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4일 (토) CBS <뉴스쇼 양병삼입니다>
(FM 98.1 MHz 07:00~09:00 진행 : 양병삼 앵커)
(대담-배우 차인표)
### 독자들과 함께 생명의 소중함을 같이 생각해보고 싶어.....
### 10년전 입국장의 훈 할머니 보고, 소설 마지막 장면 떠올라.....
### 연예인 출판붐, 출판은 쉽지만, 독자의 매서운 판단이 있어....
### 위안부 할머님들, 진정한 마음의 평안 가지셨으면....
오늘은 특별한 손님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배우 차인표씹니다. 얼마 전 위안부 할머니의 용서와 화해를 그린 장편 소설 <잘가요 언덕>을 출간했는데요. 배우가 장편 소설을 쓴 건 처음이라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배우가 아니라 작가로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 양병삼 / 진행
배우로 만나다가 이렇게 작가 차인표로 만나니까 상당히 새로운데요. 여러 가지 인터뷰도 하시고 책을 내시고 나서 사람들 많이 만나고 그렇게 될텐데 작가로서 만나게 되는 기분은 색다를 것 같습니다?
◆ 차인표
네. 제가 연예계에 데뷔한 지가 16년이 정도 됐는데요. 그 동안 드라마다 영화다 이런 출연을 많이 해 봤지만, 또 그런 것과 관계된 일은 많이 해 보고 관계자들은 많이 뵈었는데, 출판은 이번에 처음 한 거라서 매일 매일 만나는 분들이 전부 다 새롭고 또 올라오는 반응을 읽는 것도 새롭고 설레고 다시 신인으로 사실상 신인이고요. 신인으로 돌아온 그런 느낌입니다.
◇ 양병삼 / 진행
서평은 어떤 반응들인가요?
◆ 차인표
서평은, 처음에 그러시드라고요. 출판사에서. “서평은 읽지 않는 겁니다. 아시죠.” 그러드라고요. 서평은 읽으면 상처받을 수 있으니까 많은 작가분들이 본인은 힘들게 썼는데 서평을 보고 상처받을 수 있으니까 읽지 마세요 하고 말씀해 주셨었는데 사실 저는 꼼꼼히 따져서 읽어요. 그리고 책에 대해서 좋은 내용을 써 주셨든, 아니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써 주셨든 일단 제가 쓴 글을 관심을 갖고 서평까지 올려주셨다는 것은 다시 한 번 곱씹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그런 분들이죠.
◇ 양병삼 / 진행
말씀하신 걸 보니까 서평 보시고 상처 받으신 건 아닌 것 같아요.
◆ 차인표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 양병삼 / 진행
책의 소재가 상당히 의외인데요. 위안부 할머니를 소재로 삼으셨어요.
◆ 차인표
1997년도에 훈할머니란 분이 우리 나라에 입국을 하셨어요. 그 분이 실제로 1940년대 초반에 일본군 위안부로 전쟁터에 끌려 가셨다가 캄보디아에서 해방을 맞으시고 한국으로 돌아올 형편이 안되시니까 그곳에서 쭉 사시다가 50년 세월이 지난 후에 1997년도에 그것도 어떤 방송 기자분한테 다른 취재를 갔던 기자분한테 우연히 발견이 되셔서 한국에 오시게 되셨는데 그때대대적으로 뉴스나 매스컴을 통해서 훈할머니가 노출이 됐었는데 저도 당시에 뉴스를 보다가 이 할머니가 당시에는 김포공항 입국장을 통해서 들어오셔서 많은 플래쉬 앞에 서 계신 모습을 보고 가슴이 먹먹하게 막혀 오는 생각이 들었고요. 할머니가 자그마하시고 돋보기를 쓰셨는데 눈이 더 컸는데 한국말을 잘 못하시드라고요. 당연히 잊어버리셨겠죠. 이 할머니를 보고 있는데 이 할머니가 사셨던 어렸을 적 정말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너무나 귀중하고 소중한 생명으로 태어나서 그냥 사셨으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을 베풀고 웃으면서 또 사랑을 먹은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한테 사랑을 베풀고, 이렇게 생명의 귀중함의 연속성있게 살았을텐데, 정말 있을 수 없는 악의, 악이죠. 납치가 되셔서 몹쓸 짓을 당하고 인생의 끝무렵에 돌아오셨구나 하고 이 할머니를 보면서 <잘가요 언덕>의 맨 끝장면이 떠올랐고요. 처음에는 책을 내겠다 이런 생각으로 쓴 건 아니고 그냥 글을 쭉 쓰기 시작했는데 저의 가족들이 읽어보고 책으로 출판하면 어떻겠냐 응원을 많이 해줘서요 이번에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 양병삼 / 진행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바라본다는 게 쉽지 않은데 예전에 <크로싱>이라는 영화에서도 보면 탈북한 아버지와 아들의 아픈 사연을 연기하셨고요. 사실은 어떻게 보면 탈북자들의 아픔이라는 게 우리 시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아픔이기도 한데 그런 다른 사람의 아픔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사정이 있을까요?
