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국방부가 불온서적 리스트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그 리스트 안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책들이 꽤 많이 포함이 돼서 논란이 됐었죠. 이미 시중에서 베스트셀러였던 경제서적도 포함이 되고 그랬었습니다. 이때 군 법무관 7명이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장병들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이런 사유였는데요. 그런데 어제 국방부가 이 법무관들 가운데 2명에 대해서 파면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래저래 법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죠.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 모셔보겠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지난해 민주당 공천심사 위원장 하실 때 저랑 인터뷰 많이 하셨는데 그 후에는 통 모습을 못 뵈었습니다.
◆ 박재승
제가 너무 그냥 은둔하다시피 해서 그렇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잘 지내셨어요?
◆ 박재승
네. (웃음)
◇ 김현정 / 진행
헌법소원을 낸 법무관들에게 파면 결정이 내려졌다, 이유는 군 기강 문란, 복종 의무 위반, 장교 품위 손상, 이게 징계 사유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박재승
글쎄요. 제 생각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너무 심한데요.
◇ 김현정 / 진행
어떤 면에서?
◆ 박재승
왜냐하면 우선 글 읽을 자유 없어져버렸잖아요, 방해하잖아요. 꼭 생명, 신체, 헌법에 규정된 자유 이것만 아니고 그건 다 포함됩니다.
거기다가 재판 청구권 침해해 버렸지 않습니까? 헌법에 보장된 권리입니다, 명백히. 큰일인데요. 이렇게 되면, 누구 책도 마음대로 못 읽고... 불온서적이라는 말 한 마디에 그냥 없애버린다? 그건 말이 안 되죠. 또 그걸 헌법소원 했다고 해서 거기에 관련된 군 법무관을, 군 법무관이 보통 지위입니까? 그걸 파면해 버렸어요... 믿기도 어려운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충분히 헌법소원을 낼만한 사유였다고 보십니까?
◆ 박재승
당연하죠. 재판 못 하는 국민이 어디 있어요?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국방부 쪽에서는 어쨌든 군인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체계가 선 조직인데, 법무관들이 명령에 대해서 반발하는 것 아니냐, 이건 복종 의무를 위반한 거다, 이런 얘기거든요?
◆ 박재승
그쪽에서 하시는 말씀은 아마 군의 특별 권력관계, 다른 조직과 다르기는 합니다, 가장 강한 것이 인정되고 있어요.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헌법에 보장된 권리까지 물로 볼 수는 없어요. 그건 가치를, 어떤 것이 더 큰 가치인가를 모릅니다, 그 양반들이. 다른 말 드릴 말씀이 없어요. 제가 한 마디로 집약이 됩니다.
◇ 김현정 / 진행
믿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이런 말씀이세요.
◆ 박재승
가치의 혼동 세계입니다. 어떤 것이 더 큰 가치인지를 몰라요, 민주 국가에서.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 김현정 / 진행
파면 결정이 내려진 군 법무관들은 이제 불명예 전역을 하게 되고. 사법시험 출신들인데, 이 사람들이 판사나 검사 임용될 때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하네요.
◆ 박재승
앞으로도 구제 방법이 있으니까 지켜봐야죠.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요즘 참 이래저래 법관들 둘러싼 일이 많이 벌어지네요?
◆ 박재승
아... 그렇게 돼 있습니다, 지금.
◇ 김현정 / 진행
왜 그러는 걸까요, 이 시대에?
◆ 박재승
모두 제정신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누가 그렇게 제정신이 아닐까요? (웃음)
◆ 박재승
구체적으로 뭐 얘기할 수는 없고 하여튼 문제가 있어요.
◇ 김현정 / 진행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문제, 이건 어떻게 보셨어요?
◆ 박재승
조사 결과 보니까 개입이란 말 쓰고 압력이란 말은 피했더군요. 제가 이해를 합니다. 개입이나 압력이나 같다, 우아하게 표현하면 개입이란 게 조금 낫겠다, 이렇게 이해는 가는데. 조사 결과 발표를 보면 이게 지금 누가 진짜 책임자냐 라는 것도 캐야 되는데, 전혀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았어요.
마치 사법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법원행정 처장, 또 거의 같은 권한을 가지고 계신 고등법원장, 또 형사 소속 부장, 그 밑에 부장판사 한 분, 또 다른 판사님 한 분, 이런 식으로 돼 있는데. 이렇게 돼 가지고는 사법부 신영철 대법관 때문에 생긴 사법부의 국민적인 논란,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사법부 신뢰가 완전히 추락한 거예요. 그런데 이게 정신을 쓸 때는 이럴 때는 제 의견은 다른 것이 조금 희생되더라도 신뢰 회복에 중점을 둬라, 제가 어떤 칼럼에서도 그 주장을 했습니다. 조금 서운한 면이 생기더라도 신뢰 회복을 해야 된다, 따지고 보면 사법부는 다른 권력하고 다릅니다.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죠. 그러나 그것은 국민이 신뢰를 했을 때 효력을 발휘하는 권력입니다. 행정 권력하고 전혀 다릅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신뢰 회복을 위해서 지금 어떻게 진상조사가 더 철저하게 돼야 됐다고 보시는 거예요? 누가 책임을 져야 됐다고 보시는 겁니까?
