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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정부 여당, 배제적 정치 한다"
2009.04.11
조회 235
세상을 살다보면 한두 가지 직업을 갖는 데 그치기 마련입니다. 대여섯 개의 직함을 갖는다는 일, 그리 쉽지 않은데요. 검사에서 시작해서 희망제작소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에 이르기까지 변신을 거듭해 온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만나보겠습니다.
◇ 양병삼 / 진행
직함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것으로 불러들여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 박원순
마음대로 불러주셔도 좋은데 저는 “원순 씨” 이걸 제일 좋아합니다.
◇ 양병삼 / 진행
그러십니까. (웃음)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는 직함 눈에 띄는데요. 어떤 겁니까?
◆ 박원순
패션도 디자인하고 공간도 디자인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있듯이 우리 사회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좀 더 합리적이고 더 좋은 사회로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일상적으로, 직업적으로 하는 일, 그걸 소셜 디자이너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 양병삼 / 진행
최근에는 블로그를 만드시고 파워 블로거로 나서셨다는 소리도 들리던데요. 그래서 블로그 이름도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의 희망로그” 이렇게 돼 있던데, 블로거로 나서시게 된 이유는 뭐죠?
◆ 박원순
요즘 소통이 화두지 않습니까? 물론 저 같은 경우는 언론을 통해서도 소통의 기회가 있습니다만, 공식적인 자리 말고도 제가 일상적으로 살면서 하게 되는 생각이나 보는 좋은 현상들을 일상적으로 늘 어디서나 올릴 수 있으니까 오늘 사실 아침에도 두세 개 글을 올렸거든요.
◇ 양병삼 / 진행
어떤 글들 올렸습니까?
◆ 박원순
오늘은 재밌는 일들이 많습니다. 저희 사무실에 식물원에서 가져 온 상추를 심었는데요. 그게 파릇파릇 솟아나는 걸 보면서 우리가 시멘트 문화 속에서도 좋은 도시 녹음이랄까, 이런 것을 해보면 어떨까 이런 얘기도 올렸고요. 일상적인 삶의 얘기들을 써놓고 있습니다.
◇ 양병삼 / 진행
일상의 소소한 것부터 여러 가지 얘기들을 올리신다고 하셨는데, 파워 블로거답게 많은 블로거들이 찾아오고 있나요?
◆ 박원순
적어도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이미 들어오기 시작했고. 현재 한달 밖에 안됐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조금 시사적인 글들은 사람들이 더 많이 반응하는 것 같고요. 어쨌든 저 자신의 생각이나 삶을 진솔하게 나타내면 좋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양병삼 / 진행
들어오신 블로거들은 어떤 댓글들을 남기고 갑니까?
◆ 박원순
아직 활발하진 않은데요. 김미화 씨가 MBC MC에서 그만두는 문제를 올렸더니 거기에는 수천 명이 들어왔네요.
◇ 양병삼 / 진행
최근에는 전국을 돌면서 바쁘게 살아가시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책도 두 권 내셨고요. 마을, 공동체, 이런 부분들에 주목하는 이유는 뭔가요?
◆ 박원순
제가 2006년부터 4년째 마을들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천명도 더 만났는데요.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들이 있고 그걸 어떻게 해결하면 되겠다, 어떤 좋은 대안이 있겠다, 이런 걸 참 많이 배우게 되요. 저는 늘 현장이 문제의 본질과 답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따지고 보면 심지어 시민 운동하는 사람들도 책상머리에 앉아있고, 기자들도 출입처만 다니고 공무원들이나 정치인들도 현장을 잘 안 가보잖아요. 그래서 현장을 가보면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시련이나 고통, 고난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정리한 책이죠.
◇ 양병삼 / 진행
여러 마을 가운데 하나 정도만 소개해 주시죠. 이 마을 얘기 들으면 요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뭔가 색다른 삶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 그런 마을 하나만 소개해 주시죠?
◆ 박원순
많은데요. 예컨대 홍성군에 가시면 홍동면이 있고요. 문당리라는 마을이 있는데 전국에서 오리농법을 처음으로 했던 마을이죠. 그런 경우에는 마을회관도 연수원처럼 개조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체험농업을 하고 가고요. 아예 마을에 직원이 6-7명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마을이 됐죠.
경남 남해에 가면 다랭이 마을도 있고요. 단양에 가면 한드미 마을도 있고 임실 가면 치즈 마을이 있어서, 농업이라는 것도 사실 희망이 없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그런 1차 농산물을 가공해서 판매까지 하는, 이른바 요새 6차 산업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들을 하면 농업에도 희망이 있다, 이렇게 생각이 되고요.
