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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화) 이윤상 성폭력상담소장“수치심 가져야 할건 여성연예인 아닌 우리사회”
200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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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같지 않은 악마들과 함께 했던 시간을 생각하면 미칠 것 같다” 故 장자연 씨가 한 지인에게 보낸 편지가 최근 공개가 됐습니다. 여전히 고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원인이 뭔지, 짐작만 할 뿐 시원하게 밝혀진 건 없는데요. 오히려 경찰은 늑장 수사 뒷북 수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여성단체들이 모여서 정확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는데요. 오늘은 여성계 시각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겠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윤상 소장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탤런트 고 장자연씨 사건, 참 복잡하게 여러 측면에서 진행이 되고 있는데, 여성계에서 여성계의 시각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어딘가요?
◆ 이윤상
저희가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입장을 발표한 바가 있는데요. 사실 우리 다 알고 있듯이 여성 연예인들 자살이 잇따라 분명히 일어났고요. 이런 잇따른 자살에는 분명히 원인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명명백백한 수사가 필요하다 이런 목소리가 높은데.
사실 그동안 행태만 보아도 여성 연예인들이 처해 있는 입지가 굉장히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잖아요. 자신의 재능을 굉장히 다방면에서 발휘하고 싶지만 이들을 성적인 존재로만 환원시키는 사회적 시선에서 여성 연예인들은 한 순간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적인 어필 없이는 배우든 가수든 그들에게 무대가 허락되지 않고, 또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또 성형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또 그게 입방아 감이 되게 되고. 언제 선택되고 언제 내쳐질지 모르는 상당히 불안한 노동 조건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저는 이 분들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런 분들에게 사실 선택지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면 굉장히 답답하죠.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취약한 조건을 이용하는 권력층의 이해관계가 개입해서 이번에 고인의 문건에서도 그런 것들이 발견되었지만 각종 로비라든지, 폭력이라든지, 경제적 착취라든지, 이런 것들이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서 지금 이들의 숨통을 쥐고 있다고 보여 지고요. 이런 연예계 산업구조, 이게 연예계 산업 구조의 뿌리 깊은 병폐, 문제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저희들은 이것이 더 넓게는 우리 사회에 굉장히 뿌리 깊은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이렇게 보고 있고.
◇ 김현정 / 진행
비단 연예계만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 이윤상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여성인권운동 하는 단체에서 이 사안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소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과거나 지금이나 연예인 중에게도 유독 여성 연예인에게만 이런 성상납 문제, 이런 게 불거지는 것 같아요. 물론 개중에는 뜨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성상납을 한 경우가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은 지위를 이용해서 남성들이 요구를 하는 이런 구조가 됐다는 거죠?
◆ 이윤상
그런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자발성과 비자발성의 논쟁은 사실 무의미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또 성상납의 문제뿐만 아니라 그동안도 저희들은 사생활 비디오 유출 사건이라든가, 전 애인에 의한 폭행이라든가, 이런 것 때문에 연예계 활동이 중단된다든가 하는 이런 여성 연예인들이 겪는 차별적인 폭력이나 이런 문제들을 굉장히 많이 보아 왔다고 생각을 하고. 이 모든 사건들은 사실 연속성상에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최근에 여성단체들이 모여서 기자회견을 하셨어요. “고 장자연 씨 죽음에 얽힌 사건이 명명백백히 수사될 수 있을지 불안하고 답답하다” 어떤 점이 가장 답답하세요?
◆ 이윤상
수사 진척 상황을 국민들이 다 같이 보고 있으니까 저희들이 특별히 다른 걸 보고 있는 건 아니고요. 하지만 다 우리가 다 보시다시피, 명백하게 지금 고인이 남긴 문서가 있고, 거기에 죽음과 관련된 내용들이 분명하게 있는데. 경찰이 이랬다저랬다 말도 많이 바꾸었고, 실명 리스트도 있고 유가족이 고소까지 했는데도 수사 진척 상황은 너무나 미미하잖아요.
또 저희가 어떤 뼈아픈 과거의 경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2002년도에도 연예계 성상납 의혹이 분명히 불거졌지만 유야무야 되었던 경험이 저희들한테 있고.
