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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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목) 이동형 싸이월드 창업자 "도토리 촌스럽다 구박받았었죠"
2009.04.02
조회 244
1촌, 도토리 참 어느 새인가 익숙해진 단어죠. 온라인상에 자기 홈페이지를 갖고 친구와 1촌을 맺는 미니홈피의 대명사! 싸이월드를 잘 아실 겁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국민의 절반이 회원으로 가입된 IT계의 전설이죠. 이 미니홈피가 이번 달로 만들어진지 1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10년 전 미니홈피의 아이디어를 처음 내고 만들었던 창업자를 만나보려고 해요. 지금은 나우프로필이라는 또 다른 벤처회사의 대표를 맡고 계세요. 이동형 씨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미니홈피가 탄생한지 벌써 10년이나 되었네요. 처음 아이디어 냈던 10년 전이 지금도 기억이 생생히 나세요?

◆ 이동형

그럼요.

◇ 김현정 / 진행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젊은 청년 몇 명이 모였다는데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처음 내게 되신 거예요?

◆ 이동형

그 당시에 인터넷 붐이 지난 시기였고요. 컴퓨터도 연결하니까 인터넷이 돼서 다른 사람한테 좋은 영향을 주니까 “사람도 컴퓨터인데 사람도 연결하면 훨씬 더 나은 뭔가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작했어요.

◇ 김현정 / 진행

초기 자본금이 얼마나 들었습니까? 싸이월드 만드는데.

◆ 이동형

처음 자본금은 한 500백만 원 정도 들었고요.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서 엔젤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 돈이 없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 김현정 / 진행

처음에 그렇게 친구 몇 명이 시작하면서 이 정도, 국민의 절반정도가 회원이 될만큼의 인기를 예상하셨습니까?

◆ 이동형

좋은 서비스가 될 거라는 것은 장담했는데요. 이렇게 많은 사용자가 될 거라고는 상상 못 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혹시 지인들 중에 “우리가 이런이런 거 하려고 해! 미니홈피 열어서” 이 설명을 하니까 “아, 미안한데 그게 돈이 되겠니? 성공하겠니?” 이렇게 걱정하던 혹은 빈정대던 지인은 없었습니까? 주변에.

◆ 이동형

일단 지인들은 그런 이야기보다는 “재미없다, 내가 왜 내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야 되냐? 왜 그런 피곤한 일을 해야 되냐?” 그렇게 하는 지인은 많았고요. 대신 저희한테 투자하는 사람들이 “스킨이나 꾸미기 위해서 자기 돈을 지불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대부분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투자사에 일 하시니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 김현정 / 진행

그렇죠. 거기다가 무슨 리본 하나 달고 배경화면 바꾸고 이러는데 과연 돈을 내겠냐? 그게 뭐 살아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사이버 상에 있는 거니까. 그런 데 의심을 품은 분이 계셨군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시작을 하고 얼마 만에 “어? 이게 심상치 않다” 이른바 대박조짐을 언제부터 느끼셨어요?

◆ 이동형

창업하고 처음 3년간은 굉장히 힘들었고요. 미니홈피가 나온 것은 창업한 이후 3년 후에 나온 거거든요. 미니홈피가 나오고 20대 여성들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많이 보내줬어요.

◇ 김현정 / 진행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군요.

◆ 이동형

예. 그래서 뭐 “500원 짜리 선물사서 친구한테 보냈네” 라는 이야기라든지 실제 도토리를 저희한테 보내서 사이버 도토리로 바꿔 달라고 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그러면서 “아! 이게 제대로 가는구나” 그렇게 판단했죠.

◇ 김현정 / 진행

그런데요. 친구 맺는 것을 1촌 맺기라고 그러고 사이버머니를 도토리라고 하잖아요? 참 독특한 아이디어인데 이건 어떻게 결정하게 되신 거예요?