◆ 차인표
크로싱을 촬영할 때 탈북자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그분들을 보면서, 그분들을 향한 애통하는 마음이 많이 들었고, 그리고 그분들을 불쌍히 여긴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요. 제가 기독교인인데 성경적으로 표현한다면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훈할머니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도 그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현실의 저와 별로 관계가 없고 지나쳐도 될 분들일 수도 있는데 어느 순간에 그분들의 처지라든가 그분들의 존재, 그분들의 생명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지고, 그분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을 어떤 방식으로든 조금이라도 나눠지고 갔으면 하는 그런 그분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차츰차츰 생기기 시작한 거 같아요. 제 생각에 그 마음은 공부되어지는 마음이나 습득되어지는 마음이 아니라 인간들이 모든 사람들이 다 갖고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마음 속에. 태어날 때부터 다 품고 있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긍휼히 여기고 그런 마음이 다 있다고 생각하는데 단지 각각의 인생을 사는 과정에서 그 마음을 얼만큼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 하는 어떻게 보면 별개의 문제겠죠. 사람마다 틀리겠죠.
◇ 양병삼 / 진행
이 책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게 바로 용서가 싶은데요. 이 책을 보면서 독자들이 뭘 느끼고 또 공감하길 바라셨나요?
◆ 차인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 같이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물론 그것이 용서와 화해와 평화 이런 식으로 부분적으로 표현됐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사실 제가 근본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하나하나 생명의 귀중함, 소중함을 얘기하고 싶었고요. 본문에 보면 예를 들어서 백두산 호랑이 마을에 태풍이 와서 추수 직전에 있던 벼들이 쓰러집니다. 진흙 구덩이에 처박히는데 그것을 아기를 보듬듯이 안아서 하나하나 벼 한포기씩을 봤더니 쌀알갱이들이 붙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호랑이 마을 주민들과 그곳에 주둔해 있던 일본 병사들이 함께 벼 한포기씩 일일이 세워서 그것을 깨끗이 말려서, 결국은 생명을 살리죠. 그러면 이 쌀 한톨이 언젠가는 따뜻한 밥으로 변할 거고, 어떤 배고픈 누군가가 이 밥을 먹고 힘을 찾을 거고, 그 사람이 세상에 나가서 집으로 돌아가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도 하고 사랑을 베풀 수 있고, 이렇게 생명이라는 게 연속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독자분들과 공감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 양병삼 / 진행
그런데 말이죠.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 집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지난 1일에 859차에 수요 집회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매주 수요일 되면 주일 대사관 앞에 나가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고요. 사회적으로도 보면 사람들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침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특별히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대해서 관심을 갖고 바라본 차인표씨의 경우는 이런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올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 차인표
