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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토)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 "자유시장 주의, 미국 영국 다 버리는데 왜 우리만"
200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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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21일 (토) CBS <뉴스쇼 양병삼입니다>
(FM 98.1 MHz 07:00~09:00 진행 : 양병삼 앵커)
(대담-영국 캠브리지대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
한미 FTA 재협상과 국회 비준을 둘러싼 논란, 어떻게 해야 할 지 경제학자인 영국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 양병삼 / 진행
먼저 교수님께서 쓰신 <나쁜 사마리아인> 등 20여권의 책들에 대해서 국방부가 불온 서적이라고 했고, 이 부분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했던 법무관이 파면당했잖습니까? 이 소식 접하면서 착잡하셨을 것 같은데요. 어떠셨습니까?
◆ 장하준
글쎄요. 이런 일 없자고 지난 40년 동안 경제 발전도 하고, 민주화 투쟁도 하고 한 건데 다시 또 뒷걸음질 치는 것 같아서 굉장히 착잡하네요.
◇ 양병삼 / 진행
그럼 오늘 한미 FTA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크게는 두 가지일 것 같은데요. 재협상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느냐 이게 하나일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할거냐 아니면 야당의 입장처럼 연기할거냐 이 부분인데요. 먼저 재협상 부분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경제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재협상이 필요하다 그런 의견들이 있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 장하준
글쎄요. 저는 원래부터 이게 해서는 안 되는 협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예 저는 이것을 비준을 안 하고 그냥 없던 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설사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 입장에서도 재협상이라는 게 미국 측에서 그나마 지난번에 여러 가지 4대 선결 조건부터해서 많이 받아냈는데 그것도 부족하다고 지금 더 내라고 하는 거거든요. 미리 비준을 해 버리면, 비준을 안 해 버리면 실제 그렇지는 않더라도 ‘이거 없던 일로 할 수도 있다’ 협상할 고지라도 점령하는데 비준 미리 해 버리면 그 다음에 재협상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꼼짝없이 끌려 가는 거죠. 근데 지금 미국이 자동차 회사가 다 망하게 생겼고 이래서 재협상하면 아마 자동차에서 엄청나게 세게 나와서 다 가져갈 거거든요. 상황이 바뀌었으니까 재협상을 미국이 하자고 하겠죠. 그리고 우리가 하면 더 손해죠. 그나마 자동차가 우리가 이익 보는 몇 개 안되는 것 중에 하나였는데요.
◇ 양병삼 / 진행
그렇다라고 한다면 일부에선 미국 측이 재협상을 하자라고 이렇게 물론 이미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 대표의 발언에서도 이런 얘기들이 나왔었고요. 이런 상황인데 미국이 재협상을 하자 이런 의견을 제시하기 전에 우리 정부가 먼저 이것을 제시를 해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페이스를 몰고 가자, 이런 의견도 있거든요. 현실적으로는 무의미한 주장이라고 보시나요?
◆ 장하준
워낙 국력과 협상력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미국이 재협상을 하자는 것을 보면 요전에 우리가 굉장히 협상을 잘해가지고 미국이 손해 봤으니까 다시 본전 생각나서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들 해석하시는데 그것보다는 미국이 재협상 하자고 하는 것은, 99원이 있는 사람이 1원 있는 사람한테 너 그 1원 나 줘서 100원 만들어주라 그런 것하고 비슷한거거든요. 지금 우리가 도리어 재협상 하자고 나왔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죠. 제 생각에는 끝까지 비준을 안 하는 게 저는 개인적으로 맞다고 생각하지만 비준을 결국 하더라도 결국 버텨가지고 미국이 자기네 협상 카드를 다 보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양병삼 / 진행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이 아직 공식적으로 재협상과 관련된 어떤 발언도 한 것이 없다, 이렇게 밝히고 있는데요. 교수님이 보시기에 오바마 정부가 재협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현재로써는 높다고 보시는 건가요?