◆ 이동형

도토리라는 말은, 저희들은 항상 이름을 정할 때 투표 같은 것을 하거든요. 의견이 충돌하면. 그런데 사이버 머니를 어떻게 부를까를 가지고 토의를 했는데 투표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도토리는 제 고향에서 많이 나는 게 도토리거든요.

◇ 김현정 / 진행

고향이 어디세요?

◆ 이동형

경북 영주요. 소백산 밑에 있는데. 그래서 제가 도토리를 이야기하니까 어린 친구들이 “아, 그건 너무 촌스럽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는 은화나 게임머니가 그 때 한창 유행이었으니까 그런 걸로 하자고 해서 제가 한 명씩 설득했죠, 개별적으로.
[BestNocut_R]
◇ 김현정 / 진행

왜 그렇게 도토리에 집착하셨어요?

◆ 이동형

왜냐하면 도토리가 크기도 작고 사이버 머니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작고 흔한 것이어야 되는데 제 생각에는 도토리가 굉장히 흔한 거고 그 다음에 작고 친근하고 그 다음에 그걸 모으고 싶어 하는 존재가 있잖아요? 다람쥐가. 그래서 모으고 싶어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사이버 머니로 사용해도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 김현정 / 진행

사실은 그 도토리라는 게 1개에 100원 밖에 안 하는데 그거 한 10개만 선물 받아도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웃음) 1000원 어치인데. 참 묘한 게 있는..

◆ 이동형

예. 사람들도 다람쥐 같은 특성이 있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웃음) 그런가봐요. 이 미니홈피가 어떤 점이 그렇게 한국인들 정서에 통했다고 보십니까?

◆ 이동형

일단 한국사람들은 친분인사와 정을 나누고 싶어하는 욕구가 굉장히 높다고 생각하고요.

◇ 김현정 / 진행

다른 말로 하면 인맥을 중시하는 문화와 연결이 되는 거죠.

◆ 이동형

사실은 인맥하고 조금 다른데요. 인맥은 상하관계가 있잖아요. 필요한 사람, 필요 없는 사람. 그런데 미니홈피의 친구는 자기의 일상의 정을 나누는 곳이기 때문에 인맥하고는 조금 다른 거 같아요. 그리고 2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해서 작은 수첩같은 유저인터페이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내방!” 방이나 내 공간을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됐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 진행

나에 공간! 거기서 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일본으로 건너 가서는 잘 안 됐다면서요? 미니홈피라는 게?

◆ 이동형

예. 그건 이야기를 드리면 긴데. 국가적인 브랜드이슈도 있고요. 또 “한국에서 온 사이버 공간이다”

◇ 김현정 / 진행

아, 그런 것 때문에?

◆ 이동형

그런 것도 있고. 아니면 일본에서도 저희가 넘어갔을 때 이미 싸이월드와 유사 한 게 있었어요.

◇ 김현정 / 진행

그래서 사실 일본에서는 조금 성공을 못하고?

◆ 이동형

예.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지금은 이 미니홈피를 대기업에 쉽게 말하면 넘기셨어요. 그리고는 또 다른 벤처사업을 하고 계시는데요. 이동형 대표의 10년 전처럼 지금도 성공을 꿈꾸면서 IT창업, 벤처창업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선배로서 한 말씀 끝으로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 이동형

제 생각에는 벤처의 시작 동기는 “세상에 이게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게 시작의 동기인 거 같아요. “이걸 하면 돈 벌겠다”는 이야기 보다는 “이걸 하면 세상이 좀 좋아지겠다”는 생각이 시작이고 그런 마음이라고 하면 벤처를 하기 위해서 좋은 시절이나 나쁜 시절이나 그런 게 없는 거 같아요. 자기가 판단해서 이게 필요하다고 하면 그걸 만들려고 하는 노력을 계속하는 게 벤처이기 때문에. 경기가 안 좋거나 투자자가 없거나 그거는 아주 죽은 이슈이고 기본적으로 자기 마음에 “이게 꼭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먼저 갖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 김현정 / 진행

그렇군요.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그 정신이 오늘 아침 부럽습니다. 이 대표님! 오늘 아침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