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위기상 8개월 실형 예상했었다
- 촛불재판, PD수첩 등 줄줄이 영향 받을 것
- 속으로 재판장 불신했던 것, 사과하고 싶다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찬종 변호사(미네르바 박대성 씨 변호인)

어제 무죄판결을 받고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석방이 됐습니다. 본명은 박대성 씨죠. 한 100여 일간 구속이 되어 있었습니다. 1월에 긴급체포가 되었고 계속 구속이 되어 있었는데, 재판부는 “공익을 해할 목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라고 강조를 하면서 어제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사자들도 어리둥절해 했을 정도로 그런 판결이었는데,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미네르바 박대성 씨 변호를 맡았던 박찬종 변호사 만나보겠습니다.

[IMG0]◇ 김현정 / 진행

다들 안 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변호를 하셨고 결국 무죄 판결까지 받았습니다. 처음 어떻게 이 사건을 맡으실 생각을 하셨어요? 어떤 확신이 드셨나요?

◆ 박찬종

작년 11월 초에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미네르바 글이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혐의가 있는데 조사할 것이냐?” 라는 한나라당 의원 질문에 “필요하면 조사 하겠다”라고 답했죠. 그래서 도대체 무슨 글인데 그런가 하고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글을 보기 시작해서, 제가 6편의 글을 올렸습니다.

미네르바 글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정부가 개입하면 안 된다, 혹세무민의 죄인은 누구인가, 미네르바와 강만수 장관을 대비해서 어느 쪽이 더 잘못이 있느냐, 이런 글을 올렸는데 상당히 호응이 있었어요. 그러다 1월 7일 덜커덕 체포가 됐습니다. 주위에서 옹호하는 글을 쓴 사람이 변호사인데, 변호해야 될 거 아니냐? 그래서 사실, 등 떠밀리듯이. (웃음)

◇ 김현정 / 진행

처음엔 좀 얼떨결에 맡으신 거군요. 어떤 확신이라기보다는. (웃음) 이번 판결의 의미는 뭐라고 보세요?

◆ 박찬종

이번 판결은 크게 두 가지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에서 말하는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허위사실 유포했다” 이게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 처벌규정이기 때문에, 이 법으로 인터넷 공간의 언론 자유를 옥죄어서 안 된다는 데에 첫째 의의가 있고.

둘째로는 지금 사법부가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유권무죄, 유전무죄, 또 최근에 신영철 대법관 파동으로 국민의 불신을 일부 받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때에 그 불신의 근원이 이른바 시국사권, 정권과 관련되는 사건을 법관들이 소신껏 판결하느냐? 그런 의구심이 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재판장께서 일종의 시국사건에 대해서 아주 명쾌하게 무죄판결을 함으로써, 사법부 독립과 권위를 다지는 데 한 단계 이것을 진전시키는 판결이었고.

곁들여 지금 공교롭게도 어제부터 오늘 전국 법관대표자 회의가 열리고 있는데, 여기서 신영철 대법관 파동을 수습 처결 하는 데 어제 이 판결이 중요하게 기여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신영철 대법관이 사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좀 무리하게 연결시키는 건 아닌가요?

◆ 박찬종

저는 그렇게까지 평가합니다. 어제 판결은 아주 획기적인 판결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분위기의 어떤 대전환이 시작됐다고 보시는 거군요?

◆ 박찬종

네,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렇다면 이른바 시국사건이라고 분류가 되는 사건들, 촛불재판이라든지 PD수첩도 넓은 범위에서 그럴 수도 있을 테고. 이런 것들에도 다 줄줄이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십니까?

◆ 박찬종

물론이죠.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검찰은 어제 1심 무죄판결에 대해서 분명히 항소하겠다고, 즉각적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 박찬종

검찰의 입장은 그렇게 나와야죠. 그런데 저희들은 항소심하고 그리고 대법원 상고심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전혀 염려하지 않습니다. 공소장이라고 하는 것이 두 단원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하나는 적용법조이고 하나는 범죄사실입니다.[BestNocut_R]

적용법조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는 61년에 제정된 법률인데 그때는 컴퓨터가 없었을 때입니다. 컴퓨터가 규제 대상이 안 되는 법을, 말하자면 죽은 법률을 적용했고. 그것이 안 죽었다 하더라도 아까 말씀드린 위헌의 소지가 있고. 그 다음에 그 법이 또 살아있더라도 허위통신만 규제하도록 되어 있어요. 허위 사실은 규제 대상이 안 됩니다. 이 이야기 하면 좀 복잡해지는데. 좌우간 이런 3단계로 검찰의 적용법조가 잘못되었다고 우리가 변호인 측에서 항변해서 방어선을 구축 해놨고.

◇ 김현정 / 진행

2중, 3중 방어선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 박찬종

네. 3단계가 구축해 놨고. 그 다음에 범죄 사실에 있어서도 고의가 전혀 없어요, 박대성 씨가. 그 다음에 거기에 글을 올린 두 편의 글이 정부가 외환시장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글인데, 그것은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가령 일부 공문을 발송을 안 했는데 발송을 했다? 이런 것은 판결에도 나와 있지만 대단히 지엽적인 사실이고. 큰 흐름, 줄거리에서 이것이 객관적으로 진실이다 이거죠.

그래서 범죄사실에도 3단계 방어막을 쳤기 때문에 재판장께서는 우리가 친 적용법조와 공소사실 방어망 3단계 중에 1단계만 선택하셔서 무죄선고를 하셨으니까. 뭐 2단계, 3단계 남아 있어서 절대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어제 저희가 박찬종 변호사께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전화를 드리니까 “로또가 된 기분이다” 이런 말씀 하셨어요. 그러면 전혀 어제 무죄는 예상을 못하셨던 건가요?

◆ 박찬종

(웃음) 조금 과장됐는데. 1년 6개월 검사 구형이니까 무죄가 확실한데 과연 무죄할 수 있겠느냐? 그 다음에 사람은 그럼 집행유예로 풀어줄 수 있겠느냐? 아니다, 징역 한 8개월 정도 선고하지 않겠느냐, 제 속으로 말이죠. 그렇게까지 생각을 했는데 무죄라고 했기 때문에. 저는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어보여서 법정에도 못 나갔습니다. 그래서 아래층 변호사 대기실에 대기했는데 무죄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그 부분은 제가 재판장께 언제 자연스럽게 만나면 제가 사과를 드리려고 그래요. “제가 속마음으로 재판장을 불신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과드리려고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