◆ 장하준
제가 일이 있어서 지난 주에 워싱턴에 다녀왔는데 그때 국회의원들은 아니고 국회 관계자 같은 사람들을 여러 명 만나봤는데, 민주당 쪽 계열 사람들이었거든요 주로. 근데 다들 안하던지 다시 해 가지고 노동 문제, 환경 문제, 자동차 이런 데서 다시 얻어내야 한다 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아직 공식적으로 요청은 안했지만, 특히 자동차 업계 같은 데서는 엄청 엄청나게 로비하고 있을 겁니다. 지금 망하느냐 마느냐 이런 상황인데.
◇ 양병삼 / 진행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은 이런저런 정황으로 봤을 때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 장하준
그렇죠. 꼭 그렇게 될 거라고는 말은 못하겠지만 그런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 양병삼 / 진행
재협상을 하게 되면 우리가 손해다 늦춰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최대한 버틸 때까지 버티고 비준 역시 늦춰야 한다 그런 말씀 하셨는데 한미 FTA 채결에 앞서서 사실은 스크린 쿼터나 쇠고기 문제, 의약품, 자동차 이런 4대 선결 조건을 내걸었던 것처럼 재협상을 하게 되면 이번에도 제 2의 선결 조건을 내세울 것이다 이런 예상이 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 장하준
정확히 무엇을 내세울지 그것은 제가 아는 바는 없습니다만 그게 항상 미국이 하는 방법이죠. 그런 식으로 해 가지고 무장해제 시켜 놓고 그 다음에 협상하면 사실 지난 번에 4대 선결 조건 내 주는 바람에 우리는 소위 말하는 바게닝쪽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러니 어차피 국력도 차이나고 협상력도 차이나고 그리고 우리한테는 미국한테는 그렇게 중요한 나라일지 모르지만 미국한테는 사실 아무 것도 아니거든요. 그런 입장에서 우리가 그런 걸 미리 다 내주고 나면 무엇을 갖고 협상하겠다는 겁니까?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하면 또 뭔가 그나마 몇 개 가지고 있는 것 무장 해제시키고 하려고 하겠죠.
◇ 양병삼 / 진행
우리가 협상 과정에서 미국 쪽에 내 줄 수 있는 안이, 또 미국 쪽에서 우리 쪽에 요구할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이 뭡니까? 역시 쇠고기 문제나 자동차 문제가 가장 크다고 봐야 될까요?
◆ 장하준
그렇죠. 미국 입장에서는 그것 두 개가 가장 크고, 한국 입장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고쳐보려고 할 수 있는 것이 투자자 국가 소송제인데 그것은 워낙 미국이 보배로 여기는 것이기 때문에, 호주같이 처음부터 그것에 목 내걸고 이거 안 없애면 절대 협상도 안 한다 이런 식으로 나오기 전에는 이미 기본 원칙을 다 들여놨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별로 고칠 수가 없겠죠. 그렇지만 굳이 얘기를 한다면 그게 그래도 제일 우리 쪽에서 공격해야 할 사항이겠죠.
◇ 양병삼 / 진행
사실은 가장 독소 조항으로 분류되고 있는 투자자 국가 소송제, 현재 우리 정부는 한EU간 FTA 협상을 진행 중에 있는데요. 만약에 투자자 국가 소송제 같은 이런 부분들이 전례로 남아서 한EU, 혹은 한중 이런 FTA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네요.
◆ 장하준
그렇죠. 미국에 준 거면 당연이 EU같은 데는 요구할 것이고, 중국은 우리한테 투자를 하기보다는 투자를 주로 받는 입장이니까 중국같은 나라는 꼭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EU나 일본 같이 투자를 하는 입장에 있는 나라에서는 미국에 줬는데 당연히 가져가려고 하겠죠.
◇ 양병삼 / 진행
그렇다라고 한다면 만약에 물론 재협상은 최대한 늦추고 안하는 게 좋다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재협상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됐을 경우에 우리 정부가 가장 사실은 없애야 할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인가요? 투자자 국가 소송제와 같은 그런 내용인가요?
◆ 장하준
그렇죠. 하나만 들자면 그렇죠. 저는 협상 자체를 시작 안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것 하나 고쳐진다고 그 협상이 우리나라한테 좋은 협정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하나만 들라고 한다면 그것이 제일 독소 조항이거든요.
