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참 선한 이웃, 참 사랑이 뭔지 아는 한 분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때는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다 한 가운데를 떠돌아다니면서 생사의 기로에 있던 베트남 난민인 보트피플 96명을 구해준 사람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 원양어선의 선장이었는데요. 바다를 떠돌고 있는 이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구조를 했던 거죠. 그 일 때문에 20년 동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년 지난 지금, 국회인권포럼에서 수상하는 올해의 인권상에 선정이 됐습니다. 이제야 그 때의 용기를 보상받게 된 셈인데요. 전제용 씨! 연결해 보죠.
◇ 김현정 / 진행
축하드립니다. 20년 만에 인권상 수상 소감이 어떠신가요?
◆ 전제용
얼떨떨하네요.
◇ 김현정 / 진행
기대를 하셨습니까? 20년 만에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 전제용
아니요. 그 당시에는 기대고 뭐고 그런 것 없었죠. 그런 건 아예 생각도 하지도 못했고 할 이유도 없었고요.
◇ 김현정 / 진행
그 당시가 여전히 생생히 기억나세요? 24년 전 일인데.
◆ 전제용
예. 기억나죠. 그 친구들 얼굴 하나하나는 기억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 그 때의 분위기라든지 이것은 하나도 잊을 수가 없죠. 하도 극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 김현정 / 진행
그러니까 참치배를 운전하셨던 거죠?
◆ 전제용
네.
◇ 김현정 / 진행
참치를 가득 싣고 싱가포르에서 부산항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는데. 그런데 어떻게 보트피플들이 저기서 구해달라고 손을 흔들던 거였나요?
◆ 전제용
네. 청취자를 위해서 이야기한다면 인도양 어장에서 참치작업을 하고요. 그게 항로로 오다보면, 말을 하자면 말라카 해협으로 해서 싱가포르 앞을 통과해 가지고 그 때부터 통과하면 부산항을 일직선 코스로 항로를 끊어가지고 그 때부터 부산항을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오고 있었죠.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어떤 상화이었던 겁니까? 그 보트피플을 마주치게 된 상황!
◆ 전제용
예. 항해를 하면 항상 브릿지에서 앞에 장애물이라든지 또 항해하는 선박들이 서로있기 때문에. 그걸 견시(?)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하면. 뭐 왓찌(?)라고도 하죠. 그렇게 하고 있는데 우리 선박의 좌연 저 멀리 수평선에서 무슨 물체가 보이더군요.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배를 끌고 그 쪽으로 가신 거예요?
◆ 전제용
아니죠. 우린 그냥 오고, 배를 가지고 이동까지는 하지 않고 바로 우리가 가는 항로선상에 그 물체, 다시 말해서 작은 배가 있었는데 쌍안경 가지고 확인하니까 저 멀리 있었는데 보니까 구조해 달라고 손짓을 하고 뭘 흔들고 하니까 우리말로 하면 SOS를 보내는데 ‘아, 이건 난민선이다’라고 즉각적으로 판단했죠.
◇ 김현정 / 진행
그 당시에는 그렇게 떠도는 보트피플들이 워낙 많지 않았습니까? 베트남전 끝나고 나서요. 그래서 대부분 사회 분위기라는 게 보튼피플 있어도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도 누가 뭐라고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96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구할 생각을 하신 건가요?
◆ 전제용
실제 저도 그랬어요. 우리가 지나치는, 우리 좌연 쪽으로. 예를 들어서 한 3~400미터 정도 지나치는 과정에. 앞전에는 멀리서 보였지만 그 당시에 저도 고뇌가 깊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지나칠까, 말까?
◆ 전제용
예. 왜 그랬냐하면 그 항로를 지나치면 그 때 베트남 전쟁 끝나고 나서 그런 ‘난민보트피플들이 많이 출연한다’ 라는 얘기는 저도 풍문을 들어서 알고. 그 당시 언론에서도 텔레비전이라든지 해외 뉴스라든지 그런 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인도양 어장을 나갈 때라든지 하면 ‘혹시나 그런 일이 닥치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라고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 김현정 / 진행
‘그냥 지나쳐야지’ 하고 사실은, 생각을 하셨던 거예요?
◆ 전제용
아니요. 구조는 해야 된다고, 마음준비는. ‘그런 일이 있을 때는 구조를 해야 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은 했었는데 막상 부닥치니까 참 난감한 생각이 들고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좀 망설여지는 생각도 솔직히 들고. 그 때 왜 그랬냐하면 구조를 하게 되면 그 사회적인 분위기가 난민들을 갖다가 구조해야 된다 라는 그런 것이 아니고 사실은 ‘그냥 모른 척 하고 지나치는 게 제일 속 편한 일이다’ 라는 사회분위기가 그렇게 되어 있었고요.
