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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금) 노동절에 생각하는 ‘한국타이어 노동자 돌연사’
2009.05.01
조회 262
- 돌연사 원인, 유해환경 유해물질 추정
- 제대로 된 역학조사 이뤄져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국타이어 유가족대책위원회 오명숙 대표, 노동자집단사망 공동대책위 홍춘기 공동운영위원장
오늘 5월 1일 노동절입니다. 쉬는 분들도 꽤 계시지만, 노동절에 계속 일하는 노동자도 많으시죠. 오늘은 우리 노동자들에게 일어난 사건들 중에 한 가지를 좀 깊이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2년하고도 9개월을 끌어오고 있는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돌연사 문제, 노동자 측에서는 ‘작업을 하면서 노출되는 유기용제 때문이다, 화학물질 때문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요. 회사 측에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을 합니다. 논란 속에서도 올해만 벌써 2명이 사망을 했습니다. 먼저 유가족 대책위원회 오명숙 대표 만나보죠.
[IMG0]◇ 김현정 / 진행
남편을 잃으신 게 8년 전이라고요?
◆ 유가족 오명숙
네.
◇ 김현정 / 진행
한국타이어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게 3년 가까이 되는데, 그보다 훨씬 전에 돌아가신 거네요. 어떤 이유로 돌아가신 겁니까?
◆ 유가족 오명숙
자다가 갑자기 숨소리가 이상해서 보니까... 3년 전에 똑같은 저희 남편 부서에 있는 분이 쓰러져서 응급실로 실려 갔어요. 응급실에서 바로 영안실로 들어가는 것을 제가 봤거든요. 그런데 저희 남편이 쓰러졌을 때 너무 그와 흡사했어요. 그래서 순간 ‘분명히 한국타이어에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저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려웠어요. 그리고 그 당시만 해도 사망된 사건들이 많이 있지만 많아도 산재처리가 되지 않고, 외부에 노출조차도 되지 않았고요.
◇ 김현정 / 진행
그 당시 사인은 무엇으로 나왔습니까?
◆ 유가족 오명숙
저희 같은 경우는 일단 돌연사로 했어요. 저희들은 부검을 하지 않았어요.
◇ 김현정 / 진행
부검은 왜 안 하셨어요? 의문의 돌연사라면, 부검을 할 법도 한데.
◆ 유가족 오명숙
제가 시댁에서 막내이기 때문에,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고, 또 시댁 어르신들이 “뭘 부검을 하냐?” 그래서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아쉬움은 있죠.
◇ 김현정 / 진행
그 당시만 해도 산재라는 것의 개념도 좀 정확하지 않을 때고 하니까.
◆ 유가족 오명숙
그 당시는 산재 뭐 이런 것은 없었죠, 거의.
◇ 김현정 / 진행
그 당시 주변에 의문의 죽음이 여러 건 있다든지 이런 상황들이 있었습니까?
◆ 유가족 오명숙
네, 여러 건 있었죠. 거의 비슷한 게, 회식하고 와서.
◇ 김현정 / 진행
몇 분이나 그렇게 돌아가셨어요?
◆ 유가족 오명숙
너무 오래되고 정확한 그런 건 모르지만...
◇ 김현정 / 진행
가장 힘든 점은 어떤 건가요?
◆ 유가족 오명숙
가장 힘든 건 일단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죠. 또 아이들이... 아빠에 대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들이 마음이 아프죠...
◇ 김현정 / 진행
아이들은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 유가족 오명숙
지금은 아이들이 좀 컸죠, 8년 전이니까. 그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때였으니까. 저희들한테는 굉장히 큰 충격이었죠.
◇ 김현정 / 진행
지금 말씀하시면서도 또 다시 그 당시 생각이 나서 울컥하시네요... 세상에 알려진 건 한 3년쯤 되고요. 그때부터는 많이들 힘을 모아서 한국타이어 문제를 접근하고 있는데, 조금 달라진 게 있습니까?
◆ 유가족 오명숙
달라진 거... 언론에서도 보셔서 아시겠지만 달라진 건 없어요, 달라진 건 없고. 한국타이어에서 지난번에 노동청에서도 은폐된 사건, 또 사법 처리된 건수 같은 것들도 지금 500건이 넘고 그러는데도, 정부에서도 질책이라든가 책임 같은 것들도 아직 드러나고 있지 않아요. 역학조사 같은 경우도 더 분명하게 해 달라고 건의를 했지만 그것 역시도 처리된 게 없고요.
◇ 김현정 / 진행
이쪽이든 저쪽이든 시원하게 빨리빨리 밝혀줬으면 좋겠는데, 조사 자체가 느리군요?
◆ 유가족 오명숙
그거... 한국타이어에 우리가 말 못하는 오묘함이라고 할까요? 하여튼 그런 게 있어요, 옛날부터 있어서.
◇ 김현정 / 진행
뭐가 그렇게 오묘한가요?
◆ 유가족 오명숙
직원들이 다 알면서도 말할 수 없는 것. 노동조합이 있어도 근로자를 위한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것. 이런 부분들이 자타가 공인하고, 전 국민이 분노할 노릇이지만, 그 안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조차도 이렇게 표현하지 못하죠. 저희 남편 친구나 한국타이어 다니는 부인들하고 친밀한 관계가 있지만, 우리 역시도 만나면 한국타이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 김현정 / 진행
지금 말씀 나누면서 답답한 생각이 드는데요. 아이들은 그럼 어떻게, 오명숙 씨가 일하면서 아이들을 키우시는 거예요?
