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세현 前 통일부장관
“6자회담에 불참하겠다, 기존에 합의된 것도 파기다, 영변핵시설도 원상복구하겠다, 불능화 검증요원들은 북한을 떠나라” 북한 장거리 로켓발사에 대해서 유엔 안보리가 유엔 결의 1718호 위반으로 규정을 하고 대북제재를 실행에 옮기자 북한이 강력히 반발 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지 또 향후 시나리오는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한데요. 대북 문제 전문가이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IMG0]◇ 김현정 / 진행
북한의 성명, 의례적인 엄포로 받아들여야 되는 건지 아니면 상당히 강력한 메시지로 우리가 주목을 해야 되는 건지, 어떻게 보십니까?
◆ 정세현
이번에는 엄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상당히 강력한 메시지로 봐야 되고, 또 요구내용도 사실 명시는 안 돼 있지만, 여러 군데 매설이 돼 있죠. 해달라는 게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실제로도 6자회담에 불참을 할 것이고, 돌아오는 것도 굉장히 힘들어 보이고, 이렇게 보시는 건가요?
◆ 정세현
그렇죠. 자기네를 6자회담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확실하게 보장한다는 게 일단 분명해져야 한다는 메시지로 보여 집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 요구사항이 곳곳에 매설되어 있다고 하셨어요. 그 요구사항이 뭔지를 알아야 북한이 왜 이렇게 세게 나오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요구사항이 뭡니까?
◆ 정세현
이번 성명에는 암시를 안 했지만 그동안 했던 얘기들이 이미 있습니다. 첫째는 경제문제를 좀 해결해 달라는 것일 거예요. 미사일은 과거 클린턴 정부시절에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부시정부 시절에 여러 가지 대북압박 정책이 계속 되니까 미사일 발사 유예, 모라토리엄을 2006년 7월 4일에 깨버리지 않았습니까? 바로 그 경제적 대가가 분명하면 미사일 발사는 유예할 수 있다는 얘기를 다시 지금 할 가능성이 있고.
또 하나 핵개발 문제와 관련해서는 9. 19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여러 가지 지원들이 있습니다. 특히 9. 19 공동성명에서는 북한이 핵개발을 종료하는 대가로 그리고 핵을 최종적으로 폐기하는 대가로 미북수교와 일북수교를 약속했거든요.
또 하나 그 과정에서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지원과 에너지 지원을 하기로 약속을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이 지금 이행이 안 되고 있거든요, 그동안. 우선 첫째 일본은 납치문제를 이유로 해서 중유 제공 20만톤 지원을 전혀 안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일본은 6자회담에 나올 체면이 없다는 얘기를 북한이 이미 여러 번 했었어요. 이번에 일본을 많이 걸고 들어갔지만.
또 미국도 수교에 대한 전혀 전망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차제에 오바마 정부하고 새판을 짜되, 9. 19공동성명에서 약속한 것과 클린턴 정부 시절 거래 방식으로, 소위 경제 지원 방식으로 미사일 발사를 중지했던, 묶어서 큰 틀에서 새판을 짜고 싶다는 그런 메시지로 보여 집니다.
◇ 김현정 / 진행
큰 틀의 새 판을 짜고 싶다? 최종 요구는 경제문제 해결, 9.19에서 지원 약속했던 것들, 수교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게 북한의 의도라고 말씀하셨는데. 거기까지 가기 전에 중간 단계들이 있지 않습니까. 북한은 지금 뭘 바라고 있는 걸까요?
◆ 정세현
6자회담이라는 게 부시정부 시절에 시작이 된 건데, 북한 입장에서 볼 때는 굉장히 속도가 느리다, 6국이 다 합의할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북한으로서는 번잡한 회담방식으로 해서 체제인정이나 경제지원을 끌어내는 것 보다는 가장 강력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직접 담판을 해서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으로 6자회담을 처음부터 좀 못마땅하게 생각을 했을 겁니다. 다른 방식으로, 미국 양자회담 방식으로 틀을 짜놓고, 나중에 형식상 6자회담 방식으로는 돌아올 수는 있다, 그런 계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 진행
이번 기회에 6자회담 판을 깨고 미국하고 직접 대화하자, 이게 북한이 선택한 카드 같다는 말씀이시군요?
◆ 정세현
그렇죠. 사실 의장성명은 제재라는 단어는 있지만, 이 제재가 실행이 안 됩니다. 의장성명이라는 격 자체가 그렇지만. 24일까지 제재대상과 제재품목을 내놓기로 되어 있는데, 그게 만장일치로 되어 있거든요. 그러면 거기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것 아닙니까? 그게 안 되면 안보리 본회의로 넘어오게 되는데, 거기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기 때문에 이거는 어떻게 보면 소리만 요란했지 별로 실행력은 없다는 것을 북한이 모를 리가 없죠.