◇ 김현정 / 진행
게다가 또 불법이잖아요, 그게. 그 당시에는.
◆ 전제용
불법은 아니죠. 세계적인 선박 뭐 법 조항의 몇 호 그런 것까지는 기억을 못하겠는데. ‘본선, 다시 말하면 자기가 타고 있는 선박에 위험이 없을 때에는 난민선이라든지 조난 선박 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위험이 있을 때는 상대 선박의 인명구조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 것이 선장들쯤 되면 그런 게 몸에 베어있습니다. 내 배든 뭐 국적을 가리지 않고요.
◇ 김현정 / 진행
96명 되는 사람이 거기서 손을 흔들고 있었는데 사실은 굉장히 많은 수잖아요? 이거를 구할까 말까 잠깐은 망설였지만 그래도 그들을 구조해서 배에 옮겨 싣고 한국으로 돌아오신 거예요.
◆ 전제용
그 과정을 조금 얘기하면 선장개인이 마음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에요. 왜냐하면 나 말고 기관장 외 우리 선원들이 24명, 저까지 전부 25명입니다. 25명인데 그네들한테도 이해관계도 얽힌 문제이고, 구조하게 되면. 또 그네들의 동의를 받는 것이 우선적이고요. 그래서 발견하면서 우리 배는 속력을 낮췄습니다. 왜 그랬냐하면 그 때 해가 1985년 11월 14일 오후 아마 5시와 6시 사이였을 것입니다. 해가 수평선을 기울려고 하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그 때 날씨가 나빴어요. 파고가 한 3~4미터 됩니다. 그래 가지고 백파(?)라는데 그 정도 파고가 3~4미터 되면 파도 위에, 물결 위에 하얀 바람이 날리는 하얀 걸 갖다가 눈보라 치듯이 물보라가 치는 게 하얗게 보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선장님! 그 이야기 지금 다 듣자면 1시간도 모자랄 것 같고요. 일단 그래서 구한 다음에 그 이후로 정보기관에도 불려다니고 선장도 해고 당하고 우역곡절도 많이 겪으셨다고 하던데요?
◆ 전제용
네, 조금 겪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 베트남 난민들, 그 때 구조하신분들하고 혹시 그 후에 연락이 되세요?
◆ 전제용
네. 그래 가지고 헤어진지 22년 만에. 그 분들이 부산에 와 가지고 부산 난민캠프에 수용됐다가, 적십자사. 자기네들이 원하는 나라에, 제가 알기로는 1년 반 정도 경과해 가지고 원하는 나라, 미국이라든지 호주, 케나다, 서독 이런 자기가 가고 싶은 나라! 그대로 가능한 한 다 간 것으로 알고 있고 또 그네들도. 그때는 면회를 못 갔습니다, 난민 캠프에.
◇ 김현정 / 진행
예, 정보기관에 불려다니고 조사 받고 하시느라고.
◆ 전제용
그거는 다 끝났는데 ‘뭐 선장이라고 해서 말이야 쥐뿔나게 이런 데 와서 얼쩡거리지 말라’는 이런 식으로. 좀 뭐 요즘은 그 당시에는 그런 걸 표현할 줄 모릅니다만 요새는 언어폭력이라고 하데요. 그런 좀 무시하는 그런 게 있어 가지고 속된 말로 ‘그래 알았다’ 그래서 안 가고 그랬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 전제용
지금은 통영에서 자그마한 멍계어장! 그래서 그 후에 제가 30개월 후에 다른 회사 배를 타고 부산에 와 가지고 제가 자연적으로 해직된 거죠.
◇ 김현정 / 진행
지금 만약 20년 전 그 때 그 바다로 다시 돌아간다면, 솔직하게 말입니다. 그 보트피플들 다시 구조하시겠어요?
◆ 전제용
그건 당연하죠. 우리가 사람이 생명을 구한다는 것은 세상에 뭐 값진 것이니 뭐 이것저것 비교하고 뭐 개인적인 불이익을 갖다가 계산하고 한다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과 고귀한 생명을 구한다는 그 이상 고귀한 게 어디 있습니까? 그것 다른 것은 물질적인 것과 비교한다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죠.
◇ 김현정 / 진행
오늘 아침에 진정한 영웅 한 분을 만난 것 같네요. 소박하게 말씀도 잘 해주시구요. 오는 13일에 국회인권포럼에서 주는 올해의 인권상 받게 되신 거 다시 한 번 축하드리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7(화) 20년전 베트남 보트피플 96명 구한 전제용 선장, 올해의 인권상 수상!
200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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