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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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금)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 "'막장은 희망' 편지, 대박났다"
200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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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이 판치는 막장 드라마,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지는 막장 국회, 요즘 우리에게는 안 좋은 의미로 막장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죠. 그런데 요즈음 막장이 희망이다 이렇게 외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대한석탄공사 사장인데요. 어제 저희가 기자수첩에서 이 분의 편지글, 호소문을 소개해 드리고 나서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 이렇게 반응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래서요. 내친김에 아예 이 편지를 써서 보낸 대한석탄공사 사장님을 연결을 해 봤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호소문을 내서 화제가 된 대한석탄공사 조관일 사장 만나보도록 하죠.

◇ 김현정 / 진행
막장은 희망이다, 우리 사원들이 지금 막장에서 열심히 일하니까 함부로 이 막장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 달라, 이런 호소문을 직접 쓰신 거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 조관일
저만해도 여기 사장으로 온 게 6개월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사실 그런데 대한 감이 떨어질 수 있는데 며칠 전에 직원들이 지나치듯이 요즘 막장 범죄, 막장 드라마 하는데 기분이 언짢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 순간 제 머리를 땅 때리는 게 있더라고요. 이게 사장으로서 우리 직원들의 속 쓰린 이야기를 대변해야 되겠구나. 그래서 막장에 대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사전도 찾아보고. 그래서 3-4일 동안 자료를 모으다가 지난 3월 3일 날 아침에 출근하면서 차 속에서 구상을 해 가지고요. 그래서 출근하자마자 제가 직접 써서 언론사에 정중히 호소문을 보내라고 그렇게 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러신 거군요. 사실은 저도 사과부터 하고 시작해야 됩니다. 저도 모르고요. 막장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어요. 왜냐하면 그냥 마지막 장, 갈 때 까지 갔다 이런 의미로 그냥 쓰이는 건 줄 알고 탄광 생각은 전혀 못 했습니다. 실제로 석탄광의 제일 안쪽, 그러니까 지하의 끝 부분을 막장이라고 하는 거죠? 정확하게 의미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조관일
막장은 글자 그대로 마지막 장, 그거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에서 조금 한걸음 더 나아가서 사용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 장이라는 것하고 갈 때 까지 다 갔다고 하는 것과는 사실 다르거든요. 의미 다릅니다. 막장이라고 하는 것은 마지막 장에 있는 일터라는 의미인데 이것을 언제부터 누구부터인지 갈 때 까지 다 갔다는 식으로 변형이 돼 가지고 폭력이나 범죄, 불륜 등등에 사용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사실 막장에 금년 1월 5일 날도 저는 일부러 막장에 들어가서 시무식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잘 모르시겠지만 장성 광업소 한 군데만 봐도 수직으로 지하 1km를 내려갑니다.

◇ 김현정 / 진행
수직으로 1km요?

◆ 조관일
네. 그렇습니다. 엘리베이터 속도가요. 서울에 있는 63빌딩의 엘리베이터 속도보다 빠릅니다. 그리고 들어가면 지하 1km에 개미굴처럼 700리의 굴이 뚫려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개미굴 그 모양을 상상하면 되겠군요?

◆ 조관일
그렇게 상상하시면 되죠.

◇ 김현정 / 진행
중간부터 여러 개의 가지로 뻗어 나가는?

◆ 조관일
그렇습니다. 맨 마지막 끝이 막장이거든요. 얼마나 진지한 삶의 터전이겠습니까. 그런데 이것이 갈 때 까지 갔다는 뜻으로 잘 못 쓰였기 때문에. 그전부터 잘못 쓰여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렇군요. 그런 막장에서 일하는 우리 광부 분들이 몇 분이나 되시는 건가요?

◆ 조관일
현재는 아시다시피 석탄 산업이 많이 축소돼 가지고 현재는 민간 탄광을 포함해서 5천 여 명 정도가 일을 하시는데요. 실제 막장에서 그동안에 일을 하셨던 분들을 다 하면 수십 만 명이 될 겁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은 5천 여 명. 굉장히 위험한 곳인 거죠? 지하 수직으로 1km에다가 또 옆으로 가지처럼 뻗어나간 거니까?

◆ 조관일
그 전에는 사실 탄광 사고가 많이 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실제 광업소에 가 보면요. 옆에 그 일터에서 일하시다가 돌아가신 분들 위패를 모신 곳이 있는데 태백에 있는 장성 광업소만 해도 약 1천 여 명의 위패가 모셔 있습니다. 너무 가슴 아픈 일이죠. 그러나 이것은 옛날이야기이고요. 요새는 철제 프레임으로 잘 돼 가지고 옛날엔 나무였지 않습니까. 요즘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습니다.

◇ 김현정 / 진행
다행입니다. 그렇더라도 이 분들 얼마나 가족들을 위해서 우리나라의 산업을 위해서 뛰시는 일꾼들인데, 이런 분들의 사기가 떨어진다고 하면 정말 써서는 안 될 단어인 것 같습니다.

