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계기로 캐스팅 방식 검토할 때
-개그맨들 성대모사로 사회적 책임감 생각하게 됐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일흔이 훨씬 넘은 나이에 젊은 스타들보다도 바쁜 스케줄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한 분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바로 배우 이순재 씬데요. 이순재씨가 방송 발전에 큰 공을 세운 방송인들에게만 부여하는 ‘방송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연기자로서는 최초여서 지금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배우 이순재 씨 직접 만나보죠.
◇ 김현정 / 진행
우선 축하드립니다.
◆ 이순재
고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연기자로서는 처음이세요. 기분이 어떠십니까?
◆ 이순재
우선 감사하고요. 큰 영예로 알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아니 이순재 선생처럼 여러 가지 상을 그동안 많이 타온 분도 이렇게 상 받았단 이야기 들으면 기분이 좋고 그러시죠?
◆ 이순재
상이라는 건 받으면 다 기분이 좋은 거죠. 사실 저는 상을 많이 받은 사람은 안 돼요.
◇ 김현정 / 진행
그런가요? 지금까지 연기하신지가 몇 년이나 됐죠?
◆ 이순재
50년이 됐죠. 50년 조금 넘었죠.
◇ 김현정 / 진행
그동안 몇 작품이나 하셨는지 다 기억하세요?
◆ 이순재
작품을 기억할 수가 없어요.
◇ 김현정 / 진행
그렇죠? 헤아린다는 게 힘들 정도로.
◆ 이순재
그렇죠.
◇ 김현정 / 진행
초기에 방송국 시절에는 생방송이지 않았나요? 드라마들도 다 생방송였죠?
◆ 이순재
물론이죠. 65년도까지 생방송을 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았겠어요. 당시에 연기자가 도착 안 하면, 지각하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이순재
지각할 수가 없는 게 연기자들이 이제 그 당시는 대본도 일찍 나오고 그래서.. 생방송이니까 20일 연습을 해요. 강박관념도 있고 우리가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20일 연습하고 이제 다 완벽하게 했는데도 카메라 앞에 서게 되면 이제 소심증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가슴이 울렁거려서 대사를 잊어버린다든지 실수하는 경우가 더러 생기고 그러죠.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그냥 에드리브로?
◆ 이순재
방송 나가는 거예요.
◇ 김현정 / 진행
재미있는 일들도 초기에는 많았을 것 같고요.
◆ 이순재
그럼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들 많이 있었어요.
◇ 김현정 / 진행
가장 기억에 남았던 배역이라면 어떤 걸까요?
[BestNocut_R]
◆ 이순재
좋은 배역들 많이 했는데요. 제가 대한민국에서 최초의 일일연속극 주연을 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가요? 그때 무슨 작품이었죠?
◆ 이순재
그게 이제 <눈이 내리는데>, 그 다음에 이제 KBS에서 최장수 일일 연속 <보통 사람들>, MBC에서 최고의 시청률 <보고 또 보고>, <님은 먼 곳에>라든지 이런 작품들 젊었을 때 TBC에서 했던 작품들이고.
◇ 김현정 / 진행
그렇군요. 그 당시 청년 시절에는 요새 ‘꽃보다 남자’의 F4 얘기들 하는데 F4가 부럽지 않으셨겠어요?
◆ 이순재
그 당시에는 그렇게 F4 식으로 꽃미남들의 시대가 아니었고 각자 개성이 달랐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네. 좋아하는 배역만 들어도 한참입니다. 워낙 작품들을 많이 하셔서요.
◆ 이순재
그 당시에는 우리 작가분들이 대부분 문단에 등단한 대가들 작품이었기 때문에 작품성에 무게를 두었던 상황들이기 때문에 역할들이 다 개성이 강했고 또 내용이 있었고 그랬어요. 물론 요즘도 내용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 김현정 / 진행
그런 거 생각하시면 요즘 상업적 드라마, 이른바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는 이런 작품들 보면 안타까운 생각도 드실 것 같아요? 대선배로서요?