◇ 김현정 / 진행
그때는 정계하고 연결이 됐었던 거죠?
◆ 이윤상
네. 그래서 권력형 범죄라는 의혹이 점점 짙어지게 되는 대목이 바로 여기인 거죠. 이런 어떤 의혹과 루머를... 그게 루머라고 자꾸 주장을 하는데, 의혹과 루머를 빨리 불식 시키려면 더더욱 문제에 맞는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서 발 빠르고 명명백백한 수사가 너무 절실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조사 대상이 너무 분명한데 이렇게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의혹을 많이 낳는 행위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담당 수사기관이 이번 사건이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한 의지와 책임감을 가지고 수사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 소장님 보시기에도 분명히 수사가 제대로 진척이 안 되고 있는 거예요? 기자나 네티즌들이 먼저 터뜨려야 뒤에 따라가는 수사?
◆ 이윤상
그렇죠. 그런 형국이고. 그리고 지금 수사가 진척이 어려울만한 상황이 무엇이 있는가? 지금 소환해서 조사해야 될 사람도 많고.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될 사항들이 분명히 많이 있고. 고소도 분명히 되었고. 이런 것들이 다 수사 기관의 손 안에 있는데 왜 이렇게 진척이 되지 못 하는가 굉장히 답답한 일이고, 점점 더 의혹을 크게 하는 일이죠.
◇ 김현정 / 진행
누군가가 얽혀 있는 게 아니냐, 거물급이, 이런 의혹을 오히려 불러일으키고 있는 건데요.
◆ 이윤상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또 하나는 문건을 유출한 유씨는 출두 촉구하고 있고, 안 하면 체포가 될 거라 그래요. 사장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는데. 그런데 그 문건 안에 들어 있는 성 로비 대상자에 대해서는 수사가 안 되는?
◆ 이윤상
네, 이런 상황이 누가 봐도 너무 많은 문제점과 의혹을 안고 있는 행태라고 생각을 하고요. 어쨌든 지금이라도 빨리 책임감을 가지고 수사에 임하는 태도를 보여주시기를 간절하게 부탁을 드립니다.
◇ 김현정 / 진행
청취자 문자 “장자연 리스트 공개 못 하는 건가요, 안 하는 건가요? 알고 있으면서 시간만 가길 기다리는 것 아닙니까” 불쌍한 장자연 씨, 딸 가진 부모라고 하면서 보내주셨고요. 또 다른 분은 “신인 배우 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관계자들은 재능을 보지 않고 흑심만 품다니” 하면서 문자들 보내주고 계십니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 시급한 건 어떤 걸까요?
◆ 이윤상
수사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는데. 일단은 우리가 이런 저런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하고 있지만, 이런 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어떻게 해야 인권을 보장하고 노동권을 보장하고 기본권을 보장하면서 이 산업을 유지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대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일단은 명확한 수사가 있어야 되고 결과가 발표가 돼야 되고 그 결과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에만 저희는 그 다음 단계인, 그렇다면 이런 저런 대책이 필요하겠다, 그게 제도인지 법인지 무엇이든지 간에 이런 토론이 진행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더욱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늘 수사가 흐지부지 되니까 그 다음 사후 대책까지 갈 수가 없더라고요?
◆ 이윤상
갈 수가 없는 거죠.
◇ 김현정 / 진행
지금 여성 연예인들이 상당히 저는 수치심을 느끼고 있을 거다, 이런 생각도 들어요. 이번 사건 보면서?
◆ 이윤상
글쎄요. 저는 수치심을 가져야 할 것은 사실 여성 연예인들이 아니고 여성 연예인들을 수치의 대상으로 만든 것, 정말 이렇게 한 것이 바로 폭력이고 인권 유린이라고 생각하고요. 어제 사실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을 제가 보았는데 참 담담하게 그 동안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는 그 분들을 보면서, 좀 더 많이 해야 될 이야기, 더 같이 나눠야 될 이야기가 많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고요.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눌 수 있는 그런 사회,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다 같이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 진행
진짜 부끄러워해야 할 분들은 숨어 계시고. 부끄러움도 모르고. 이게 답답한 거죠.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