◆ 조관일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건요. 요즘처럼 3D다 뭐다 해서 어려운 일 안 하려고 하고 이런 때에 지하 1km에서 땀 흘려 일 한다는 분들은요. 실제 가서 만나 뵈면 정말 이렇게 순수한 분들이 여기 계시구나, 할 정도로 아주 착하고 좋은 분들이 거기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럼요. 호소문이 나가고 난 뒤에 직원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굉장히 화제가 됐잖아요? 이 호소문이?

◆ 조관일
우리 직원들은 사장님 대박입니다. 이러죠. (웃음)

◇ 김현정 / 진행
(웃음) 잘 하셨습니다.

◆ 조관일
후련해 하죠. 왜냐하면 사장이 역성을 들어줬으니까요.

◇ 김현정 / 진행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그동안 못 하던 말을 사장님이 대신 시원하게 해 주셨으니까.

◆ 조관일
그러니까 더 더군다나 고마운 게 있습니다. 사실은 막장 국회, 막장 드라마를 만든 것은 언론인데 저는 이거 호소문 보내면서도 혹시 혼나지 않나 생각했는데요.

◇ 김현정 / 진행
괜히 조그만 것 가지고 트집 잡는다 이런 얘기 들으실까봐?

◆ 조관일
네. 그런데 언론이 이번에 50회를 방송을 해 주셨습니다. 다뤄주시고 기사 써 주시고. 그래서 저는 이 자리에서 너무 고맙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제가 감사합니다.

◆ 조관일
고맙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사실 지난 여름에 새로 취임을 하고 나서 계속 어려움이 많으셨죠? 제가 조사를 좀 해 보니까 이 석탄공사가 공기업 중에서 만년 꼴찌라는 꼬리표를 계속 달고 있어서 그 사정이 얼마나 안 좋으냐면 사장으로 취임을 했는데 축하 전화를 한 통도 못 받으셨다면서요?

◆ 조관일
축하 전화를 한 통도 못 받은 건 아니고요. 왜 그 힘든데 갔냐. 이것이 축하의 말이 다 그랬습니다. 위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어려운 데이기 때문에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을 부임하기 직전에 생각을 바꿨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렇게 사정이 안 좋은 이유는 석탄이 아무래도 이제는 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사향 산업이다 이런 얘기도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 것이 이유가 되겠죠?

◆ 조관일
첫 째는 그거고요. 그런데 재미난 현상을 발견하고 있는데요. 제가 작년 8월 하순에 사장으로 왔는데요. 동물적 감각인데 10월 경서부터 석탄에 대한 세계적인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석탄 산업을 연탄 산업으로 봤는데요. 석탄 산업이 충정 에너지 산업으로 바뀐다는 거죠. 다시 얘기해서 요새 세계적으로 에너지 자원 전쟁이 일어나다 보니까 미국이나 아프리카에 남아프리카 이런 데를 비롯해 가지고 석탄에서 석유를 뽑아내고 가스를 뽑아내는 기술이 획기적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석탄에서 석유를 뽑아내요? 그게 가능한가요?

◆ 조관일
가능합니다. 저희들도 이번에 저희들 무연탄에 폐플라스틱 있지 않습니까? 그걸 섞어서 가스를 만들어 내는 기술을 특허를 냈습니다. 그러니까 농업이 셋째 산업이지만 방향을 바꾸면 첨단 산업이 되듯이 세계적인 분위기가 작년 하반기부터 바뀌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럴 수가 있겠네요. 정말. 지금 석유 고갈돼 가고 있고 다들 에너지 전쟁이다 이런 이야기들 하는데, 석탄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 조관일
그렇게 저는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 진행
원래 뭐 하시던 분이세요? 조관일 사장님?

◆ 조관일
저는 30년 동안을 농협 중앙회에서 일 했고요. 그 다음에 강원도 정무 부지사로 일한 다음에 그리고 여기로 왔습니다.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말씀을 잘 하신다 하고선 들춰봤더니 책도 많이 내셨어요. 비서처럼 일하라, 이기려면 뻔뻔해라, 자기개발서, CEO들을 위한 책 이런 것도 많이 쓰셨는데. 모르겠습니다. 작가 입장에서 경영자든 노동자든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것이 좋을까?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 주시죠.

◆ 조관일
제가 6개월 간 일하면서 배운 게 있습니다. 살려고 하면 방법이 꼭 나온다는 거죠. 저희들도 적자, 만년 적자 공기업이라고 하는데요. 얼마 있으면 제가 발표하려고 하는데 흑자로 돌리는 방안을 만들어 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지금 발표하긴 좀 그러시고요?

◆ 조관일
그렇습니다. 지금 어렵다 하는데요. 경영자나 근로자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정말 꼭 살려고 하느냐. 이게 중요합니다. 제가 나포라는 말을 만들어 냈는데요. No Action placard only, Action 행동은 없고 placard만 요란해서는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우리가 뭉치고 양보해서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내겠다는 진정성만 있으면요. 방법은 얼마든지 저는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확신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진행
오늘 긍정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고맙습니다.