저는 우리 할머니들이 연세들이 많으시잖아요. 시간이 별로 없는데 한 분 한 분 돌아가고 계시고 그분들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모두 다 각각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안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일본 정부에게 죄송합니다 라는 용서의 말을 듣는 것이든 아니면 그보다 더한 어떤 것이 있건, 아니면 전혀 다른 무슨 방법이 됐든 이 할머니들 한 분 한 분이 진정으로, 그 당했던 고통을 상쇄시킬 수 있는 그런 평안함을 갖고 돌아가셨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고요. 그것과는 별개로 현재 2007년에 미 의회까지 상정이 됐었는데 일본 정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고, 사실은 그 부분은 했다 안했다, 잘못했습니다 사과를 한다는 건 자기가 한 일을 인정을 하는 거고, 인정을 하는 것은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일 수도 있는데,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다시 또 되풀이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은 우리 후손들이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 양병삼 / 진행
소설을 쓰신다는 게 배우로서 연기를 하는 것 못지 않게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 차인표
제일 어려웠던 점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 과연 제 글이 값어치가 있는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 순간에, 그리고 늘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하지 마라 하지 마라 이런 소리가 들릴 정도로 직업과도 관계없고 아무도 안읽을텐데, 아무도 관심 없는 일을 혼자 하고 있냐 그런 소리가 들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제 머릿속에서는 그것과 싸울 수 있는 이론이 없어요. 그런데 다행이도 저의 가족들, 저의 아내라든가 제 아들이라든가 주변에 열장짜리 원고를 읽어볼 수 있는 가족들이 그 소리와 대항해서 싸워준 거죠. 당신 글 좋으니까 끝까지 쓰세요. 우리 아들 정민이도 12살이 됐는데 아빠 글 완성을 안 하세요 더 읽고 싶어요 이런 응원들을 해 주니까 거기서 많은 힘을 얻었죠. 삼분의 이 분량 정도 써놓고 또 바빠지니까 놔 버렸는데 작년 초 일인데 저의 아들이 읽다가 원고가 끝나버리니까 학교에서 전화해서 계속 써달라 써달라 채근을 많이 했죠.
◇ 양병삼 / 진행
붐이라고 해야 되나요. 연예인들이 책을 참 많이 내드라고요. 그런데 이런 것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아요. 내용보다는 명성 때문에 책을 내는 것 아니냐 또 얼마나 열심히 썼겠냐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도 같고요. 이런 부분들에 대해선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 차인표
각자 책을 쓰시는 분들이 이유가 있고 사정이 틀릴텐데, 우리 나라에서는 연예인이란 위치가 책을 써서 낸다고 해서 특별하게 명성이 더 올라간다거나 그런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대중 연예인이기 때문에 책을 출판하기까지는 신인 작가들에 비해서 용의하겠죠. 출판사에서 아는 사람들이니까. 출판사를 컨텍을 하고 책이 돼서 나오기까지는 쉬울 수 있는데 사실 그 다음에는 독자분들의 매서운 판단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그런데 과연 우리 나라 독자들이 수준이 안되는 글, 어떤 연예인의 이름을 타고 낸 책에 박수를 보내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독자분들이 서평을 쓰는 걸 봐도 저보다 훨씬 더 수준이 높으시고 정말 독서량도 많으신 그런 분들이고, 그래서 결국 좋은 책은 남게 될 것이고 그 판단은 독자분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양병삼 / 진행
책을 출간하셨지만 다른 단편도 준비하고 계신다고 들었거든요.
◆ 차인표
습작을 해 놓은 게 몇 개 있어요. 제가 독서하는 형태가 이게 좋은 버릇인지 나쁜 버릇인지 모르겠는데 한 번에 여러권의 책을 읽거든요. 하나를 진득하게 끝내고 다른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서재에 한 권 있고 침실에 한 권 있고 그런 식인데 글을 쓸 때도 꼭 그런 식으로 써 지드라고요. 이것을 쓰고 다음 걸 쓰는 게 아니라 이것도 좀 건드려 놓고, 저것도 건드려 놓고, 그래서 지금 단편이니 장편이니 쓰고 있는 것들이 몇 개 있습니다.
◇ 양병삼 / 진행
어떤 것들을 쓰고 계시죠?
◆ 차인표
아직까지는 습작이니까요. 출판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고요. 개인 취미 생활로 하고 있습니다.
◇ 양병삼 / 진행
지금까지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4(토) 배우 차인표 "일본 인정안한 위안부 할머니, 후손이 짚어야"
200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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