◆ 이순재
글쎄.. 시청률 지상주의가 되다 보니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건데 아쉬움이 있죠. 그럼요. 얼마든지 작품의 품격을 유지해 가면서도 시청률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요즘 시청률 만능 시대, 시청률 지상 최대의 시대가 되다 보니까 방송국들이 그런 방향으로 자꾸 유도를 하는데 나름대로 문제가 있죠.
◇ 김현정 / 진행
그런 생각도 하시는 군요. 많은 캐릭터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캐릭터는 어떤 걸까요? 저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평소와는 180도 다른 캐릭터를 하셨잖아요. ‘야동 순재’로. 그 캐릭터 어렵지 않으셨어요?
◆ 이순재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정적인 작업이 아니라 동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그리고 자꾸 뛰고 올라가고. 또 야외 촬영도 주로 뛰는 장면들이 많고.
◇ 김현정 / 진행
그래도 힘들었던 만큼 재미도 있고요?
◆ 이순재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시트콤이 재미있는 장르에요.
◇ 김현정 / 진행
또 그 작품 때문에 젊은이들, 10대들까지도 이순재 선생님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습니까?
◆ 이순재
그렿죠.
◇ 김현정 / 진행
그런데요. 그런 이미지 때문인지 개그맨들이 CF에서 이순재 선생님 성대모사 하는 것 알고 계세요?
◆ 이순재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거 보면 어떠세요? 속상하기도 하고 어떠세요? 기분이?
◆ 이순재
속상할 건 없고요. 개그맨들이 여러 가지 패러디 할 수 있으니까 비단 나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어떤 특수한 현상에 대해서 패러디 하는 게 그네들의 역할이고 나쁜 의미로 패러디 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 김현정 / 진행
아무 것도 묻지도 않고?
◆ 이순재
따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묻기도 하고 따지기도 하고 그러는 모양이에요. 상품 광고를 패러디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제 상품의 신용도 이런 부분은 신경이 가죠. 저도 촬영하면서도 사측에 그런 제의를 하는데 패러디 할 정도로 벌써 유행이 됐는데 이런 정도로 사회적 책임을 제품은 반드시 져야 된다. 그런 얘기를 내가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대선배시니까요. 방송계의.. 그만큼 책임감이 느껴지실 것 같아요?
◆ 이순재
물론이죠.
◇ 김현정 / 진행
이번에 ‘방송인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배우 이순재 씨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습니다. 요즘에 한 젊은 여자 연기자가 자살을 해서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방송계의 선배로서 속상하시죠? 그런 것들 보면요?
◆ 이순재
작년부터 젊은 친구들이 자꾸 세상을 떠나는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제 우리 젊은 친구들을 활용하고 사용하는 쪽에서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이걸 선호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보니까 거기서 경쟁도 심해지는 거고 뛰어나려니까 여러 가지 계약 관계도 형성되고 계약서에 대한 요구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그런 처지, 입장 이런 것들이 상당히 요인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데 이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방송국 쪽에서도 조금 정리할 필요가 있고.
◇ 김현정 / 진행
뭘 정리해야 할까요?
◆ 이순재
신인 활용의 어떤 방법이라든지. 요즘은 조금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고 해서 검증을 안 한 건 아니겠지만 우리가 볼 때 생소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연기자의 기본적 자질이 확립돼서 어느 정도의 기초 훈련이 된 사람들을 선발하는 게 아니라 외모 보고 뽑는 경우들이 많단 말이에요.
◇ 김현정 / 진행
그리고 기획사의 힘이 크고요?
◆ 이순재
현업에서 하다 보면 어떻게 이런 아이를 연기를 시키나 하는 의문을 가지는 아이가 있단 말이죠. 이런 부분이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 게 아닌가. 자기 반성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다 잡을 수 있는 움직임이 있어야 되지 않겠나.
◇ 김현정 / 진행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이런 말씀이십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끝으로 꼭 해 보고 싶은 배역 있다면?
◆ 이순재
형사나 한 번 해볼까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왜 형사, 형사가 탐이 나세요?
◆ 이순재
대충 다 해 봤기 때문에요.
◇ 김현정 / 진행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아침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25(수) 이순재 "연기 못하는 신인들에 깜짝 놀랄때 많아"
200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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