민박집 같은 경우도 요새 아주 특별하게 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그러면 사실 농가 소득이 몇 배로 늘어나죠. 그래서 FTA 걱정만 하지 말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농업이나 지역에, 지역이 스스로 가진 장점들을 살리고 좀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좀 더 새로운 삶의 만들어 간다고 그러면, 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양병삼 / 진행
최근 경제도 어렵고 실직자는 늘어나고 정치권을 보면 여야가 갈려서 정파 싸움에 정신없고. 사회는 보수 진보 나뉘고. 가진 자, 못가진 자 나뉘어서 내 탓보다는 네 탓을 하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는데요. 최근에는 또 석면 공포도 더해지다 보니까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이거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되나 하는 고민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회 흐름 현상을 보시면서 가지시는 생각은 뭔가요?
◆ 박원순
맞습니다. 지금 사회적 문제들이 증폭되고 있는데요. 저는 이런 위기의 사회일수록 늘 새로운 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보통 위기는 기회다, 이런 말 하지 않습니까? 종래에 살아왔던 사회는 말씀하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런 것들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경제만 하더라도 과거에 굴뚝 산업이나 대외의존도가 높은 산업사회에서 창조적인 사회, 지역 커뮤니티의 비즈니스들이 활성화될 수 있는 사회, 소기업이 좀 더 활성화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사회, 아까 말씀드렸던 농촌이 새롭게 가공이나 유통을 통해서 새롭게 일어날 수 있는 사회, 이런 사회를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 다음에 지금 특히 저는 정부 여당에서 너무 배제적인 정치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조금 더 이런 어려운 때일수록 통합하고 어떤 합일점을 찾아가는 관용을 보여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은 우리 국민들의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우리가 좀 더 새로운 사고방식을 하게 되면 새로운 길은 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양병삼 / 진행
최근의 정치 현안에 대한 몇 가지 좀 여쭤보겠습니다. 박연차 로비 사건이 확대되면서 검찰 수사의 칼날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까지 향하고 있는데요. 결국에는 며칠 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돈을 받았다면서 사과를 하고 나섰어요. 이런 현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박원순
사실은 참여정부가 여러 가지 문제 지적을 하고 국민들의 인기를 누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참 깨끗하다, 이런 인상은 사실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그것마저도 추락하면서 노무현 정부,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또 문제는 노무현 정부, 그것을 이어받은 민주당의 위상만 추락했느냐, 저는 꼭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정부 여당, 특히 한나라당이 집권한 지 1년이 넘었는데요. 이번에 보면 여기도 상당히 많은 분들이 관여됐잖아요. 전직 청와대 비서관도 있고, 굉장히 실세하는 분도 계시고, 또 중진 의원도 여당 의원도 거론이 되고. 이런 걸 보면서 아직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라면 저는 이게 정부가 점점 더 집권 기간이 길어지면 이 정부는 깨끗하다고 말할 수 있냐, 사실 이번 기회를 스스로 돌아보는 좋은 기회로 삼지 않는다면, 이 정부의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됐죠.
◇ 양병삼 / 진행
아까 말씀하셨을 때 현 정부가 통합의 정치가 아니라 배제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 하셨는데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전직 대통령의 도덕성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지형을 바꿔놓을 수 있다, 이런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이 갖는 심각성이라고 할까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박원순
과거 이런 검찰의 엄정한 수사나 이런 걸 통해서 정치권에서의 거대한 비리는 사라졌다, 예를 들어서 그 당시 트럭으로 아예 현금을 갖다 주는 차떼기 정치는 사라졌다고 생각해서 국민들이 우리 정치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봤는데, 이번 박연차 게이트를 보면서 아직도 한참 더 가야 된다는 이런 절박한 생각을 가지게 되지 않았나 싶고요.
저는 정치 평론가들이 아무래도 박연차 사건이 주로 참여정부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참여정부의 위상, 그것을 이어받은 민주당의 위상이 추락하고 궤멸 상태다, 이런 분석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그것이 어떤 특정 정당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정치권일반에 대한 불신이 이어질 거라고 보고요. 그런 측면에서 대오각성하고 정치 체제의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감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 그래서 이것 갖고 당파적 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로비나 부패가 발 딛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많은 제도적 장치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과거에 참여연대 운동을 하면서 정부에 제안했던 수많은 제도적 장치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고요. 그나마 최근에 법원에 와서 부패 사건에 대해서는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엄정한 처리를 하면서 많이 바뀌고 있다고는 생각하는데요. 이런 제도적 노력, 사법적 처리, 국민들의 인식, 이런 것들을 통해서 종합적으로 바뀌어가지 않을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 양병삼 / 진행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