◇ 양병삼 / 진행
국회 비준 문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물론 국회 비준 역시 늦춰야 된다, 선비준해 버리게 되면 미국 페이스에 말려들 수 있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정치권에서는 당장 4월 임시 국회가 열리면 이 문제를 가지고 갑론을박 또 다시 한 번 격돌이 예상되는데요. 정치권에서 이런 논의들 보시면서 갖는 생각은 어떤 것인가요?
◆ 장하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렇지만 지난 한 30여년 동안 자유 무역, 자유 시장주의 이데올로기에 홀려 가지고 사실 이런 세계 경제 위기가 왔지 않습니까. 그것을 미국, 영국 등 선도적인 나라들부터 다 버리고 있는데 왜 자꾸 우리는 남들 안하고 자꾸 버리는 그런 것을 우리만 그렇게 열심히 하려고 하는지 저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 양병삼 / 진행
안하는 게 낫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예컨대 미국의 제야의 이런 저런 움직임이나 여론 등이 만약에 현재대로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은 바꾸는 게 낫다, 재개정하는 게 낫다, 이런 의견들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현재로써 우리가 재협상이 아니라 한미 FTA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고 보십니까?
◆ 장하준
그렇죠. 미국 쪽에서 그게 꼭 다수 의견은 아니지만 민주당 일부에서는 한국 뿐 아니라 콜롬비아니 파나마니 몇 개 해 놓은 게 있거든요. 그거 다 폐기해야 된다고 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내부에서 의견 절충하고 기업 로비도 있고 하니까 결과가 뭐가 될지 모르지만 그 가능성도 없진 않은거죠.
◇ 양병삼 / 진행
국가 간의 협정을 그렇게 사실은 없던 것으로 하기에는 양국이 지게 될 부담도 적지 않지 않습니까?
◆ 장하준
그거야 민주 국가에서 비준 안한다면 안 하는거죠. 예를 들어 WTO 생기기 전에 ITO라고 1946년에 국제 협사이라고 다 만들어 놨는데, 그게 미국 의회에서 비토해 가지고 안돼서 소위 GATT라는 임시 기구를 하다가 95년에 WTO 만든 거거든요. 그러니까 국회에서 비준 안 해 가지고 그 나라가 안하겠다고 하는 게 그렇게 큰 일 아닙니다.
◇ 양병삼 / 진행
교수님께서는 본질적으로는 한미 FTA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셨고, 또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할 때에는 국민 투표를 실시하는 게 좋다, 이런 의견도 내놓으셨는데, 여전히 국민 투표를 통해서 이 부분을 결정하는 게 좋다고 보십니까?
◆ 장하준
지금 국회에서 서로 막 폭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진행이 안 될 정도로 의견이 갈려 있으니까 이럴 때는 국민 투표를 하는 게 맞겠죠.
◇ 양병삼 / 진행
마지막으로 이 부분 하나 여쭙겠습니다. 국내에서 한미 FTA가 실시가 됐을 때 경우에 대비해서 여러 가지 보완 대책을 수립하고 있긴 한데 어떤 것들이 시급하게 보완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지 짚어주시죠.
◆ 장하준
제일 크게 타격 받을 분야가 농업이고, 특허권 이런 문제 때문에 제약산업도 상당히 타격받게 되어 있고, 또 기계 산업 같은 것들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타격받는 분야가 한두 개가 아니겠죠. 이런 것을 하려면 산업별로 돈 나눠주는 것도 힘들고 하니까 사실 유럽식으로 미리 복지국가를 잘 만들어가지고 그런 구조 조정 과정에서 직업을 잃거나 사업이 망하는 그런 사람들에게도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는 그런 시스템을 미리 만들어놓고 개방을 해야 되는데 그런 것 없이 하려니까 사방에서 다치는 사람이 나오니까 돈 꾸려다 주는데 받는 입장에서는 부족한 것 같고 주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왜 저 사람들만 줘야 하나 이런 얘기 나오고, 그러니까 준비가 없었던 거죠, 한마디로.
◇ 양병삼 / 진행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영국 캠브리지대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