◆ 유가족 오명숙
그렇죠... 어차피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니까 제가 해야죠.
◇ 김현정 / 진행
오늘 노동자의 날인데 어떻게 쉬시나요?
◆ 유가족 오명숙
아니요. 저희들은 출근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어려운 기억을 꺼내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한국타이어 유가족대책위원회 오명숙 대표였습니다. 남편을 잃은 분의 말씀을 직접 한 번 들어봤고요.
최근에 공동대책회의가 하나 발족됐습니다. 종교계하고 시민사회단체가 연합을 해서 조금 더 빨리 추진해 보자, 이런 뜻을 모아 본건데요. 이 공동대책회의에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춘기 위원장 연결해 보죠.
◇ 김현정 / 진행
보도를 보니까 사망자 수가 좀 들쭉날쭉 해요. 지금까지 사망자 수는 얼마나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계세요? [BestNocut_R]
◆ 홍춘기 공대위 공동운영위원장
저희가 노동자 집단사망 사건으로 보는 건 05년 6월부터 시작해서 07년까지 15명으로, 그 때 특별근로감독하면서 밝혀진 숫자는 15명이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에 추가적으로 사망하신 분들이 네 분이 계신 거고요.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96년부터 사망자 수가 117명이라고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타이어에서 다니면서 사망하신 숫자로. 직접적인 사인 원인에 대해서는 좀 더 밝혀져야 되는 대목이고요.
◇ 김현정 / 진행
확실한 돌연사 숫자는 2005년도부터 해서 15명 정도 추정하고 계시는 거군요?
◆ 홍춘기 공대위 공동운영위원장
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사망까지는 아니어도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분은 더 있겠네요?
◆ 홍춘기 공대위 공동운영위원장
그렇죠. 그런데 저희들이 어떤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진 못 하죠.
◇ 김현정 / 진행
왜 이렇게 돌연사가 일어나는 건지, 그 원인이 작업환경, 화학물질 탓인지 아닌지를 밝히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요?
◆ 홍춘기 공대위 공동운영위원장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작년 2월에 역학조사 결과 발표를 했어요, 07년에 역학조사를 해서. 대책위에서도 제안을 했었고 산업안전연구원에서 인정한 부분인데. 우선 07년 실시된 역학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습니다. 현장의 협조가 매우 어려웠다는 걸 연구원들도 인정을 했었고요.
◇ 김현정 / 진행
협조가 잘 안 됐다고요?
◆ 홍춘기 공대위 공동운영위원장
네. 결과에도 이 부분을 반영했었는데. 그리고 조직문화나 미세먼지 등에 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는 걸 과제로 작년 2월에 제출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어제 그 과제를 재역학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는데. 어제 연구원 자료에서도 보면 한국타이어나 노동조합 측이 역학조사에 대해서 굉장히 방어적인 태도로 나오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할 수가 없다,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부분을 인정 했거든요.
그래서 정말로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데, 일부 현장 노동자들이 증언하듯이 조사원들이 현장 노동자들을 면담할 수 없고,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타이어 사측이나 노동조합에서 연결해서 만나는 현장 노동자들이 제대로 조사에 응할 수 있을지, 연구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거죠.
특히 한국타이어 노동조합 같은 경우는 역학조사 실시 전에 연구원 측을 항의방문하면서 역학조사를 반대해왔던 대응을 해왔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정말 연구원에서 실질적으로 의지가 있다면 노동조합이나 한국타이어 사측만을 바라볼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된다고 보고요.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고 보는 건데.
그동안 대책위에서 제기했듯이 조직문화의 문제, 유해환경의 문제, 유해물질의 문제, 이런 것들이 연구원에서 다시 재역학 조사를 실시해야 된다고, 장기적인 과제로 도출을 하고,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킬 방도를 찾아야 된다고 보는데요. 한국타이어와 노동조합의 비협조, 그리고 노동부의 미흡한 태도, 미흡한 의지, 이런 것들이 원인규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원인이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이런 경우 노동부가 강제로라도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문을 열 수 있도록 조정을 할 수는 없습니까?
◆ 홍춘기 공대위 공동운영위원장
노동부의 주장은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연구원에서도 자기들이 사법기관이 아니다, 이런 주장만 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답답한데요.
◇ 김현정 / 진행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 뭐가 문제가 있는 것인지, 화학물질 때문에 돌연사가 된 건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그걸 밝혀내는 과정은 분명히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도 수많은 노동자가 거기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지금 대책위에서 보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 홍춘기 공대위 공동운영위원장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조직문화의 문제, 유해환경, 유해물질이 다 얽혀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보고 있는 거고요. 이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실시를 해야 되는데,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한국타이어와 노동조합을 대면할 게 아니라, 밖에서 그동안 한국타이어 다녔던, 퇴사한 사람들이나 현장을 제대로 증언해 줄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찾아서 면담을 해야 한다고 보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유해물질은 이해가 되는데, 조직문화는 뭔가요?
◆ 홍춘기 공대위 공동운영위원장
한국타이어는 좀 억압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그동안 현장에서도 많이 있었고, 현장에서도 아까 오명숙 씨 말씀처럼. 현장에 있는 이야기들을 제대로 이야기 못하게 하는 그런 거죠.
◇ 김현정 / 진행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빨리 해결이 되면 좋겠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