◆ 박재승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사법 행정권은 남용이다” 이런 표현을 썼거든요. 몰아주기 배당이 사법 행정권의 남용이다... 사법 행정권의 남용, 재판 간섭, 두 가지 용어를 썼습니다.
그런데 몰아주기 배당이 사법행정권 남용에 그친다? 남용이면 재판 간섭이 돼야죠. 재판을 여러 건을 갖다가 한 판사에 몰아주면서, 그 양반 변명이 그렇습니다, 몰아주면서 그 양반이 굉장히 일도 한가한 편에 들어가고 경험도 많고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또 양형도 통일되고 그래서 했다, 이것이 지금 이유입니다. 정당성을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사법행정권 남용이란 표현을 썼는데, 몰아주기 배당이 정당성을 받으려면 그 몰아주기를 받은 판사가 신과 같이 전지전능하다는 것을 전제돼야 됩니다. 어떻게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아무리 사법행정권 가졌다는 원장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해서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사람을 골랐냐는 말이에요.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또 한 가지 있어요. 양형 통일이라는 것이, 동일 사건이라는 건 없습니다. 동일한 사건? 전부 다르죠. 같은 일을 했어도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범죄를 했어도 사정은 다 다릅니다. 피고인이 다 다르니까. 그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 김현정 / 진행
그러면 신영철 대법관 사퇴를 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 논란 속에 사퇴 안 하고 계시죠. 사퇴하는 게 옳은 처신이라고 보시는 겁니까?
◆ 박재승
사퇴 하라 마라, 제가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죠. 대법원의 태도도 맞습니다. 법률 싸움은 방법이 없어요. 본인이 안 나가겠다고 하면. 지금 밟고 있는 수순이 아주 정당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본인이 지금 이 시간에 또 어떻게 하는 것이 그나마 자기가 사법부에 조금 피해를 덜 줄 것인가, 그리고 또 새로운 법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것에 신경을 써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이 사법 관료화다, 이런 얘기 나오는데 동의하세요?
◆ 박재승
너무나 당연한 말씀이죠. 사법 관료화라는 말은 아주 오래 전부터 모든 사람들이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되지 않고 있어요. 사법 관료 얘기만 하면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사법부입니다.
◇ 김현정 / 진행
왜 이렇게 이 문제가 오래된 문제인데 아무도 못 건드리고 고치지 못 하는 건가요?
◆ 박재승
그건 법원의 태도죠. 국민들이 싫어하지 않죠, 사법 관료화 없애라. 그런데 사법 관료화, 이런 어려운 말을 쓸 것 없어요. 무엇 때문에 사법 관료화가 되었느냐 이런 얘기를 해야죠. 사법 관료화 그러면 일반 국민들이 무슨 소리인지 압니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 김현정 / 진행
인사 제도가 관료화 됐다, 이런 말이죠.
◆ 박재승
그렇죠. 그 얘기는 오래된 얘기입니다. 지금 사법관료화 원인 얘기를, 이 말이야 백번 맞는 말인데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이미 오래된 얘기에요.
◇ 김현정 / 진행
말씀하시는 어조에 어떤 안타까움이 절절히 드러나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지난 총선에 민주당 공심위원장도 맡으셨던 분이라서 제가 민주당이 워낙 공천 문제로 뜨겁다 보니까 그 질문을 짧게라도 안 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 박재승
그런데 이것 더 얘기를 해야 될 얘기가 하나 있어요.
◇ 김현정 / 진행
네, 하십시오.
◆ 박재승
“결과가 신병과도 관계가 없다면 헌재 결정 기다리지 말고 현행법에 따라 처리해 달라, 다시 당부한다” 이런 이메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전혀 제대로 판단이 없어요. 조사 결과가 안 나와 있습니다.
일반인도 잘 모르는 “신병과도 관계가 없다면” 이라는 말이 엄청난 말입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몸 신자에, 병자는 나무 목 변에 갑을병 할 때 병자입니다.
신병(身柄)이라는 말은 구속된 사람의 몸입니다. 이게 지금 형사재판 안 해 본 양반들은 잘 몰라요. 그러면 재판 결과가 신병과도 관계없다는 이 말은 구속된 몸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면, 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제 말씀 이해?
◇ 김현정 / 진행
좀 어렵네요. 일반인이 듣기에는.
◆ 박재승
(웃음) 아무리 좋게 풀어도 그래요. 당신이 지금 촛불재판 사건을 가지고 있는데, 당신이 하는 그 사람에 대한 판결, 구속된 사람에 대한 판결에, 몸을 풀어준다는 그런 변경이 없다면 당신 판결 결과로, 그렇다면 판결 빨리 해 달라는 겁니다. 거꾸로 말하면 풀어진 재판은 안 해도 된다는 얘기가 함의가 돼 있어요. 엄청난 얘기에요.
◇ 김현정 / 진행
질문 드릴 게 참 많은데요. 오늘은 시간이 워낙 짧게 허락이 돼서 여기까지 말씀을 들어야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19(목) 박재승 前 대한변협회장 “군법무관 파면, 믿기 어려운 조치"
200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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