◇ 김현정 / 진행
알면서도 반발하는?
◆ 정세현
그러니까 울고 싶은데 따귀를 때려 준 겁니다. 그래서 그 핑계를 대고 새판 짜자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미국 입장에서는 그걸 다 알고 있을 텐데, 선뜻 그래 그럼 우리 상황 더 악화되기 전에 우리랑 직접 얘기하자, 이렇게 나올 리는 없지 않습니까?
◆ 정세현
아마 4월 말까지는 미국도 기다려야 될 것 같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제재위원회에서 품목과 대상을 보고를 해야 되니까. 그게 안 되면 30일부터 안보리가 직접 협의할 때까지는 기다려야 되겠죠. 그러나 그대로 놔두는 경우에 북한이 더 강수를 둘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되면 오바마 정부가 출범 초에 약속했던 소위 핵 없는 세상, 이런 목표 달성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일정한 냉각기, 한 한 두 달 정도는 북한이 더 이상 강수를 두지 않도록 메시지를 보내면서 냉각기를 거친 뒤에, 이면으로 비공개 양자접촉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의 사례를 볼 때, 클린턴 정부 시절이나 부시 정부 시절에도 북한이 강수를 두면 제3국에서 양자협상을 시작했거든요.
◇ 김현정 / 진행
북한이 이렇게 해 주지 않으면 강수를 둘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텐데, 강수를 둔다는 건 어떤 걸까요? [BestNocut_R]
◆ 정세현
지금 중장거리 미사일을 서해상에서 발사할 수도 있을 거고, 동해상으로 발사할 수 있을 거고. 과거 2006년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까? 또는 재처리를 시작하겠다는 것을 공표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지금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꺼낸 폐연료봉이 있는데 그 중에 일부를 재처리하겠다는 식으로 국제사회에다 통보를 한다든지, 미국에다가 알려준다든지 이런 식으로 해서 우리를 그대로 놔두면 다시 또 핵폭탄을 만들 수도 있다는 그런 메시지를 보내는 식으로 압박을 하겠죠.
◇ 김현정 / 진행
우리 남한과의 관계를 따로 떼서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우리가 오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조약(PSI) 전면 참여를 공식화 합니다. 북한을 상당히 자극하는 문제인데, 우리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 정세현
대통령이 군사력 대응에는 반대한다는 얘기를 했고, 물론 이번에 유엔 의장성명은 군사적 제재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런던에서 북한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면 특사를 보낼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하면서 한국이 상당히 북한을 좀 요령 있게 능수능란하게 관리를 하나, 하는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에 와서 갑자기 PSI 전면참여라는 쪽으로 방침을 정해 가는 것을 보면서, 아 이건 남북관계가 지금까지 보다 더 경색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강온전략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닌가요?
◆ 정세현
강온전략이라는 게 온건한 방법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 남북관계가 연결이 될 수 있을 때는 강온을 쓸 수 있죠. 끊어진 상태에서 강온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소위 인게인지(engage)가 돼 있으면서 서로 연락이 되고 그 다음에 또 왕래가 이루어지고 당국 간 회담이 있을 때 강온전략을 써야 효력이 있는 것이지, 무관계 상태에서 강온전략은 결국 상대방의 강력한 반발만을 불러올 뿐입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PSI 전면참여를 우리가 선언하고 나서, 혹시 국지적인 충돌 가능성, 어떤 서해교전을 생각하게 하는,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까?
◆ 정세현
그럴 가능성 있죠. 지금 북한이 PSI 참여문제와 관련해서 상당히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여러 번 보내놨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자기 말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뭔가 일을 벌일 가능성이 있어서 우리가 거기에 철저히 대비를 해야 될 것 같고. 국민들도 그렇고 언론이 특히 그런 데에 대해서 국민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잘 이끌어 나가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말씀 들어보니까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여요, 우리 측에서. 특사라든지 이런 게 살아있는 카드입니까?
◆ 정세현
이제 특사 얘기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죠, 이렇게 되면. PSI 참여까지 하면서 특사를 보내는 게 강온도 아니고 교란작전도 아니고. 북한한테는 결국 남쪽과는 얘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굳힐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가는 결과가 되죠.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15(수) 정세현 前 통일부장관 "대북 강온전략 소용없어, 교전 가능성 배제못해"
200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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