굉장히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을 했고요. 또 개인적으로 제 자신이 엄마를 딛고 일어선 부분이 많거든요. 엄마의 일생을 거의 어느 한 부분 파먹고 산 딸로서 엄마하게 바치는 어떤 헌사의 시간이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잘 쓰여지지가 않고 다른 작품들 먼저 쓰고 이러다가 작년에 이 작품이 재작년과 작년 사이에 쓰여졌어요. 엄마라는 중요한 의미는 항상 살아있는 거 같고요. 우리가 어려울 때 더 유난히 좀 많이 그게 코드를 맞추는 경우는 있었는데 저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어요. (웃음)

◇ 김현정 / 진행

딱 맞았어요. 지금 이 시대적인 배경과 말이죠.

◆ 신경숙

어떻게 우연히 그렇게 됐어요.

◇ 김현정 / 진행

그렇군요. 여기서 보면 딸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몰라!’ 엄마한테..다른 사람들한테는 다 친절한데 유독 엄마한테만 불친절해요. (웃음)

◆ 신경숙

맞아요. 그게 가장 편해서, 내 이야기는 다 들어주고 설령 어떤 큰 잘못을 해도 그걸 이해해 주고 내가 또 거기에 대해서 정색을 하고 사과를 하지 않아도 넘어가주고 하는 존재가 엄마이기 때문이기도 한대요. 그건 그러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 진행

왜 그렇게 우리는 엄마한테만 못 됐을까요? (웃음)

◆ 신경숙

엄마가 혼자 얼마나 ‘아이고’ 그러면서 상처받겠어요. 그런데 우리가 아주 무심히 던지는 말 ‘엄마가 그건 알아서 뭐 할라고 그래. 알았어, 알았어’

◇ 김현정 / 진행

‘몰라, 몰라’ 이런 것들. (웃음)

◆ 신경숙

맞아요. 무슨 얘기 좀 물어보면 ‘다음에 해 줄게’ (웃음)

◇ 김현정 / 진행
제 얘기더라고요, 저도 보니까. 그런데 신경숙 씨 어머님께서는, 그러니까 엄마는 정작 ‘엄마를 부탁해’를 읽지 않으셨다고요. 어떻게 된 겁니까?

◆ 신경숙

(웃음) 저희 엄마는 일생 동안 책을 읽으면서 지내고 하는 그런 분은 아니시고요. 책은 아마 성경책을 가장 귀히 여기시고 성경책 읽는 일은 계속 하시는데 그것도, 일생이 그랬어요. 항상 아침에 일어나면 밤에까지 무슨 할 일이..

◇ 김현정 / 진행

엄마들이 그래요. 집안 일이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고 티도 안 나고 그렇죠.

◆ 신경숙

더군다나 농사일까지 겹치고 이래 가지고 책하고는 거의 상관없이 지내셨죠. 대신에 딸인 저를 책하고 아주 가깝게 지낼 수 있게 내 보내주셨죠.

◇ 김현정 / 진행

엄마 생각하면 제일 떠오르는 어떤 장면 같은 게 있으세요?

◆ 신경숙

제가 서울에 올라올 때요. 벌써 너무나 오래 전 이야기이네요. 30년 전 이야기죠.

◇ 김현정 / 진행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 신경숙

그러니까요. (웃음) 그 때 그날 밤에 엄마하고 같이 기차를 타고 왔는데 기차 차창 밖에 비치던, 그 어두움 속에 차창에 비치던 엄마얼굴이요. 그 얼굴이 아직도 이렇게 남아 있어요.

◇ 김현정 / 진행

어떤 모습이셨어요?

◆ 신경숙

그날 또 시골에서 마지막 모내기를 하던 날 밤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낮에 온종일 논에서 일하고 마지막 밤기차를 타고 저랑 서울에 왔는데 얼마나 고단하셨겠어요? 고단하시면서도 가끔 조금 졸다가 또 이렇게 맞은편에 앉아 있는 저를 아주 근심스럽게 바라보다가 하는 그런 아주 어두운 얼굴이었어요.

◇ 김현정 / 진행

그 모습이 지금도, 30년이 지났는데 그 모습이 떠오르세요?

◆ 신경숙

네. 그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저 도시로 나가서 내가 작가가 되면 진짜 고야의 검은 그림처럼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엄마에 대한 엄마에게 바치는 그런 글을 한 번 써보겠다’ 라고 가만히 생각했었어요. 저하고 약속이었죠.

◇ 김현정 / 진행

그 때 결심하신 거군요, 그 때. 그리고 30년 만에 나온 작품이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마음속에 늘 살아있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딸이 작가라는 건 아주 자랑스러워하시죠? 어머님이.

◆ 신경숙

시골분이시기 때문에 이렇게 제가 인터뷰를 하고 기사가 나고 하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으세요. (웃음)

◇ 김현정 / 진행

관심이 없으세요? 이렇게 유명한 작가인데.

◆ 신경숙

남들처럼 밤에 자고 낮에 작업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항상 하시죠. 낮과 밤이 거꾸로 돼 있으니까.

◇ 김현정 / 진행

건강 걱정하시는 거예요. 딸 건강. (웃음)정말 순박한 우리네 어머님의 전형이시네요. 알겠습니다. 작가 신경숙 씨와 말씀을 나누고 있습니다. 오늘 ‘어버이날’인데요. ‘엄마를 부탁해’ 라는 책을 쓰기 위해서 그래도 우리 일상에 찌들어 사는 사람보다 훨씬 더 부모에 대한 생각, 엄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셨을 거 아니겠어요? 오늘 들으시는 청취자들에게 ‘부모님에 대해서 이것만은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이렇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어떤 말씀 남겨주고 싶으세요?

◆ 신경숙

다른 건 없는 거 같고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나 같은 어린 시절을 겪고 청년시절을 겪고 또 다른 엄마의 배 속에서 10달 동안 웅크리고 있다가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라는 거, 그거를 알게 되면 항상 부모로부터 갖고 있는 어떤 생각이 조금 유연하게 바뀌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요. 한 인간으로서 그 아버지의 꿈, 어머니의 꿈이 뭐였는지 그런 이야기를 들어볼 시간도 좀 갖고 그러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 김현정 / 진행

좋은 말씀입니다. 오늘 ‘어버이날’을 맞아서 신경숙 씨 덕분에 좀 깊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자리였고요. 주말 꼭 다녀오세요, 정읍요.

◆ 신경숙

네. (웃음)

◇ 김현정 / 진행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신경숙

네, 저도 고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시죠. 신경숙 씨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